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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새로운 성장전략, 그린딜(Green Deal)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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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3월15일 22시30분
  • 최종수정 2020년03월15일 22시28분

작성자

  • 김성우
  •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 ㈜이도 사외이사

메타정보

본문

2019년 12월 새로 취임한 EU 집행위원장(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역사상 최초 여성위원장으로 취임 전부터 기후변화대응을 우선순위로 강조하여 주목받았다. 취임하자마자 EU 그린딜을 제시했는데 이는 기후변화정책 청사진으로 단순한 정책선언을 넘어 오는 3월 기후법으로 제안될 엄격한 목표다. 

주요내용은 2050년까지 EU를 탄소순배출량제로로 만드는 목표를 골자로, 미국 등의 우려로 논란이 많은 탄소국경세 도입검토, 성공적 목표달성을 위한 자금조달 및 투자계획, 에너지/산업/건물/교통 등 부문별 감축목표제시 등을 포괄한다. 

 

 일부는 기존에 발표했던 관련 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안될 계획으로, 2030년까지 40% 감축을 목표로 했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0~55%까지 상향 조정하고 2021년부터 규제시행 예정인 10개 플라스틱 금지품목(식품용기, 식기류, 면봉, 위생용품, 풍선막대, 식품포장재, 비닐봉투, 음료수병, 컵, 담배필터) 외에도 화장품, 생활용품, 건축용품 등에 사용되는 미세플라스틱에도 사용제한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탄소국경세(Carbon Border Tax)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 대해선 해당 국가의 수입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인데, 이미 2018년 12월 유럽의회 랑게(Bernd Lange) 국제통상위원장이 시멘트 제품에 대한 탄소국경세 부과 계획을 미리 언급하기도 했다. 올해 법제화 등의 과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야말로 야심차고 의지가 강한 정책목표이다.

 

 회원국들 사이에선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EU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와 정책 목표가 너무 과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석탄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의 동유럽 국가들의 반대목소리가 제기됐고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역시 기존의 에너지 체계를 하루  아침에 재생에너지로 완전히 전환할 수 없다며 집행위원회의 목표가 다소 이르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더욱이 현재 EU의 예산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린딜이 말하는 기금조성이나 정책실행이 불가능하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벨기에 브뤼겔(Bruegel) 싱크탱크는 EU가 기존에 추진 중이던 2030 기후목표 도달만을 위해서도 연간 2,600억 유로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할 정도이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월 EU 그린딜 이행에 향후 10년간 1조 유로를 지원할 투자계획도 발표했다. 지원금액의 자금 조달은 EU 예산에서 1/4을 충당하고 유럽투자은행이 1/2까지 파이낸싱(financing) 하되, 개별 회원국과 민간이 함께 기금에 기여하며 EU 배출권거래제 경매자금의 1/5도 추가되어 조성될 계획이다.

 특히 투자계획 중 공정전환기금은 화석연료에 의존도가 높은 EU 회원국이 에너지전환에 나설 수 있게 돕는 투자펀드로 1천억 유로 규모로 어느 회원국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는 확고한 원칙의 반증이다. 유럽투자은행 자금 일부를 유럽기후은행으로 만들고 2025년까지 투자규모를 현재 두 배 이상 증액한다는 생각이다. 

 

그린 딜의 2050년 탄소중립목표에 동의하지 않고 EU 집행위원회에 더욱 큰 지원을 요구한 바 있는 폴란드의 행보가 여전히 관전 포인트이긴 하지만, 리더와 다수 회원국의 의지가 강하니 반대와 보상의 프레임 속에서 결국 수렴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린딜이 계획대로 실행되면 역내외의 다양한 부문에서 변화가 예상되며,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각 국의 법 제정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즉, 온실가스 다(多)배출 사업장은 2030년까지 획기적인 변화를 이뤄야 한다. 예를 들면, 철강업계는 2030년까지 획기적 저탄소철강 생산체제를 갖춰야 하고, 에너지 소비의 40%를 차지하는 빌딩은 열효율 재건축이 촉진돼야 하며, 농축산업에서는 농약과 항생제 사용을 현저히 줄여야 한다. 

 자동차 부문에서도 내연기관차의 1㎞주행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5g 이하로 국내 하이브리드차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야 함은 물론, 전기차로 대체가 어려운 비행기나 선박 및 대형트럭은 바이오연료나 수소 등 대체연료 사용이 대폭 증가해야 할 것이다. 

 

전기차가 크게 늘어 2025년 유럽 전역에 충전소 100만 개를 설치할 기존 계획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농약이나 비료 및 항생제를 혁신적으로 줄이는 농어업이 성행하고 EU로 수출하는 제3국 기업도 EU의 새로운 식품 규정을 따라야 한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즈 등 주요 외신들이 관련 분야 회사들은 20년 만에 찾아온 이 혁신적 정책을 과소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또한, EU 역외 회사의 경우도 러시아 에너지기업의 사례를 들면서 지난 2년간 EU로의 화석에너지 최대수출국인 러시아가 향후 20년간 EU 화석연료 수입 감소로 인해 설비들이 쓸 모 없어 질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회원국이 모두 동의하는 것도 아니고, 천문학적 재정부담까지 감내해야 하고, 또 다양한 부문의 모험적 변화를 각오하면서 EU는 왜 그린딜을 추진하려는 걸까? 해답은 EU 집행위원회 그린딜 공식웹사이트 첫 화면에 나오는 동영상을 재생하면 첫 문장에 나온다. ‘그린딜은 EU의 새로운 성장전략이다’ 라는 EU 집행위원장의 선언이 바로 그것이다.

