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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국제정세 ] ① COVID-19 팬데믹과 신흥안보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12월31일 16시00분

작성자

  • 이대우
  •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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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세종연구원이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0-특집호-제35호]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COVID-19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되어 인류의 삶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COVID-19 창궐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에게 닥친 가장 큰 위기일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3월 11일 COVID-19를 세계적 유행병(Pandemic)으로 선언했다. 

 

몇 년 전 유행했던 사스(SARS)에 비해 치명률은 낮지만, 전염력은 훨씬 강력한 COVID-19는 2020년 12월 20일 기준으로 220개 국가 및 영토로 확산되어 7,600만 명 이상을 감염시키고, 170만 명에 육박하는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중국, 러시아가 COVID-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마침내 미국을 시작으로 백신이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백신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COVID-19가 언제 종식될 것인가에 대해 그 누구도 예측을 못하는 상황이다. 

 

많은 학자들이 COVID-19 종식 후 국제사회 모습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코로나 사태가 인류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연구를 종합해 『COVID-19 Reshapes the Future』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COVID-19는 인구(구조, 이민, 도시화), 자원(에너지, 식량), 기술, 정보, 경제(발전, 세계화, 노동력, 공급망, 불평등), 안보(국제 리더십 부재, 국가안보 영역 확대, 회색지대 및 테러 확산), 통치(민주주의 후퇴, 신뢰) 등의 분야에서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1970년대 초, 오일쇼크(Oil Shock)를 겪을 당시 이익집단,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중요 행위자로 등장함에 따라 국제정치학계에서는 기존의 주권국가 중심이었던 연구대상을 비국가행위자들로 확장하게 되었다. 또한 오일쇼크를 계기로 국경을 초월해서 국제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과 상황에 대해 ‘초국가적(transnational)’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비(非)전통 안보 위협의 부상

 

이 글에서는 COVID-19라는 비(非)전통안보(Non-Traditional Security) 이슈가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980년대부터 학자들은 비전통안보에 관심 갖고 있었지만, 냉전종식과 함께 미국의 ‘세계 경찰’ 역할이 축소되면서 그동안 분출되지 못했던 새로운 이슈들이 등장하면서 비전통안보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었다. 냉전 종식으로 미·소 간 첨예하게 대립하던 이념논쟁이 끝남에 따라 강대국들 간의 전쟁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그러나 개인이나 기업, 단체(NGO, 종교, 인종, 각종 이익단체) 등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행위주체로 등장하였고, 이들의 행위로 인해 발생되는 테러리즘, 사이버테러, 식량 및 인구문제, 난민문제, 에너지문제, 환경(기후)변화, 자원고갈, 인신매매, 마약밀매, 국제조직범죄, 해적행위, 대량난민, 감염병 문제 등이 국제사회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이러한 비군사적 위협들은 한 국가에 머무르지 않고 국경을 넘어 이웃 국가들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으며, 한 국가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기에 초국가적 안보위협(Transnational Security Threats)이라 불린다. 초국가적 안보위협이라는 용어는 2001년 발생한 9·11 테러사건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었고, 최근 ‘새롭게 부상하는 위협’ 또는 ‘새롭게 부각되는 위협’이라는 의미에서 신흥안보위협(Emerging Security Threats)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물론 COVID-19 자체가 인류의 삶 자체를 위협하고 있으나, COVID-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각 정부가 취하고 있는 봉쇄정책과 이동제한 정책으로 국민들은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국제적으로 공급체계를 흔들었고, 국내적으로는 실업자 폭증, 소득 감소, 소비 둔화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허위정보와 음모론이 난무하여 사회 불안 및 폭력을 조장하고 있으며, 바이오테러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고, 국제협력의 부재로 인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COVID 확산으로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급진화 교육이 강화되고, 이는 테러로 이어질 것이라 주장한다. 특히 COVID-19 방역을 위해 대(對)테러전 인력이 차출되고, 대테러전 예산도 방역 예산으로 이전되고, 국제공조도 약화되어 전반적인 대테러 역량이 축소되는 상황이 테러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는 매우 부족하다. 즉, COVID-19 확산에도 불구하고 국제테러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허위정보(음모론) 난무 

 

