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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않는 악마의 손'과 사투를 벌이는 중앙은행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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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3월18일 10시40분
  • 최종수정 2020년03월19일 18시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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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자유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경제 이론가들은 시장에 아름다운 질서를 가져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라고 일컬어 왔다. 그러나, 요즘 글로벌 경제, 특히 국제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 장세를 살펴보면 이 아름다운 ‘보이지 않는 손’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COVID-19’라는 이름의 “보이지 않는 (악마의) 손”이 무자비한 공포를 낳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 대항하여, 미 연준(FRB)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또 다시 협조적 금융 완화 대오를 형성하고 있다. 주요국 정책 결정자들은 COVID-19의 대(大)유행(pandemic) 으로 예견되는 막심한 폐해를 유효하게 이겨낼 방도를 모색하기 위해 협의를 계속하고 있고, 이런 노력들은 주로 금세기 처음 나타난 인류의 공적에 대항해서 개인 소비 촉진, 폐해를 입을 기업들의 구제책 등에 집중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이러한 각국의 정책 공조에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주요 시장에서 주가는 연일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사태의 종말을 예견하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사회적 불안도 점차 깊어지고 있다. 한 치 앞도 점치기 어려운 역질(疫疾)의 대유행에 대응하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동향을 간단히 살펴본다. 

 

▷ 美 연준을 필두로 각국 중앙은행들의 담대한 금융 완화 행렬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확산에 대응해서 담대한 대규모 금융 완화 신호탄(corona bazooka)을 쏘아 올린 것은 미 연준(FRB)이다. 지난 주말,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소집, 단기 정책 기준금리를 일시에 100bp(1.0%) 인하, 사실상 ‘제로’ 금리 수준으로 되돌렸다. 이와 함께, 7,00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 등, 통화공급의 양적 확대 정책도 발표했다. 최근까지 지난 금융위기 당시의 담대한 통화 완화로 빚어졌던 이례적으로 확대된 대차대조표 축소에 진력했던 연준(FRB)로서는 다급한 U턴식 정책 전환인 셈이다.  

 

이어서, 지난 월요일에는 중국인민은행(PBoC)이 최근 중국 경제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둔화를 보일 것이라는 보고에 대응하여 현행 금리 수준은 유지하면서도 1,000억 위안이라는 유례가 드문 규모의 중기(中期) 대출 한도를 증액했다. 같은 날, 일본은행(BoJ)도 당초 화요일로 예정되어 있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당겨 개최하고 ETF 채권 매입 한도를 12조 엔으로 증액하는 등 긴급 조치를 취했다.  

 

비슷한 시간대의 한국, 홍콩,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들도 잇따라 기준 금리를 인하하거나 채권 매입 한도를 증액하는 등, 시장에 풍부한 장단기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담대한 금융 완화 대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물론 지금 점차 전세계로 확산되며 극심한 우려를 낳고 있는 COVID-19 감염 사태에 따른 경제 활동 위축 및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한 조치들이다.  

 

그러나, 시장을 안정시키려고 통화 당국들이 담대한 금융 완화에 돌입한 것이, 거꾸로, 투자가들의 불안을 증폭시켜 과잉 대응을 유발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 중앙은행들과 시장은 ‘거울 방’ 속에서 서로 모습을 비춰 방향을 잃어버리고 갈 길을 헤매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안타까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Nikkei)   

 

▷ 美 파월 의장 “가능한 모든 수단을 취할 준비가 되어있어” 강조

 

美 연준(FRB) 파월(Jay Powell) 의장은 금융시장이 새로운 한 주일의 개장을 앞두고 있던 지난 일요일 전격적으로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정책 기준금리가 0.00~0.25%로 거의 제로 금리 수준으로 인하됐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한편, 해외 금융시장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기존의 달러화 표시 ‘통화 스와프(swap)’ 라인을 보다 저렴하게 장기(長期)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 해외 각국 금융 시장의 달러화 유동성 공급도 확대했다. 아울러, 개인 및 기업들에 여신을 제공하는 상업은행들에 대해서도 신용 한도를 대폭 늘렸다.  

 

미 연준은 비상 금융정책결정회의(FOMC) 종결 후 발표된 성명문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은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고, 지역 사회 경제 및 많은 해외 국가들의 경제 활동에도 해(害)를 입히고 있다” 며, “연준은 가능한 모든 수단(full range of tools)을 취할 준비가 되어있다” 고도 강조했다.  

