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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금융 파탄,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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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2월27일 11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2월28일 18시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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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印 은행들 부실채권비율 9% 육박, ‘잠재적’ 부실 포함하면 20% 넘어”

“Modi 경제 정책을 지원해 온 국영 금융기관들의 방만한 융자 취급이 주요인”

“하버드大 국제발전센터, 『5 R 처방전』 권고; 국영 금융 부문 개혁이 관건”

 

최근 日 Nikkei紙는 인도 경제가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의 부실채권(不實債權)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을 지적하면서 “다음 금융 위기는 인도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를 발령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인도 은행들의 평균 부실채권(NPL) 비율은 이미 9%대에 육박하고 있고, 향후 부실화가 우려되는 ‘잠재적 부실’을 포함하면 무려 20%에 이르고 있다. (* 참고; 한국 은행들의 NPL 비율은 작년 6월 말 현재 0.91%, 美 은행들의 최근 비율도 1% 미만)

 

이는 최근 10년 간 2배 이상 증가한 것이고, 최근 5년 간 무려 5% 상승한 것이다. G20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은 물론이고,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은행 경영 경험 상 대체로 2~3% 수준을 ‘파탄 위험’ 선으로 인식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위험’ 수준을 월등히 넘어선 ‘위중한’ 상황이다. 게다가, 인도 금융 산업에 쌓인 부실 요인들은 인도 경제의 총체적 문제에 기인한다는 점이 더욱 심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인도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금융 사회에서 인도 경제가 처한 위기 상황을 통상적인 성장 둔화보다 훨씬 심각한 ‘大 둔화(Great Slowdown)’로 정의하기도 한다. 이제 ‘금융 위기’ 발생 가능성 우려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 근년 들어 우리 나라 경제와 교류 관계가 급격히 긴밀해지고 있는 인도 경제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위중(危重)한 상황을 해외 미디어들의 관련 보도 및 인도 경제 전문 학자 그룹의 위기 원인 분석 및 정책 권고 사항들을 중심으로 간략히 살펴본다.

 

◇ “지금 인도 경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日 Nikkei紙는 앞서 소개한 보도에서, 인도에 금융 불안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다가오고 있고, 인도에서 다음 ‘금융 위기’ 발생이 임박했다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인도 은행들이 안고 있는 대손(貸損) 리스크가 높은 부실(不實) 자산이 급증하는 상황을 지적하는 것이다. Nikkei는 대출 부실이 급증한 가장 큰 원인은 국영은행들이 융자 업무를 소홀히 취급한데다 최근 들어 경기 부진에 따라 非은행 금융기관들(NBFC; Non-Bank Finance Companies)의 경영 파탄이 잇따르자 부실채권이 급증하게 됐고, 연쇄적으로 금융 시스템이 마비될 위기에 봉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인도 은행들의 부실채권(NPL) 비율은 2019년 말 기준으로 무려 8.9%에 달했고, 이는 과거 5년 동안 5%P나 상승한 것이다 (* IMF 통계에 따르면 G20 국가들 가운데 최대폭 증가). 은행 대출 자산의 ‘부실(不實)’ 판정 기준은 개별 국가나 은행들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이런 수준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가령, 영업이익으로 이자 상환을 3년 연속 부담하기 어려운 경우를 ‘잠재적’ 부실로 분류하면, 인도 상장기업들의 ‘잠재적 부실’ 비율은 무려 21%로 총 채무 금액의 1/5에 달한다. 이 비율은 글로벌 평균 4.3%에 비하면 비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통신·철강 등 인프라 부문이다.

 

