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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27) 꽃보다 열매(3): 반상록 나무, 남천과 피라칸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10월23일 17시02분
  • 최종수정 2020년10월23일 16시19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장

메타정보

본문

나무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늦가을로 접어드는 이 시기가 되면 나무들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른바 늘푸른 나무라고 불리는 상록수(常綠樹)들은 그 잎들이 전혀 바뀌지 않고 있는데, 이 시기에 잎 색깔을 화려하게 바꾸어서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거나 아예 잎을 떨구기 시작하는 이른바 낙엽수(落葉樹)들도 있습니다. 그런 상록수들이 있기에 필자와 같이 나무에 깊이 빠져 버린 사람들도 겨울에 심심하지 않게 되어 다행입니다.

 

그런데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이렇게 딱 대별되는 두 종류 사이에는 반드시 그 중간 성질을 가지는 녀석들이 나타납니다. 나무들 중에도 반상록(半常祿)이라는 특성을 가진 종류가 있는 것이지요. 가을이 되면 잎의 색깔을 바꾸기는 하는데 그 잎을 겨우내 떨구지 않는 녀석들도 있고, 추운 북쪽에서는 잎을 떨구는데 따뜻한 남쪽에서는 그냥 초록색 잎을 달고 견디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려는 ‘꽃보다 열매’의 특성을 가진 두 나무도 이런 반상록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에 이 나무들을 소개하려고 마음먹은 것은 지난 10월 8일 세미나 참석 차 명동성당 근처에 갔을 때 찍은 피라칸타 나무에 매달린 비둘기 떼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겨울에도 달려 있는 빨간 작은 열매들이 새들의 먹이가 된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집중적인 먹이활동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장은 처음 보았습니다. 지난 10월 20일 다시 근처로 갔을 때 보았더니 여전히 나무는 빨간 열매들을 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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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8일 명동성당  피라칸타 열매에 모인 비둘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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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나무를 10월20일 다시 찍은 모습

 

 

피라칸타. 필자는 이 나무를 대단히 일찍 만나고도 이 나무가 그렇게 사랑받는지 몰랐습니다. 필자가 오랫동안 재직한 산업연구원이 서울 홍릉에 있던 2014년까지 필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종종 KAIST를 거쳐 경희대 캠퍼스로 산책을 다녀오곤 했습니다. 그 당시 KAIST로 올라가는 계단 양 옆으로 이 나무가 심어져 있고 피라칸사스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나무는 외국 이름을 달고 있어서 수입된 나무겠거니 하고 큰 관심을 두지 않았지요. 이 나무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유럽 남쪽에서 중국 서남부에 걸쳐 6종이 자란다’는 설명이 나오는 것을 보면 분명히 수입된 나무이긴 하지요. 우리나라에 들어온 종류 중에는 상록과 반상록 모두 다 있다고 하고, 중부 지방에 심어지는 것은 대부분 한겨울에 잎을 떨구는 반상록 종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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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12일 서울 KAIST 정문 계단 좌우의 피라칸타

 

 그런데 곳곳에서 이 나무를 발견하면서 생각을 바꾸게 되었지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열매를 때로는 올망졸망 때로는 빽빽히 달고 있는 이 나무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많은 공원이나 산책길 등에 많이 심어지고 있고, 심지어 이 나무에 반해서 화분에다 심어서 집에서 가꾸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2014년 10월18일 태종대를 산책하면서 만난 녀석들인데 열매들이 주렁주렁 아래로 처진 모습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저절로 멈추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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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30일 신라호텔과 반얀트리호텔을 잇는 성곽길의 피라칸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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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18일 부산 태종대공원의 피라칸타 열매들의 놀라울 정도로 풍성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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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24일 경주 근처 숙소 오르세팬션의 피라칸타

 

 

이 나무도 다른 상록활엽수처럼 남쪽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필자가 늦가을과 겨울 시즌에 산책할 기회를 가졌던 부산시민공원과 고등학교 졸업 4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던 경주 오르세팬션 등에서도 아름다운 이 나무 열매들을 만났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상록활엽수와는 달리 북쪽에서도 제법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명동성당에서도 만났으니까요. 

