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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 야당이 야당다워야 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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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0월13일 17시40분

작성자

  • 김형준
  • 명지대학교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메타정보

본문

‘정치의 사법화’ ‘경제의 정치 예속화’ ‘사법의 정치화’ ‘방역의 정치화’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곧 집권 3년 6개월(11월 10일)을 맞이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정치는 실종되었고, 자산·소득·자녀 학벌 양극화와 경제 침체가 심화되었으며, 사회는 극단으로 분열되었고, 안보는 불안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정치의 문제를 정치로 풀지 못하고 걸핏하면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정치의 사법화’, 정치가 각종 규제를 통해 기업을 옥죄는 ‘경제의 정치 예속화’, 사법부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사법의 정치화’가 고착화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이후 정부가 막대한 재난 지원금 지급, 4차 추경 편성 등 방역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방역의 정치화’마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혼돈과 분열의 시대를 겪고 있다. 역대 정부의 사례를 보면 집권 3년 6개월이 지나면 대통령의 지지도는 30%대 이하로 추락하면서 레임덕이 시작됐다. 가령, 한국 갤럽의 역대 정부 집권 4년차 2분기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를 보면, 김대중 29%, 노무현 20%, 이명박 39%, 박근혜 33%였다.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기대와 성취간의 인내 할 수 있는 격차가 커지고, 대통령의 핵심 지지 계층에서 균열과 이탈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추석 이후 문 대통령 지지도에도 이런 조짐이 나타날지 주목하고 있다. 데일리안․알앤써치가 추석 직후에 실시한 조사(10월 5-6일)에서 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2.3%다. 반면, 부정평가는 53.2%였다.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인 40대에서 긍정 평가는 전주 보다 19.6%p 급락한 44.6%, 부정평가는 18.8%p 급등한 51.7%였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추미애 장관 아들 군 복무 특혜 의혹, 북한의 공무원 피살 사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론된다. 

 

문재인 정부 3년6개월의 4가지 특징…정책실패는 야당·언론 탓, 위선(僞善), 권위주의, 北에 굴종적 자세

 

문재인 정부의 지난 3년 6개월을 회고해 보면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첫째, 정부는 정책 실패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줄기차게 야당 탓, 언론 탓을 한다. 가령,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의 정규직화로 불공정 논란이 확산되자 보수 언론의 가짜뉴스와 왜곡 보도 탓으로 돌렸다. 

정부의 미숙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민생 경제가 나빠져도 야당의 정치 공세와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정부의 이런 무책임한 태도는 정책 방향(목적)이 옳으면 그것을 추진하는 방식이 잘못돼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에 기인한다.

 

 둘째,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위선(僞善)의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집권 세력은 줄곧 표현의 자유를 외쳤지만 자신들을 비판하면 고소 고발을 남발했다. 입만 열면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었지만 조국 사태에서 보듯이 권력을 이용한 특권과 반칙이 판을 쳤다. 문 대통령은 신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해놓고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자 검찰을 무력화시켰다. 

 

 셋째, 진보 세력이 적으로 간주했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닮아가고 있다. 현 집권세력은 자신들의 의견이나 가치만 옳다고 주장하고, 국민들을 노골적으로 갈라치기 하면서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힘에만 의존하는 정치로 야당과의 대화․타협은 실종되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8월 “한국의 리버럴 정권이 내면의 권위주의를 드러내다.”는 기사에서 “현 정부가 민주를 표방하면서 권위주의적 통치를 한다”고 비판했다.

 

 넷째, 북한에 대해 초지일관 비상식적이고 굴종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북한이 문 대통령을 향해 “삶은 소대가리” 등 입에 담기 민망할 정도의 폭언을 퍼붓고,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해도 일체 대응을 하지 않았다. 서해상에서 실종 중이던 대한민국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총살당해도 이에 이랑 곳 하지 않고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 선언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다”며 뜬금없는 종전 선언을 촉구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선보이며 비핵화 의지가 없음을 과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사랑하는 남녁 동포”라는 말 한마디에 정부 여당은 남북 화해의 메시지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이한 인지(認知)스타일

 

그렇다면 촛불로 탄생한 자칭 민주주의 정부에서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왜곡되고 독특한 인지(認知) 스타일(cognitive style) 때문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마음을 복잡한 정보 처리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판단한다. 

