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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현실과 이상의 혼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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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3월06일 16시30분
  • 최종수정 2022년03월05일 11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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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북미 대화가 재개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 기간에 북한은 핵을 고도화, 대량화, 다종화하여 상황이 악화하였다. 본문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분석하고자 한다. 현 대북정책이 지난 시기와 비교할 때 어느 시점에 서 있는지를 연속성과 단절 측면에서 고찰한다. 더불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성향이 왜 이렇게 표출되는지, 부연하면 어떤 핵심 요인이 기능하는지를 도출해 보고자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을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calibrated and practical approach)으로 정의한다. 개념적 모호성으로 인한 비판을 의식하여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북한의 선행동을 기다리는“전략적 인내”와 트럼프 행정부의 “일괄타결”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무조건적 관여”나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까지 시현한 “최대 압박”과도 거리를 둔다.

 

비핵화 정책을 포함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이전과 명확히 차별화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간 논의를 종합하면 바이든 행정부가 준용한 것으로 판단되는 기본적인 접근 방식은 북한과 협상을 통해 비핵화 목표를 설정하고 로드맵을 구축한 후 단계적·점진적 비핵화 조치에 따라 상응조치를 제공하는 형태로 판단된다. 이는 북미 양자와 6자 회담의 다자틀이란 차이는 있으나 이미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2009년 『9.19 공동성명』과 이를 이행하기 위한 2007년『2.13 합의』『10.3 합의』등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시도된 바 있다.

 

핵 폐기 과정은 신고와 검증을 우선할지, 아니면 2.13 합의와 10.3 합의 때 시도된 형태로 ①핵시설 동결, ②핵시설 불능화를 선행한 후 ③핵프로그램 신고와 검증, ④핵폐기 등으로 이어질지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북한 비핵화 조치에 따른 구체적 상응 조치도 알려진 바 없지만, 북미 관계 개선이 과정 초반에 위치할 가능성이 있고 스냅백이 포함된 (일부) 제제 해제도 포함될 것으로 판단된다. 2018년 토니 블링컨이 싱가포르 합의를 앞두고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북핵 포기 방안은 북한 핵 동결에 초점이 맞춰진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일방적으로 경사된 합의 도출을 우려하면서 적은 글이지만, 블링컨도 관여하여 합의를 도출한 이란과의 핵 협상 경험이 반영된 것이므로 북핵 문제에도 여전히 적용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결코 새롭지도, 성공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간 북한과 합의는 ‘검증’단계를 넘지 못했다. 제네바 합의는 핵사찰 단계로 진입하지 못하여 좌초되었고, 9.19 공동성명도 검증의 주체, 대상, 방식 등에 결국 합의하지 못한 채 2009년 4월 북한에 의해 결렬이 선언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북한과 대화 자체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성사되지 못하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2019년 4월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했다면서 공개적으로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공포하였지만, 북한은 6월 김여정과 리선권의 연속 담화를 통해 공개적으로 거부한 바 있다. 북한은 2019년 12월 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를 통해 공식화한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선 철회할 때까지 자력갱생을 통해 버티는 “정면돌파전”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2021년 9월 김여정 담화를 통해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논리인“이중기준”철회를 요구하면서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반응을 충분히 확인했음에도 입장 변화가 전혀 없다. 특히 올해 들어 북한이 7차례 미사일 도발과 1월 19일 정치국 회의를 통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의 파기 가능성까지 공언하였으나 바이든 행정부는 2월 12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 공동성명을 통해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포함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바 있다. 북한의 도발을 멈추고 대화에 복귀토록 하는 전향적인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년간 보여준 대북정책은 사실상 북한이 자신들의 주장을 철회하고 대화에 복귀, 즉 북한이 먼저 변화하라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차별화되지 않는다. 포린 폴리시와 뉴욕 타임스 등 미국 매체와 다수 전문가도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이 사실상 “실패”또는 “실종”되었으므로 정책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제시되는 대북정책 대안

 

