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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1200조엔 넘는 일본, 재정파탄 피할 수 있나 <상> 국가부도 걱정하지 않는 이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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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2월05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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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의 2020년 국가채무의 GDP비율 192개국 순위를 보면, 1위 베네수웰라 304.13%, 3위 일본 254.13%, 4위 그리스 211.12%, 8위 이탈리아 155.81%, 15위 미국 133.92%, 21위 스페인 119.92%, 23위 캐나다 117.46%, 25위 프랑스 115.08%, 30위 영국 104.47%, 74위 독일 69.06%, 83위 중국 66.33%, 124위 한국 47.88% 순이다. 

 

 일본은 3위로 선진국 중 최악이다. 2021년에는 1212조 4680억 엔(GDP대비 260%)로 예상된다. 8월 시점에서 국민1인당 983만엔이나 국가 빚을 지고 있다. 이에 비한다면 한국은 124위로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빚을 더 내자고 한다.

 

               주요국 국가채무 GDP 대비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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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작 일본 국민은 자신이 이 정도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이런 일본이 한국 같았으면 벌써 국가부도사태(디폴트) 혹은 재정파탄이 났을 법한데 건재하다 하니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일본은 어디에서 이 많은 빚을 낼 수 있었고, 그간의 정부는 어떤 입장에서 재정금융정책을 운용해 왔으며, 앞으로 나라 빚을 갚지 않고도 과연 견딜 수 있는지 등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거액의 국가 차입원, 일본 기업과 가계의 높은 저축(?) 

 

 국가는 우선 국채를 발행하고 이를 매입하는 투자가로부터 차입하게 된다. 그렇다면 일본국채를 매입하는 투자가는 어떤 부류들인가. 일본국채의 96%는 국내증권회사, 은행, 보험회가가 보유하고 있다. 동시에 개인도 매입하지만 거의 금융기관이 핵심 투자가들이다. 서구 선진국과 상이한 점이기도 하다. 결국 개인의 은행 예금이나 보험회사에 지불한 보험료가 금융기관의 국채매입 자금원이 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간접적으로 개인이 국채를 보유하고 국가에 잉여자금을 대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일본의 국내 국공채 발행액은 아베노믹스 직전까지도 금융중개기관(예금취급기관, 연금기금, 공적금융기관을 제외한 기타 금융중개기관 합계)이 전체의 66.2%, 일반정부(공적금융기관) 11.8%, 중앙은행 8.9%, 가계가 3.9% 보유 중이었다. 양적금융완화 이후 중앙은행의 국채보유 비율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가계의 직접 보유비중은 높지 않고, 대부분 금융중개기관을 통한 간접보유이다. 

 

 왜 금융중개기관이 일반정부 등 공적금융기관을 제외하고 국채보유비중이 높아 신규국채의 국내소화가 가능한가. 그것은 금융중개기관이 자금운용난 때문에 국채보유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금은 기업의 윤택한 금융자산(2010. 9월말 1,422조엔)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운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있다. 그리고 일본의 가계 자산은 예금, 보험, 연금을 통해 금융기관에 유입(합계 1,145조엔, 유동성 예금, 정기예금, 보험연금)되고 있다. 가계부채를 제외한 가계 순자산은 880조엔 정도이다. 

 

 민간부문(기업과 가계)의 거액 순자산이 국채 소화의 원천인 것이다. 거시경제 수급균형식 (1)을 빌리자면 민간부문의 초과공급(저축 S와 투자 I의 갭)은 해외부문 흑자(수출 X와 수입 M의 차이)와 정부부문 적자(세출 G와 세입 T의 갭, 즉 국채발행액)과 일치한다. 

 

               (S-I)/GDP = (X-M)/GDP + (G-T)/GDP  ------ (1)

 

