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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22) 꽃무릇과 상사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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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9월11일 17시03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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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동안 참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등 우람한 나무들을 소개하는 데 지면을 할애했으니, 이제 매력적인 꽃을 좀 다루어 볼까 합니다. 특히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해지고 하늘도 맑아지니 공원을 들르기가 더욱 좋습니다. 저는 이 꽃을 보려고 일부러 분당중앙공원을 다시 들렀습니다. 꽃무릇이 때마침 한창 피어 있네요. 이 녀석은 지금부터 10월 중순까지 절정을 이루다가 약간 추워지면 져 버리니까 가까운 곳에 계신 분들은 놓치지 마시고 나가 보시기를 권합니다. 매년 이때쯤이면 인터넷에는 남녘 많은 산사에서 열리고 있는 꽃무릇 축제 소식이 도배를 하다시피 합니다.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 그리고 그 이웃 함평 용천사까지. 아마도 분당중앙공원에 비해서는 압도적인 장관일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가까운 곳의 꽃무릇 무리도 볼만합니다. 올해는 남녘의 이 꽃 축제들이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취소된 것 같아 약간 아쉽기도 합니다. 

 

꽃무릇은 수선화과의 식물로 석산이라고도 불립니다. 특이한 것은 가을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지금 한창인 꽃이 11월 늦가을이 되어 지고 나면 (꽃무릇은 9-10월에 꽃이 만개합니다.) 꽃의 흔적은 땅 위에서 한동안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꽃이 피었던 그 자리에서 잎이 나와서 그것이 그 다음해 봄까지 견뎌낸다는 것입니다. 석산이라 불릴 동안, 특히 겨울에는 일전에 소개한 맥문동 잎들처럼 조금 굵은 부추 잎 같은 잎들을 내밀고는 눈 속에서도 잘 견디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다른 식물들이 한창 녹색 잎을 키워나갈 때인 봄에 그 잎들이 시들어 버리니 석산의 식물로서의 생은 특이하기 짝이 없습니다. 다른 식물들이 한창 생명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여름 동안은 꽃이든 잎이든 흔적도 없다가 다른 식물들이 서서히 생명활동을 접기 시작하는 가을에 꽃을 피우고 그리고는 다른 식물의 생명활동이 거의 멈춘 겨울에 잎을 피워내는 이 녀석의 생이 신기하지 않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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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9월10일) 분당 중앙공원의 꽃무릇 개화 (수술이 길게 벋은 모습이 눈의 띕니다.)

 

 

분당 중앙공원을 사시사철 방문하는 저는 여름 내내 ‘꽃무릇 식재지’라고 팻말을 붙인 화단에 이 식물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만 이 꽃무릇 혹은 석산이 꽃과 잎을 각각 다른 시기에 피워내는 점에만 착안하여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해 상사병을 앓는다고 상사화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많은 절들에서 이 꽃을 상사화라 부르며 그 이름으로 축제를 여는 것에는 어쩐지 거부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냥 꽃무릇 축제라고 하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 꽃은 죽 위로 벋은 꽃대의 꼭대기에서 수평으로 화려하게 펼쳐지는 짙은 주황색 꽃잎을 펼치는 이미지를 주는데, 실은 그렇게 넓게 펼쳐진 부분은 꽃잎이 아니라 이 꽃의 수술입니다. 실같이 가늘지만 강한 색깔을 품은 채 펼치므로 제법 볼만한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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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23일 분당 중앙공원 꽃무릇 만개

 

 

참고로 이 꽃은 일본에서 들어온 꽃이라고 합니다. 저는 2017년 9월말 일본 동경의 고이시카와 국립수목원을 들렀을 때 이 꽃이 나무 밑 공간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감탄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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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29일 도쿄 고이시카와 수목원 방문시 만난 꽃무릇

 

 

공식적으로 상사화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식물은 따로 있습니다. 꽃무릇보다는 조금 이른 시기, 즉, 한여름에 꽃을 피웁니다. 또 하나 다른 점은 상사화는 봄에 잎이 나왔다가 사라지고 7-8월에 꽃대가 땅에서 다시 올라와 꽃이 핀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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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10일 서강대학교 교정의 상사화 한 포기

 

 

어쩐지 1년을 시작하는 것이 봄이라고 느껴지니까 상사화는 잎을 먼저 피우고 꽃을 그 후에, 꽃무릇은 가을에 꽃을 먼저 피우고 그 뒤 겨울에 잎을 피우는 것으로 순서를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실은 제가 그런 생각을 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1년 사시의 변화를 무시해 버린다면, 두 식물 모두 꽃과 잎 어느 것이 먼저 피었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여하튼 두 식물 모두 꽃과 잎이 동시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요. 이 상사화 역시 수선화과라는 점도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두 꽃이 더 넓은 소속인 백합목 (이 목에 수선화과, 백합과가 소속됨)에 속한 다른 꽃들인 백합, 나리 등과 꽃모양이 더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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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21일 천리포수목원 상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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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22일 청주 청남대 상사화

 

 

이 꽃도 일본에서 건너왔다고 하는데, 여하튼 이 꽃의 자태는 옅은 분홍색을 띠고 있고 꽃잎이 뚜렷해서 제게는 더 깨끗한 이미지를 주었습니다.

이 상사화의 변종으로 노랑상사화라는 꽃이 있습니다. 노랑색이라기보다는 주황색에 가까운데 본래 상사화의 연분홍 색깔과는 차이가 나니 이렇게 불리는 것 같습니다. 9월 10일 아침 꽃무릇을 사진 찍으러 나간 분당 중앙공원에는 이 노랑상사화도 함께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본래의 상가화와는 개화시기가 다소 차이가 나는 점이 조금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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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0일 분당 중앙공원의 노랑상사화 모습

 

 

결국 사람들에게 상사화나 꽃무릇 두 식물 모두 꽃과 잎이 다른 시기에 올라온다는 점이 신기하게 느껴진 셈인데, 영어로도 상사화는 Magic Lily라고 불리니 서양 사람에게도 신기하기는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그렇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봄에 피는 벚꽃, 진달래, 개나리 모두가 꽃을 먼저 피우고 잎은 나중에 내놓으니 잎이 만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셈이죠. 이들 나무들은 우리 눈에 보이는 나무의 가지로부터 꽃과 잎이 시차를 두고 나오니 그다지 신기해 보이지 않고, 꽃무릇이나 상사화는 땅속에 숨어 있는 비늘줄기에서 순서대로 내놓으니, 즉, 전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꽃과 잎을 번갈아 내놓으니, 신기하게 느껴질 뿐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저 남쪽 절들에서 벌어지는 꽃 축제에 가기가 힘들테니 가까운 공원에서 꽃무릇을 찾아보시죠. 이제는 곳곳에 이 꽃을 식재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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