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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오페라 이야기<3> 청교도 혁명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피어난 애틋한 사랑-오페라 청교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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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1월06일 16시30분

작성자

  • 이소영
  • 솔오페라단 단장,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수석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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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작품들 중에는 역사적인 사실을 배경으로 작곡된 오페라들이 많다. 오페라 <청교도> 역시 그 중 하나다. 16세기 중반 영국의 청교도 혁명 시대를 배경으로 작곡된 오페라 <청교도(I Puritani, 1835)>는 벨리니(V. Bellini, 1801-1835) 최후의 걸작이자 그의 33년 생애 마지막 오페라이다. 청교도와 왕당파의 대립 속에서 피어난 두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과 갈등이 작품의 주된 내용이다. 벨리니 특유의 아름다운 선율과 고도의 테크닉을 요구하는 오페라 청교도는 벨칸토 오페라의 정수로 꼽히는 작품이다. 특이한 점은 영어권에서 공연될 때에는 영국식 이름을, 그리고 이탈리아와 그 외 지역에서 공연될 때에는 이탈리아식 이름을 쓴다는 점이다. 그래서 가끔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있다. 

 

14세기 백년전쟁 이후, 영국은 모직물 산업의 발전으로 급성장하였다. 영국산 양모 제품은 유럽 각지에서 각광을 받았고, 양모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농경지를 양을 키우는 목양지로 전환시키는 인클로저 작업이 15세기 말부터 17세기까지 이루어졌다. 이 덕분에 양모 원료 공급에 성공한 농촌 지주들은 졸지에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직물업도 발달해 수공업자와 노동자들 역시 경제적인 혜택을 누렸다. 영국 각지에 농촌공업도시가 생겨나고, 중산 계급이 대두되고 거기에 평민들의 생산력까지 더해져 영국은 경제적으로 큰 호황을 누리게 되었다.

 

상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윤 추구와 재산 축적을 긍정하는 칼뱅주의 프로테스탄트를 신봉했다. 영국의 프로테스탄트는 청교도(퓨리턴, puritan)라 불렸는데, 엘리자베스 1세가 순수한 신앙을 추구하는 그들을 ‘순진한(puri) 사람들’이라고 비꼬았던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같은 경제적 호황을 누리던 영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왕과 귀족을 주축으로 한 왕당파의 특권 상인들이 모직물 수출업을 독점하게 된 것이다. 그러자 신흥 중산 계급과 청교도인들은 크게 반발하였고, 의회에 진출한 세력을 중심으로 1642년 청교도 혁명을 일으킨다. 이 세력을 이끈 의회파의 지도자가 바로 올리버 크롬웰(Oliver Cromwell)이다. 그는 1649년 왕당파 귀족들과 국왕 찰스1세를 제거하고 잉글랜드 공화정부를 수립한다. 오페라 <청교도>는 바로 이 17세기 영국의 청교도 혁명을 바탕으로 쓴 픽션이다. 

 

청교도 괄티에르 발톤의 딸인 엘비라는 청교도 기사 리카르도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왕당파의 기사 아르투로에게 가 있다. 서로 다른 종파인 두 사람의 사랑이 결코 용납될 리 없다. 그런데 엘비라를 딸처럼 아껴온 숙부 조르지오 경(卿)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간신히 결혼 허락을 받는다.

 

 아르투로는 결혼식을 위해 적대 관계에 있는 괄티에르 발톤 경의 성에 들어오지만 자신이 섬기던 왕 찰스 1세의 왕비 엔리케타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와 함께 성을 탈출한다. 연인에게 버림을 당했다는 생각에 엘비라는 정신 착란을 일으키고 돌아오지 않는 그를 간절하게 기다린다. 마침내 아르투로가 돌아오지만 그는 곧 사형 집행을 당할 터. 정신을 잃은 엘비라를 보고 그의 가슴은 무너진다.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 전령이 나타나 의회파군이 왕당파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평화를 위해 아르투로를 비롯한 왕당파를 모두 사면한다는 것이다. 이 놀라운 소식에 엘비라는 정신을 되찾고 모든 이들의 축복 속에 아르투로와 행복한 순간을 맞게 된다.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결말이 조금 싱겁고 황당하다. 하지만 벨리니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피어난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서정적인 음악으로 절묘하게 빚어내 우아하고 기품 있는 명작을 탄생시켰다. 이 작품은 성악가들에게 극한의 고움과 압도적인 테크닉을 요구하기에 국내는 물론 유럽에서 조차 자주 공연되지 않는다. 이 작품을 해낼 수 있는 성악가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름답기 그지없는 아리아들이 오페라 전편에 흐르는 공연을 보면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17세기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 속에서 묻어나오는 시적 언어와 음악의 결합이 놀라울 만큼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번 주 모처럼 국내에서 오페라 청교도가 공연된다고 하니 극장으로 한번 달려 가보자.

 

※ 참고로 <오페라 청교도>는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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