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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일자리를 없앨 것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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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3월17일 17시10분

작성자

  • 김진형
  • KAIST 명예교수, 전 인공지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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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일자리를 감소시켜서 많은 사람들이 어려우니 AI와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여 그 재원으로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 

우리나라에서도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여기저기서 설치는 것을 보면 다음 대통령 선거철에는 이런 황당한 주장이 나타날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여러가지 논리적 모순과 집행할 수 없는 어려움을 내재하고 있다. 

 

우선 AI의 확산이 일자리를 감소시키는가에 대하여 알아보자. AI가 일자리를 감소시킨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들이다. 신기술의 도입으로 단순 일자리는 계속 없어지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계속 생기는 다이나믹한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또 새로운 환경에 항상 적응하는 사람의 속성과 기업의 능력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다. 하나를 성취하면 더 많은 다음 것을 요구하는 사람의 속성은 새로운 일자리를 끝없이 추구한다.

 

물론 단순한 일자리는 자동화로 감소된다. 2년 전,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지금 일자리의 절반이 2055년까지 자동화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없어지는 그 일자리에서 탈출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긴 시간으로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항상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2018년 발표된 World Economic Forum의 자료에서도 2022년까지 글로벌 차원에서 7,50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지지만 1억 3천 3백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고 예측했다. 즉 한 개의 일자리가 소멸되면 두 개의 일자리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신기술이 나타남으로 인하여 일자리에 어떤 변화가 오는가 살펴보자. 저소득의 단순한 일자리에서 탈출한 노동자들은 하던 일 보다 훨씬 고상하고, 높은 소득을 올리는 새로운 일자리로 이동한다.  새로운 일자리에서 노동자들은 AI와 같은 강력한 도구의 도움으로 높은 생산성을 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일자리 사다리에서 바닥으로 진입하던 노동시장의 초기 진입자들이 단순한 일자리의 숙련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직접 고상하고 높은 소득을 올리는 일자리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물론 단순 노동에서 탈출하는 노동자는 재교육을 받아야 하고, 노동시장의 신규 진입자들은 새로운 산업환경에서 요구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하여 더 높은 능력을 쌓아야 할 것이다. 이런 교육기회의 제공은 국가의 책무다. 물론 교육훈련 받고, 적응하는 것이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적응하고 난 후에는 높은 소득을 올리고 신분상승의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컴퓨팅과 인터넷의 도입으로 디지털화가 가속화된 미국의 경제는 거의 완전 고용을 이루고 있다. 인터넷이 확산되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들이 많이 생겼고, 계속 생기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고소득과 더욱 안락한 근무 형태를 보장한다. 또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기술은 피고용인 신분에서 고용주의 신분으로 바뀌는 프리랜서, 창업의 기회도 제공한다. 이런 변화는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가속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소득이 늘고 근무형태가 바뀜에 따라 중산층이 두텁게 형성된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6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을 거쳐서 민주화가 이루어지 않았는가? 생산성의 증가, 소득의 증가, 부의 증가는 보편적 다수의 행복의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신기술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는 주장도 조건부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2022년까지 생긴다는 1억 3천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도 기업들이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노동자들이 잘 적응할 때에 창출되는 것이다. 신기술에 잘 적응할 때는 일자리가 많이 생기지만, 적응 못한다면 없어지는 일자리 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되지 않으면 새로운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가 없다. 노동자들의 경쟁력이 없다면 새로운 산업이 창출 되지도 않고, 기업은 성장을 멈출 것이고, 그 사회는 도태될 것이다. 더구나 이제는 하나가 된 글로벌 노동시장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준비가 부족하다면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다른 나라의 젊은이들이 다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에 묻고 싶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가? 우리 노동자들은 부상하는 신기술에 대응하여 재교육을 제대로 받고 있는가? 노동시장에 신규 진입할 우리의 미래 세대들은 새로운 환경이 요구하는 신기술을 충분히 교육받고 글로벌에서 경쟁할 능력을 키워 가고 있는가? 

 

AI의 발전에 힘입어 단순노동만이 아니라 고도의 정신노동까지도 자동화되어 가는 추세다. 자격증으로 보호되던 직업조차도 거센 자동화의 물결을 벗어날 수가 없다.  기존 일자리의 업무도 AI의 능력을 요구하는 형태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노동자 능력은 타고난 기본적인 능력에 더하여 AI 등의 신기술 도구로 증강된 능력이다. AI를 잘 활용하여 자신이 제공하는 노동의 가치를 증폭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 즉 컴퓨팅과 AI를 잘 사용하는 능력이 바로 경쟁력이다. 이제 컴퓨팅과 AI는 미래를 살아가는 기본 기술이자 생존을 위한 핵심기술이 되었다. 또 새로운 일자리는 어디에서 생기는지도 생각해 보자. 통계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컴퓨팅과 AI영역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전역에서 년 4만명의 컴퓨터과학 학사학위자가 배출되고 있다.  유명 대학들이 학교 당 1천 명 수준으로 배출한다. 컴퓨터와 AI가 우리 사회와 경제를 바꾸고 있다는 것을 젊은이들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그것을 배우고 싶어 한다.  거기에 대학들이 신속히 반응하는 것이다.  인구가 많은 중국과 인도에서 배출되는 컴퓨터 과학 전공자들의 숫자는 무서울 정도로 많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컴퓨터과학 전공자는 매우 적다. 수도권 대학들에서는 지난 20여 년간 컴퓨터공학과의 정원을 묶었고, 우스꽝스러운 학칙으로 복수전공의 기회도 박탈했다.  기존 학과들의 기득권 보호와 정부의 규제로 우리 대학들은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노동인력 양성 기능을 포기했다. 우리 젊은이들이 컴퓨터과학이나 AI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은 막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 젊은이들도 알고 있다.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컴퓨터 기초과목에는 전공을 불문하고 수백명의 수강생이 몰려든다. 그런데도 정원을 조정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교수의 충원도 요원하다. 시장은 냉정하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몸 값은 기업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았다. 이렇게 준비 안 된 상황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를 우리 젊은이들이 글로벌과 경쟁하여 가져올 수 있을까?  지금 우리 젊은이들이 취업난에 고생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컴퓨터-AI시대의 변화에 준비되어 있지 않았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AI나 로봇에게 세금을 부과하자는 주장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주장인지 짚어보자. 이런 주장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로봇과 AI을 법률로 정의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어디까지 로봇이고 또 무엇이 AI 일까? 영화에서 나오는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사람 같은 기계가 로봇인가?  공장에서 제품 조립을 하는 팔이 로봇인가? 소프트웨어로만 존재하는 챗봇은 로봇인가 아닌가? 바둑 두는 프로그램을 AI라고 하는데 이의가 없겠지만, 연말 세금정산을 편하게 해주는 앱은 AI인가 아닌가?

 

AI와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면 자동화가 지연될 것이다. 생산성이 저하되어 재정도 고갈될 것이다. 기존의 복지제도 운용도 힘들어질 것이다. 노동자들은 단순작업에 묶여서 평생을 노예처럼 일해야 할 것이다. 기본소득 제도의 도입을 원한다면 사회 각 분야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서 더 많은 재원을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기술을 과감하게 도입하여야 한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려면 우선적으로 노동자들과 미래세대의 교육훈련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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