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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이례적 대선(大選)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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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0월18일 19시24분
  • 최종수정 2021년10월18일 19시28분

작성자

  • 김형준
  • 명지대학교 교수(정치학),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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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大選)이 5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이재명 경지도지사가 지난 10월 10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다. 이 지사는 9월 4일부터 6주간 진행된 지역별 순회 경선과 1~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아슬아슬한 과반 득표율(50.3%)로 결선 투표 없이 본선 직행을 확정지었다. 이낙연 전 대표는 39.1%로 2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이후 진행된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지사(28.3%)는 예상과는 달리 이 전 대표(62.4%)에게 참패당했다. 이 지사가 크게 앞선 1차(51.1%), 2차(58.2%) 선거인단 투표와 비교해보면 충격적인 수준이다. 이를 두고 “이재명 지사가 불안하다”는 민심의 큰 변화가 반영되었고 '당심'과 '민심'이 확연히 엇갈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번 대선은 역대 대선과 비교해 보면 몇 가지 점에서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참으로 이례적인 선거다. 

 

첫째, 여야 유력 후보들이 자신과 연계된 의혹 사건으로 고발․입건되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자신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 뇌물 및 배임 혐의로 지난 10월 3일 구속됐다. 이제 관심은 대장동 특혜에 관여한 인사, 나아가 ‘윗선’에 대한 수사의 확대 여부에 쏠리게 됐다.

대장동 특혜 의혹의 본질은 의외로 간단하다. 소수의 개인들이 화천대유와 관계사인 천화동인을 통해 수천억 원의 이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한 사람은 누구인가? 화천대유의 그 돈이 어떤 경로를 거쳐 누구에게 갔는가? 화천대유와 이재명 지사는 어떤 관계인가?

 

한편, 국민의 힘 유력 대선 후보인 운석열 전 총장은 재직 중이던 작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미래통합당 측에 범여권 주요 인사들을 형사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으로 입건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최근 고발사주 제보자인 조성은씨와 고발장을 전달한 국민의힘 김웅 의원 간 통화 녹음파일이 복구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은 누가 고발장을 만들었는지? 어떤 경로를 거쳐 고발장이 야당에게 전달됐는지? 고발장 사주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손준성 검사가 윤석열 전 총장의 지시를 받았는 지 여부다. 

 

검찰과 공수처 수사 과정을 거쳐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전 총장 연결고리가 발견되면 대선 판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이 지사가 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KBS․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조사(10얼 11일-13일) 결과, 52.7%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대선의 지지 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응답했다. 한편,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서도 41.6%가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응답했다. 

여하튼, 홍준표 의원의 지적처럼 역대 최악의 "범죄자끼리 붙는 대선‘이 될 수도 있다.

 

둘째, 유력 대선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호감도보다 훨씬 높다. 한국갤럽의 9월 3주 조사(14∼16일) 결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호감 34%, 비호감 58%인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호감 30%, 비호감 60%였다. 지난 2017년 대선 3개월 전 1위를 달리던 문재인 후보의 경우 호감 47%, 비호감 46%로 비슷했다.

이번 대선에서 더 주목할 점은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갤럽의 지난 3월 2주 조사(9∼11일)와 비교할 때, 이재명 지사는 비호감이 15%포인트(43→58%), 윤석열 전 총장은 13%포인트(47→60%) 각각 상승했다. 어쨌든 역대 최고의 ‘비호감 선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비도덕 선거가  판을 치고 있다. 데일리안·여론조사공정실시한 조사(10월 11일)에 따르면, '지지 후보와 상관없이 누가 도덕성이 가장 떨어진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국민 절반 정도(49.1%)가 이재명 후보를 꼽았다. 특히 서울(58.7%)과 대구·경북(60.4%) 지역에서는 60%에 육박하거나 그 이상을 기록했다. ‘형수 욕설' 등 논란에 더해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윤석열 후보는 31.6%로 그 다음이었다. 고발 사주 의혹 이외에 본인의 잦은 실언, 장모 구속 및 부인의 도이치 모터 주가 조작 의혹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홍준표 의원은 지난 15일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 1대1 맞수토론에서 윤 전총장을 향해 "도덕성은 이재명과 피장파장"이라고 맹폭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반대 진영에서 제기한 의혹만 갖고 도덕성을 말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받아쳤다. 

 

통상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일반적으로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전당대회) 효과’가 나타난다. 가령, 1997년 7월에 이회창 후보가 집권당인 신한국당 후보로 선출된 직후 동아일보 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의 지지율이 22.6% 포인트 수직 상승(17.8% →40.4%)했다. 2020년 4월에 노무현 후보가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지지율이 14.7% 포인트 상승(28.3% → 43.0%) 상승했다. 그런데 이재명 지사는 대선 후보로 확정이후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컨벤션 효과도 사라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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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SBS·넥스트리서치가 실시한 조사(10월 12~13일)에 따르면,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가상 양자대결에서 33.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는 후보로 선출되기 한 달 전인 9월 6~7일 같은 조사와 비교해 4.6%p 하락한 수치다. 홍준표 후보를 상대로 가정했을 때에도 32.8%를 기록했는데, 9월 조사와 비교해서는 5.4%p 빠졌다. 이런 조사 결과는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의 이탈로 생긴 경선 후유증의 여파일 수도 있고, 이재명 후보 개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조사(10월 11일-12일)에 따르면,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31.1%) 중 가상 다자 대결에서 오직 14.2%만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고, 40.3%가 윤석열을 지지했다. 

