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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 시기에 풀어야 할 숙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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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1월03일 15시00분

작성자

  • 강태수
  •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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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 속도가 가파르다. 11월 2일 환율 종가는 1,135원이다. 3월 18일 1,245원 대비 7개월 새 8.9% 하락한 거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가 계속 이어진다고 본다.  내년에는 달러당 1,00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원화 강세 현상을 주도하는 줄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중국경제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 둘째, 미 달러화 약세 기대가 강해 지고 있다.  

 

① 최근 중국경제 회복 모양새는 ‘V자형’이다. 중국경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 –6.8%에서 3분기 4.9%로 급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추진한 강력한 내수부양 정책의 결과물이다. 이른바 ‘쌍순환’(내수+수출) 경기부양책이다. 쌍순환 정책기조는 최소 5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경제의 성과는 위안화 강세 현상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중국 경기 동향에 매우 민감한 구조다. 위안화 환율과 원화 환율 움직임에 동조화 경향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원화와 위안화 간 상관관계 지수는 0.88 정도다. 움직이는 방향과 변동 폭이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원화 강세를 추동하는 요인 중에 중국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② 미 달러화 약세 기대 지속도 원화 강세 압력을 높인다. 11월 3일 미국 대선결과가 달러화 환율에 중대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 또는 조 바이든 후보 둘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달러화는 약세로 갈거라는 기대가 시장의 컨센서스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확장 재정정책을 공약했다.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2021년 초부터 3조달러 규모의 초(超)확대 재정집행이 예정되어 있다. 재정확대는 국채발행을 늘리게 된다. 그만큼 달러화 가치가 하락 압력을 받는다. 이에 더해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 입장도 당분간 ‘완화적’스탠스 유지다.

중장기적으로도 달러화는 약세 가능성이 크다. 2020년 8월 27일 미 연준은 통화정책운영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것임을 선언했다. 소위‘신(新)Consensus Statement’다. 핵심 메시지는 다음 3가지다. ⑴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를 상회해도 금리 인상은 없다. ⑵저금리 기조를 앞으로도 장기간 지속한다. ⑶통화정책 무게중심을 종전 ‘물가안정’에서 ‘고용시장 안정’으로 옮긴다. 

향후 5년간 연준 통화정책 방향이 ‘완화 스탠스’ 지속임을 의미한다. 

 

□ 앞으로도 상당 기간 원화 강세 압력이 지속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배경이다. 정책 당국이 주목해야 할 리스크와 숙제는 무엇일까.

 

① 우선 중국 위안화와 원화 환율 간 동조화에 따른 부작용에 유의해야 하겠다. 원화 강세가 우리 경제 체력이 개선된 결과라면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국내 실물경제가 부진한데 중국 경기 호황 때문에 원화가 강세 압력을 받는 경우다. 기초경제여건(economic fundamental)에서 벗어난 환율은 그 자체로 기업활동에 크나큰 부담이다. 특히 국내 중소수출업체들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현재 시장 환율이 중소 수출업체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지 발 빠른 점검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반대로 위안화가 약세로 전환되면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할 수 있다. 미 상무성이 지정하는 상계관세(counter-vailing duty) 부과 대상이 되는 거다. 위안화 때문에 원화 환율이 덩달아 약세로 전환되면 우리나라가 졸지에 상계관세 타겟이 될 수 있다. 원-위안화 환율 동조화의 불가피성과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미 당국에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② 원화 강세기대의 일방향·장기간 지속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이 따라온다. 환율 하락에 베팅하는 투기성 움직임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년 3월부터 ‘비거주자 NDF (non-deliverable forward) 매도’가 크게 늘고 있다. 역외시장 시장 플레이어들이 원화 강세를 기대하고 선물환을 매도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NDF 거래는 선물환 매도 거래의 일종이다. 선물환 거래와 달리 만기에 환율 변동분 차액만 정산한다. 

 

③ 이에 더해 최근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 확대도 원화 강세 압력요인이다. 원화 강세기대가 지배적이면 조선사들은 선물환 매각으로 대응하게 된다. 미래 달러화로 받게 될 선박대금을 원화로 바꿀 때 발생하는 환리스크에 대해 헤지(risk hedge)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행태가 모여 원화 강세 심리를 더욱 증강시킨다. 더욱이 조선사 선물환 매도가 늘면 동시에 단기 외채도 증가하게 된다. 우리나라 대외부문 거시건전성에 부담이 되는 거다. 2010년 10월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를 도입한 취지다. 10년전 도입한 규제의 틀이 현재 상황에서도 작동하는지에 대해 점검이 필요하다. 

      

④ 원화 강세 시기는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에 대해 성찰할 기회다. 내수와 수출이 두 개 성장 엔진이다. 그동안 경제 성장이 지나치게 수출에 의존한 측면이 있다. 내수와 수출의 균형성장방안에 대해 구체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이 반면교사다. 2010년 일본경제는 초(超) 엔화 강세 상황을 맞았다. 일본 정부는 엔화 강세에 따른 경기 불황을 내수시장 확대로 맞대응했다. 경제 성장엔진을 갈아 끼운 거다. 최근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쌍순환’정책도 속셈은 내수를 늘려 미국이 밀어붙이는 통상압력에 대응하겠다는 계산이다. 

 

 ⑤ 원화 강세 시기는 비싸진 원화로 해외자산투자를 늘릴 기회다. 차제에 내국인 해외투자를 통한 이자·배당 소득이 국내로 더 많이 들어오는 환경을 강고하게 구축하는 거다. 지나치게 상품교역 수지에 치우친 우리나라 경상수지 구성을 손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수출이 줄어도 해외로부터 이자·배당 소득이 증가하는 선진국형으로 재편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 원화 강세의 긍정적인 측면을 극대화하는 지혜가 뭘까. 숙제를 풀어야 할 텐데 밤은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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