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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의 3중전략: 인민대중제일주의, 자위력 강화, 대화의 3중주(三重奏)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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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1월07일 16시00분
  • 최종수정 2021년11월05일 13시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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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김정은워원장이 유난히 바쁘다. 9월 들어 10월 초까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9월 30일), 당창건 76돌 기념연설(10월 10일), 국방발전전람회 연설(10월 11일)에 이르기까지 할아버지를 연상시키는 연설정치’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며 대내외 정책의 큰 틀과 미세한 사항까지 챙겼다. 

 

북한의 대내외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제재를 견디면서 미국을 상대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야심차게 계획하였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실패를 인정하고 수정판인 5개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성과는 시원치 않다. 코로나 19의 청정국가임을 자랑하고 있지만 국경의 빗장을 굳게 닫아 걸고 있다. 생명줄인 중국과의 무역 재개도 지연되고 있다. 그 결과 식량, 생필품 뿐만 아니라 원부자재의 부족으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작년에 닥친 태풍의 피해를 아직 완전히 복구하지 못한 상태이다. 

 

바이든행정부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제시하며 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이 관심을 가질만한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은 꺼리고 있다. 또한 전방위 제재가 작동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어깨 너머로 남북협력이 진척될 여지는 희박하다. 

 

김위원장의 잇따른 연설은 북한의 궁색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생존을 도모할 수 있는 틈새를 찾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3개의 연설은 각기 다른 계기에 행해졌기 때문에 대상과 주안점이 다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3개 연설은 국내정책, 국방력 강화, 대남·대외의 3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연설마다 강조점이 다르지만 각론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에 입각한 경제발전, 자위력 강화, 조건부 대화론의 3중전략을 제시하였다. 

 

인민대중제일주의 독려 

 

시정연설의 많은 부문을 차지한 대내정책은 기존 정책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노이 노딜 이후 ‘새로운 길’과 자력갱생을 천명한 노선의 연장선상에서 강조점이 반복되었다. 예를 들면,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의 발전, 탄소하나 화학공업 창설, 전력 및 석탄공업에 대한 투자 확대, 주요 건설사업 추진, 종자육종 및 개량 등은 귀에 익숙한 내용들이다. 궁색한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현실을 엿볼 수 있다. 

 

김위원장은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현하지 못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인민대중제일주의에 역점을 두었다. 인민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농산물 증산, 축산 장려, 소비품생산을 특별히 주문하였다.

그리고 당창건 기념일 연설에서는 인민대중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당의 역할을 강조하고 당간부들의 적극적 활동을 독려하였다.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 당일군들의 사업강화, 행정경제사업 및 근로단체에 대한 당의 지도 강화 등 판에 박힌 사항들을 나열하였다.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새로운 노선을 제시하지 못하고 중앙 간부와 중간간부, 하급당원들을 다그친 것이다.

 

자위력 강화의 정당성 확보

 

북한은 당창건 기념일 다음날인 10월 11일 ‘국방발전전람회’를 성대하게 개최하였다. 당 창건일에 열병식을 개최하지 않는 대신 새로운 형식의 기념행사를 개최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람회장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지대공 미사일, 미니 SLBM 등 올해 들어 발사했거나 발사 예정인 신형 무기들을 선보였다. 국방전람회 방식을 통해 5년간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신형 무기들을 공개함으로써 정상국가 이미지를 보이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올해 1월 8차 노동당대회에서 핵무기의 소형경량화, 핵잠수함·수중발사핵전략무기 보유, 군사정찰위성 운용, 극초음속비행부품 개발, 무인정찰기 개발 등 국방공업의 구체적 목표가 제시되었다. 그때만해도 실현가능성을 반신반의했는데, 경제적 어려움에서도 차근 차근 진행해 온 국방력강화 계획의 성과를 과시한 것이다.

 

김위원장의 국방발전전람회연설은 국방력강화의 정당화를 위한 명분을 제시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남한의 군비증강에 대응한 국방력 강화의 필요성, 남한의 이중적 태도 비판, 미국의 적대시정책에 대응하는 국방력강화의 필요성 등을 역설하였다.

 

그리고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는 언급을 통해 북한의 호전적 이미지를 불식하는 대신 평화이미지를 제고하려고 한 점이 주목된다.

 

국방발전전람회 연설의 주안점은 첫째, 남한의 국방력강화와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자위력을 위한 국방력강화는 필수적이며 당연하다는 것이다. 둘째, 북의 자위력 강화를 이중기준에 의해 비난하지 말라고 함으로써 국방력강화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셋째,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강력강화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조건부 남북대화 제의

 

김위원장의 시정연설에서 주목되는 것은 대남정책에 대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거부하지는 않는 태도를 보였다. 아울러 10월 초 남북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는 결정을 공식화하였다. 종전선언에 대한 조건부 호응은 김여정 부부장의 이름으로 발표된 담화(9월 24일, 25일)의 내용을 재확인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선결 조건을 전제로 종전선언이 흥미있다고 언급하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복원과 남북정상회담까지 거론하였다.