 

대선 후보 선출 후 이재명 후보 지지율만이 아니라 민주당 지지도도 덩달아 추락하고 있다. 리얼미터·YTN의 10월2주 조사(12-15일) 결과, 국민의힘(41.2%)과 민주당(29.5%)의 지지율 격차가 11.7%p로 6월 3주(10.3%p) 이후 17주 만에 두 자릿수로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3주 만에 40%대를 회복했고 당 출범 후 지지율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하튼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가 선출된 이후 후보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이 동시에 떨어지는 역(逆)컨벤션 효과가 나타난 건 참으로 이례적이다. 

 

앞선 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에 대해 64.5%가 "검찰과 경찰의 늑장 및 부실수사로 지지부진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어,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내년 대선에서 스윙보터 역할을 할 18-29세와 중도층 에서도 그 비율이 각각 73.3%와 71.0%.로 상당히 높았다. 주목할 것은 이재명 지사의 핵심 지지층인 진보층과 민주당 지지층에서 조차 그 비율이 각각 42.6%와 33.0%였다. 아시아경제·윈지코리아컨설팅 조사(10월 9~10일)에 따르면, 대장동 사태와 관련해 ‘이재명 후보의 책임이 크다’는 응답이 56.5%에 달했다. ‘국민의힘의 책임이 크다’는 응답은 34.2%에 그쳤다. 패배한 이낙연 전 대표의 지적처럼 대장동 의혹 사건으로 “민주당이 위기이고 정권재창출이 위기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대장동 파문'과 관련해 국민적 의구심이 커지고 ‘이재명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으며, 대선후보 선출 후 지지율이 되레 빠지고, 비호감도’가 너무 높으며, 도덕성에 대한 평가가 바닥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과연 이재명 후보를 통한 정권재창출은 가능한가? 

 

향후 여권 상황은 몇 개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후보 사퇴론이다. 향후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은 이재명”이라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도가 추락하고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문 대통령은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상황을 정리할 수 있다.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집권당 대선 후보가 사퇴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할 수 도 있다.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단돈 1원이라도 받은 게 있다면 공직 뿐 아니라 대선 후보직도 사퇴 하겠다”며 공언한 것이 최대 실책이 될 수 도 있다. 

 

둘째, 후보 교체론이다. 지난 2002년 4월 국민참여 경선을 통해 노무현 후보가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6월 지방선거와 8․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그 이후 노 후보 지지도가 10%대로 이회창-정몽준에 이어 3위로 추락하자 당내에서 노무현 후보사퇴론, 후보교체론이 공공연히 터져 나왔다. 노 후보가 사퇴하지 않자 '민주당 37명의 의원들이 10월 4일 '후보 단일화 협의회'(후단협)를 결성하고, 그중 17명은 11월 4일 아예 탈당했다.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와의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을 받아들이면서 탈당한 의원중 다수는 복당을 했고 후보교체론은 사라졌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추락하면 교체론이 급부상 될 수 있다, 

 

셋째, 후보 단일화다. 이재명 후보의 지지가 추락하면 제3지대에서 친문 인사가 출마를 선언할 수 있다. 결국 선거 막판에 이 후보와 후보 단일화가 추진될 지도 모른다. 친노 적자인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후보 교체도 사퇴도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이재명 후보가 특유의 독파력으로 위기를 극복할지, 아니면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는 예측불허다. 

 

미국의 카민즈와 스팀슨(Carmines and Stimson) 교수는 선거에서 불거지는 쟁점의 유형을 크게 ‘쉬운 쟁점’(easy issue)과 ‘어려운 쟁점’(hard issue)으로 구분했다. 전자는 기술적이기 보다는 상징성이 강하며, 정책 수단보다는 정책 목표에 관련되고, 장기간에 걸쳐 현안이 된다. 그런데 쉬운 쟁점이 부각되면 정치적인 관심과 지식 수준이 낮은 사람들도 이에 근거해 지지 후보나 정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어려운 쟁점에 대한 인지와 견해의 정립은 상당한 수준의 정치 관심과 지식이 필요하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 비리 의혹과 호화 빌라 사건은 쉬운 쟁점으로 전환되어 ‘이회창 = 특권층,노무현 =서민 대변’, ‘이회창 = 개혁 대상, 노무현= 개혁 주체’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이런 프레임은 결국 노무현 후보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향후 대선에선 ‘대장동 몸통 = 이재명' 대 '대장동 게이트 = 국민의 힘 게이트'를 둘러싸고 어떤 '쉬운 쟁점 프레임'이 부상할지가 국민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앞선 SBS․넥스트리서치가 실시한 조사(10월 12~13일)에서 내년 대선 결과에 대해 ’야당으로의 정권교체’(55.7%)가 ‘여당으로의 정권재창출(36.2%)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재명-윤석열' 양자 가상 대결 구도에서, 정권 교체를 원하는 사람의 6.3%가 이재명을 지지했고, 오직 61.8%만이 윤석열을 지지했다. “지지할 후보가 없다“는 응답도 20.6%나 됐다. '이재명-홍준표' 양자 가상 대결 구도에서도 비슷했다. 정권교체 희망층의 7.1%가 이재명, 54.0%만이 홍준표를 지지했다. “지지할 후보가 없다“는 응답도 22.6%나 됐다. 

 

국민의힘의 위기이고, 정권재창출의 위기다. 이런 조사 결과가 주는 함의는 국민의 힘이 진정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하려면 ’이재명 게이트‘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중도로 외연을 확대하고 중도층의 이탈을 막아 줄 수 있는 세력과 연대를 해야 한다. 정권 심판과 대장동 게이트를  넘어 강한 비전과 리더십으로 제3지대 후보들을 포함해 ‘드림(dream)팀’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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