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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1> 무엇이 문제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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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1월17일 17시20분

작성자

  • 이종규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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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대책과 관련한 여러 가지 쟁점

 

   근래 금융권에서는 일부 금융기관들이 가계대출을 중단하는 크나큰 혼란이 일었다. 지난 4월부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극력 억제할 것을 공언하였다. 그리고 금융 당국 수장들이 바뀐 여름을 지나면서 실제로 가계대출 한도를 설정하고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한도가 소진된 일부 금융기관들은 8월 하순 이후 실제로 가계대출을 중단하는 소위 “대출절벽”이 나타났다. 

 

   대출 중단을 예상하지 못했던 자금 수요자들도 혼란을 피하지 못하였다. 여론도 급격히 악화되기에 이르렀다. 10월 들어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실수요자에게는 피해가 없도록 하라”고 당부하였다. 이에 일부 자금의 대출을 재개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러는 사이 가계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그 결과 몇몇 금리들의 격차가 뒤바뀌는 금리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대출금리 상승에 반해 예금 금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예대마진이 확대됨으로써 금융기관들은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이 혼란을 겪으면서도 당국에서는 내년 이후에도 가계대출을 더욱 옥죄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함과 동시에 관련 대책들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최근에 취한 대출총량관리 방식은 그야말로 특단의 조치로 여겨진다. 1970년대 관치금융이 극에 달하던 시기에나 볼 수 있었던 정책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대책을 마련한 배경에 대해서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가계부채가 안고 있는 잠재적 위험이 엄청난 데다 그 파급효과는 가늠하기 어려울 점도로 심각할 수 있고, 또 위기적 상황으로 이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위기적 상황이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과도한 가계부채는 앞으로 수요를 억제하고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요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미래의 잠재적 위협보다 더욱 시급한 과제가 작용하고 있는 듯도 하다. 즉 주택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현실적인 과제 때문에 강력한 대책을 시행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실제로 현재 주택 등 자산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누증이 서로 맞물려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금융당국 고심은 이해 하지만…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고심을 이해는 하지만 이례적이고도 특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몇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당국이 전례 없는 특단의 대책을 추진할 정도로 현재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가? 

만일 그렇다면 가계부채가 심각해진 배경이나 원인은 무엇인가? 

현재와 같이 대출을 억제하는 정책이 기대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의 대출 억제 대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없는가? 

가계부채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은 없겠는가?

 

   사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의구심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대개의 경우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정책은 효과가 과히 크지 않다. 지금의 가계부채 대책도 일방적 강압적 방식이라는 점에서 그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오랫동안 지속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당장 대통령이 나서서 시정을 요구한 것만 보아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지금의 대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중단되거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과거에도 가계부채 관련 대책의 방향을 여러 차례 선회한 사례가 있었다. 지금의 가계부채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가계부채 대책이 자칫하면 “제2의 부동산정책”이 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즉 구호만 요란하고 결과는 기대와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오는 정책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일방적 · 강압적 대책은 필연적으로 “실패”

 

   현재의 가계부채 대책이 용두사미로 끝나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지금이 가계부채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이러한 절박성의 측면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동원한 정책 당국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가 나는 부분은 이제부터라도 합당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당국의 입장과 차이가 난다. 

 

   앞으로 몇 회에 걸쳐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가계부채 대책은 장기간에 걸쳐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이어야 한다. 가계부채가 한 두 가지 정책을 통해 일거에 해결될 사안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문제로만 국한하여서는 안된다. 가계부채 누증은 직접적으로는 주택가격 상승과 연관되어 있지만, 저성장과 고용 부진, 사회복지제도의 미비, 사회공동체의 와해, 미래 불확실성 등 여러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는 종합적인 시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out-of-box식 아이디어가 성공의 필수요건

 

   이런 관점에서 합리적인 가계부채 대책을 수립함에 있어서 금융 부문에 대한 몇 가지 규제를 강화하는 현행 방식에서 탈피하는 창조적인(out-of-box식) 아이디어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종합적인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연재 순서>

1.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1> 무엇이 문제인가?

2.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2> 얼마나 늘었나?

3.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3> 누증의 원인

4.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4> 부채 수준과 질(質)에 대한 평가​

5.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5> 부채 누적의 부작용 ① 단기적 관점

6.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6> 부채 누적의 부작용 ② 장기적 관점

7.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7> 부채 누적의 부작용 ③ 최악상황과 시사점

8.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8> 과거 대책의 연혁

9.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9> 종전 대책의 특징과 문제점

10.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10>현행 가계대출 총량 관리 방식의 문제점

11.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11> 바람직한 대책의 모색 

※ 이 제목은 집필과정에서 다소 변화될 수 있습니다.​


이종규는 누구?

 ​한국은행(1980-2015) 출신으로 IMF 선임연구원과 금융결제원 상무이사를 거쳐 지금은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대학과 미 하와이대학 대학원(경제학박사)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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