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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측 금융 제재 러 경제에 큰 타격, ‘디폴트’ 우려도 고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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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3월11일 10시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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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은 지난 1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배제할 7개 러시아 은행들(러시아 2위 은행 VTB, 대외 개발은행 VEB 및 5개 군소 은행 포함)을 발표하고, 이들의 SWIFT 접속을 즉시 중단했다. 이에 앞서, 미국, EU 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응징하기 위한 추가 금융 제재 조치로 ‘러시아 은행들의 SWIFT 배제’ 및 ‘러 중앙은행 외환보유고 동결’을 결의한 바 있다. 서방국들은 이번 추가 금융 제재를 통해 러시아를 세계 경제에서 고립시켜 압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이번 추가 제재 대상에는 자산 규모 러시아 최대인 국영은행 스베르뱅크(Sberbank)와 3위인 천연가스 독점 국영기업 가즈프롬(Gazprom) 산하 가즈프롬뱅크(Gazprombank)가 제외되어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 미디어들은 독일 등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輸入) 의존도가 높아 이들을 배려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EU는 천연가스 수입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에서 지급 결제 영업을 전개해 오던 미국계 대형 신용카드사들이 5일 러시아 영업을 중단키로 결정하는 등 금융 제재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머지않아 ‘채무불이행(default)’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들은 잇따라 러시아 신용등급을 ‘정크(投機) 등급’ 이하로 급격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러시아의 ‘군사적’ 공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서방측은 ‘경제적’ 공세로 맞서 긴장은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중재 역할을 기대하는 견해가 급부상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 러 은행들, 달러화 및 유로화 자금 수취 불가, 무역 결제도 지장


EU가 지난 1일, 이미 미국 등 서방국들과 협조 하에 결정한 방침에 따라, 국제 은행간 전문(電文) 메시지 교환 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망협회(SWIFT)’에서 배제할 7개 러시아 은행들을 선정해서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제재 대상에는 러시아에서 자산 규모 기준으로 2위인 VTB Bank(러시아 중앙은행 및 재정부가 설립한 일반 은행), 정부 계열 대외 전문 개발은행 VEB(Vnesheconombank)를 포함한 7개 은행이 포함됐으나,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뱅크(Sberbank)’는 제외됐다. 이번에 SWIFT에서 배제되는 7개 은행들의 총자산은 외국 은행을 포함한 러시아 전체 은행들의 자산 규모 총액에서 약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러시아에는 약 300개 은행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이 가운데 우선 대형 은행들이 제재 대상이 되어 SWIFT 활용을 차단하면, 현 상황에서 옛날 방식의 팩스(Fax) 등을 이용한 자금 이체 방식 외에는 거의 업무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핵 폭탄 급’ 제재로 받아들여진다. 이번에 대상이 된 7개 은행들은 향후 달러화($), 유로화(€) 등 주요 통화 표시의 자금 수취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되는 것은 물론, 거래 기업들의 무역 대금 결제 업무도 크게 지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치 대외 거래에서 ‘혈액 순환’ 을 차단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셈이다.  

 

당초, EU는 회원국들이 러시아산 원유 및 천연가스 수입(輸入) 의존도가 높은 점을 고려해서 러시아 은행들을 SWIFT에서 배제하는 것을 주저해 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EU 폰데레이언(Ursula von der Leyen) 집행위원장은 이번 결정은 EU 역사상 최대의 제재라고 언급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동 결정은 10일 내에 발동되며, 향후 러시아의 행동 여하에 따라서는 대상을 추가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이번 추가 제재가 실제로 에너지 무역 결제에 지장이 없도록 배려된 것이라는 점에 일단 안도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에너지 무역 결제에 지장이 생기면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러시아 경제에는 심대한 타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에너지 수출에 따른 수입(收入)은 러시아 정부 세입의 4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에너지 수출이 대폭 감소하면, 러시아 경제 전반 및 재정에 큰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전쟁 수행 능력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 WSJ “서방국들, 러시아를 완전 배제하려는 의도는 없다는 의미”


한편,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번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다른 은행들은 여전히 SWIFT를 이용할 수 있고, 특히,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뱅크(Sberbank)와 러시아 원유 및 천연가스 등 에너지 거래 전담 가즈프롬뱅크(Gazprombank), 두 은행이 제재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치 전문지 POLITICO도, 비록 향후 더 강력한 수단을 강구할 수도 있을 것이나, 이번 결정에서 Sberbank 및 Gazprombank가 제재 대상에서 빠진 것은 경제적 반향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POLITICO는 ‘SWIFT 배제’ 제재 대상 은행들의 선정은 EU 대사들과 협의를 거쳤고, 발표하기 전에 이미 미국과 협의를 했다고 전했다. 