사실, 인도 경제는 2003년 이후 줄곧 9%대 성장을 이어오며 중국을 뒤쫓고 있었으나 2010년 초반부터 추락하기 시작, 모디(Narendra Modi) 총리 집권 직전인 2013년에는 4%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2014년에 집권한 모디(Modi) 총리는 적극적인 경제 개방 노선의 강력한 성장 정책(‘Modinomics’)을 펼쳐, 상당한 실적을 올렸고, 같은 기간 중 둔화 일로를 걸어온 중국 경제와 대비되면서 국민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를 바탕으로 작년 5월 총선에서는 재집권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인도 경제는 갑자기 활력을 잃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작년 Q4 GDP 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4.5%에 불과했고, 2018년 상반기 대비로는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배경은 인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14억 인구의 소비 심리가 2014년 이후 최저로 추락한 것이다. 불과 한 해 전까지 눈부신 성장을 구가하던 인도 경제가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보인 것이다. 유일하게 밝은 부문으로 꼽히는 주식시장 강세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이다. 이렇게 최근 벌어진 인도 경제의 일련의 추락 과정을 살펴보면, 구조적(structural) 요인과 주기적(cyclical) 요인들이 병행해서 진행됐고, 결과적으로는 금융 시스템에 결정적 충격이 가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2008/9년 글로벌 금융 위기(GFC) 이후 꾸준히 이어져온 점진적인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인도 경제의 핵심적인 성장 엔진 역할을 담당해 오던 ‘수출’ 및 ‘투자’ 부문이 꾸준히 감퇴해 온 것이다. 수출이 둔화되자 기업들의 투자가 따라서 감퇴됐고, 이어서 인프라 기업들 경영이 어려워졌고, 종국에는 은행들 재무 상황이 악화되는 ‘쌍둥이 위기(Twin Balance Sheet crisis)’로 진행됐던 것이다. 

이에 더해, 최근까지 그나마 경제 성장을 뒷받침해 오던 NBFC 주도의 신용 확대 추세가, 2018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은행들의 여신 자세 위축으로 급격히 하락되자 당시까지 형성된 부동산 버블이 붕괴됐고, 마침내 인도 경제에 NBFC 및 부동산 부문에 발원한 또 다른 2개의 파고가 겹쳐져 ‘4 쌍둥이’ 재앙이 다가온 것이다. 결국, 인도 경제는 총체적인 붕락으로 개인소비를 포함한 모든 성장 엔진이 꺼지고 경제는 파탄된 것이다. (Harvard Univ. Center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India’s Great Slowdown; What happened? What’s the Way Out’?’ Dec. 2019) 


◇ “인도 경제 파탄은 은행들이 정권에 추종한 결과의 인위적 재앙”


지금 인도 경제가 극심한 부진의 늪에 빠져 곤경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금융 시스템마저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국영은행들의 경영 악화다. 그 단초가 된 것이 바로 2016년에 인도 정부가 단행한 화폐개혁(Demonetization; 고액 지폐 유통 폐지 조치)이다. 이 화폐개혁 이후 개인 예금이 은행으로 밀물처럼 몰려들자 자금이 넘쳐난 은행들은 당국의 규제가 미치지 않는 그림자 은행(shadow banking)이라고 불리는 비은행 금융기관(NBFC)들에 자금을 공급했다. 

 

그리고, NBFC들은 은행 부문에서 획득한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부동산 부문을 향한 대출로 집중해서 운용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주택 수요가 급격히 퇴조하자 대출 상환이 어려워졌고, NBFC들은 어쩔 수 없이 재정 악화에 빠지게 된 것이다. 결국, 인도 최대 NBFC 중 하나인 IL & FS社가 파탄되자 은행들은 급격히 융자를 축소했다. 인도 중앙은행 인도준비은행(RBI; Reserve Bank of India)에 따르면, 인도 은행들의 비은행 금융기관들에 대한 융자 잔액은 2018년을 정점으로 현재는 그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급기야, IL & FS 파탄에서 파생된 대출 경색은 실물 경제에도 암영을 드리우고 있다. 인도 경제 성장률이 4% 전후에 머물며 부진한 가운데 경기 악화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은행들의 잠재적 부실대출을 더욱 폭증시키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한 미국 서브프라임 대출 위기 상황의 전개 과정과 매우 흡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2008년 발생했던 美 서브프라임發 글로벌 금융 위기(GFC) 당시에는 인도 경제에 대한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았고, 국영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은 2% 전후로 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 5년 동안 동 비율이 급상승 10%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결과가 벌어진 것은, 무엇보다도 정부 영향력 하에 있는 국영은행들이 앞장서 정부가 추진하는 모디노믹스(Modinomics)를 지원하기 위해 타당성을 불문하고 많은 인프라 프로젝트들을 방만하게 지원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 “전문가들, 이미 오래 전부터 모디(Modi) 정책 노선에 엄중 경고”   


인도 경제가 이렇게 어이없이 추락한 원인은 앞서 지적한 것처럼 금융 시스템의 파탄이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인도 은행들은 지금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부실 대출 자산을 안고 있다고 알려진다. 정통적인 금융 중개 역할을 해 온 은행들이 과도한 대출에 시달리자 소위 ‘그림자 은행(shadow banks)’들이 이어받아 비효율 부문으로 자금이 흘러갈 길을 터 준 셈이 됐다. 그리고, 이제 NBFC들마저 막다른 골목에 당도하자 예의 유동성 위기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만 것이다. 

