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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해법,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 제공부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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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1월14일 17시15분

작성자

  • 김유선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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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70, 80년대 정부는 산아제한 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산아제한 정책이 성공했음인지 베이비붐 세대에겐 네댓 명이던 형제자매 가 젊은 세대에선 한두 명으로 줄었다. 여성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자녀수인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명에서 2000년 1.5명으로 줄었고, 2005년에는 1.08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 알아챈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저출산 대책은 기혼여성의 자녀 출산과 양육 지원에 초점을 맞추었고, 모두 80조 2천억 원의 재정을 쏟아 부었다. 합계출산율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1.2명대를 회복했지만, 합계출산율이 1.3명도 안 되는 초저출산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오르려면 혼인율과 기혼여성 출산율이 올라야 한다. 기혼여성 출산율은 2005년 1.2명에서 2014년 1.5명으로 올랐지만, 혼인율은 6.5명에서 5.9명으로 줄었고, 혼인건수도 31만 4천 건에서 30만 3천 건으로 줄었다. 혼외출산율이 2.1%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한국에서 출산율을 높이려면 혼인율부터 높여야 한다. 

올해부터 시행된 제3차 저출산 대책이 제1, 2차 대책에 빠져 있던 청년 일자리와 주거 지원을 통한 혼인율 제고에 주목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만한 정책수단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청년 고용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 온 기존의 정부 노동정책을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청년 고용의 질을 대폭 저하시킬 파견근로자 확대법안 마저 청년고용 활성화 수단이라고 강변할 정도다. 

 

2016년 3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부가조사에서 20, 30대 기혼자 비율을 살펴보면, ‘남성은 학력수준이 높을수록, 취업하고 고용형태가 안정적일수록, 임금수준이 높을수록 기혼자 비율이 높다.’ 고용주는 기혼자 비율이 75.5%인데 정규직은 53.1%, 비정규직은 28.9%, 실업자는 11.6%다. 임금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하위 10%)는 기혼자 비율이 6.9%로 가장 낮은데, 임금수준이 가장 높은 10분위(상위 10%)는 82.5%로 가장 높다. 대졸자는 기혼자가 47.9%인데 중졸자는 35.4%다. 

연령 등을 통제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것은 남성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만한 사회경제적 지위(고학력‧취업‧안정된 일자리‧적정임금수준)를 확보하지 못 하면 결혼하기 어려운 현실을 말해준다. 남성이 갈수록 결혼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지면서, 남녀 모두 결혼시기가 늦춰지고 자녀출산 연령이 늦춰지고 있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학력수준이 낮을수록 혼인 확률이 높고, 대졸이상 고학력자의 혼인 확률이 낮다. 비경제활동인구와 무급가족종사자 등 비취업자의 혼인 확률이 높고, 남성과 달리 고용형태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다. 게다가 임금 1분위와 9~10분위만 혼인 확률이 높고, 임금 2~8분위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 이처럼 여성이 남성과 다른 특징을 보이는 것은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체제에서는 일과 생활의 양립이 어렵기 때문에 기혼여성의 상당수가 자녀출산 및 양육 기에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기혼여성의 노동시장 내 지위가 가계보조적인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상으로부터 우리는 다음과 같은 함의를 도출할 수 있다. 한국의 결혼시장은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 여성 가계보조자 모델’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저출산 대책은 기혼여성의 자녀 출산과 양육 지원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청년들에게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안정된 적정임금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저출산 정책은 실효성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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