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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2023년 경제 운영 방향과 시사점: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 평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2월07일 12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02월04일 12시50분

작성자

  • 최은주
  •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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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북한은 1월 17일과 18일 양일에 걸쳐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를 개최하였다. 매년 상반기에 개최되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내각이 1년 간 추진할 주요 정책들과 전년도 결산 및 해당년도의 예산을 발표한다. 이번 회의에서도 북한은 2022년 12월 말에 열렸던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 회의에서 채택한 2023년의 주요 정책들을 추진할 수 있도록 편성된 예산을 법령으로 채택하는 등의 후속 조치를 취하였다. 그 외에도 평양문화어보호법의 채택과 중앙검찰소의 2022년 사업정형 평가, 그리고 조직문제를 의안으로 상정하였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주로 경제부문에서의 정비·보강계획의 기본적인 결속과 시·군 단위에서 의 개발 사업 및 농촌건설사업, 그 리고 농업문제 해결 등을 강조하 였다. 한편 예산의 경우, 2022년보 다 소폭 증가하였으나 증가율은 미미한 수준으로 사실상 전년도와 유사한 재정 규모를 유지한다고 밝혀 어려워진 경제 운영 여건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경제사회의 질서 체계를 갖추기 위해 중앙검찰소 등 사법기구의 역할을 점검하여 향후 법적 통제를 강화해 나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하였는데, 2022년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도 초안을 발표 하고 연구 및 협의회를 걸쳐 수정안을 채택하는 등 입법절차를 체계화하고 있는 양상도 지속되었다.1)

 

단기 경제 실적과 장기 경제 발전 사이의 딜레마 속에서 경제 실적 부담 가중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김덕훈 내각 총리는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내용을 구체화하여 내각의 주요 사업으로 밝혔다. 2023년에도 북한은 주민들의 생활환경과 경제활 동 여건을 개선하는 사업을 지속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21년부터 시작된 농촌을 중심으로 낙후 지역을 개발하고 지방의 공장들을 현대화하는 사업을 지속할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의 생산 능력을 적극 활용하여 연간 경제계획을 완수하면서 동시에 조선로동당 8차 대회에서 제기한 기본적인 정비보강계획을 완수할 것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이에 따라 각 경제 부문이 달성해야 할 경제지표들과 올해 제기된 12개의 중요고지를 반드시 이행하여 2023 년에는 5개년계획을 완수할 수 있는 주요한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였다.2) 


올해의 내각 사업 중 경제 운영과 관련하여 주목되는 것은 정비보강사업을 기본적으로 완료하여 그 성과를 통해 장기적인 경제 발전으로 이어 갈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북한이 정비보강사업을 강조한 이유는 공장 및 기업소에서 단기 생산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만 집중하여 생산능력을 확장시키는 사업을 효과적으로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 현장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연간 계획을 수행하려면 기존의 생산 설비를 정비하고 비효율적인 생산 공정을 개선하는 사업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생산 방식이 누적되면 장기적으로는 생산 역량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국가 차원에서는 장기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 속에서 단기의 연간 계획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운영 방식이 갖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의 중요한 과제로 정기보강계획의 수행을 제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금속공업과 기계공업 부문에서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주로 인민생활 및 당 정책과 관련한 부문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였다. 일반적으로 최고인민회의에서 해당년도 국가의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 내각의 상(장관)이나 공장 및 기업소의 책임자, 지방 인민위원회 위원장이 토론을 통해 각 부문 및 단위에서의 성과와 문제점, 계획 등을 밝힌다. 이번 회의에서도 김덕훈 내각총리가 발표한 2023년 사업 계획에는 금속과 화학 부문을 비롯하여 모든 경제 부문의 과제들이 총망라되었다. 반면에 토론자들은 주로 경공업과 농업, 지방경제 및 국토환경보호 사업 부문들을 중심으로 토론하였다. 과거에는 모든 부문에 대해 고르게 토론이 이루어졌으나 이번 회의에서는 주로 당의 핵심 정책인 육아정책과 교복 및 가방의 무상 공급 사업, 지방 경제와 농촌 발전 정책과 관련된 부문들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사업 추진 방안들을 밝혔다


악화된 재정 조건의 지속과 농촌사업 집중 투자 

 

국가 예산과 관련하여 북한이 발표한 내용에 따 르면 올해의 재정규모도 최근 2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2023년 예산 수입 증가율과 지출 증가율을 각각 1%와 1.7%로 발표하였는데, 2022년의 0.8%와 1.1%에 비해 소폭 증가하였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이후 나타난 평균적인 수입과 지출 증가율이 각각 3.5%와 4.9%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반등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우며 최근의 어려운 재정 여건이 지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북한의 전체적인 예산 편성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 내각의 전체 예산에서 경제부문에 45%, 국방비에 15.9%로 안배하여 예년 수준을 유지하였다. 

