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장벽(障壁)은 덫이 된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10월12일 15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10월12일 10시59분

작성자

  • 유연채
  • 前 KBS정치부장, 워싱턴특파원

메타정보

본문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벽(壁)을 없애겠다는 선언으로 시작됐다.소통과 통합으로 국민과의 벽을 허물겠다는 거였다.“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건 대통령공약 1호였다. 대통령 퇴진하라는 집회에도 나가 시민들이 무엇에 화가 났는지 듣겠다고 했다.이미 무산됐지만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고 까지 약속했다.퇴근길에서,시장골목에서 국민들을 더 가까이 만나기 위함이라고 했다. 광화문 카페에서 젊은이들과 호프를 즐기며 토론하는 대통령, 불통(不通) 박근혜정부를 겪은 시민들의 로망이었다.

 

하늘이 열리는 날 개천절(開天節),광화문에 거대한 장벽이 쳐졌다. 후세에 길이 남을 장면 하나를 ‘촛불정부’가 만들었다. MB정부  때의 <명박산성>에 빗댄 <재인산성>이란 이름까지 얻었다. 그때보다 더 완벽한 철옹성, 한 사람도 끼어들 틈이 없었다. 경찰은 광복절 집회에서와 같은 코로나 확산을 원천봉쇄(源泉封鎖)하기 위한 조치라 했다. 경찰 1만여명,경찰버스 3백 대가 동원됐다. 4키로미터의 장성(長城), 그 바깥쪽에선 불심검문이 이뤄지고 주변 지하철역의 정차를 막았다. 드라이브 스루(차량시위)를 강행하면 운전면허를 취소하겠다고 겁을 줬다.

 

촛불정부라면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지만 대통령은 물샐 틈 없는 방역으로 국민을 안심시켰다며 경찰을 치하했다. 야당은 ‘코로나 계엄’이라고 비판했다.유신 때나 겪었던 위압적 공권력에 잠재적 범법자가 된 시민들은 <정치방역>이 아닌가 의심했다.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거대한 차벽(車壁), 고요만이 그 안을 흐르는 이 기괴한 풍경이 외신을 타고 세계로 전해졌다.역시 ‘K방역’은 놀라워! 라며 박수를 쳤을까?  민주주의가 빠져나간 공터를 보며  "아하!그거였어? " 라고 쓴 웃음을 지었을까?

집회와 결사의 자유, 정치적 표현의 자유, 국민의 기본권을 극도로 제한해 반(反)헌법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인권경찰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문정부 출범 약속이 또하나 무너진 셈이다. 경찰은 시위문화 개선을 들고 나왔었다. 명박산성같은 차벽은 더 이상 없다했다. 시위의 과격성으로 최후의 수단이 불기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차벽을 세우지 않겠다 했다. 설령 한다해도 50미터 간격으로 통행로를 만든다는 새로운 지침을 경찰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마련한거다.이 다짐과 규칙을 스스로 저버린거다.

 

사다리도 밧줄도 없고 드라이브 스루 집회를  하겠다는데 그것이 최고 수위의 중대한 위험성을 갖고 있을까?  방역과 기본권 행사의 조화로 오히려 코로나시대 새로운 < K시위 문화>를 세계에 알릴 기회를 잃었다. 같은 날 사람이 넘쳐난 서울대공원을 보면 바이러스는 광화문에만 몰려 있는가의 의문을 불러낸다. 결국 정치적 구호를 차단할 목적을 방역에 숨기고 있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글날에도 광화문 원천봉쇄는 계속됐다. 불쌍한 백성들도 제뜻을 능히 펴보라며 쉬운 글자를 만드신 세종대왕은 철제 펜스에 갇혀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싶다. 철통방어는 북한에서 피살된 해수부공무원, ‘우리국민’을 살려 내는데 써야 했다. 시민들은 광장에 가서 이런 주장을 외치고 싶었을것이다.

 

집권 말기로 갈수록 차단벽은 더 높아질 것이다. 열린광장, 공존의 영역은 더 좁아질 지 모른다. 어쩌면 이 쪽과 저 쪽을 가르는 장벽정치(障壁政治)는 문재인 정부를 관통하는 프레임이다. 집권 3년 5개월의 시간을 담은 틀이고,  앞으로 남은 시간도 그렇게 갈 거라는 좌표다. 민주화와 공정, 인권을 앞세운 문정부가 왜 그렇게 높고 단단한 성(城)을 쌓고 가야할까?  두려운게 정말 코로나일까? 나훈아처럼 테스형에게 '세상이 왜 이래'라고 물어 보고 싶다.

 

우선은 집권세력이 '국민이 가장 귀하다', '사람이 먼저다' 라는 약속을 그대로 지키고 있느냐, 오히려 자신들을 더 앞에 두고 더 귀하다고 보느냐 ,그 태도(attitude)의 문제라도 본다. ‘우리는 무결점이다,그러기에 우리가 하는 것은 모두가 옳다,대통령은 절대선(絶對善)이다’. 이 가치관,이 신념체계에 편승하지 않으면 내편이 아닌거다, 우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바리케이트 저편의 국민이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아빠 찬스, 엄마 찬스, 남편의 일탈까지…. 법적으로 무엇이 문제냐고 항변하지만 하나같이 공정을 비웃고 , 국민을 가볍게 보는 '내로남불'이다. 정의당도 코로나 시국에 요트사러 미국간 것은 국민을 모욕하는 일이라 하지 않았나. 국민적 정서,도덕적 기준으로도 한참 먼 데도 내가 옳다며 오히려 상대를 공격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태도, 이런 인성(人性)의 문제를 일찍이 강준만 교수는 ‘싸가지 없는 진보’라고 일갈했다.

 

20년, 아니 50년은 더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진보권력의 다음 수순은 공수처다. 독립성, 중립성 논란이 뜨겁지만 역시 정의와 개혁의 이름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법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최후의 보루(堡壘) 가 될 지,누군가를 지키려는 가장 높은 성루(城壘)가 될지 ….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커지는 전투가 목전에 와 있다.

 

마법의성 이라 여길지 몰라도 스스로를 가두는 덫이 될 수도 있다. 성벽이 아무리 높아도 성밖  <저편 국민>들이 매의 눈으로 내려다 볼 것이다. 원천봉쇄의 정치는 위험한 바벨탑을 쌓는 일이다.

 

“국민의 힘이 세면 위정자(僞政者-거짓정치인)들이 생길수없다” 한가위에 심금을 울린 가황((歌皇)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ifsPOST>  ​ 

2
  • 기사입력 2020년10월12일 15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10월12일 10시59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