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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이냐 분열이냐, 국가 흥망의 교훈 #22 : 사마염의 서진(西晉) <F>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12월31일 17시10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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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흥망의 역사는 결국 반복하는 것이지만 흥융과 멸망이 이유나 원인이 없이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한 나라가 일어서기 위해서는 탁월한 조력자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진시황제의 이사, 전한 유방의 소하와 장량, 후한 광무제 유수의 등우가 그렇다. 조조에게는 사마의가 있었고 유비에게는 제갈량이 있었으며 손권에게는 육손이 있었다. 그러나 탁월한 조력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업자의 통합능력이다. 조력자들 간의 대립을 조정할 뿐 만 아니라 새로이 정복되어 확장된 영역의 구 지배세력을 통합하는 능력이야 말로 국가 흥융의 결정적인 능력이라 할 수가 있다. 창업자의 통합능력이 부족하게 되면 나라는 분열하고 결국 망하게 된다. 중국 고대사에서 국가통치자의 통합능력의 여부에 따라 국가가 흥망하게 된 적나라한 사례를 찾아본다.​

 

<22> 양호(AD277)

 

양호는 지난 해 10월 정남대장군으로 임명되었다. 오나라를 정벌하는 자리였다. 지금 상황이 오나라를 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양호가 사마염에게 이렇게 요청했다.

 

   ” 지금 오나라가 신의를 배반하고 변방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무릇 적당한 시기는 하늘에서 내려 준다고 하지만

     공로와 업적은 사람이 일으키는 것입니다.

     지금  한 번에 멸망시키지 못하면 

     두고두고 시기를 얻지 못하게 됩니다.  

     오나라 손호의 폭정이 촉한의 유선보다도 심하고

     서진군사의 강성함은 과거보다 훨씬 더 크니 

     이 때 사해를 평정하게 하십시오.“

 

조정에서는 오나라 정벌에 대해 반대 여론이 컸다. 서쪽의 독발수기능의 진주와 량주가 더 큰 걱정이었다. 가충과 손욱과 풍담이 오나라 정벌은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반대에 앞장섰다. 양호가 탄식하며 말했다.

 

   ” 천하의 일 중에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열개 중에 일곱 여덟이구나.      

     하늘이 준 기회를 받지 않으니

     어찌 뒷날에 한탄하지 않겠는가! “

  

그러나 사마염은 오나라 정벌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비록 양호가 병이 들고 일 년 뒤 죽었지만 2년 뒤 AD279년 오나라 멸망의 대업은 두예가 이루어 낸다.

 

 

<23> 걱정되는 태자와 대장군 위관(AD278)

 

위관은 유주자사로 있으면서 북방의 선비족들을 효과적으로 방어하였다. 당시 선비족들은 동쪽으로는 유무환, 서쪽으로는 탁발역미가 집권하면서 서진의 북쪽 땅을 넘보았다. 위관은 이 둘을 이간시키는 작전을 펼쳐서 서로 다투게 했는데 결국 유무환은 서빈에 항복하고 탁발역미는 노환으로 사망하면서 선비족의 위협은 사라지게 되었다. 사마염은 그런 공이 있는 위관을 상서령으로 임명하여 조정으로 불러들였다. 위관은 모자라는 태자 사마충이 걱정되었기 때문에 몇 번이나 황제에게 태자 문제를 상의하려다가 말았다. 어느 연회를 이용하여 위관이 술에 취한 척하면서 사마염에게 말했다. 

 

   ”  신이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황제가 무엇이냐고 되묻자 위관이 몇 번이나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 황제께서 앉아계신 이 자리가 애석해 질 수가 있습니다.“

 

사마염은 그 말뜻을 금방 알아차렸다.

 

   ” 공이 몹시 취하였소.“

 

위관은 다시는 태자에 관한 말을 꺼내지 못하였다. 사마염은 위관의 말을 듣고 태자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중요한 사건을 밀봉한 다음에 태자가 몸소 처리하도록 시켰다. 태자에게 정부를 처리하는 법을 훈련시키자는 뜻이었다. 태자의 비 가남풍은 혹시라도 남편이 잘못 처리할까 걱정이 되어 외부 인사를 시켜서 그 일처리 방법을 가르치게 하였다. 급사 장홍은 태자가 내놓은 대책 초안이 고사를 현란하게 인용하고 전문적인 용어를 쓴 것으로 봐서 태자가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님이 분명한 것을 알고는 가남풍에게 이렇게 권했다.

 

   ” 태자께서 이런 글을 쓰실 수 없는 것을 천하가 다 알고 있습니다. 

     누구에게 시켜서 답을 준비했다고 하면

     더욱 비판이 심해질 것입니다.

     차라리 평범하게 쓰시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가남풍도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보고 장홍에게 적당한 처방을 준비해 주기를 부탁했다. 사마염은 태자가 썼다고 올라 온 대책을 보고서 솔직하고 요령있는 답이라고 생각하고서 태자의 국정능력을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위관은 그 사실을 알고 불안했다. 가충은 위관 때문에 태자자리가 날아갈 뻔 한 것을 알게되자 가남풍에게 이렇게 말했다.

 

   ” 늙은 위관 때문에 우리 가문이 파괴될 뻔하였다.“ 

 

 

<24> 오나라를 치는 서진(AD279)

 

익주(사천성과 귀주)자사 왕준이 상소를 올려서 오나라를 서둘러 정벌하자고 요청했다. 