 

WSJ은, 이번 제재 대상 은행 선정 과정에서 일부 은행들만 포함시키면서 다른 대부분 은행들을 제외한 것은 EU 회원국들의 타협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독일 등 회원국들이 러시아 에너지 수입 결제 등 거래가 가능하도록 일부 은행들을 SWIFT에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했다. 이와 관련,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향후 제재 수단의 범위를 글로벌 시장에 에너지 공급을 원활하게 유지하도록 허용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 이라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WSJ은 서방 측이 Sberbank 및 Gazprombank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러시아에 고통을 주기는 해도 적어도 당장은 러시아 은행들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의도는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시그널이라고 분석했다. Sberbank는 러시아 국내에 14,000개 영업점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의 러시아 국민들이 일상 거래하는 한편, 기업들 절반이 거래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최대 은행이고, Gazprombank는 러시아 원유 및 에너지 관련 국내외 결제를 전담하는 은행으로 알려져 있다. 

 

■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 무역 규모 1/3로 축소될 가능성” 전망


그러나, SWIFT 배제 대상 은행을 7개 은행으로 한정했다는 점 만으로 ‘SWIFT 제재’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판단은 섣부른 것이다. 한 나라 은행들이 SWIFT 네트워크에서 배제되는 경우에는, 일반 개인 및 기업 고객들의 무역 결제, 해외 투자 및 단순 해외송금 업무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중앙은행의 대외 거래도 차단돼 통화, 경제 정책 집행에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은 당연하다. 특히, 대외 무역에 결정적인 지장을 초래해 ‘최후의 무기(武器)’ 라고 여겨져 왔다. 

 

이와 동시에, 서방국들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해외에 예치하고 있는 외화예금을 동결하는 조치를 결정한 바 있다. 그 결과, 러시아 중앙은행은 주요 외국통화 보유고를 이용한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자국통화인 루블화 가치를 조정하는 기능을 수행하기가 어렵게 됐다. 서방국들이 러시아 은행들의 SWIFT 배제를 결의한 직후인 지난 달 28일, 국제 금융시장에서 루블화의 달러화에 대한 가치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표된 24일 하락한 ‘119루블/1 달러’ 수준에서 한꺼번에 30%나 급락했다. 루블화 신뢰가 급락, 주요 통화와 교환이 어렵게 되고, 유동성이 크게 떨어졌다. 

 

러 은행들의 SWIFT 배제와 함께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 루블화 표시 국제 무역에도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될 것은 필지다. 가령, 해외 수출기업이 루블화 표시로 수출한 경우, 수취하는 수출 대전의 가치가 대폭 하락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수출 거래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 여기에, 코레스(Corres) 업무 제재까지 합쳐지면 러시아는 실제로 결제 수단이 사라져 대외 외환 거래가 완벽하게 차단된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SWIFT 배제’ 만 동원하고 ‘코레스 거래’는 유지하고 있어 완벽한 금융 제재 조치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2020년 수출은 약 3,800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2019년 기준으로 주요 수출 품목은 석유, 천연가스, 석탄, 희귀 금속 등 자원 수출이 80%를 차지한다. 2020년 상반기 러시아의 수출 대상국별 비중은 중국이 18%, 네덜란드 10%, 벨라루시 5%, 독일 5%, 미국 4.7%, 일본 3.1% 등이다. 러시아가 서방국들의 금융 제재를 받아도 무역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상정되는 우호 상대국들과 무역 비중은 약 35.8%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제재 조치가 최대한 시행될 경우, 러시아 무역은 1/3 수준으로 축소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루블화 가치 하락 영향을 감안하면 그 이상으로 감소할 수도 있다. 게다가, 문제는 이들 우호국들과 무역에서도 달러화 등으로 결제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미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러시아의 브라질,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등을 대상으로 한 수출의 95%가 달러화 표시로 거래됐으나, 2020년에는 동 비중이 10%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 “VISA, MC 등 러시아 업무 중단, 일반 생활 인프라에 큰 타격”


한편, 미국계 신용카드 최대 사업자 VISA 및 동 2위 MasterCard가 지난 5일, 러시아에서 결제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미국의 다른 대형 신용카드사 American Express도 러시아에서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 러시아 금융 제재에 동참했다. 이에 따라, 이들 카드 사업자들의 ‘현금 없는’ 결제 업무가 전면 중단됨은 물론, 해외에서 발행한 신용카드가 러시아 국내 가맹점 및 ATM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러시아에 협력적인 벨라루시에서도 마찬가지로 중단됐다. 