 

김위원장은 종전선언을 배격하지 않으면서도 이중적 태도 및 적대시정책 철회를 조건으로 내세움으로써 공을 남측으로 넘겼다. 한·미가 억제력 강화를 정당화하는 반면, 북한의 신형무기 실험을 도발이라고 비난하는 이중기준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적대시정책 철회는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미국의 첨단무기 투입 중단을 뜻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김위원장은 남북통신연락선을 복원함으로써 남북대화의 문을 여는 조치를 취했다. 2018년 남북대화를 거쳐 북미대화가 전개되었던 기회의 창을 다시 두드리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남측과 미국에 대해 대화의 손짓을 보이며, 서울을 통해 워싱턴으로 가는 우회전략을 다시 시험하려는 것이다. 바이든행정부가 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먼저 제재를 거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대안 탐색이라고 할 수 있다.

 

교착국면 타개를 위한 정책 대안

 

김위원장의 3중전략에 대해서 어떤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까? 난마처럼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 어떤 카드를 동원해야 할까? 국면타개를 위한 첫 번째 고리는 남북대화에서 찾아야 한다. 2018년 남북대화가 먼저 발판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북미대화가 가능하였다. 북미대화가 막힌 상황에서 남북이 다시 주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북미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남북대화가 다시 움직여야 할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남북통신연락선 복원은 남북대화 재개의 신호탄이다. 남북채널을 통해 대화 재개의 절차, 시기, 의제 등을 조율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남북이 서로 답답한 속내와 요구사항을 털어 놓고 향후 행보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남북고위급회담이나 특사교환을 통해 정지작업을 하고 내친 김에 남북정상회담까지 하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평화 어게인의 깃발하에 종전선언을 채택하는 것이다. 아니면 기대치를 낮춰서 남북정상이 기존 합의문을 재확인하고 다음 정부가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만 해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둘째, 한반도에서 핵위협과 함께 첨단전술·전략무기의 군비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신형미사일, 잠수함, 전함, 전투기 등의 분야에서 군비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비핵화문제와 신형무기의 군비경쟁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평화를 일구고 남북협력의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복합방정식에 직면한 것이다. 

 

비핵화협상과 함께 군비통제에 대한 군사회담,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회담의 3차원에서 남북대화를 모색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남북고위급회담과 함께 남북군사회담을 통해 9.19 남북군사합의서의 후속조치 이행과 함께 포괄적 군비통제에 대해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세번째 고리는 미국이 쥐고 있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 내려면 미국이 골대를 바꾸어야 한다. 바이든행정부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내세웠지만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할 뿐 대화를 위한 여건 조성이나 어젠다를 구체화하는 것은 주저하고 있다. 바이든행정부는 코로나 19 극복 지연, 아프카니스탄 철군 여파, 공급망 마비 등으로 지지율 추락에 직면하여 북한문제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 바이든행정부는 표면적으로는 남북대화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 미 국방부, 국무부, 백안관이 종전선언을 지지하며 북미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바이든행정부는 관망하는 자세에서 벗어나서 종전선언 채택, 인도적 협력 제공, 한미연합훈련 조정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성 김 대북특별대표는 대북 인도적 지원과 조건없는 대화를 지지한다는 것을 표명하였다. 여기에 더해 북한에게 미국산 백신을 제공함으로써 화해의 손짓을 보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대화의 길을 닦기 위해 내년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미리 복안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중국도 거들어야 한다. 중국은 북핵협상과 평화협상을 병행하는 소위‘쌍궤병행’을 주장해 왔다. 종전선언을 입구로 해서 평화협정을 추진하고 비핵화협상을 병행하는 것은 중국이 생각하는 큰 그림과 일치한다. 중국이 북한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정세안정이 필요하고 이를 계기로 한반도평화의 발판이 마련되는 것은 중국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중국이 국제올림픽위원회와 협의하여 북한을 참가시키고 이를 한반도평화의 기회로 만드는 기획력을 발휘하는 것이 기대된다.

 

김위원장이 가을에 화두를 던진 뒤 이른 추위가 성큼 다가왔다. 눈이 내리기 전에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겨울나기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겨울 준비가 소홀하거나 늦어질 경우 혹독하고 긴 겨울이 될 것이다. 

<끝>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행하는 [정세와 정책 2021-11월호-제40호](2021.11.1.)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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