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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국립대학의 위기와 국립대학 간의 거시적 구조조정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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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0월27일 17시10분

작성자

  • 최협
  •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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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의 위기가 거론된 지 수년이 흘렀지만, 문제의 해결책이 손에 잡히기는커녕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최근 교육부의 발표에 의하면 9개 주요 지방국립대에서 자퇴하는 학생 수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 한다. 

구체적인 통계를 보면 지방 주요 9개 국립대 자퇴생은 2017년 3,981명, 2018년 4,438명, 2019년 4,793명을 기록하면서 작년 전체 학생 가운데 2.4%가 자퇴를 선택한 것으로 나왔다. 자퇴의 이유는 대부분이 다른 학교, 더 정확히는 서울의 대학으로의 진학을 위함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지방대학의 경쟁률이 갈수록 떨어져 올해의 경쟁률이 평균적으로 볼 때 미달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입시는 대입 역사상 최초로 대학이 뽑는 인원보다 대학에 지원할 인원이 더 적을 것으로 예상돼 위기감이 심각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학년도 입시에서 대학의 입학정원은 48만866명(정원 외 포함 총 모집 인원은 55만5,774명), 대학수학능력시험 지원자는 49만3,433명이다. 해마다 통상 10% 내외 수능 결시율을 보여 왔기에 지원자가 입학정원 규모를 밑돌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매일경제 10월 20일, 한국일보 10월 20일)

 

그동안 정부는 지방대학육성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방국립대학을 지역거점대학으로 지정하여 낮은 등록금을 유지하도록 하고, 재정지원을 통해 교육 여건을 개선하여 학생 유치를 도왔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정책은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 모든 문제의 블랙홀인 서울집중과 지방의 빈혈 현상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저 손을 놓고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 무엇이 최선의 방책인가를 놓고 모두가 힘을 합쳐 바람직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실 오늘날 대학이 처한 위기상황은 지방대학만이 아닌 모든 대학에 해당하는 요소가 바탕에 깔려있다. 무엇보다도 세계 최저출산율로 인한 대학진학인구의 감소가 전체대학이 당면한 가장 큰 위기상황이다.

 또한, COVID-19로 인한 비대면 강의의 일상화는 대학교육 전반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새롭게 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인구감소에 따른 구조조정과 온라인강의 확대에 따른 교육개혁의 문제가 당장 우리 앞에 주어진 과제로 등장했다. 지방대학도 이러한 큰 틀 안에서 생존을 위한 변화와 대안 마련에 임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원축소, 학과나 대학의 통폐합, 교육방식의 변화가 주요 논의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앞서 언론에서 다룬 주요 거점 지방국립대의 문제는 개별대학이 아닌 국립대학 전체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학은 그 운영에서 국가 전체의 발전이라는 목표를 공유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물론 특수법인의 지위를 갖는 서울대학도 포함된다. 

 

9개의 주요 지방국립대학의 학생들이 자퇴하고 서울로 옮겨가는 이유는 모든 대학이 차별성 있는 교육을 해 오지 못한데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한국의 국립대학들은 한 결 같이 단과대학과 학과들이 너무 많아서 도대체 특성화라는 수식어를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만일 작금의 시대적 상황이 대학의 구조조정과 통폐합, 그리고 융복합과정이라는 변화를 불가피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면, 지방국립대학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문제도 바로 그러한 맥락 안에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간단한 해결책은 없음을 안다. 그래서 많은 두뇌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하겠지만, 논의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뜻에서 국립대학의 구조조정이라는 틀 안에서 하나의 제안을 해본다.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은 모든 국립대학이 쌍둥이처럼 닮은꼴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서울과 지방대학 사이에는 서열이 존재한다. 바로 이점이 문제다. 

먼저 한국을 대표한다는 서울대를 들여다보면 세계 각국의 명문대학 중에서 서울대만큼 많은 단과대학과 학과, 그리고 전문대학원을 거느린 곳이 없음에 놀란다. 서울대는 마치 온갖 종류의 잡다한 물건을 모두 갖추고 영업을 하는 잡화점 같아서 무려 16개의 단과대학에 특수 전문대학도 9개나 거느린다. 

 

서울대가 국제무대에서 상대해야 할 스탠퍼드대학 같은 곳은 7개의 대학만으로 구성되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발 빠르게 움직이며 몇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을 보더라도 베이징대는 기본적으로 사회, 정치, 법 분야, 칭화대는 이공계, 그리고 상해의 푸단대는 인문학 분야의 최고 대학이다. 

 

또한, 미국 주립대학 중 최고로 평가받는 캘리포니아대학 시스템도 우리에게 많은 참고가 된다. 즉 버클리는 기초학문, 데이비스는 농업, 산디아고는 해양학, 로스앤젤레스는 경영학 및 예술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갖는 체제를 갖추어 학생들이 분야에 따라 대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다른 대학들을 보더라도, 하버드에는 농대와 공대가 없고, 버클리같은 거대 주립대학에도 의대가 없다. 사실 동부의 명문인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기초학문과 전통적 몇 분야에 치중한다. 이는 어느 한 대학이 싹쓸이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체제에서는 대학 간의 서열화 문제가 크지 않고, 대학의 특성화를 통하여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상에서 살펴본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대한민국은 서울집중의 블랙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라서 안타깝다. 오래전, 수원에 있던 서울농대를 기어이 거대도시 서울의 한복판으로 옮기는 것을 보며 착잡한 심정이었음을 아직도 기억한다. 농대는 실습농장, 연습림 등 많은 실습지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마치 뉴욕주의 시골에 있던 코넬대의 농대를 뉴욕 맨해튼의 컬럼비아대학으로 옮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의 서울대학에는 기초학문이나 첨단과학뿐만 아니라 농업, 수의학, 해양, 미술, 음악, 심지어는 아동 소비자학이라는 일반인에는 생소한 분야까지 없는 학과가 없으니, 다른 지방국립대학들의 특성화가 제대로 진척될 리 만무하고, 대학의 줄 세우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서울대는 국가지원의 최대수혜자이고 이제 법인화까지 되었으니 세계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필요로 하고, 잘 할 수 있고, 그리고 서울이라는 메트로폴리탄 환경에서 좋은 여건을 마련할 수 있는 몇 분야에 그야말로 선택과 집중을 해 국민의 자부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에 발맞추어 지방의 국립대학 역시 지역 특성을 살린 개혁작업과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이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 아닐까 한다.

 

대학진학인구 감소로 대학의 통폐합과 구조조정은 어차피 불가피한 진로임이 명확한 이상 이제부터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에서 논의가 시작되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서울대학의 구조개혁이 국가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면, 다른 지방국립대학이 뒤따르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방국립대학들도 이제 서울대와 중복되지 않는 분야를 보다 적극적으로 특성화하고 육성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대학을 시작으로 지방국립대학들도 정원감축과 미래지향적인 융복합 교육과정을 통한 학과와 단과대학의 통폐합 문제를 진지하게 연구·검토하여 지역에 맞는 특성화를 추진하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생각을 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면, 서울대를 포함한 국립대학 간의 거시적 구조조정은 대한민국의 블랙홀인 서울-지방 간 격차 문제 해소를 위한 중요한 열쇠로도 작용할 것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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