 여기에서 가계, 기업, 정부, 해외부문의 저축투자 밸런스를 합계하면 반드시 제로가 된다는 회계 관계식은 초보 거시경제학이 가르치는 대로다. 가계와 기업이 흑자면 정부나 해외부문이 대폭 적자라야 한다. 저축과잉, 해외부문 흑자국인 일본으로서는 공공부문의 적자 즉 국채발행이나 국내투자로 이를 흡수하지 않는 한 공급과잉, 수요부족으로 디플레와 실업을 유발하게 된다. 특히 일본은 엔화강세 압력을 회피하기 위해 정부가 저축투자 밸런스 적자(재정수지 적자)를 통해 내외균형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물론 투자과잉, 해외부문 적자국으로 전환되면 공공부문은 국채발행이라는 재량정책의 여지를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거품붕괴로 인한 헤이세이 불황이 시작된 90년대 중반 이후 거의 매년 경기부양대책으로 20조~40조엔 이상의 국채발행을 계속하고 있다. 현 기시다 내각도 2021년도 추경도 사상 최대 규모인 56조엔을 편성하고 22.1조엔의 적자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비록 위드 코로나 일상회복을 위해 적극재정이 불가피하다고는 하나 금년도 국채발행액은 당초예산보다 1.5배로 늘어나 재정재건에 적신호가 켜졌다.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5가지 요인

 

 그동안 일본정부는 양적금융완화, 소비세 인상, 재정건전성 지표 개발과 준수를 통해 국채 신규발행을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전개해 왔지만 GDP대비 국채잔고비율을 하향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다면 왜 일본은 선진국 최악의 채무대국이면서 국가부도사태나 재정파탄이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그리스와는 어디가 다른가.

 

 흔히 전문가들마저도 일본이 파산하지 않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첫째, 정부의 금융자산이 614조엔(2019. 3월 현재)이나 된다. 정부자산은 장래 연금급여를 위한 적립금이나 전국 국도와 제방 등 국유 인프라이다. 물론 당장 매각해서 국가채무 상환에 사용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재정위기에 빠진 여타국에 비한다면 그 정도의 채무상환능력은 있다는 의미이다. 이들 국유재산 외 정부보유 토지, 관공서 건물 등도 상당한 액수이다. 물론 이들을 전부 매각해서 현재의 국가채무를 상환한다 해도 국가채무는 GDP 대비 130%는 남게 된다. 

 

 둘째, 일본은 세계 최대의 대외순자산 보유국이다. 2019년도 말 364조엔의 대외순자산은 최근 30년 연속 세계 제1위다. 대외순자산은 일본정부와 기업, 개인이 보유하는 해외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것으로 일본이 해외에서 보유하는 순자산을 말한다. 해외자산에는 해외에 건설한 공장, 매수한 해외기업, 일본의 투자가가 보유하는 해외주식, 채권도 포함된다. 일본기업은 전통적으로 해외에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해 온 만큼 그 금액도 세계1위이다. 

 

 셋째, 가계의 금융자산은 1900조엔 이른다. 정부자산이나 기업의 해외자산 이상으로 거액이다. 가계의 금융자산은 일반가계의 현금, 예금, 채권, 투자신탁, 주식, 연금준비금 등 자산 합계이다. 물론 이를 매각해서 국채상환에 직접 사용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은 국가채무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넷째, 일본은 세계최대 순채권국이다. 2020년말 대외순자산은 356조엔으로 30년 연속 세계최대이다. 2020년 엔화가 달러대비 5% 정도 강세여서 기업과 정부 등의 순 해외자산(외화준비, 은행 대외대출잔고, 자산운용목적의 주식, 외국기업에 대한 출자에서 해외에서 일본기업에 출자, 차입금 등을 제외)이 엔화 환산 감가되긴 했지만 주로 해외투자 증가로 세계 최대 순채권국의 지위를 유지했다. 독일이 다음이고 미국은 1460조 3645억엔의 최대순채무국이다. 

 

 시장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서 외국채권을 팔고 유동성이 높은 자국통화 표시 엔화자산으로 바꿔 타는 이른바 안전자산으로 엔을 매입하는 성향은 일반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매입한 외국기업을 팔고 엔화표시 자산을 매입하는 행동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이는 분명히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면서 수많은 일본기업이 국내시장에서는 기대수익이 높은 투자기회를 찾지 못한 결과이며 다음 10년간도 트랜드는 마찬가지였다. 

 

 이 결과 엔이 세계최대 안전자산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최악의 국가채무에도 엔의 위상이 유지되고 금리도 저위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기업과 가계의 순자산은 저량(貯量·Stock)이며 유량(流量·Flow)인 순저축과 대외무역흑자에서 비롯된 것임은 말할 나위 없다. 더욱이 세계최대의 순자산이 바로 30년 불황의 결과물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동시에 일본이 세계최대 순채권국 지위를 상실하게 되면 엔은 안전자산으로 취급받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일본은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오랫동안 해외부문의 흑자와 정부부문의 재정수지 적자를 통해 기업과 가계의 순금융자산이 늘었다. 1970~2018년간 일본가계의 순금융자산의 명목GDP비중은 59.2%에서 281.2%까지 증가했다. 그 결과 급속한 고령화 속에서 금융자산을 헐기 시작하는 65세 이상 연금생활자가 늘었기 때문에 SNA(국민계정체계 · System of National Accounts)상의 가계저축율은 크게 하락하고, 속도는 느리지만 가계금융자산의 명목GDP비율은 상승경향을 지속하고 있다. 