 

모든 개인은 정보를 저장하고, 인출하고, 평가하고, 사용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개발한다. 동시에 상황, 다른 행위자들의 속성, 다양한 인과관계 등에 대한 일련의 신념 체제를 갖고 있다. 이것은 개인이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여러 사건들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것을 도와준다. 

이와 같은 신념은 개인의 세계를 구조화하고, 단순화한다. 다른 말로, 현실의 모델로서 작동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멘탈 구조’(mental structure) 구조가 한 개인의 인식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정보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정파적, 이념적 시각에 따라 판단하는 것 같다. 또한 자신의 제한되고 편협한 정보 속에서 주류 세력을 교체하고 체제를 변혁해야 한다는 신념이 강한 것 같다. 특히, “보수 = 기득권 세력 = 독재 세력”, “야당 = 적폐 세력 = 반 평화 세력”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 반면, “진보 = 개혁 세력 = 민주화 세력”, “김정은 = 비핵화 의지가 강한 사람 = 솔직 담백하고 예의바른 사람”이라고 철저하게 믿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잘못된 인식 속에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어떤 상황에도 대응하지 않는 “인내의 원칙”, 북한의 관점에서 북한의 행위를 이해해야 한다는 “내재적 접근의 원칙”,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면 북한을 일방적으로 지원해도 좋다는 “포용의 원칙”을 지키려고 하는 것 같다. 그렇다보니 북한과 관련해 대한민국 보통 사람들이 경천동지할 일들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런 특이한 인지 스타일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여당 핵심 인사들의 민주주의 대한 잘못된 학습, 소위 문빠 팬덤 정치에 대한 과신 등이 결합되어 한국 사회에 ‘혼돈의 고착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야당이 야당답지 못하고 무기력한 것이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 3년 6개월을 겪으면서 정부가 이념 편향의 아마추어 정책을 남발하면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정책적으로 무능하고, 도덕과 윤리가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위선과 특권이 차지했다는 것을 깨닫고, 촛불의 핵심 가치인 공정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여당에 대한 각종 악재가 쌓이고 있는데도 야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은 정체 또는 하락하고 있다. 왜 그럴까? 코로나19가 여권에 불리한 각종 정치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호감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야당보다 가수 나훈아의 말에 더 공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리얼미터․YTN이 실시한 조사(10월 5~8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은 2.3%포인트 하락한 28.9%로 나타나 30%선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민주당은 1.1%포인트 오른 35.6%로 나타났다. 야당은 분열되고, 무능하고, 비겁해서 2016년 총선이후 지난 4번의 전국 선거에서 연패했다. 그런데 야당은 박근혜 탄핵을 둘러싸고 여전히 친박과 비박으로 갈라져 싸우고 있고,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만하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국민의 관심과 호감이 없는 야당…참회하고, 실력을 쌓고, 혁신하고, 연대해야

 

이런 정당에 국민이 어떻게 호감을 가질 수 있겠는가? 한국갤럽 조사(9월 22-24일)에 따르면, 국민의 힘에 “호감이 간다”는 비율은 겨우 25%였다. 18-29세와 30대에서는 그 비율이 각각 15%와 17%에 불과했다. KBS 조사(9월 26-28일)에서는 국민의 힘 쇄신 노력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비율은 38.6%인 반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잘못하고 있다‘(39.4%) 또는 ’모르겠다‘(22.0%)고 했다. 

 

 집권 세력이 유례없는 야당 복을 타고 났다는 것이 빈말이 아니다. 정부 여당은 호감도 가지 않고 혁신도 제대로 못하는 야당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내년 4월 보궐선거 경선준비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촉발된 당내 혼란상을 지적하며 “총선 참패를 겪고도 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이렇게 하면 비대위를 지속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격노했다고 한다. 단언컨대, 야당이 힘이 있어야 정부 여당이 국민을 두려워하고 함부로 못한다. 보수 야당은 참회하고, 실력을 쌓고, 혁신하고, 연대해야 한다. 그래야만 존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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