 

사실, 최근 몇 주일 간에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극심한 변동 장세를 보이며 혼란을 야기해 왔다. 미 국채 시장은 주가 폭락 상황에서도 무기력한 약세에 머무는 등, 기능 부전(dysfunction) 조짐마저 보였다. 이런 상황은 시장의 자금 운용자들이 안전 자산인 국채라는 헤지 수단이 불안해져서 금융 거래가 불가능해질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급거 비상한 조치로 개입한 것이다. 

 

그만큼 COVID-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에 끼친 피폐(疲弊)가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와 관련, 이날 연준의 조치 중 특히 눈길을 끈 것이 바로 “시장이 순조롭게 작동하게 하기 위해 최소한 5,000억 달러 국채 매입 한도 및 2,000억 달러 MBS(모기지대출 담보채권) 매입 한도의 증액이다.

 

파월(Powell) 의장도 지난 목요일 주가가 10% 폭락한 직후부터 대응 조치를 강구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美 연준의 이러한 과감한 조치들도, 연준은 시장이 알지 못하고 있는 다른 이유들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와 다시금 비관적 패닉(panic)에 빠지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가들이 의존하는 것은 현금 자산이고, 급속히 시장을 떠나는 행렬을 이루는 것이다.     

 

▷ BoJ 총재 “코로나 사태 종식돼도 하방압력은 남을 것” 신중 

 

미 연준의 긴급 조치를 이어받아 일본은행(BoJ)도 월요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예정보다 앞당겨 소집, COVID-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및 경제의 혼란 ·동요를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를 결정했다. 현재 연 6조엔인 상장투자신탁(ETF) 매입 목표 한도를 12조엔으로 두 배 늘렸다. 아울러, 대기업들이 발행하는 상업어음(CP) 및 사채(社債) 매입 한도의 증액, 중소기업들의 자금 핍박 해소를 지원하기 위해 이들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기관들에 대한 자금 한도도 확충할 것도 결정했다. 

 

그러나, BoJ는 美 FRB가 이례적으로 휴일에 긴급 FOMC 회의를 소집, 정책 금리를 이달 들어 두 번째로 1.0%라는 기록적인 폭으로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마이너스 0.1% 수준인 정책금리는 더 이상 인하(마이너스 폭 확대)하지 않았다. 일본은행이 미, 영 등 서방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정책 금리의 인하를 단행했음에도 금리 인하를 보류한 것은 금융기관들 경영을 압박하지 않으려는 배려로 보인다. 

 

즉,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확산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 사정 악화 해소를 지원하는 최전선 역할을 담당하는 금융기업들의 경영을 압박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고, 바이러스 감염 확대를 위해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부 방침과도 모순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런 결정은 “우선, 기업 자금 지원과 시장 안정을 중시하는 정책 대응으로 시장 동요를 진정시키려는 노력의 일환” 이다. (Nikkei)

 

구로다(黑田東彦) 총재는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 뒤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COVID-19 확산에 따른 영향은 각 지역별 차이를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일정 기간 하향 압력이 지속될 것” 이라고 전망하고, 비록 COVID-19 상황이 수속된다고 해도 V자(字)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고, 일정 기간 저성장 추세가 이어질 것” 이라며 신중 자세를 견지했다. 아울러, “리먼 쇼크 때와는 성질이 다르고, 내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 및 기간에 불확실성이 커서 필요하면 주저없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미 연준, 유럽 ECB, BoJ가 합작으로 연출해낸 이번 정책 공조는 향배를 점치기 어려운 COVID-19 확산에 대항하는 정책 노선으로서는 필요한 것이라고 해도, 시장의 집단적인 움직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앞으로 COVID-19 확산이 어느 시점에서는 종식될 것이기는 해도, 그 시점까지 주요 중앙은행들의 연대 및 공조가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임에 틀림없다.    

 

▷ G7 정상들 “고용 및 산업 유지 위해 가능한 정책 수단 총동원” 

 

이처럼, 미 연준(FRB) 및 일본은행(BoJ) 등이 지난 주말부터 금리 인하 및 자산 매입 등 경기 지탱을 위한 지원 수단들을 내놓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연일 주가 폭락 사태가 멈추지 않는 등, 격동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은 주요국들이 어떤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가계 지원을 위해 8,000억 달러 규모의 거액 감세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항공회사 등의 피해 산업 분야 기업들에 대한 자금 지원에도 착수했다.   

 

한편, 현지 시간으로 16일, G7 정상들은 긴급 화상 회의를 가지고,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의 글로벌 확산에 대처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고용 및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 • 재정 정책을 포함,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 이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서 동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들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국경 관리 등 필요한 위생 방책을 시행할 것과 구체적인 경기 부양책들도 책정했다. 