 

이와함께 글로벌 사회의 대(對) 러시아 금융 제재는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일부에서는 암호자산(cryptocurrencies) 거래에 대한 제재 방안도 부상하고 있어, ‘현금 없는(cashless)’ 거래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러시아 국민들이 일상 경제 생활에서 큰 불편을 겪을 것은 필지다. 특히, 해외 자산을 보유한 부유층의 결제 경로가 봉쇄되는 것이다. VISA社 CEO는 “우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을 목격하고 행동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 고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25년 간 러시아에서 사업을 해 온 MasterCard사도 이번 결정은 가볍게 내린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측은 긴급 조치로, 이미 크리미아(Crimea) 반도 합병 당시 금융 제재에 따라 2014년에 설립한 러시아 중앙은행 산하 국가 결제 시스템 (NSPK) 및 2015년에 설립한 국제 브랜드에 연계되지 않은 독립 신용카드 『MIR』 확대를 통해 대체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러시아 국내에서 VISA 카드의 시장 점유율은 약 50%에 이르고 있는 반면, 러시아 고유 브랜드인 ‘MIR’ 카드의 점유율은 20%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러시아 최대 은행인 Sberbank는 긴급 대책으로 중국은련(中國銀聯;UnionPay) 결제 카드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 “美, 러시아産 원유· 석유 제품 수입 전면 금지, 단독 제재 단행”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러시아산 원유, 천연가스, 석탄 및 관련 제품 수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즉시 발효했다. 아울러, 미국인들이 러시아에서 에너지 생산에 종사하는 외국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금지했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 동맹국들에 대해서는 각국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고, 우선 미국 단독으로 제재에 들어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러시아 경제의 대동맥(大動脈)을 겨냥하고 있다” 고 밝혔다. 그는 “전세계 동맹국, 특히 유럽 각국과 긴밀히 협의한 결과이고, 유럽 동맹국 등이 참여하지 않을 것을 이해하며 금수(禁輸) 조치를 취하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우선 미국이 조치를 취하나,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을 줄이는 장기 전략도 세우고 있다” 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미 의회 민주, 공화 양당 지도자들은 초당파로 러시아에 대한 응징 수단으로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에게 러시아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는 이번 합의는 미 의회가 러시아에 대한 응징을 강화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를 인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입법 의지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라고 평했다. 백악관 사키(Jen Psaki) 대변인은 “우리는 푸틴(Putin) 대통령에게 경제적 징벌을 가하기 위해 계속 조치를 취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 국내 석유 가격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미국에는 아주 작은 비중을 차지하나, 미국이 유럽 동맹국들과 협조해서 원유 수입을 중단하면 러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The Financial Times)는 “이번 미국의 결정은 핵심 러시아 은행들, 최고 정부 지도자들 및 관련 재벌들, 러시아 중앙은행 등에 대한 제재에 이어서 나온 것으로, 러시아를 글로벌 경제에서 고립시키려는 노력의 새로운 전선을 만드는 것” 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동 지는 이번에 미국 및 영국이 취한 조치는 이들 두 나라로 수출되는 양이 지극히 적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공동으로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에 비해서는 그리 파괴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서방국들이 대 러시아 제재 조치를 결정하면서 가장 고심했던 것이 바로 에너지 가격 폭등 등 러시아산 원유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이 감내해야 할 경제적 충격이었다. SWIFT 배제 조치 대상에서 러시아 에너지 산업 및 관련 은행을 제외했던 것도 그런 배경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미국은 이 국가들과 협력해서 이들이 받을 국내적인 충격을 감내하면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는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미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최근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량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2021년 8월 월간 2,464만 배럴 수준에서 12월에는 동 1,257만 배럴로 반감했다. 러시아산 원유가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로 하락했다. 2021년 12월만으로는 1%대로 감소했다. 한편, EU는 원유 수입량의 30% 정도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참고; 2020년 기준 러시아의 원유 수출 대상국별 비중; 유럽 53.5%, 중국 27.1%, 구 소련 국가들 6.4%, 일본 2.8%, 미국 2.3% 등)     

 

■ “러시아 경제 악화·국내 물가 급등 등, 국내 리스크도 고조”