 

한편, 모디(Modi) 정권이 의욕이 넘친 경제 재건 정책들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주로 인도 출신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숱한 잠재적 부실 요인들이 잉태되는 위험 요인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발동했던 것이 지금에 와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리고, 지금 모디(Modi) 정부가 진퇴양난의 곤경에 당면한 것은 바로 이런 전문가들의 합리적 경고를 철저히 등한시했던 결과임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여기에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바네르지(Abhijit Banerjee) MIT 교수, 모디(Modi) 정권과의 정책적 부정합으로 자리에서 밀려난 뒤 학계로 돌아간 라잔(Raghuram Rajan) 前 인도중앙은행(RBI) 총재 등,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포함된다. 이들을 포함한 13명 인도 출신 경제학자들은 2018년에 펴낸 공동 저서(‘What The Economy Needs Now?’)에서 모디(Modi) 정부의 과도하고 지속 불가능한 경제 정책 노선을 비판했다. 2019년 10월에는 바네르지(Banerjee) 교수 및 라잔(Rajan) 시카고大 교수(前 RBI 총재)가 현재 인도 경제가 당면한 위험 요인들을 지적하면서 필수 개혁 과제들을 제시했다.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경제 내에서 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이라는 전제 하에 시장 혹은 기업들의 역할을 확대 조장할 것을 주장하는 점이다. 

 

즉, 이들은 중앙 및 州 정부의 재정 적자 확대는 민간 부문에 자원을 희소화하고, 비용을 높인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의 농업, 에너지, 은행 부문에 대한 과도한 개입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경고한다. 예를 들면, 관개(灌漑) 사업 등 농업 인프라 구축을 넘어선 과도한 보조금의 지급 등은 농부들의 계획 능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것일 뿐 아니라 결국 이들에게 재앙을 초래하게 되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에너지 공급 기업들은 무상 혹은 低價의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간 가격 결정 능력을 저해하고 가격 왜곡을 심화했다는 지적이다. 


◇ 하버드大 CID “인도, 현 위기 탈피에 근본적인 ‘5R 대응’이 필수” 


불과 2018년까지만 해도 견실한 성장을 보이던 인도 경제는 지금 갑자기 성장이 둔화되고 낮은 성장이 다시 경제의 핵심 부문에 부실 요인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 있다. 그리고, 당면한 난관을 벗어나려면 무엇보다도 低성장의 악순환 고리를 벗어날 특단의 방책을 강구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위기 탈출을 위한 처방전은 상황 진단 여하에 따라 나뉜다. 예를 들어, 단순한 주기적(cyclical) 위기로 보는 측에서는 주로 거시 경제적 경기 ‘촉진’ 수단을 제안하는 반면, 구조적(structural) 원인에 무게를 두는 측에서는 다양한 ‘개혁’ 방안을 권고한다. 그러나, 급격하게 찾아온 위기의 촉발 요인들은 양면성을 모두 드러낸 것이라는 점에서 어느 일방에 치우친 대응 수단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하버드大 국제발전센터(CID)는 인도가 당면한 위기 탈출 방안으로 ‘R’ 頭문자로 요약한 5개 항목을 권고한다. ① Recognition(상황 인식); 은행 및 NBFC들의 ‘자산의 질(asset quality)’ 재평가, ② Resolution(의사결정 1); ‘쌍둥이’ 위기 관련 부문에 위기 탈출 동기 부여, Resolution(의사결정 2); 부동산 및 에너지 부문 자산 인수 기구(‘bad bank’) 설립, ③ Regulation(규제 강화); NBFC 등에 대한 감독 강화, ④ Recapitalization(자본 재편); ②의 의사결정 사항과 연계, ⑤ Reform(구조 개혁); 공적 부문 은행들의 역할 축소, 등의 복합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이들이 제시하는 인도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처방전은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영 환경 개선으로 더 많은 고용 기회를 창출하고, 근로자들의 산업 간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고, 보다 효율이 높고 부담이 적은 규제의 틀을 도입하는 것이다. 동시에, 정부 보조금 지원 채널을 합리화할 것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 중앙 및 주(州) 정부 인력의 구조조정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이에 더해, 모디(Modi) 정부가 현 위기에 대처하는 방책을 모색함에 가장 유념해야 할 관점은 ‘하지 말아야 할 것들(negative)’과 ‘반드시 해야 할 것들(positive)’을 엄격하게 구분할 것을 강조한다. 예를 들면, 지금 인도 정부가 위기에 대처한다고 부랴부랴 기업들에 대한 감세를 단행하거나, 중앙은행(RBI)이 기준금리를 기록적으로 인하(135bp)하는 등의 과감한 금융완화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국영은행들의 합병 및 공적 자금 투입 등으로 대처하면서 국영은행 민영화도 주요 과제로 삼을 것을 권한다. 이는 전형적인 ‘워싱턴 컨센서스’에 입각한 고통을 감내하는 개혁을 권고하는 것이다. 

