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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내부자거래와 LH직원의 투기행위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03월16일 17시10분

작성자

  • 오문성
  •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법학박사/경영학박사/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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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발생한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직원 들의 광명・시흥지구 사전투기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하여 내부자가 사적이익을 추구하였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의 내부자거래와 그 성격이 유사하다. 주식시장에서 내부자거래(insider trading)는 기업의 임직원이나 주요주주 등이 해당 기업의 중요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여 주식을 매매함으로써 일반투자자에 비하여 유리한 상황에서 거래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에 의하면 그 기업과 관련한 임직원, 주요주주 등 미공개 중요정보를 알게 된 자와 이들로부터 미공개 주요정보를 받은 자가 상장법인 등의 업무와 관련한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공개 중요정보를 특정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동법 제175조 제1항은 이를 위반한자에 대하여  해당 특정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를 한 자가 그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법 제443조 제1항 제1호는 위의 규정을 위반하여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된 미공개 중요정보를 특정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고 다만,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없거나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5억 원 이하인 경우에는 벌금의 상한액을 5억 원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공개 중요정보를 실제로 거래에 사용하였는지를 입증하기 곤란한 점을 고려하여 동법 제172조를 규정하고 있다. 동 조항은 미공개 중요정보를 알 수 있다고 생각되는 법으로 정하는 내부자(임직원 및 주요주주)가 특정증권을 매수한 후 6개월 이내에 매도하거나 특정증권 등을 매도한 후 6개월 이내에 매수하여 이익을 얻은 경우 그 법인은 그 내부자에게 그 이익(단기매매차익)을 그 법인에게 반환할 것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이 조항은 내부자가 6월 이내의 기간에 자기회사의 주식을 거래하여 차익이 발생한다는 형식적인 요건만 성립되면 미공개 중요정보를 실제로 이용하지 않았다는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자본시장의 내부자거래에 대한 관련자들의 법적 책임은 매우 무겁다. 미국에서 발생한 내부자거래의 경우 살인죄의 평균형량 보다 높은 형량을 구형하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보면 내부자거래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알만하다.

 

 투자자에게 시장의 공정성은 투자의사결정을 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공정하지 못한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는 공정하지 못한 규칙을 보유하고 있는 시합에 참여하는 운동선수와 같다. 공정하지 못한 시장은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고 시장의 신뢰 저하는 건강한 투자환경을 조성하지 못해 결국 자원의 효율적 분배에 실패하게 된다. 이러한 점이 자본시장법에서 내부자거래에 대하여 중한 책임을 묻고 있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자본시장의 내부자거래는 일찍이 범죄행위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에 대하여 중하게 묻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부동산관련 내부자거래는 자본시장법의 내부자거래와 비교하여 그 내용을 세밀하게 규정하지도 않고 관련 법 조항을 적용하더라도 그 법적 책임이 상대적으로 가벼워 아직까지도 범죄라는 의식이 약한 것 같다. 

 

이번 LH사건은 묵묵히 성실하게 살아온 일반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부동산에 있어서 확실한 개발정보를 미리 알고 주변 토지를 사들인 투자자는 매매차익을 남기는 것이 땅 짚고 헤엄치기다. 반면 청약예금에 가입하고 순위를 기다려서 로또 같은 당첨을 기다리는 일반국민 입장에서는 딴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 우울증에 걸릴 판이다.

 

 자본시장의 내부자거래에 비하여 부동산시장의 내부자거래가 그 법적 책임이 가벼운 것도 이러한 상황을 촉발하게 된 것에 일조(一助)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내부자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경우 이에 대한 법적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법의 내용을 찾아보면 그것이 느껴진다. 관련 법 규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부패방지법) 제7조의 2가 그 근거가 된다. 

부패방지법 제7조의 2에서는 “공직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 LH는 자본금 40조원 전액을 정부가 출자한 공기업으로서 공직유관단체에 속하기 때문에 동법 제2조 제3호 나목에 의하여 공사의 임직원은 공직자에 속하고 광명・시흥지구 사전투기에 이용된 개발정보는 정황상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였다는 요건을 만족시킬 개연성이 높다고 본다. 

 

동법 제86조는 업무상 비밀이용의 죄에 대한 책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징역과 벌금은 이를 병과할 수 있으며 죄로 인하여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은 이를 몰수 또는 추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둘째는 공공주택특별법(이하 공특법) 제9조 제2항이 근거가 될 수 있다. 

공특법 제9조 제2항은 “특정 기관 또는 업체에 종사하였거나 종사하는 자는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주택지구 지정 또는 지정 제안과 관련한 정보를 주택지구 지정 또는 지정 제안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특정기관 또는 업체는 국토교통부, 주택지구의 지정을 제안하거나 제안하려고 하는 공공주택사업자, 관련법에 따라 협의하는 관계 중앙행정기관, 관할 지방자치단체, 지방공사 등 관계기관, 공공주택사업자가 주택지구의 지정 제안 또는 지정에 필요한 조사, 관계서류 작성 등을 위하여 용역 계약을 체결한 업체이다. 

LH는 주택지구의 지정을 제안하거나 제안하려고 하는 공공주택사업자에 속하기 때문에 본 공사의 임직원이 본 조항을 위배하여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주택지구 지정 또는 지정 제안과 관련한 정보를 주택지구 지정 또는 지정 제안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하는 경우는 공특법 제57조 제1항에 의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번 LH직원들이 사전투기에 이용한 정보가 부패방지법에서 말하는 비밀, 공특법에서 말하는 관련정보로 판단이 된다면 관련조항의 적용을 통하여 처벌 할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판단의 문제에 들어가서는 정보의 입수시기, 관련 부동산의 취득시기를 고려하여 미공개 정보인지 등 그 정보를 이용한 거래였는지는 판단하여 보아야 하지만 현재 알려진 정황으로는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의 개연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내부자거래에 대하여 그 책임을 묻는 근거법률의 내용을 살펴보면 자본시장의 내부자거래와 그 성격은 유사하고 그 거래의 구성면에서 적극성이 자본시장의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더욱 큼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묻는 면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에서의 내부자거래가 자본시장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중대범죄 이듯이 이번 LH직원들의 주택지구 고시 전 사전투기는 문재인 정부가 초기부터 강조해 왔던 공정사회를 뿌리부터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중대범죄 사건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동산 유관기관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법 규정을 정비하여야 한다. 내부자거래 등 경제사범의 재발방지는 범죄를 통하여 얻은 소득에 비하여 과하리만큼 큰 금액의 환수가 최소한의 재발방지 방법이다. 왜냐하면 재산적 이익을 노리는 범죄행위에 대하여 재산적 이익의 몇 배에 해당하는 이익의 환수만큼 확실한 처벌은 없다. 

 

부동산의 내부자거래에 관한 몰수 및 추징에 대하여는 부패방지법 제86조를 적용할 수는 있으나 몰수추징가액이 사회에 끼친 해악에 비하여 경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본시장의 내부자거래에서 환수하는 정도의 금액 즉, 부당이득금액의 3배에서 5배정도의 금액을 환수하고 미공개 주요정보를 받은 자에 대하여도 그 책임을 물으며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으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 법을 하루 빨리 제정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만이 처벌받아도 범죄를 통하여 얻은 이익은 남아있어서 걱정할 것 없다는 범죄자의 마음의 평정심을 깰 수 있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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