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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25) 꽃보다 열매: 마가목과 백당나무 열매의 조형미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10월09일 17시02분
  • 최종수정 2020년10월08일 13시50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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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한때 ‘꽃보다 할배’라는 드라마가 공전의 인기를 얻으면서 많은 상품과 서비스의 광고 카피에 사용되는 등 인구에 회자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착안한 제목이 ‘꽃보다 열매’입니다. 실은 공원이나 정원 등에 즐겨 심는 나무들 중에서 봄에 피는 꽃을 즐기려는 나무도 있지만, 여름의 싱그러운 녹음이나 가을에 익어가는 열매에 더 중점을 둔 나무들도 있습니다. 그중에서 이번에는 마가목과 백당나무 열매들을 다루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이 나무들의 열매들이 매우 아름다운 조형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나무나 식물을 관찰할 때 가능한 한 그 나무나 식물을 다치지 않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런 태도가 반드시 옳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필자가 알게 된 나무나 식물 분야의 고수들 중에는 손으로 만져서 감촉도 느껴보고 작은 가지나 잎을 꺾어서 향기도 맡아보고 심지어는 꽃이나 잎의 맛도 보아야지 나무나 식물들의 모든 면을 알게 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기 시작하였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금까지 필자는 주로 눈으로 관찰하는 데 의존하여 나무나 식물을 알고자 해 왔음을 고백해 두려 합니다. 

 

필자는 2016년 가을 학기부터 서강대와 경희대 국제대학원에서 강의를 시작했는데 다음 해인 2017년 가을 이맘때쯤 우연히도 마가목 열매 한 송이를 얻게 되었습니다. 서강대에서 오전 강의를 마치고 점심을 먹은 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조경하는 분들이 마가목 열매를 잘라내는 것을 보고 정중히 요청해서 얻은 것이었죠. 그렇지 않아도 지나다니면서 '작은 나무들이 꽤 무거운 열매들을 주렁주렁 달고서 고생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무거워 떨어질까봐 잘라 주는 것인지?' 하고 물었더니 그 분들의 답은 조금 더 있으면 물러지면서 썩어 버리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여하튼 마가목 열매 한 송이를 집에 가져와서 사진을 찍었더니 꽤 멋진 작품들이 얻어졌습니다. 그런 경험이 이번 글의 제목을 이끈 사연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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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12일 서강대에서 얻은 마가목 열매: 한동안 집에서 보관하며 감상한 바 있다.

 

 

마가목은 이 열매들을 모아 술을 담그면 그 술이 향도 좋고 뼈를 튼튼히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마가목이라고 치자마자 아래에 ‘마가목열매 효능’이라는 표제어가 뜨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 인기가 있나 봅니다. 한 사이트를 들어가니 거의 만병통치에 가까운 효능이 소개되고 있는데 기관지에도 좋다는 것은 공통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아마도 그런 효능은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마가목 열매들이나 가질 것 같습니다. 필자에게 이런 정보를 준 사람들도 깊은 산속 절에서 담가놓은 마가목 술을 마셔본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했고, 필자 역시 높은 산을 다닐 때 마가목 꽃들을 심심찮게 보아 왔으므로 그 경험에 미루어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시의 다소 혼탁한 공기와 토질에 영향을 받고 있는 아파트단지나 주변 공원에서 만나는 마가목 열매들은 그냥 달려 있는 예쁜 모습을 감상하는 정도로 만족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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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7일 서강대 본관 앞 마가목: 나무가 커서 무거운 열매들을 잘 견디고 있는듯.

 

 

이 나무의 잎 모양을 잘 관찰해 보면, 기수우상복엽 (홀수 새 날개모양 복엽) 구조를 가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복엽을 이루는 작은 잎들은 긴 타원형이고 끝으로 갈수록 뾰족해지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모양의 톱니가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가목은 벚나무, 살구, 복숭아, 매실, 자두 등과 함께 장미과에 속하는 나무인데, 그런 장미과의 나무들과는 상당히 다른 모양을 보이고 있는 것이지요. 가장 가까운 친척이라 할 수 있고 봄철 꽃을 피운 모양도 비슷한 팥배나무나 산사나무 등도 간단한 단엽구조를 나타내고 있는 데 비해서도 특이한 나무인 셈입니다. 

 

마가목은 4월 중순 정도에 이 열매 모양 그대로 하얀 꽃송이를 피웁니다. 그 꽃 모양도 상당히 아름다워서 관상용으로 제격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마가목은 봄에도 가을에도 그 예쁜 모습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 줍니다. 기실 나무에 빠져 있는 필자로서는 꽃, 열매 어느 것도 달려 있지 않아도 기하학적인 복엽구조 잎사귀들을 달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사랑받을만한 나무라고 생각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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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일 서울시립대 교정에서 찍은 마가목 꽃: 복엽구조를 뚜렷이 드러낸 잎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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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31일 여의도공원의 마가목 열매: 열매가 막 맺기 시작할 때는 무겁지 않아서 그런지 위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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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14일 분당 탄천변의 마가목 열매: 무거워서 처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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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7일 서강대 교정의 마가목 열매: 참으로 무거워 보인다.

 

 

조형미를 갖춘 마가목 열매에 비견할 만한 나무 열매로서 필자는 백당나무를 꼽고 싶습니다. 요즘과 같이 깊어가는 가을날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종종 햇살에 영롱하게 빛나는 빨간 열매들에 매료되곤 합니다. 그중에서 백당나무가 한 꼭지에 오밀조밀 열매를 달고 있는 측면에서 마가목 나무를 닮았다고 할 수 있지요. 필자는 분당 중앙공원 한가운데에 심어진 백당나무를 사시사철 사진으로 담곤 합니다. 꽃과 열매 모두 볼만한 나무이니까요. 마가목이 조형미에서 앞선다면 백당나무는 보석같이 빛나는 모습에서 앞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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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6일 분당 중앙공원의 백당나무 열매

 

 

그렇지만 백당나무는 장미과가 아닌 인동과에 속하는 나무입니다. 꽃 모양만 보면 가장자리에 하얀 무성화를 잔뜩 피우고 가운데에 작은 꽃들을 모아 놓은 모습은 산수국을 연상하게 만들지만, 산수국이 범의귀과 소속인 걸 보면 친척 관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열매의 영롱한 색깔이 괴불나무와 닮은 것을 보면 역시 인동과 친척들과 통하는 것 같습니다. 백당나무의 잎은 마치 삼지창처럼 세 갈래로 갈라지는데 그 모양도 제법 눈길을 끌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백당나무는 마가목보다는 다소 키가 작은 관목성 나무인데 이 나무도 대체로 어느 공원에서나 인기 있는 나무이므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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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8일 분당 중앙공원 백당나무 꽃: 가장자리 크고 하얀 꽃은 곤충을 유혹하기 위한 무성화, 가운데 부분의 작은 꽃들이 수술과 암술을 가지고 열매를 맺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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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7일 분당 중앙공원의 백당나무 열매 맺어가는 초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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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0년10월08일 13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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