 

◇ “쉬운 것에 몰두한 역대 정권들과 달리 지금이 ‘개혁’ 추진 적기”


지금 인도 경제가 종전의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최근 실적인 작년 Q4 GDP 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겨우 4.5%에 불과했고, 2018년 상반기에 대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에 그친 셈이다. 배경에는 인구 14억에 달하는 인도 경제에 소비 심리가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고용시장도 취약한 징조가 완연해 실업률이 45년 만에 최고 수준인 6.1%까지 상승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과거 10년을 살펴보면 인도 경제는 중국, 미국 경제와 함께 글로벌 교역의 상당한 비중을 점유할 것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 Q3부터 GDP 성장률이 급전직하, 곤두박질 치고 있다. 반면, 필리핀 • 인도네시아 경제는 오히려 인도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장기적인 성장 둔화 과정을 걷고 있는 중국도 6% 전후를 기록하는가 하면 베트남은 무려 7.3%를 기록했다. 

 

한편, 인도가 경제 위기 탈출을 위해서는 종전에 경제를 지탱해온 핵심 부문이 이미 붕락(崩落)한 상황에서 정통적인 치유책은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먼저, 금융 정책 수단은 이미 자금 중개 기능이 마비되어 작동하기 어렵고, 재정 출동을 통한 경기 자극도 금융기관들이 이미 신규 국채 발행을 수용할 능력을 상실한 마당에 상정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정통적인 토지 및 노동 시장 구조 개혁 과제도 당장의 문제 해결에는 큰 효험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놀랍게도 중앙은행인 인도준비은행(RBI)은 작년에 다섯 차례에 걸쳐 과감한 금리 인하를 단행했으나 금리 인하 영향이 실물 경제로 퍼져 나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미 금융 시스템이 파탄된 마당에 실패한 금융 정책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따라서, 진부(陳腐)한 금리 정책 수단들을 반복하는 것 만으로는 현 위기에 대응하는 근본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렇게 총체적 기능 마비 현상을 보이는 소위 ‘신용 경색(Credit Crunch)’이 만연한 상황에서는 금융 시스템의 중개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중앙은행이 아무리 통화 공급을 확대하려 해도 기업들 투자 의욕이 저하되어 있어 여신이 증가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GFC 직후 미국 경제와 흡사한 양상이다. 대부분의 인프라 프로젝트들이 실패로 끝나자 관련 기업들의 도산(倒産)이 이어지고, 이에 따라 은행들 여신은 위축되어 투자 및 수출에 타격을 주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모디(Modi) 총리는 강력한 개인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2014년 집권 초부터 대외 개방 노선을 바탕으로 제조업 활성화(Make in India)를 지원할 인프라 확충 정책을 추진해 1기 집권 동안에 연 평균 7%대의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다. ‘잠자던 코끼리를 깨웠다’는 극진한 찬사도 받았다. 그리고, 앞서 소개한 하버드大 연구팀은 인도의 구조 개혁이 왜 지금까지 지지부진하고 있는가에 대해, 역대 정권들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대안들보다는 손쉬운 것들에 치중했던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다행하게도, 현 정권은 풍부한 정치적 자산을 갖추고 있어 바로 지금이 어려운 개혁 난제들을 실행에 옮길 적기(適期)라는 평가다. 이런 전제를 감안하면, 어쩌면 아이러니이기는 하나, 모디(Modi) 정부가 당장 취할 급선무는 은행 등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대출을 늘리려는 의욕을 되찾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금융 시스템을 정화할 발본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지 않을 수 없다. 인도 금융 시스템의 특징은 국영은행 비중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점이다. 주요 도시 지역을 거점으로 한 주요 은행들의 총 자산에서 국영은행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는다. 이러한 개혁 과제들을 부작용을 감수하며 과단성 있게 수행하는 것이 모디(Modi) 총리가 2期 정권을 성공시킬 적절한 방도이기도 하다. 