이에 따라 다양한 대북정책이 회자한다. 제재를 통해 북한을 더욱 압박해야 한다는 강경책이 한 축이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두 차례 시행된 대북 제재는 북한에 실제적 타격을 주지 못하는 상징적 조치이므로 중국을 대상으로 포함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더 강력히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에 대한 대응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최초로 부과한 제재는 북한인 6명 중 4명이 중국 다롄에서 활동하였음에도 상대측인 중국인, 기업, 금융기관 등을 제재하지 않았다. 보다 실질적이고 강력한 제재, 예를 들어 2018년 6월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확인했던 300여 건의 대북 제제 위반 사안을 처벌하는 것과 같은 강력한 조치를 요구한다. 또 다른 축은 북한을 핵 협상으로 유도하기 위한 유화책을 주문한다. 북한이 성의를 보이면, 예를 들어 북한이 사이버 해킹을 멈추는 조처를 하면 제재를 일부 해제해서 비핵화 협상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보다 큰 틀에서는 결국 북한을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있다. 북한과 같이 완전한 핵보유국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비핵화’(CVID)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북한이 핵 능력을 더 고도화하는 것과 핵확산을 막는 선에서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제한적 핵군축’을 주창하기도 한다. 특히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일부 인사조차도 북한을 완전히 비핵화하는 것은 지난한 작업이라면서 우선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중지하는 군비제한을 선호한다. 대부분의 유엔 제재를 해제하는 조건으로 북한이 모라토리엄 유지를 “공식화(formalize)”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종합할 때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의 현시점은 오바마 행정부의 데자뷔다. 전략적 인내라고 명명됐지만, 사실상 전략적 방치와 무시로 인해 오바마 행정부때 북한은 핵 능력을 사실상 완성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지난 1년도 유사하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전 북한이 8차 당대회를 통해 이미 공포한 전술핵 미사일 개발을 2022년 7차례 발사하여 완성했음을 실증했다. 한국과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KN-23, 24, 극초음속 미사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등과 중거리 미사일인 화성 12형을 시현한 것은 북한이 한국, 일본, 괌 등을 사정권으로 하는 역내 전술핵 능력을 실전했음을 공포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9년 5월부터 중단거리 미사일을 집중적으로 개발하였으나, 바이든 행정부 들어 최종적으로 완성함으로써 다시금 오바마 행정부 때 기억을 소환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마주한 세계

 

바이든 행정부의 일면 무기력 혹은 매우 정적인 대북정책의 원인은 무엇인가? 특히 2016년 11월 오바마가 트럼프 당선 직후 만난 자리에서 전략적 인내에 또 다른 이름인 “선의에 따른 무시”(benign neglect)가 실패했다고 인정하고 북핵 문제가 매우 심각함을 경고했음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차별화되지 못하고 소극적인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우선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문제를 대외정책상 우선순위에 두지 않음이 확인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3월 25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가장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던 것이 무색해졌다. 수많은 근거가 있다. 예를 들어 작년 11월 21일 어렵게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 결과 발표에 북한 문제는 한 문장만 들어있다. 올 2월 발표된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는 중국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북한 문제는 기후변화, 코로나19와 함께 “도전”으로 규정한다. 연초 북한의 연속된 도발과 모라토리엄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개최된 2월 12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공동성명에 역시 중국 대응이 전체 삼 분의 일 이상을 차지하고, 북한 문제는 한 문단 정도로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큰 틀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전반적으로 혼란한 양상이다. 우선 국내적 필요와 대외정책 원칙 간 혼재가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대외정책에서 다시금 “본보기의 힘”(power of example)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미국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중산층의 복원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중산층을 위한 대외정책’은 이를 시행하는 방안으로써 미국이 추구해온 국제주의에서 일부 벗어나더라도 “미국산 구매”(Buy American Act)와 같은 미국민을 위한 정책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시도는 목표가 상이함에도 트럼프가 주창한 ‘미국 우선주의’와 현상적 유사성으로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더불어 트럼프가 뒤엎은 핵심 정책을 복원하겠다는 후보 시절 바이든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민족주의와 세계 평화와 공존을 추구하는 국제주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현상이 표출된다. 