이 나무의 열매를 자세히 보면 열매 위에 배꼽 같은 까만 점이 안으로 쏙 들어간 모양으로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이 요즘 열리는 다른 열매들과 구분하는 좋은 열쇠입니다. 다만 2주 전에 소개한 마가목의 열매들도 까만 배꼽을 달고 있는데, 마가목은 잎이 특이한 복엽구조를 갖고 있으니 비교적 쉽게 구별할 수 있겠지요.​ 

 

피라칸타의 잎 모양을 살펴보면 이 나무가 유달리 잎 크기도 작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잎 표면이 반질반질한 성질은 동백나무, 사철나무 등의 상록 활엽수들과 비슷합니다. 피라칸타도 꽃보다는 열매가 더 눈에 띄기는 하지만 봄에 피는 꽃에도 주목해 두었다가 내년 봄에 찾아봐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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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14일 KAIST 피라칸타 개화 모습: 열매처럼 빽백하게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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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14일 명동성당 피라칸타 개화 모습: 위의 열매 사진 나무일 것으로 추정

 

 

남천나무. 이름을 처음 듣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 생활에 매우 가까이 있는 나무입니다. 특히 요즈음 조성되는 아파트단지 및 공공기관 정원이나 시민공원 등에는 거의 자동적으로 심어지는 나무라고 여겨지네요. 필자가 한때 근무하면서 관사에 머물기도 했던 세종시에는 이 나무가 곳곳에 심어져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남천나무들은 이맘때가 되면 빨간색이나 황금색으로 익은 열매들을 한 다발 매달고는 그렇게 싱싱하던 잎사귀들도 모두 울긋불긋 물들이기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양지바른 곳에서는 이런 상태로 겨울을 나기도 하는데, 환경이 불리한 곳에서는 잎을 떨어뜨립니다. 바로 반상록 나무들의 특징이지요.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남천나무는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관목’이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잎의 색깔을 바꾸는 특성은 여느 상록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 저는 반상록이라고 간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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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3일 광화문 근처에서 열매를 잔뜩 달고 있는 남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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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16일 세종시 연구청사 근처의 남천: 열매가 황금빛이다.

 

 

그런 반상록의 특성 때문에 남천나무들은 봄철에 잎을 내밀 때부터 다양한 색깔을 지니는 개체들이 어우러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릇파릇한 초록색 잎을 내민 개체들과 작년 겨울의 물든 잎들을 유지한 개체들이 뒤섞여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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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21일 중국 청두 출장시 만난 남천나무들: 겨울을 넘긴 나무들과 초록 새 잎을 내민 나무들이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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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일 서울시립대 교정 겨울을 넘긴 남천 열매

 

 

인터넷의 기술적 설명을 인용하면 ‘잎은 가죽질이며 3회 우상복엽(羽狀複葉)으로 잎줄기에 마디가 있고 길이 30∼50㎝이다. 작은 잎은 자루가 없으며 타원상 피침형이고, 길이 3∼10㎝로서 양끝이 점차로 뾰족해진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조금 어렵지요. 그냥 이 나무의 잎이 대나무 잎을 닮았다고 해석하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영어로는 ‘sacred bamboo’ 혹은 ‘heavenly bamboo’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하니 바로 그런 잎 모양의 특성을 잘 살린 것 같습니다. 한자로는 南天이니 영어 이름에 들어 있는 하늘의 이미지가 잘 살려져 있는데 실은 이 나무는 중국산으로 중국 한자 이름 그대로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남천나무가 꽃을 피우는 시기는 5, 6월인데 필자는 2015년 5월말 대전버스터미널에서 만났습니다. 꽃도 마치 전체가 하나의 꽃다발을 이룬 것처럼 다발을 이루며 피는 경향을 가져서 이 나무의 관상용 가치를 높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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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10월24일 경주 보문호 근처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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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29일 대전시외버스터미널 남천 꽃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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