 

 기업부문도 1990년대 중반 과잉채무 시기를 제외하면 이후 흑자가 누적되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제 이러한 불균형이 적어도 거시적으로는 일본경제의 운행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섯째, 일본의 국채는 아직은 거의 엔화표시로 발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일본국채의 96%는 일본의 투자가가 엔으로 구입하고 나머지 4%는 해외투자가가 엔으로 구입하고 있다. 즉 국채상환에 쫓기게 된다면 국내에서 엔화를 대량 발행해서 상환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국채의 100%를 엔화표시로 발행하고 나아가 자국에서 발행하고 있어 상환에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유로발행으로 채무 상환이 불가능한 그리스와 달리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으로 일본은 자국 통화표시 국채 상환은 엔화의 추가 발권으로 가능하다. 물론 대량의 화폐발행은 물가상승 우려 때문에 당장 가능한 것은 아니다. 

 

 MMT이론과 비판파 · 지지파 간 뜨거운 논쟁

 

 마침 이와 같은 일본의 국가파산 가능성을 둘러싸고 일본 국내 전문가들과 일부 매스컴에서 비판파와 지지파간 논쟁이 뜨겁다. 국가파산을 부정하는 비판파는 ① 일본은 아직은 저축과잉국으로서 가계 저축률이 여타 선진국 보다 높고, 그 결과로서 국내 소유 가계자산이 풍부하고 경상수지 흑자누적으로 해외순자산이 축적되어 있으므로 공공부문의 적자 누적, 국가채무 상환에 하등 문제가 없다고 한다. ② 엔 표시 국채를 대부분 국내 투자가가 소화하고 있어 만에 하나 상환을 요구할 때는 일본은행의 발권력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며, ③ 일본의 세계적인 첨단 제조기술력은 ①과 ②의 강력한 지지기반으로서 대외신인도를 유지할 수 있으며, ④ 최근의 MMT(Modern Monetary Theory:  현대화폐이론)가 자국통화를 지닌 국가는 재정파탄에 직면하지 않는다며 이들의 주장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해 주고 있다. 

 MMT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일본과 같이 장기적인 유동성함정으로 말미암아 금융정책에 의한 경기자극책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재정정책의 활용을 강력하게 주장하자 재정파탄 비판파들의 설자리가 가까스로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파산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논지를 반박한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일본 늘공의 최정점인 재무성 현역 차관, 곳간지기가 ‘일본의 재정파탄 가능성을 고발한다’는 제하의 논문을 주요 일간지에 게재하게 된다. 역대 재무성은 일본은행과 일체감을 표시하면서 재정금융정책을 총괄해 왔다. 특히 아베노믹스 때는 양자 간에 끈끈한 연대를 과시했다. 

 말하자면 일본은행은 카스미가세키 출장소 역할을 단단히 한 셈이었다. 비록 기존 발행 국채지만 이를 대량 매입하고 현금화하는 이른바 국채의 화폐화(Monetization)를 지속하면서도 재정개혁에 관해서는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여기에 이제는 곳간지기가 스스로 문제를 제기했으니 정국이 발칵 뒤집혔다. 그러나 기시다 내각의 신임 재무대신이 고민 끝에 그럴 수도 있다며 물러서기는 했지만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때마침 재정파탄 지지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게 되었다. 거듭 말하거니와 재정적자를 지속하더라도 자국통화를 가진 국가의 경우에는 재정파탄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MMT 주장이다. 그러나 재정파탄 지지자들에게는 너무나 황당무계하다. 물론 재정파탄을 단순히 ‘재정지출을 충당한 자금조달이 어렵다’ 혹은 ‘정부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상황’정도로 정의한다면 사전에 얼마든지 막을 수는 있다.