COVID-19에 대한 정부의 봉쇄 및 이동제한 조치로 국민들이, 특히 젊은이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고, 이는 인터넷 사용 폭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활용하여 극단주의 이념과 허위정보들을 전파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적들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보복(테러)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한편 정부의 비효율적 대응을 비난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극우주의자들이 주축이 된 반정부 세력이 증가하고, 음모론과 허위정보 유포로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COVID-19를 비신자들, 서방인, 유대인 등을 통해 중동 및 아프리카 무슬림에 전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슬람국가(ISIS)는 COVID-19를 “알라의 군대(soldier of Allah)”로 부르며, 자신들의 지도자(알바그다디) 암살과 중국의 위구르 무슬림 탄압에 대한 복수라고 주장하면서 COVID-19로 타격을 입은 적들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우디와 전쟁 중인 예멘의 후티(Houthi)반군은 사우디가 COVID-19에 감염된 마스크를 공중에서 살포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테러지원국 이란과 그의 대리인인 헤즈볼라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국이 개발하고 퍼뜨리는 생물무기(bioweapon)라고 선전한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과 유럽의 우익단체 행동에서도 발견된다. 미국의 큐아논(QAnon, 극우음모론집단)은 ‘중국, 빌 게이츠, 대형 제약회사가 코로나바이러스를 만들어 살포했다’는 음모론을 퍼뜨리며 동조자를 모집하고 있다. 게다가 COVID-19로 인한 양극화와 분열이 가속화되어 반정부 그룹, 인종주의 그룹, 정치 극단주의자들이 양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및 유럽에서는 실직자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유대인, 흑인, 이민자, 정치인, 경찰 등을 희생양으로 삼아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와 관련해 반중국 정서가 확산되면서 중국인(아시아인)에 대한 폭력이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ISIS 추종세력에 의한 테러보다 국내 우익 집단의 테러(백색테러)가 더 위협적이다.

 

이렇듯 빠르게 확산하는 COVID-19 관련 허위정보와 음모론은 극단주의자들의 바이오테러를 부추기고 있다. 유전공학 기술 발전으로 극단주의자(테러리스트)들의 생물무기 제조 가능성이 이미 높아진 상황이다. 과거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는 생물학작용제(biological agents)를 구입하가나, 훔치거나, 개발하려 했다. 알카에다는 2002년 영국에서 리신(ricin, 피마자의 씨 속에 들어 있는 독성 물질)을 이용한 테러를 모의했고, 2017년 역시 소량의 리신을 실험한 적은 있다. 이라크군은 2014년 ISIS 수감자의 컴퓨터에서 수천 개의 생물학전쟁 관련 파일을 발견했다. 친 ISIS 미디어(al-Abd al-Faqir Media)는 2018년 7월과 8월 바이오테러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의 극우극단주의자들도 유사한 계획을 수립하는 사례도 적발되었다. 최근 백인우월주의자(white supremacist)들과 신나치(neo-Nazis)는 COVID-19에 감염된 단원들은 법집행자들과 소수자들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코로나에 감염되면 지역 모스크와 유대 교회를 방문하고, 버스나 지하철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양한 이웃들과 시간을 보내라’고 강조한다. 요컨대 극단주의자들은 끊임없이 바이오테러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생물무기는 국가의 개입 없이 일개 단체가 만들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아직까지 바이러스가 테러무기로 사용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 유럽, 그리고 유엔은 바이오테러를 경고했다. 아마도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탈취되거나 실수로 유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경고라 볼 수 있다.

 

국제협력의 부재

 

끝으로 COVID-19 확산 와중에도 국제사회에서 협력은 사라지고 각자도생(各自圖生)만이 존재한다. 국제협력 부재야 말로 새롭게 부상하는 안보위협이라 할 수 있다. COVID-19 백신이 개발되었음에도 선진국들은 자국 국민만을 생각해 백신을 독점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WHO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COVID-19를 우한 바이러스라 부르면 바이러스 창궐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고, WHO와 결별을 선언하는 등 COVID-19 퇴치에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고 있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 당시 미국이 주도적 리더십을 발휘했던 것과는 대조적 상황이 발생했다. 2014년 미국은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Global Health Security Agenda)을 주도적으로 구성해 전염병 확산 대응을 이끌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독자적 대응에 나섰다.

 

글로벌보건안보구상은 세계보건기구의 국제보건규약(IHR)과 같이 국제적으로 합의된 핵심역량(질병 감시 및 대응)을 각 국가의 보건안보시스템 내에 갖추도록 상호 협력하고 지원하는 체제이며, 한국을 포함한 69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와 사스(2003), 신종플루(2009), 에볼라바이러스(2014), 메르스(2015)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2020)까지 약 5년 주기로 신종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또 다른 감염병이 몇 년 후 인류를 위협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국제적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이 감염병과 같은 비전통안보위협 대응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다자주의와 국제적 리더십 회복을 강조하는 바이든 미국 차기정부에 기대를 걸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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