소위 ‘최후의 무기’로 불리는 SWIFT 제재 발동에도 불구하고 현재 선진국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러 • 우 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가 담겨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SWIFT 제재가 과연 러시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제재 대상 은행들의 선정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만일, 에너지 관련 무역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은행들이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러시아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그렇게 심대(甚大)하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SWIFT 배제 제재 범위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불구하고, 제재 대상이 됐다는 것만으로 우선 루블화의 국제 시장에서의 신뢰는 크게 추락할 것이다. 나아가, 러시아 중앙은행이 해외 중앙은행들에 예치한 외화자금을 동결하면 통화정책 자체가 어렵게 될 수도 있다. 이어서 루블화 가치가 더욱 하락하는 경우에는 루블화 표시 무역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서방국들과 러시아 간 무역에는 루블화 표시 계약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감안하면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영향은 주로 우호적 교역 상대국들에 국한될 것이다. 

 

한편, 루블화 약세가 이어지면 러시아의 수입 물가가 상승해, 이미 급등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가 되고, 러시아 국민들의 일상 생활에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이는 오히려 서방 측이 노리는 상황이기도 하다. 물가가 급등하고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 반전(反戰) 분위기가 확산되면 당연히 푸틴(Putin) 대통령에 대한 반감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행동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루블화 약세를 노린 서방 측의 금융 제재 조치에는 이런 노림 수도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SWIFT 제재’ 사례로는 2018년 이란(IRI) 핵 개발 사태를 배경으로 취했던 경우이나, 그 당시에는 원유를 중심으로 한 이란의 수출이 1/3으로 급감했고, GDP도 8% 정도 감소했던 적이 있다. 이를 감안해서, 이번 對 러시아 경제 및 금융 제재 조치에 따른 러시아의 무역 감소 및 루블화 약세에 의한 국내 개인소비 위축 등에 따라 러시아 GDP가 10% 정도 감소할 경우를 상정하면, 세계 GDP는 직접적으로 0.17% 감소될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참고; 러시아의 명목 GDP(1조6,500억 달러; 2020년, IMF)가 세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6% 정도임) 

 

■ “러 신용등급 ‘정크’ 등급 강등, 채무불이행(default) 우려 고조” 


러시아 경제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는 자금면에서 대외 지불 능력에는 문제가 없었다. 비록 Covid-19 사태로 2020년 GDP 성장률이 – 2.7%로 하락했으나, IMF가 발표한 금년 1월 전망에서는 주로 경제 회복 및 유가 상승 등으로 2021년에는 + 4.5%로 회복한 실적으로 보일 것이고, 2022년에도 + 2.8%로 견조한 회복을 전망하고 있었다. 러시아 재정 상황도 양호해서 재정수지가 2020년에 – 4.0%, 2021년에 – 0.6%, 그리고 2022년에는 + 0.02%로 흑자 전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서방측 선진국들이 강력한 대 러시아 경제 및 금융 제재에 나서자 일거에 외화 조달 경로가 차단됐고, 러시아 정부는 재무 측면에서는 채무 상환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격히 ‘디폴트’ 상황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중앙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1년 9월 말 현재 관·민 합계해서 대외 채무액은 4,906억 달러 수준이고, 이 가운데 72%에 해당하는 3,531억 달러 상당이 외화표시 채무이고, 이 부분에 특히 ‘디폴트’ 리스크가 높아진 것이다.

 

러시아 대외 채무 4,906억 달러 중, 러시아 정부채(국채+지방채)는 671억 달러를 차지하고, 이 가운데 거의 전액이 장기 채무이어서 채무 구성 면에서는 비교적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이 671억 달러 가운데 루블화 표시는 70% 가까운 466억 달러이고 외화표시 채권은 약 30%에 해당하는 205억 달러 정도다. 2020년 현재 전세계 외화표시 정부채(국채+지방채) 발행 잔액에서 러시아 정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3.1%에 불과하고, 자국통화 표시 발행까지 합친 전세계 정부채 잔액 중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0.4%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러한 규모는 전세계 GDP의 1.7%를 차지하는 러시아 경제 규모에 비하면 지극히 작은 규모일 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재까지 벌어지는 금융 제재 국면에 새로 러시아 국채를 매입한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면 설령 러시아 국채(國債) 디폴트 사태가 발생한다고 해도 이전부터 러시아 채권을 보유하며 리스크를 가지고 있던 기존 투자자들에 더해 새로운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이런 디폴트 상황에 발단되어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기 상황에 빠질 가능성은 상정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문제로 국제 금융시장이 동요한다면, 이는 자금 흐름 문제보다 에너지 가격 앙등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S&P Global Ratings, Fitch Ratings, Moody’s Investors Service 등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잇따라 러시아 발행 장기 외화표시 채권 신용등급을 ‘정크(投機) 등급’ 이하로 한꺼번에 6, 8 단계씩 인하했다. Moody’s는 “러시아 정부채 상환이 중단될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고 지적하고, 러시아가 채무 상환 의욕이 낮아, 국외 송금 규제를 강화하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default)’ 상황의 요건에 해당한다는 인식을 시사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루블화 표시 국채 보유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이자 지불을 정지한 바 있다. 또한 국외 송금도 금지하고 있어, 러시아는 사실상 이미 ‘채무불이행’ 선언 요건에 해당하는 것이다. 