 MMT에 의하면 현대의 화폐는 단순한 교환권(토큰)이나 채무기록에 지나지 않기에 정부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중앙은행에 개설한 정부의 당좌예금 구좌에 필요한 숫자를 입력하면 끝난다. 현재 일본의 통화지표인 M2는 약 1000조엔, 이중 지폐와 경화는 100조엔 정도이며 나머지는 은행예금 통장의 장부상 기록일 뿐이다. 

 그러나 주요국들이 현재와 같은 법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것은 지속적인 재정적자 파이낸싱은 인플레이션 등의 경제적 난문제를 초래하므로 이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MMT 주장을 반박하려면 자국통화 발권력을 무제한 행사하면 경제적 피해를 초래한다는 전제 자체를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재정규율이 이완되기 시작하면 경제에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는 증거는 역사적으로 검증된 것이고 각국은 법률에 의거하여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잔고의 상한선을 설정하거나 독립조직을 통해 감시하는 등 재정규율 유지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을 비롯하여 수많은 국가가 중앙은행에 의한 국공채 직접인수를 금지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일단 국채를 인수하여 정부에 자금을 공여하기 시작하면 정부의 재정절도를 상실하거나 중앙은행 통화 증발을 제어하기 어려워지고 드디어 악성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라고 일본은행법에 명시하고 있다. 물론 이를 무시하고 적자재정을 파이넌스 할 수 있다. 현행 재정법을 폐기하면 된다.

 

 그럼에도 일본 역시 오래전부터 적자재정의 피해를 의식하면서 이를 활용해 왔다. 1930년대 대공황에 따른 쇼와공황 시 타카하시 재정대신 주도로 금본위제도 탈피, 엔통화가치 절하와 국채의 시중은행 인수에 의한 적극재정을 통해 공황을 탈피했다. 다시 긴축재정으로 환원하려다 군부의 반발을 받아 사살되는 엄청난 역사적 소용돌이를 겪기도 했다. 케인즈 일반이론 출판전이다. 

 전후(戰後)에도 일본의 재정당국과 일본은행은 재정적자의 지속가능성을 끊임없이 의식하면서 경제상황에 따라 재정금융정책을 운용해 왔지만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다. 전후 1964년까지는 아예 적자국채 발행자체를 금지하기도 했다. 이후 채무의 절대규모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성장률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30년 이상의 쓰라린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국가채무는 단년도 재정수지 적자의 누계이지만 일본의 경우 이 중에는 세출 중 사회보장지출과 3대 경직성 경비인 사회보장비, 지방교부세 교부금, 국채 원리금 상환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의료·연금·장기노인요양 등 사회보장지출은 현재의 한국보다 먼저 초고속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진입했고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이어 인구의 절대규모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가 지속되면 장기성장률은 하락하고 3대 경직성경비 증가속도는 것 잡을 수 없이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통해 중앙은행에 의한 국공채 직접인수 금지 룰(rule) 아래서 내년도 정부채무잔고는 금년도 정부채무잔고+기초재정수지 적자+금년도 채무에서 발생하는 이자의 합계라는 통화 스톡(Stock)과 플로(flow) 관계식에 익숙해 왔다.  

 

          Dt+1/GDP = Dt + (G-T)/GDP + (i-g) x Dt/GDP --------(2) 

      D: 채무잔고, i : 금리, g : 경제성장률, G-T: 기초재정수지(적자)+채무이자(iDt) 

 

 이에 수많은 전문가와 실무자들은 (2)식에서 정부채무의 명목 GDP비율이 발산하지 않는 조건은 기초재정수지가 균형일 경우에도 i≦g 임은 익히 알고 있다. 기초재정수지는 국채수입을 제외한 세출에서 국채원리상환비를 제외한 세출을 뺀 재정수지로서 정부지출이 신규차입에 의존하지 않고 당해 연도 세수로서 충당가능한지, 아니면 국가채무의 GDP비중이 일정수준으로 수렴하지 않고 발산하는지 여부, 즉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 전가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이다.

 

 우측 제1항이 플러스, 즉 기초재정수지 적자가 아무리 커도 성장률이 금리보다 높아 제2항 (금리-성장률)x국가채무잔고(대GDP)가 이를 상쇄하면 좌측 국가채무잔고(대 GDP) 변화는 제로가 되어 국가채무는 더 이상 발산(확대)하지 않게 된다. 