 

 그린딜을 ‘유럽판 달 착륙’에 비유하며 ‘우리의 목표는 경제가 지구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거듭 강조하는 말보다 ‘새로운 성장전략’이라는 말이 우선한다. 순서의 문제일 뿐이지 어차피 가야할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이라면, 탈탄소 경제를 유럽이 주도하겠다는 야심이다.

 

 EU 그린딜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선도적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하고 글로벌 산업경쟁력 강화시켜 성장을 촉진할까? 하나의 사례를 전체로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최근 글로벌에서 화두인 올스테드사의 기업가치 변화사례에서 힌트를 엿볼 수 있다.

 

  이 회사는 1970년 설립된 덴마크의 대표적인 석유회사인데 재생에너지 회사로 성공적으로 탈바꿈한 케이스이다. 불과 5년 전 올스테드사 CEO가 경쟁사로 비교되기도 어려운 엑슨모빌(ExxonMobil)사나 비피(BP)사 등 대표적인 글로벌 에너지기업과 필적하겠다고 호언했을 때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규모면에서 육상 및 해상풍력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회사가 상기 언급된 소위 오일메이저회사들이 공급하는 에너지에 비해 너무 양도 적었고, 재생에너지의 수익성도 화석에너지의 수익성에 비해 높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리협약과 더불어 기후변화가 정치이슈로 부상하고 친환경투자에 대한 요구가 기업의 돈 줄인 투자자를 점차 압박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다른 석유회사와 달리 선도적으로 해상풍력에 집중하여 새롭게 친환경에너지 회사로 탈바꿈한 올스테드사는 전세계 해상풍력의 3분의 1을 설치하는 재생에너지계의 거물이 되면서 투자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5년 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숫자다. 2019년 초 대비 1년 만에 올스테드사의 주가는 70%가 올라 시가총액이 비피(BP)사의 40%에 육박한다. 이익도 자체 예상 마저 뛰어넘을 정도다. 일부 투자자는 이러한 주가상승은 향후 글로벌 에너지전환을 알리는 시장의 전주곡이라고 말한다. 

50년 전 북해 유전을 개발하는 덴마크의 작은 회사로 출발하여 2016년 상장했을 당시만 해도 비피(BP)사 시가총액의 6분의 1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덴마크 및 영국 등의 강력한 해상풍력 장려정책과 경영자의 선도적 의사결정에 힘입어 글로벌 회사로 도약한 것이다. 

 

혹시 그린딜의 성장전략은 올스테드사와 유사한 글로벌 회사를 수십 수백 개 만들어 내 성장하려는 전략은 아닐까? 물론, 일반화의 제한성은 차치하더라도, 시장에서는 가치평가(Valuation)가 너무 높다는 지적과 함께 향후 회사계획이 너무 야심차다는 우려도 있어 미래가치가 계속 상승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친환경 투자에 목마른 투자자의 확대와 탄소감축의 필요성은 분명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정책지원을 바탕으로 먼저 움직인 회사가 유리할 확률이 높다. 대세의 흐름을 먼저 타고 있다면 유리한 장세에서는 더 유리하고, 불리한 장세에서는 덜 불리하다. 이것이 2월초 기준 ExxonMobil의 PER(주가/이익)가 20배인 반면 올스테드사의 PER이 40배인데도 기세가 등등한 이유이고, 자신이 5년 전에 선언했던 허세에 자신감을 유지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탈(脫)탄소나 기후변화를 먼 나라 이야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EU 그린딜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먼 나라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우선 아직 구체화된 것은 아니지만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는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세운 나라와 공정한 무역거래를 하기 위해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나라로부터 제품을 수입할 때 부과할 때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도입 때문이다. 

 

 유럽 기업들이 높은 환경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면 다른 나라보다 제품 경쟁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이미 산업구조개편이 이루어져 경쟁력을 갖춘 제품에 대해서는 공정한(?) 장벽을 세워 선도적 경쟁우위를 굳히려 할 수도 있다.

 

 에너지다소비 산업과 수출이 주력인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탄소국경세가 현실화하면 일부 업종에는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EU의 기후변화 대응노력은 앞으로도 지속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 및 친환경 제품으로의 생산전환 등 단기적 대응과 더불어 비관세장벽을 염두에 둔 장기적 대응전략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우리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필자가 2019년을 시작하며 국내에서 주목할 화두로 ‘탄소’, ‘재생에너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제시 했었는데, 2018년 평균 2만3천원이던 탄소가격은 2019년 말 4만원에 이르렀고 재생에너지는 목표치 보다 50% 초과 보급됐으며 ESG채권은 15조원이 발행되어 전년 발행액의 두 배를 넘겼다. 

 

 우리도 뛰고 있다. 다만, 글로벌 경쟁은 상대적인 것이기에 상대가 나보다 빨리 뛰면 나는 뛰어도 걷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EU 그린딜을 무관한 미래이슈나 한가한 CSR의 일환으로 여기지 말고, 새로운 성장전략의 의미와 영향을 정확히 이해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1년 전에 누가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을 예상했다면 이를 받아들였겠는가? 그러나 알고 보니 다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도 적의 계획한다면 한국판 올스테드사의 탄생은 어쩌면 아카데미 수상 보다는 더 예측 가능한 희망인 것 같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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