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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26) 꽃보다 열매(2): 보석 같이 빛나는 낙상홍과 좀작살나무의 열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10월16일 17시02분
  • 최종수정 2020년10월23일 16시25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장

메타정보

본문

지난번에 ‘꽃보다 열매’가 아름다운 나무로서 마가목과 백당나무를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두 나무들의 경우는 봄에 피는 꽃들도 제법 볼만하다고 평가받아 마땅합니다. 오히려 봄에 피는 꽃들을 더 사랑스럽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다루고자 하는 두 나무야말로 정말로 꽃보다는 열매의 가치가 빛나는 나무들입니다. 낙상홍과 좀작살나무이지요. 이 두 나무의 열매들은 가을 햇빛을 받아 지금 영롱한 보석들처럼 보이고 있으니 문자나 의미 모든 면에서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고 할 만하지요. 필자는 요즘 공원이나 천변 산책길, 혹은 대학 캠퍼스 등을 거닐면 이 나무들의 매력에 이끌려 연신 사진을 찍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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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5일 분당 중앙공원의 낙상홍 열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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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3일 청계천 변에 열린 좀작살나무 열매들

 

 '낙상홍'을 한자로 쓰면 ‘落霜紅’입니다. '서리(​)가 내려(​)도 붉은(​) 열매'가 더욱 빛나서 그런 이름을 얻은 것 같습니다. 우습게도 필자는 처음에 ‘落裳紅’으로 잘못 알았습니다. ‘치마(​)같은 잎들을 떨어뜨리고 나면 더욱 드러나는 붉은 열매’의 이미지가 너무 뚜렷했기 때문이지요. 어느 쪽이든 이름 자체가 이 나무가 어느 때 그 가치를 드러내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실 이 나무에 큰 관심을 가지고도 (나무에 빠졌다고 말하곤 하는) 필자조차 봄에 핀 이 나무의 꽃을 오랫동안 잘 찾아내지 못할 정도로 이 나무의 꽃은 작고 볼품없어 보입니다. 이번에 다루는 두 나무 모두 키가 채 2m를 넘기지 못하는 관목들이긴 하지만 그런 나무의 작은 크기에 비해서도 꽃의 크기는 터무니없이 작지요. 필자는 벌과 나비들이 어떻게 이렇게 작은 꽃들을 찾아와서 수정시키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물론 꽃의 향기가 불러들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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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31일 여의도공원에서 만난 낙상홍의 꽃핀 모습: 가지 밑에 숨어서 피는 작은 꽃을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그에 비하면 가을이 깊어갈수록 홍색이 짙어지는 낙상홍의 열매들은 참으로 매력적이지요. 꽃이 작아서 그런지 열매 크기도 작은 편이지만 가지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홍색 열매들은 보석같이 빛이 납니다. 특히 낙상홍은 가을이 깊어져서 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나서도 (필자 기준으로는 녹색 치마를 다 벗어던지고 나서도) 이 보석 같은 열매들을 그대로 가지에 달고 있기 때문에 그 열매의 가치가 더욱 빛나게 드러나게 되지요. 이 나무의 영어 이름 Japanese Winterberry도 바로 이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이름만큼 운치가 있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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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6일 분당 중앙공원 낙상홍 열매

 

 인터넷에 이 나무 이름을 치면 조경과 관련한 글들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 만큼 이 나무가 조경수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로 잎이 떨어진 뒤의 사진들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이지요. 낙상홍 열매 크기는 지름이 5mm 정도이니 얼마나 작고 앙증맞은 모습인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는 강의를 나가고 있는 서강대학교 캠퍼스에서 그 크기보다는 2배 정도 큰 크기의 낙상홍 열매들을 보고 의아해 했는데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미국낙상홍’이라는 나무가 소개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역시 땅이 큰 미국에서 온 종자는 열매마저도 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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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9일 서울 조계사 근처의 낙상홍 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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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7일 서강대 캠퍼스의 미국낙상홍 열매

 

 

좀작살나무는 흔히 물가 즉, 호숫가, 연못가, 강변, 천변 등에 심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필자는 지난 10월12일 시청 근처에서 열리는 조찬 세미나에 발표를 하러 가면서 40분 정도 거닌 청계천 변에서 다시 이 나무의 열매들을 수없이 사진에 담았습니다. 이 나무의 열매들은 흔히 보라색을 띱니다. 그 보라색 열매들은 이 나무의 작살처럼 긴 가지에 양쪽으로 딱 마주 보고 붙어 있는 잎사귀들의 중앙 부분에 조롱조롱 (마치 포도송이처럼) 달려 있는데, 영롱한 보라색 열매들이 햇빛에 빛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고 할 만합니다. 영어 이름도 'Beauty Berry'이니 이 나무 열매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마음은 동서양 모두에서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나무의 열매들도 낙상홍의 열매들과 비슷하게 크기가 작습니다. 그런 작은 보석들이 조롱조롱 달린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면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싶을 정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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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3일 청계천 변에 열린 좀작살나무 열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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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의 좀작살나무 전체 모습: 다소 가지가 처지는 경향

  

아쉽게도 이 나무의 이름으로 붙여진 ‘좀작살’이란 명칭은 이 나무의 아름다움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작살’이란 거친 무기의 이미지도 그렇고, 거기다가 ‘좀’이라는 무엇인가를 낮추어 부르는 접두어까지 붙였으니까 말입니다. 이 시리즈 9편에 ‘청계천의 무기 나무들’에서 소개드린 바와 같이 이 나무의 길쭉한 가지의 모습, 특히 그 길쭉한 가지의 끝이 세 갈래로 갈라지는 모습을 보고 우리 선조들은 작살의 이미지를 떠올렸나 봅니다. 그런데 그 작살나무보다 나무의 크기가 조금 더 작은 점에 착안하여 ‘좀’이란 접두사를 얻은 이 좀작살나무의 열매들이 더 예쁜 모습으로 달리고 있으니 일종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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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8일 분당 중앙공원의 좀작살나무 꽃피기 시작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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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9일 남한산성에서 만난 작살나무의 고운 분홍꽃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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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0일 오른 수락산에서 만난 작살나무의 고운 분홍꽃 모습

 

 이 나무 역시 늦은 봄에 피우는 꽃은 어느 누구의 주의도 끌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이유는 역시 꽃의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가까이에 카메라를 대어서 찍어 보면 분홍색 고운 빛깔과 잘 차려진 모습은 제법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나무도 그 가치의 중심은 역시 ‘꽃보다 열매’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나무의 열매가 보라색이라고 했지만 종종 공원 등에서 우윳빛으로 빛나는 열매들을 달고 있는 녀석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나무들은 ‘흰작살나무’라는 이름을 얻긴 했지만 이 나무의 변종이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지요. 아쉽게도 이 좀작살나무의 열매들은 잎이 질 때쯤이면 그 열매의 영롱함도 함께 잃어버리게 되는데 그 점에서는 앞에 소개한 낙상홍과는 차이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가을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공원이나 천변의 산책길에서 낙상홍의 빨간 열매와 좀작살나무의 보라색 열매들의 보석 같은 모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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