◇ 인도의 경제 파탄이 주는 교훈; “정권의 과욕이 불러온 참화(慘禍)”


한편, 지금 한국 사정을 돌아보면 온통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괴질(怪疾)에 휩싸여 미증유의 혼란에 빠져 있어, 한가로이 남의 사정을 왈가왈부할 형편은 못된다. 하지만, 어느 나라 위정자도, 편집(偏執)된 노선을 고집하거나 의욕이 앞서 절제와 실질을 외면한 목표를 추구하다 보면, 모디(Modi) 총리가 선의로 ‘최선’을 추구한 끝에 자초한 곤경을 겪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만은 유념해야 할 때다. 

 

일국의 위정자가 온 열성을 다해 국리민복을 이루고자 하는 데 무슨 탓을 할까 마는, 모름지기 나라 경제 운용에 지켜야할 기본 심지는, 하고자 하는 일들이 가져올 효과/비용의 칭량(秤量)에 더없이 겸손하고 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할 일이다. 세상 이치가 다 그렇듯이, 어떤 정책 수단도 대가를 치르지 않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천지 간 어디에도 없다. 이는 누구도 뛰어 넘을 수 없는 만고의 철리(哲理)다. 

 

한국정부는 4차 산업혁명이니 AI 혁명이니 하여, 하루가 멀다 하고 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고, 덩달아 각급 은행들도 앞다투어 각종 명목을 내건 대규모 여신 지원 구상을 내놓고 있다. 정부 지원이든 은행의 여신이든, 결국, 은행 자금이라면 예금주나 주주들의 소중한 자산으로, 그리고 정부 자금이라면 일반 국민들이 애써 벌어들인(일) 소득에서 납부해야 할 세금으로 부담할 것임은 물론하다. 

 

모디(Modi) 총리가 주창했던 야심 찬 경제 부흥 정책(Modinomics)도 처음 몇 해 동안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난 뒤에 내외 여건이 급변하자 거꾸로 경제 파탄의 주역으로 뒤바뀐 꼴이 되고 말았다. 우리도 과거에 ‘벤처 버블’ 붕괴로 나라 경제가 휘청거릴 정도로 엄청난 대가를 치렀던 뼈아픈 전력이 있다. 과문한 탓이겠지만 그 뒤에 지원 자금의 손실 정도가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수치적 보고가 없다.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국민들은 어느 한 쪽으로 쉽게 쏠리는, 때로는 유리하나 다른 때에는 지극히 불리하게 작동하기도 하는, 묘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의 선도 집단이 충분히 절제되고 세련된 목표와 지남(指南)을 갖지 않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몰려가 낭떠러지로 떨어질 잠재성을 다분히 가지고 있다. 

 

이를 유념한다면, 정부가 정책 자금을 지원할 때나 은행들이 융자를 실행할 때나 하등 다름이 없이, 무엇보다도 해당 프로젝트의 미래 가치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수혜자들에 대한 진실된 신용 평가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혹여, 선의의 지원 자금이 눈먼 돈이 되어버리면 나중에 부실화의 손실은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잘 헤아려 봐야 될 일이다. 그리고, 지원 정책을 집행하는 모든 주체는, 대상이 기업이건 일반인이건 간에 경제적 곤경을 구제하는 일이나 나라 경제를 증진하고자 하는 선의의 정책들을 불문하고, 항상 냉철한 자세를 지키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고 본다. 또 한 가지, 정권을 장악한 주체들이, 모든 일에 자신들이 앞장서 개입해야 하고 자신들은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믿는 태도도 예기치 않은 커다란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도 깊이 깨닳아야 할 것이다. 일국의 경제를 운용함에도 마땅히 자연 원리에 순응하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자세가 우선돼야 할 것임은 당연한 이치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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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2월27일 11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2월28일 18시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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