 

​이러한 상황은 바이든 대외정책의 정체성을 모호케 하여 다양한 진영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신봉하면서 바이든 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트럼프를 미국의 “암적인 존재”라고까지 공공연하게 비난한 파리드 자카리아는 바이든이 “트럼프 대외정책을 일반화(normalize)”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윌슨주의에 기반한 국제주의 선봉에 서서 미국 주류 학계를 이끄는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 수장도 포린 어페어스에 바이든 대외정책이 “트럼프와 차이가 없다”면서 비판에 가세하였다. 이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 TPP 탈퇴, 이란 핵 합의 파기 등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흔든 트럼프의 정책에서 온전히 돌아서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특히 이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간 철군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는 트럼피즘과 유사하다고 규정한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중 핵심인 ‘다자주의’를 무시한 행태, 즉 동맹국과 숙의 없는 바이든 행정부의 단독 결정은 트럼피즘이 상징하는 ‘일방주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중도층을 표방하는 애틀란틱 카운슬 등은 다른 각도에서 바이든의 지난 1년이 “지나치게 신중하고 상투적”이라면서 “보다 과감한 바이든”이 대외정책 전 분야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예로 중동지역에서 철수하겠다는 공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라크에 2,500명, 시리아에 1,000명을 주둔시키는 것을 비판한다.​

 

헤리티지 재단을 비롯한 보수층 다수는 바이든이 오바마와 유사하게 “갈팡질팡”하여 아프간 철군 등을 통해 미국의 위신을 훼손했다고 판단한다. 동시에 중국에 대해서도 “충분히 강력하지 못한 정책”을 구사한다고 비난한다.

 

이들 외에 보수와 진보의 양극단에서 트럼피즘과 급진적 진보가 위치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념적 성향은 극과 극이지만, 처방은 유사하다. 국제주의를 부인하며 해외 주둔 미군을 대폭 축소하는 등 반개입주의와 반패권주의를 공유한다.

 

다양한 세계관에 기반한 백가쟁명식 주장은 현 세계의 혼란상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일부에서는 2016년 트럼프의 등장으로 증명된 미국의 ‘상대적’ 쇠퇴를 13세기 신성로마황제가 제대로 추대되지 못한 경험을 일컫는 “대공위 시대”(Interregnum, 大空位時代)로도 묘사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당의 전통적 가치에 혼란한 세계상을 반영한 현실적 선택을 더하여 대외정책을 시도했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방향성을 잃고 있는 양상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도 결국 대외정책 전반에 나타나는 난맥상 중 하나일 수 있다. 민족주의와 국제주의가 충돌하는 양상이 반영된다. 북한 핵 문제를 비확산이라는 세계적 의제로 중요도를 올리지 않고 국가적 이익만을 우선하여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재개하지는 않는 한 현상 유지를 의미하는‘관리’수준으로 다루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68년 NPT 체제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하므로 북한이 ‘사실상’ 또 다른 핵보유국으로 등장하더라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급한 불은 아니라는 인식이 내재하여 있을 수 있다. 부연하면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 같은 불법적인 ‘사실상’ 핵보유국을 완전히 비핵화하는 것은 역사적 경험과 이론상 모두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판단과 핵 비확산이라는 국제규범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그 결과 본토 방어라는 자국 이익에 우선 충실하다.

 

정책 목표와 원칙이 흔들리므로 실제 대응은 주로 과거 경험에 의존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때 경험했던 북한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여 대응에 준거로 삼고 있다. 김정은 집권 직후인 2012년 체결된 2.29 합의는 당시 바이든 부통령을 비롯하여 현 오바마 행정부의 NSC 인도·태평양 담당 조정관인 커트 캠벨이 국무부 아시아·태평양지역담당 차관보로 협상에 관여하였다. 이외에도 제이크 설리번, 토니 블링컨, 웬디 셔먼 등 현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팀 최고위 관료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였다. 미국이 마지막 협상 시 “위성 발사가 합의를 무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북한은 두 달 후인 4월 13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감행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현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 근저에 자리 잡았을 것이다. 북한은 믿을 수 없고, 결코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판단하에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먼저 움직이어야 한다는 ‘전략적 인내 2.0’으로 넘어가고 있다.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