 

   ” 손호(손권의 손자,오나라 마지막 왕)가 흉포하고 황음하여

     거스르는 짓을 하고 있으니 속히 정벌해야 합니다.

     만약 손호가 죽고 똑똑한 군주가 일어나면

     강력한 적이 되어 정벌이 불가능해 질 수도 있습니다.  

     신이 배를 만든 지 7년이나 되어 배가 썪어가는 데다

     나이도 일흔이라 남은 날이 별로 없습니다.

     이 셋 중에 하나라도 일그러지면 

     오를 도모하는 것은 어려워집니다.

     폐하께서는 이 기회를 잃지 마십시오.“

     

양호가 죽어서 애석하고 초조하던 사마염은 마침내 오나라 정벌을 결단했다. 신하 중에서 전쟁을 미루자고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두예가 승산이 열에 아홉으로 높으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재촉했다. 사마염은 장화와 바둑을 두고 있는 중에 두예의 편지를 받았다. 장화도 그 내용이 무엇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장화가 말했다.

 

   ” 오나라 주군은 포학하고 현신들을 모조리 주살하고 있습니다.  

     지금 그들을 토벌한다면

     큰 수고도 없이 평정할 수 있습니다.“

 

사마염은 마음으로 결정했으나 가충과 순욱과 풍담은 여전히 출정을 반대했다. 화가 난 사마염이 큰 소리로 가충을 꾸짖자 그들은 관을 벗고 사죄했다. AD279년 겨울 11월에 20만 군사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남침했다. 맨 동쪽으로부터 사마주, 왕혼, 왕융, 호분, 두예 및 왕준이 각 방면을 맡았다.       

 

 

<25> 오나라를 멸망시킨 왕준과 사마염(AD280)

 

AD280년 정월 두예는 강릉으로 향하고 왕혼은 안휘성 화현을 공격하여 이겼다. 왕준과 당빈도 단양에서 오나라 수비군을 격파했다. 왕준은 승세를 몰아서 장강을 따라 건업으로 바로 내려가면서 안휘성 화현을 점령하고 있던 왕혼을 지나치게 되었다. 처음 사마염이 조서를 내릴 때 왕준은 먼저 두예의 통제를 받은 다음 건업에서는 왕혼의 지휘를 받게 하였다. 왕혼은 황제에게 조서를 받을 때 신중하게 공격하라는 말을 들었으므로 왕혼은 건업 공격을 망설였다. 서둘러 건업을 공략하자는 왕준의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왕준은 급히 공략하는 게 좋다는 두예의 말을 믿고 건업으로 공격해 들어갔다. 왕혼은 왕준을 불러 상의할 게 있다고 했지만 왕준은 그것을 무시했다. 바람이 세차므로 배를 세울 수가 없다고 핑계댔다. 왕준의 8만 군사를 태운 배들이 백리에 걸쳐 이어지며 장강을 따라 건업으로 내려갔다. 

 

도저히 서진군대를 막을 수 없게 된 오의 주군 손호는 면박하고 관을 수레에 싣고 군문에 나와 항복했다. 왕준은 손호의 결박을 풀고 관은 태워버렸다. 오나라 4개 주와 43개 군과 52만 3천 여호와 군사 23만 명이 서진의 소유가 된 것이다. 오나라가 마침내 평정되었다는 소식이 낙양으로 전해지자 사마염은 술잔을 잡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이것은 양태부의 공이다.“

 

서진의표기장군으로 있던 손호의 사촌동생 손수는 축하를 드리지 않고 남쪽을 향해 눈물을 흘렸다.

 

   ” 옛날 토역장균 손책은 약관의 나이에

     교위라는 낮은 직책으로 나라를 일구었는데 

     뒷날 주군은 강남지역을 통째로 잃어버리고 

     종묘와 산릉을 폐허로 만들었네.

     유유한 하늘아 이런 인간이 무슨 인간인가?“

 

사마염은 손호에게 귀명후라는 작위를 내렸다. 손호는 4년 뒤 41세의 나이로 죽었다. 사마염은 오나라 정벌을 극구 반대했던 가충과 손욱 등을 처벌하지 않았다.   

      

사마염이 손호에게 물었다.

 

   ” 듣건대 그대가 남방에서 사람의 눈을 파내고 

     사람의 얼굴 가죽을 벗겼다고 들었는데

     이는 어떤 등급의 형벌인가?“

 

손호가 대답했다.

 

   ” 신하가 되어서 그의 임금을 시해하거나

     간사하여 충성스럽지 못한 사람에게 내리는 형벌이었습니다.“

 

사마염이 오나라가 멸망하게 된 이유를 오나라의 항복한 장수였던 설영에게 물었다. 설영이 이렇게 대답했다.

 

   ” 소인을 가까이하고

     형벌을 남용하여

     대신과 제 장수들이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게 되니

     그것이 망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사마염이 오언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오언은 이런 대답을 했다.

 

  ” 오의 주군은 영명하고 뛰어나며 재상들도 현명하였습니다.“ 

사마염이 웃으며 다시 물었다.

 

   ” 그렇다면 무슨 연유로 망했다는 말인가?“

 

오언이 대답했다.

 

   ” 하늘이 내려 준 녹봉이 끝나고

     역수가 바뀔 때가 되었는데 

     그것을 폐하께서 붙잡으신 것입니다.“

 

사마염이 훌륭한 대답이라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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