 

백악관이 발표한 G7 정상들의 공동성명은 “COVID-19 글로벌 대확산(pandemic)은 인류에 대한 위기이자 세계 경제에 대한 중대한 리스크” 라고 규정하고, 정책면에서 긴밀한 협력과 강력한 연대를 통해 필요한 것은 모두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① 공공위생 정책 협조, ② 고용 유지 및 경제성장 회복, ③ 국제무역 및 투자 지원, ④ 과학 • 연구 • 기술 연계 촉진 등 4개 항에 합의했다. 

 

이들은 지금 COVID-19 글로벌 확산에 따라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제는 동시 불황이라는 위기에 몰려 있어 재정 • 금융 정책면의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항공사 등 폐해가 큰 산업 분야를 비롯하여 관련 부문에서 신속한 고용 유지 대책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각국 재무장관들은 효과적인 경제 정책 실행을 위해 매주 정책 조정을 실시할 것도 합의했다. 향후, 각 선진국들의 공동 정책 대응 여하에 따라 글로벌 경제의 향배가 가려질 상황이다. 

 

▷ 英 Financial Times “각국이 과감한 재정 정책을 동원할 차례” 

 

특히, 유럽에서는 중앙은행(ECB)의 특성 상 금융 정책은 차치하고, EU 각 회원국들의 재정(fiscal) 정책 여하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영국의 유력 경제지 Financial Times지(紙, FT)는 지금은 글로벌 규모로 급격히 번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대유행(pandemic) 현상에 대항해서 각국이 지난 글로벌 금융 위기에 버금가는 잘 조정된 경기 촉진책들을 펼칠 때라고 강조했다.

 

FT는 최근 사설에서 정부의 일차적 책무는 국민들의 신체적 안전과 생존을 보장하는 일이고, 다음으로 국민들의 물질적 복리(福利)를 방어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지금 전세계는 이 두 가지 모두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각국 정부는 이런 위협에 대응하는 정책 동원에 늑장을 부리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동시에, 지금 COVID-19로 인한 잠재적 공공 위생 리스크는 가중되고 있어, 각국 정부는 경제적 희생을 최소한으로 감수하면서 비상한 규모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할 방안을 서둘러 마련할 것을 주장했다. 각 서방국 정부들은 이를 위해 재정 문제는 이미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며 보다 과감한 재정 동원 자세를 요구했다. 오히려 그것이 ‘경제적 폐해(economic harm)’를 최소화하는 길임을 강조했다. 재정을 과소하게 동원하는 것이 과도한 동원보다 더 큰 위협(spending too little is a greater threat to prosperity than spending too much)이라고 주장했다. 

 

FT는 지금 일반적으로 시중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크게 하락해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공급’ 부문의 충격보다는 ‘수요’ 측면의 위축이 더욱 심각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재정 출동을 통한 경기 촉진 수단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 연준이나 ECB의 금리 인하 및 양적 완화 정책 수단들은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도 하면서, 무엇보다 ECB는 가장 심각한 상황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에 대한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각국 정부는 일반 국민들의 당면한 현금 사정이나 소득 감소 현상에 대응해서 재정 자금을 아끼지 말고, 무엇보다 시간을 허비하지 말 것을 강조하며 시의(時宜) 적절하게 정책 수단을 동원할 것을 촉구했다. 구체적 수단으로, 대출 및 보증 조건의 완화, 소득 지원 프로그램의 시행 등을 예로 들었다. 특히, 자영업자, 프리랜스 근로자, 혁신적 창업자 등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할 것도 강조했다.  

 

한편, EU 회원국 중 유로권(유로貨 ‘€’ 사용국들) 재무장관들은 16일 ECB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총재와 가진 화상 회담을 통해 각국 GDP의 1%에 상당하는 재정을 출동(出動)할 것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유럽 지역에 번지고 있는 COVID-19 확산이 광범한 산업 분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GDP의 10%에 상당하는 자금을 공급할 것에도 합의했고, 향후 이 지원 규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밝히고 있다. (FT)   


▷ FRB “금융정책은 코로나 충격에 대응하는 우선 수단은 아니다” 

 

미 연준 파월(Powell) 의장은 지난 일요일 열린 연방공개시장회의(FOMC)에서 결정된 대폭적인 금리인하를 포함한 긴급 금융정책 패키지를 이례적으로 전화 회견을 통해 공표하면서 “경제 상황은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확산에 의존되게 되었다. 연준은 오는 6월까지 모든 통상적인 경제 과제들은 연기했다” 고 밝혔다. 