즉 성장률이 이자율을 상회할 정도가 되면 재정은 파탄할 리 없다는 앞의 주장을 뒷받침해 온 것이다. 따라서 기초재정수지가 일정할 경우에는 제2항의 (금리-성장률)간 격차의 변화 경로가 국가채무잔고(대GDP) 변화에 결정적 요인이 된다.

 

 결국 MMT 주장의 타당성 논의의 대부분은 역사적으로 명목성장률과 명목금리의 어느 쪽이 높았는지 혹은 정상적인 경제에서 어느 쪽이 높으며 중앙은행과 재정당국이 과연 이 조건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집중되어야 한다. 이는 당연히 정부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되 시중 소화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중앙은행이 통화발행만으로 대응한다면 금리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국채금리와 성장률의 차이를 논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 경우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것이 통화 스톡의 증가는 인플레이션을 바로 유발하지는 않는다는 MMT에 대한 반박 논리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도 스테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다. 나아가 MMT의 지적대로 재정규율을 엄격히 지켜 재정적자가 줄면 민간과 해외부문의 흑자는 줄어든다. 이러한 민간부문의 플로(flow) 악화와 순자산 감소를 회피하기 위한 지출삭감의 결과 경기악화로 인해 재정적자가 기대한 만큼 줄어들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확실히 재정건전성 논의에서 무시되기 쉬운 부문별 저축투자 밸런스 문제를 MMT가 지적하고 있음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부문별 저축투자 불균형 확대 원인을 방치한 채 실업률 증가, 기업투자 감소 등 경제활동의 축소균형을 회피하기 위해 재정규율을 무시하고 팽창재정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해결의 방향을 잘못 잡는 것이다. 전략적 세출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의 불요불급 세출 통폐합, 점진적인 증세와 보험료 인상으로 재정부문의 수지개선 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의 철저한 사업구조재편과 개혁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완전고용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일자리 증가 자체를 목적으로 재정적자를 이용할 수는 없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격차시정 등 정책목표를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재정적자 재정 지속에 자신이 있다는 확신이 선다면 별문제 없다. 그러나 정부채무 누적이 금리인상, 차세대 부담이전 등 세대간 갈등까지 유발, 성장전략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한 리스크와 편익을 함께 고려한 신중한 재정운영이 바람직하다. 거대한 민간의 금융실물자산을 당장 매각하고 재정법을 폐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재정파탄을 우려하여 긴축재정으로 정부 역할을 축소할 수도 없지 않은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가서야 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어느 학자가 주장했듯이 현재의 재정파산 가능성을 둘러싼 일본국내의 양비논쟁은 마치 신학논쟁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우리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채증발에 대한 선악 논쟁도 이와 유사하게 무모하기 짝이 없다. 성장주도 재정재건 실패의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세대의 몫이라는 사실에 모두가 주목할 때다. 물론 현실적으로 성장률이 금리를 상회하기도 하회하기도 한다.

 

 장기적으로는 양자가 유사한 패턴을 그리지만 그 움직임은 매우 불확실하며 성장률이 금리를 하회할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점이다. 민간기업과 달리 국가 전체로서 언제나 성장률이 금리보다 높은 상황을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장기금리는 경제의 펀더멘털에 따른 것이며 기본적으로 정책금리와 달리 중앙은행도 좌지우지 할 수 없다. 선진국도 독일을 제외하면 언제나 성장률이 금리 아래로 떨어질 리스크를 안아 왔다. 

 

 기초재정수지가 적자라도 성장률이 금리를 상회하는 한 재정은 파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거의 갬블이나 다름없는 위험한 발상이다. 여기에 재정당국마저 포퓰리즘 정치권에 영합하여 낙관적인 성장 전망으로 세수는 과대, 세출은 과소 추계하는 등 타성에 젖어 재정재건을 미루었을 경우 성장률이 금리를 하회하는 경우가 잦아지면 아무리 엔화표시 국채라고 하더라도 국내외 투자가들의 엔 투매로 신용도가 하락하게 되어 있다. 

<계속>

 

김도형(金都亨)은?

일본 一橋(Hitotsubashi)大 대학원 경제학박사(공공경제학, 일본경제 전공)

前 KIET 일본연구센터, 산업정책연구센터 소장

前 계명대 국제대학 일본학과 교수, 한림대 인문대학 일본학과 겸임교수

前 한일경상학회 회장, 한국경제학회, 국제통상학회 부회장, 한일FTA민관공동연구회 한국측 위원

現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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