 

앞으로 도래하는 첫 이자 지급일은 3월 16일, 유예 기간은 30일로 설정되어 있어, 이 시점에서 이자 지급이 연체되면 이르면 4월 중순 경 러시아에 대한 ‘채무불이행’ 선언이 가능하게 된다. 러시아는 3월 중 이자 지급 및 원금 상환 금액이 합계 3.7억 달러에 달한다. 이에 더해, 4월 4일에는 21.3억 달러 원금 기일이 도래한다. 따라서, 늦어도 5월 중순까지는 디폴트 상황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러 외환보유고는 무용지물화, 국제금융시장에서 ‘고립무원’ 상태”  


러시아는 2021년 말 현재 GDP의 40%에 해당하는 6,300억 달러의 외화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 크리미아(Crimea) 반도 병합 이후 꾸준히 적립하며 서방측의 SWIFT 배제 등 금융 제재에 대비한 것으로 보이나, 이번 동결 조치처럼 서방국들이 전격적으로 동결할 것은 미처 예상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동결 조치로 러시아는 외화보유고의 57%가 일시에 무용지물이 되는 결과가 된 것이다. 

이런 결과는 러시아 루블화 신뢰도를 현저히 떨어뜨리는 것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주요 외국통화를 매도하고 루블화를 매입함으로써 자국통화 가치를 지지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향후 만기 도래하는 대외 부채(약 600억 달러)의 상환도 외화 부족으로 불가능하게 되어 러시아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일국의 국채의 ‘디폴트’ 상태는 신용평가사들이 새로운 신용등급을 책정하는 방법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또한 외화 부족 사태는 러시아 국민들의 일상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가 없다. 많은 러시아 국민들은 상당 부분을 외화 표시로 국내 은행에 예치하고 있다. IIF의 최근 시산은 러시아 국민들 예금의 약 21%는 외화표시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자국통화 루블화의 신뢰도가 낮은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SWIFT 배제 조치, 러시아 중앙은행 외화준비금 동결 등, 서방국들의 금융 제재로 러시아 국민들은 소위 ‘뱅크 런(주로 외화예금을 대상으로)’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서방국들의 對 러시아 제재는 더욱 강화될 여지가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취해진 제재 만으로도 이미 ‘통화 위기’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더욱 진전되면 국내 ‘은행 위기’, 나아가 대외 ‘채무 위기’로 발전될 가능성도 시야에 들어와 있다. 한편, 현재 러시아가 처한 상황은 ‘디폴트’ 사태가 되어도 선진국 및 IMF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도 심각하다. 해외 채권자들과 ‘채무재조정(rescheduling)’ 협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채권을 보유한 해외 채권자들은 자산을 부분적이나마 회복할 기회를 이미 상실했다. 결국, 러시아는 신용이 크게 떨어져서 최소한 당분간은 국제 자본시장에 복귀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 “러 경제 10% 감축돼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직접 영향은 미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서 서방국들이 취하고 있는 경제 및 금융 제재 조치들은 러시아의 국제 무역 결제가 전면 차단되는 등 결정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대외 거래 경로가 차단된 러시아 국민들은 머지않아 수입 물자 품귀 현상에 더해서 루블화 가치 급락으로 수입 물품의 국내 가격이 급등해서 커다란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이를 배경으로 국민들의 반전(反戰) 움직임도 거세질 가능성도 충분하고,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을 향한 정치적 압력도 커지는 것이다. 

