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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파리 구석구석 돌아보기(2)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8월10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8월09일 12시11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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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어제 잠을 다소 설쳤지만 아침 기운이 한결 시원해지면서 힘을 낼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더욱이 어제 저녁 잠시 둘러보았을 때 우중충한 분위기에 다소 우려감을 가졌던 아침 식사 장소에서 우리 마음에 꼭 드는 아침식사를 먹을 수 있게 되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짧은 한 달 동안 신세를 져야 할 호텔 아침식사가 양도 풍부하고 질도 좋은 빵, 과일, 치즈, 잠봉 (프랑스 햄), 요구르트, 까페올레 등을 갖추고 있었으니까요. 호텔에 대한 불만도 많이 가시게 된 것은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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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부쩍난 우리 부부는 오늘은 노트르담이 있는 시떼섬 (Ile de la Cite)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호텔에서 걸어서 약 10분이면 뽕뇌프 다리에 도착할 수 있으니 고마운 마음으로 나섰습니다. 일요일이라 관광객들이 몰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9시반이면 비교적 이른 아침이라 다리 주변에서 중고서적을 파는 Bouquinistes들은 대부분 아직 문을 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일찍 연 몇 군데를 둘러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중고서적, 옛날 잡지, 옛 엽서, 빠리 그림 등 다양한 기념품을 팔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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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이번 여행에서는 무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첫번째 원칙입니다. 그래서 시떼섬의 하류 끝을 들렀다가 뽕뇌프 다리가 보이는 세느강변에서 잠시 쉬면서 뽕뇌프 다리 아래로 지나다니는 배들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관광 성수기이기 때문에 많은 유람선들이 보였지만 때로는 화물을 잔뜩 실은 배들도 지나다닙니다. 세느강을 관광거리로만 여기는 분들이 많으신데 세느강은 실은 프랑스 산업의 중요한 동맥 노릇도 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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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휴식 후에 시떼섬 하류쪽에 있는 생뜨 샤뻴 예배당 (Sainte Chapelle)과 프랑스혁명 당시 무시무시한 감옥으로 쓰였던 꽁시에르즈리 (La Concieregerie)를 들렀습니다. 이곳들은 이웃 노트르담 대성당 때문에 일정이 여유롭지 못한 관광객들에게서 외면받기 쉬운 곳입니다만 프랑스 역사에서는 그에 못지 않는 중요성을 지닌 곳들이지요. 저희도 도합 7년 동안의 프랑스 거주 경험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방문하는 곳들입니다.

먼저 생뜨 샤뻴 예배당. 이곳을 둘러싼 현재의 대법원 (Palais de Justice), 꽁시에르즈리 등의 건물 뭉치 전체가 12세기 초창기에는 프랑스의 첫 왕궁으로 지어졌는데 그 왕궁 속에 성인으로 추앙받는 루이 9세의 명에 따라 13세기에 지어진 왕실 전용 예배당이었습니다. 1, 2층 복층으로 되어 있는 이 예배당은 화려한 스테인드글래스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듣게 된 프랑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니 당시에는 바닥이 이 스테인드글라스들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어주는 빛나는 대리석으로 되어 있어서 그야말로 성스러움이 가득했다고 하네요. 지금 그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당시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기쁨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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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뜨 샤뻴 예배당을 나와서 바로 근처 식당 Les Deux Palais (두 Palais란 뜻인데, 지금의 대법원 이름의 Palais와 과거 왕궁을 함께 지칭하는 의미)에서 오늘의 요리 (Plat du Jour)인 샐러드를 시켜 먹고 까페도 한잔씩 마셨습니다. 저는 진한 에스프레소를, 아내는 그것을 조금 연하게 만든 알롱제 (Allonge)를. 아직 유로화를 바꾸지 않아 (내일 월요일에 은행에서 왕창 바꾸려고 미루어 왔습니다.), 팁을 지불하려는 의사를 얘기하며 웨이터인 갸르송에게 물어서 카드로도 가능하다는 답을 얻고 음식값 43유로에 3유로를 얹어주었더니 (약 7%) 만족하는 얼굴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18%를 주어도 별로 만족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프랑스에서는 팁이 제값을 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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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후에는 꽁시에르즈리입니다. '첫 왕궁이던 곳이 마지막 혁명감옥이 되다.'라는 표현이 붙여져 있는 입구를 지나니 생뜨 샤뻴과는 사뭇 다른 소박한 건물 안이 나타났습니다. 그렇지만 작은 방마다 전시된 내용들은 프랑스 혁명 당시의 공포 분위기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지막 방에 장식된 그림에서 마침내 단두대를 도입한 로베스삐에르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으로 결말을 보여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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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대성당은 최근의 대화재에 따른 붕괴 사고로 접근금지 울타리가 쳐져 있어 이제 오랫동안 방문할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아쉬워하는 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불러모으고 있었습니다. 빠리의 상징물 중의 하나이기도 하니까요. 이미 복구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가운데 있어야 했던 지붕 위에 설치되어 있는 공사용 철탑이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과연 몇 년 후에 다시 이 대성당을 찾을 수 있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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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루를 보내다보니 그만 여느 관광객들과 비슷한 행보를 해 버렸네요. 그렇지만 '빠리 구석구석 돌아보기'의 정신을 살려 돌아오는 길에 시떼섬 남쪽에 있는 두 작은 성당을 둘러보았습니다. 일반 관광객들이 잘 찾지 않는 곳들이지만 나름의 매력들이 있었습니다. 생 줄리앵 르 뽀브르 성당 (Eglise de St Julien-le-Pauvre)은 동방정교회 소속이고, 그 옆의 생 세브랭 성당 (Eglise de St Severin)은 건물 외관도 훌륭했고, 내부에는 예배당에서 독실하게 기도하는 사람에 주목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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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다리를 이끌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아침에 아내가 관심을 보였던 미술작품이 걸려 있던 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칵테일 파티를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주제넘은 짓을 잘하는 제가 얼른 사진 좀 찍어도 되느냐고 물으면서 아내가 그림에 관심 많다고 했더니 우리의 방문을 환영해 주었네요. 들어보니 Le Carre d'Artistes라고 이름붙인 이곳은 화가 15명 정도가 동아리를 이루어 운영하는 갤러리인데 마침 이날 전시장을 채운 화가가 우리나라를 찾았던 Jamin이라는 (한국에서는 야맹으로 소개) 화가라고 해서 반갑게 아내와 함께하는 사진도 찍었습니다. 동양인 얼굴을 한 화가는 라오스 사람인 로랑인데 이 친구도 한국을 방문해서 전국 일주를 한 적이 있다고 자랑하네요. 프랑스의 낯선 화가들과 만나서 즐거운 대화를 나눈 시간도 소중했습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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