 

미국 내 다양한 북한 비핵화 방안이 논의되고는 있지만, 결국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군축’또는 ‘위협 감소’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가장 보수적인 헤리티지 연구진도 이에 동의한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 개발을 막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리비안 모델로 대변되는 12-18개월 안에 완전한 비핵화를 성취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견해가 대세다. 결국 북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상응 조치를 담은 단계적인 방안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물론 군축과 위협 감소가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로 대치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단계적 방안을 시도했던 이전 합의가 실패한 경험도 소환된다.

 

결정적으로 북한의 의도와 합의 이행 여부에 대한 미국 내 의심도 여전하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의 기저에는 결국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불편한 진실이 내재하여 있다. 군축 또는 군비제한 등을 본격적으로 시도한다면 전제는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핵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일부 능력을 감축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결국 북한은 지난 40년 핵 개발 역사상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에 가장 근접했다. 미국의 상대적 쇠퇴로 야기된 세계정치의 혼란기 중 열린 공간으로 북한은 진입 중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의 독자 핵 개발은 NPT 체제가 공식적으로 해체되지 않는 한 비현실적이다. 회자되는 NPT 10조 1항, “각 당사국은 당사국의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것을 근거로 핵무장의 정당성을 주창하더라도 미국과 국제사회가 이에 동의하는 순간 사실상 NPT 체제는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다. 같은 논리로 일본, 대만 등도 핵무장에 나설 수 있고 순식간에 핵 도미노 현상이 펼쳐질 것이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물론 중국도 용인할 수 없으므로 한국이 감당할 수 없는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한국은 선택의 여지 없이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지하는 현 체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 우선 한국은‘동류 국가’(like-minded countries)와 함께 미국을 도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복원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계 10위권 경제력과 6위 군사력을 보유한 한국도 이제는 국제사회에 책임과 비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감당해야 한다. 미국에 의존하던 습성에서 벗어나 오히려 비틀거리고 혼란에 빠진 미국을 추동할 필요가 있다. 

 

북한 비핵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되지만, 최우선 순위는 북한 핵 능력을 억제하는데 맞춰져야 할 것이다. 미국은 핵 사용 결정권을 결코 동맹국과 공유하지는 않으나 최대한 제도화된 확장억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여 확장억제를 명문화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한미 양국 입법부에서 비준받는 조약이라면 가장 높은 수준의 제도화가 될 것이다.

 

더불어 미사일 방어망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은 이미 2020년 10월 사드와 패트리엇을 연동하는 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 향후 미 본토에서 통제하면서 전진 배치된 다양한 미사일 방어 체제를 연동해 레이더와 포대를 자유롭게 혼합하여 쓰는 고도의 기술적 성취를 조만간에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미사일 방어를 위한 개별 포대를 추가 배치하는 것의 의미가 사라질 수 있다. 레이더와 요격 수단을 한 묶음으로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다양한 조합으로 요격체와 탐지·식별 장치를 활용할 것이다. 더불어 미국이 한국에 보장하는 확장억제의 주수단이 미사일 방어로 전환될 수도 있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체제와 연동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방어를 포기하는 순간이 예상보다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전환기에 혼란에 빠진 세계정치에서 한국은 명확한 원칙과 목표를 갖고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통해 한국이 번영하고 안보를 지킨 것을 기억해야 한다. 더불어 한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 핵 군축과 군비제한을 우선시하더라도 반드시 완전한 북한 비핵화와 연동토록 해야 한다. 더불어 북한 핵 억제 능력을 최우선으로 확충해야 한다. 한국과 한미동맹이 북한 핵을 막을 수 있다면, 즉 북한 핵의 효용성을 낮춘다면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끝>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정책 2022-3월호 제13호](2022.3.3)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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