 

러시아 경제는 금년 초까지는 견조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됐었다. IMF는 금년 1월 전망에서 2022년 러시아의 GDP 성장률을 2.8%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응징하는 서방 선진국들의 경제 및 금융 제재로 인해 2022년 GDP 성장률은, Covid-19 대유행으로 급격히 둔화되어 – 2.7%를 기록했던 2020년 실적을 크게 하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서방국들의 금융 제재 조치로 러시아 GDP가 10% 정도 저하할 것으로 전망한다. (NRI) 

 

2021년 러시아의 명목 GDP 규모는 1조6,476억 달러(IMF 추계)로, 10위인 한국(1조8,239억 달러)에 이어 세계 11위 수준이다. 이는 전 세계 경제의 1.66%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가령, 러시아 경제가 10% 정도 감소한다고 하면, 전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겨우 0.17%에 불과하게 된다. 따라서, 서방국들은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경제 및 금융 제재를 가하더라도 각국이 입을 충격은 러시아가 입을 직접 타격에 비해 그리 심각한 정도는 아닐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러시아 제재로 인해 일정한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은 분명하다. 우선 독일 등 유럽 각국이 천연가스 수입 등 러시아와 무역 결제가 불가능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 미국 입장도, 비록 에너지 의존도는 미미하다고 해도, SWIFT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러시아 기업 및 개인들의 국제금융 거래 동향을 파악할 안보 정보 수집 채널이 차단되는 손실도 크다. 실제로, 미국 정보기관들은 부인하나, 2006년에 뉴욕타임스(NYT)는 미 CIA가 9.11 사태 이후 對 테러 대책으로 SWIFT 정보를 이용하고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 “지금 푸틴의 만행을 말릴 유일한 인물은 중국 시(習) 주석 뿐”


따라서,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 금융시장에서 배제하는 것은 러시아에 직접적, 결정적 타격을 줄 ‘최후의 무기’가 되는 것이나,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비이성적 군사 행동을 강화하는 막다른 길을 질주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도 안보에 직결되는 러시아 관련 테러 자금의 국제 이동을 감시할 눈을 잃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바이든 정권은 이를 감수하면서 對 러시아 ‘최후의 무기’ 봉인을 해제한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 등이 강력한 對 러시아 경제 및 금융 제재를 감행한 것은 중국에게는, 특히 러시아와 관계에서 상당히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입장을 마련해 주는 꼴이 된다.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글로벌 사회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로 남아 있는 중국에 교역 조건 등에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하는 입장으로 몰아가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최근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중국은 러시아에 중재를 제공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했다. 전세계가 전쟁 공포에 휩싸여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만은 애써 미소를 감추는 상황으로 되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예일(Yale)대학 로치(Stephen Roach) 경제학 교수는 “지금 지구 상에 푸틴의 망동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중국 시(習) 주석 뿐” 이라고 전제하고, 지금 상황에서 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협상을 중재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CNBC). 그는 중국은 진정한 트럼프 카드를 쥐고 있고, 현 시점에서 이는 전적으로 시(習) 주석의 선택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로치(Roach) 교수는 미국, EU, 영국 등이 러시아에 대한 공동 제재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제재에 소극적이었고, 더구나, 시(習) 주석은 지난 2월 푸틴과의 정상회담에서 ‘무한한 동맹’ 관계를 재확인함으로써 서방 측과의 협조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감안하면, 푸틴 대통령이 더 이상 협상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중국은 강력한 응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전세계가 러시아의 침공에 비상한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더 이상 러시아와 ‘무한 동맹’ 관계를 강조하는 것은 중국이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커다란 죄과(罪過)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콜럼비아 대학(Columbia Univ.) 웨이(Shang-Jin Wei) 교수도 최근 한 기고문(PS)에서 서방국들의 對 러시아 제재 조치들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는 중국이 러시아 수출의 14%, 수입의 19%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임과 동시에, 러시아 원유 수출의 60%가 중국으로 향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따라서, 만일 중국이 서방국들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경우에는 러시아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CNN은 최근 시(習) 주석이 독일, 프랑스 정상들과 가상 채널로 회동하고, 유럽 대륙애서 러·우 전쟁이 발발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고, 중국은 이들 국가들과 긴밀히 연락을 취하면서 협상을 통해 평화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언명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여태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측의 제재에 대해 비난하지 않고,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러시아가 막심한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음에도 경제 지원을 제안하지도 않고 있어 흥미를 끌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중국 외교부는 최근 성명에서, 양측 모두 최대한의 인내력을 발휘해서 대화를 계속할 것과 평화적인 결과를 가져오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서방국들이 합심 연대해서 심각한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단일 대오로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여태까지 제3자적 입장을 견지해오던 중국의 중재 노력이 과연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지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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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3월11일 10시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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