 

동시에, 파월(Powell) 의장은 금융정책 수단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확산(pandemic) 상황에 따른 충격에 대처하는 우선적인 정책 수단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파월(Powell) 의장은 “미 연준의 이번 조치는 시장의 기본적인 기능을 지원하기 위한 것에 원천적인 의도가 맞춰져 있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파월(Powell) 의장은 “금융정책의 기본적인 역할은 금융 시스템이 압력에 처하게 될 경우에,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 역할은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여 수요 창출을 지원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취한 조치들은 그러한 기본적인 임무의 한 부분을 수행한 것일 뿐” 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파월(Powell) 의장이 COVID-19 확산에 대항해서 포괄적이고 담대한 금융정책을 발표하던 시간에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대책에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과감한 정책 결정이 발표된 뒤 “이번에 연준이 긴급 금리를 인하하는 결정을 한 것은 놀라운 것이다. 월(Wall)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기뻐할 것” 이라며 이례적으로 연준을 칭찬했다.  

 

그럼에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뉴욕 증시의 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는 점이다. 뉴욕 시장의 대표적 지수인 다우(Dow) 제조업 평균 지수가 연일 10%대라는 기록적으로 큰 폭락 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시장은 오히려 국립감염병연구소(NIAID) 파우치(Anthony Fauci) 소장의 “미국 내에서는 COVID-19 확산 추세가 지금부터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 이라는 경고에 더욱 강하게 반응했다. 

 

시장에서는 국내 항공 노선 운항 규제 및 프랑스 정부가 취한 레스토랑 등 폐쇄 가능성도 현실적으로 거론되는 실정이다. 사실, 일반 국민들은 연준 의장 성명보다 바이러스 검사 결과에 더 주목한다. 월가에서는 COVID-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거래소 폐쇄까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게 되면 금융정책들이 효과를 발휘 하기는커녕, COVID-19 검사 문제를 더욱 중시해야 할 형편이다. 

 

▷ “주가 폭락 진정을 위해 남아있는 수단은 적극적인 재정 개입 뿐”  

 

지금 상황에서, COVID-19 확산에 따라 글로벌 경제가 겪고 있는 폐해는 각국의 증시에서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로 나타난다. 16일, 미 뉴욕 시장에 이어 유럽 시장도 연이어 주가 폭락 사태가 연출됐다. 영국 FTSE 100 지수도 9%대 폭락으로 시작, 최근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고 금년 들어 약 30% 하락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로, 독일 DAX 지수도 8% 하락했고, 프랑스 CAC40 지수도 10% 하락했다. 이제 주가 폭락 사태는 전세계적으로 유행병처럼 휩쓸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응해 미 연준이 금주에 시장 개장을 앞둔 지난 주말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동참하며 보조를 맞추는 등,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경제 타격을 방지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되찾기 위해 이례적인 금융 완화 정책 수단을 총동원했으나 시장은 연일 맥없이 무너지는 상황이다. 

 

연준 파월(Powell) 의장은 “이제 COVID-19 확산에 대항하는 모든 수단들을 동원했다”는 발언으로, 자신은 ‘레임 덕’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실토할 지경이다. 금리 수준보다는 국내 감염자 숫자가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양상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처럼 요동치는 것은 거의 4주일이나 이어지고 있다. 한 전문가(Joachim Fels; PIMCO Global Advisor)는 “지금 나타나는 것은 침체(recession)가 공황(depression) 단계로 들어가는 것이 불가피” 하다며 “금융시장은 폭락(drawdown)에서 붕락(meltdown) 단계로 들어가는 것” 이라고 표현하면서 비관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기자회견에서 미 경제는 ‘침체(recession;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인정했다.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미국 경제가 2020년 중반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간다면 글로벌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엄청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커들로(Larry Kudlow)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동 제한으로 이용객이 급감한 항공업계를 중심으로 50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융자 및 감세 등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COVID-19 글로벌 대유행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위기 관리 능력에 대해 시험을 치르는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시장에는, 트럼프에게는 불리하나, 이번 COVID-19 확산 사태가 행정 경험이 풍부한 민주당 바이든(Joe Biden) 후보에 순풍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예비 후보들과 이미 격전 속으로 들어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8,000억 달러 규모의 담대한 개인 소득세 감면 조치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태가 예상보다 급속하게 악화되는 현 상황에서, 이런 수준의 대응으로 충분할지는 앞으로 좀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 수단이 거의 고갈된 것을 고백하고 있는 연준의 뒤를 이어, 성난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어떤 재정 정책을 내놓을 지가 초미의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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