 

예산 수입 및 지출 계획의 증가율을 살펴보면, 북한은 제재 국면에서도 재정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 왔으나 코로나19 국면에서는 사실상 동결에 가까운 1% 내외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 정부에 대한 재정적 충격은 제재보다 코로나19가 더 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대외무역 을 통해 설비 및 부품과 원자재 조달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져야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고 그에 따라 정부 예산 수입을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이후 반드시 수입해야 하는 품목으로 무역을 제한하면서 각 공장들의 생산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 또한 일부 단위에서 국가기업이득금을 최대한 증가시키고자 했던 당의 방침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의 재정여건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봉쇄위주의 방역 정책을 전환하여 대외무역 부문을 회복시켜야 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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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예산 지출과 관련한 보고 내용을 살펴보면, 2022년에는 경제 및 사회문화 부문에 대한 지출이 계획보다 더 긴축적으로 이루어져 경제 부문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웠을 것으로 파악 된다. 이는 2022년 상반기에 북한 내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국가 재정을 방역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입하였기 때문이다. 보고 내용에 따르면 방역사업과 관련하여 이미 계획했었던 지출 규모 의 21.3%를 더 집행하였다. 2022년에 지출 계획을 수립할 때에도 방역 부문에 이미 전년 대비 33.3%를 더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으로 더 지출한 것이다. 전체 지출 규모를 증가시키지 않은 조건에서 방역 사업에 대한 재정 지출을 증가시키려면 경제 부문과 사회문화 부문에 대한 지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북한은 2022년에 경제 부문에 대한 재정 지출을 2021년 대비 2%를 더 증가시킬 계획이었으나 실제로는 1.6% 만 더 지출하여 실제로 경제 운영이 방역 사업에 의해 차질을 빚었다는 점이 확인된다. 

 

 이에 북한은 2023년에는 경제 부문에 대한 지출을 최우선으로 보장하겠다고 밝혀 경제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확실하게 뒷받침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편성된 계획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경제 부문에 대한 국가의 예산 지출 계획은 2022년과 유사하다. 다만 당이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농촌 사업에 대한 예산을 2022년에 비해 14.7%를 증가시켰다. 이에 따라 2023년에도 농업 부문에 대한 투자를 통해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낙후된 농촌 지역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예산 집행에서 핵심 변수는 코로나19 등과 관련한 상황이다. 2022년과 같이 방역부문에 추가적인 지출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2022년에 비해 재정 운영 조건은 다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2023년 1월에 평양에 호흡기 질환자가 증가하면서 평양 을 5 일 ( 2 0 2 3 . 1 . 2 5 - 2 9 ) 간 봉쇄 (lockdown)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와 같이 코로 나19를 포함한 각종 감염병 발생에 대한 조치가 이루어진다면 그에 따른 재정적 부담은 올해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중앙검찰소 역할 재점검 통한 법적 통제 강화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은 별도 의안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검찰소 2022년 사업정형’을 상정하였다. 우상철 중앙검찰소장이 사업 추진 현황을 보고하고 법적 감시와 통제 수준을 높이는 데 있어서 나타는 문제점들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였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사회주의 법치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주의 법률제도를 안착시키고 중앙검찰소를 비롯한 사법기관들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여 당과 국가의 정책을 차질 없이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해 왔다. 그러나 사법기관의 역할이 기대 만큼 따르지 못하고 있어 이번 회의를 통해 사업 전반을 재점검하고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앙검찰소의 문제는 2022년 상반기에 이미 한 차례 공개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2022년 5월에 북한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자, 북한은 5월 15일에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협의회를 개최하여 방역대책토의사업을 논의하였다. 협의회에서는 최대비상방역체계 속에서도 의약품 공 급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검토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하였다. 김정은 총비서는 협의회에서 사법·검찰부문이 의약품을 보장하는 사업과 관련한 행정명령이 신속, 정확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법적 감시와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그 결과 전국적으로 의약품 취급 및 판매에서 심대한 문제가 발생하였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중앙검찰소 소장을 직접 거론하면서 직무를 태만히 하여 비상 상황에서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지적하였다. 

다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중앙검찰소 소장을 교체하는 대신 2022년에 중앙검찰소가 수행한 사업들을 평가하면서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2023년에는 사법기관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며 법률제도를 정비하는 사업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법적 통제를 강화하는 사업이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경제 문제 해결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 


북한은 2023년에는 경제 부문에 더 큰 과제들 이 산적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조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2023년에도 북한이 수립한 경제 사업을 성과적으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또한 2022년 12월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2차 정치국회의에서 2023년에 경제 운영과 관련하여 중요한 조치들을 취하기로 결정하고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 보고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밝혀 현장의 어려움들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발표한 2023년도 예산 지출 계획을 고려한다면 방역 부문에서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심각한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술하였듯이 대외무역을 통해 기업과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해 나가는데 필요한 원부자재 수입이 증가한다면 경제 부문에서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대외경제부문에 대한 정책은 발표하지 않았다. 2021년과 2022년의 경우 대외경제 부문에 대한 정책을 발표하였으나 이번 회의에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2020년 이후 북중 간 교역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외무역을 중심으로 중국 및 러시아 등의 국가들과의 경제 교류 사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또한 2020년 이후 접경지역에 방역시설을 신설하고 방 역체계를 정비해 왔다. 다만 대외경제 교류가 확 대되기 위해서는 방역 정책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북한은 평양에 호흡기 질환자가 증가하면서 평양을 봉쇄하는 정책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같이 북한이 전 국 단위로 봉쇄하는 기존의 방역 정책에서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봉쇄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봉쇄정책을 추진한다면 대외무역 또한 점진 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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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만, 2022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 차 제7차 회의에서 채택된 핵무력정책을 법제화하는 과정에서는 이러한 절차가 생 략되어 모든 법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2) 1월 10일 조선중앙TV에 따르면 ‘12개 중요 고리’는 1. 알곡, 2. 전력, 3.석탄, 4. 압연강재, 5. 유색금속, 6. 질소비료, 7. 시 멘트, 8. 통나무, 9. 천, 10. 수산물, 11. 살림집, 12. 철도화물 수송으로 구성된 것으로 파악된다.(연합뉴스, “북, 올해 목표 과제 '12개 고지'로 표현…1번 알곡·2번 전력 순”, 2023.1.10.)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정책 2023-2월호 제10호](2023.2.1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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