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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으로 돌아온 브렉시트: 무엇이 문제인가? ⓸Brexit 재연장(Brextension)과 영국의 선택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5월15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5월15일 16시15분

작성자

  • 신용대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前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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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이번 글에서는 오는 10월 31까지 영국의 EU탈퇴 재연장(Brextension) 과정을 정리하고, 영국은 왜 Brexit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지, 향후 영국의 선택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 불확실성의 끝은 어디가 될지 살펴보고자 한다. 

 

7. Brexit 재연장(Brextension), 원점에서 재검토되나?

 

메이 정부가 EU와 합의한 탈퇴협정(WA)과 미래관계 정치선언에 관한 영국 하원에서의 승인투표(1차 투표)는 2019년 1월 15일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230표의 큰 표차로 부결되었다. 이후 메이 총리는 북아일랜드 문제와 관련하여 EU측과 재협상의 시도를 천명하였다. 영국 보수당은 전환기간이 종료되기 전까지 대체협정을 체결한다는 EU측의 법적 확약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한편, 안전장치의 일방적 종료가 가능할 것도 주장한다. 이에 대해 EU는 탈퇴협정의 재협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메이 총리는 ‘합의 없는 탈퇴’를 피할 대안(Plan B) 마련에 고민하였고, 이후 법절차에 따라 1월 21일 EU와의 협상에서 의회 발언권 확대, 안전장치(backstop) 관련 재협상, 노동권 및 환경 관련 기준 강화 등의 내용을 포함한 ‘Plan B’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노동당은 ‘Plan B’를 미국영화 ‘Groundhog Day’(다시 또다시 반복되는 똑같은 일들의 일상을 그린 영화)에 빗대면서 이전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고 비판하였다. 

 

의회, 합의 없는 탈퇴 회피, 안전장치(backstop)의 대안 마련 주문(1월 29일)

 

메이 총리가 제안한 탈퇴협정(WA)의 대안은 1월 29일 의회 표결에 앞서 투표 전날에 추가된 것을 포함하여 총 15개의 수정동의 가운데 하원 의장의 판단으로 7개의 수정 동의가 심의·표결에 부쳐졌다(<표 1> 참조). 이 투표결과 합의 없는 탈퇴 회피와 안전장치(backstop)를 다른 방안으로 변경 요청하는 안이 가결되었다. 즉, '합의 없는 탈퇴'의 해결을 요청하는 Spelman의 수정동의가 정부 정책에 반하여 통과되면서 정부가 투표 지지를 호소한 북아일랜드 국경관리의 안전장치(backstop)를 다른 방안(alternative arrangements)으로 변경하자는 Brady의 수정 동의도 찬성 다수로 가결하였다. 여기서 Spelman의 수정 동의는 정부의 행동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며, 합의 없는 탈퇴 방지를 약속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나타낸 것도 아니다. 다만 합의 없는 탈퇴 방지가 의회의 다수 의견임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일정한 안정감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편 협의 기간의 연장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Reeves의 수정 동의, 협의 기간연장을 법적으로 구속하는 Cooper의 수정 동의, 의회에서 다양한 대안심의·표결을 가능하게 하는 Grieve의 수정 동의, 노동당의 대안과 국민투표의 시도를 포함한 Corbyn의 수정 동의, 협의 기간연장, 합의 없는 탈퇴 방지를 요구하는 Blackford의 수정 동의 등의 안건은 모두 부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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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메이 총리는 탈퇴협정(WA)에 대한 영국 하원의 2차 승인투표를 시도(2019년 3월 12일)하였고, EU도 메이 총리의 입장을 지지하였다. 즉, EU는 영국의 2차 승인투표에 앞서 합의 보완문서 발표(2019년 3월 11일)를 통하여 탈퇴협정안에 북아일랜드 관련 대체협약을 2020년 말까지 체결하는 것을 영국과 EU의 의무(obligation)사항으로 명시하는 한편, 북아일랜드 관련조항을 무기한 적용할 목적으로 일방에 의한 반복적 협상실패가 초래될 경우, 상대방은 이에 상응하여 관련 조항을 포함한 탈퇴협정의 적용중단이 가능하다고 합의하였다. 이에 대해서 Geoffery Cox 법무장관은 EU의 동의 없이는 여전히 일방적으로 안전장치의 종료가 불가하다고 해석하였다. 영국과 EU의 합의 보완에도 불구하고, 콕스 법무장관의 유권적 해석이 영향을 미쳤고,  2019년 3월 12일 실시된 2차 투표는 결국 영국 하원에서 부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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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표 2>에서와 같이, 3월 27일 노동당이 제안한 관세동맹 잔류와 단일시장과의 긴밀한 유지를 위한 수정 동의를 포함한 8개의 동의안이 모두 부결되었다. 이어 3월 29일 메이 총리가 제출한 탈퇴협정안의 3차 투표와 4월 1일 실시된 단일시장 잔류와 안전장치의 대체안 마련 시까지 포괄적 관세제도를 실현하는 공동시장 2.0 실현 동의안 등이 모두 부결되었다. 

 

메이 총리는 노동당과 제휴 모색, EU는 10월 31일까지 EU탈퇴 재연장(Brextension) 

 

메이 총리는 이와 같은 교착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우선 완만한 탈퇴를 주장하는 노동당과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4월 2일에 노동당과의 제휴를 위해 코빈 당수와 협의를 시작하는 등 정책의 전환을 보였다. 이는 그동안 메이 총리는 관세동맹·단일시장에서의 탈퇴를, 노동당은 관세동맹·단일시장에 잔류를 주장하였지만, 4월 1일에 실시된 의향투표(indicative vote, 탈퇴 대안의 탐색을 목적으로 하는 효력이 없는 투표) 결과, 두 방안의 중간에 위치하는 "관세동맹에만 잔류(단일시장에서 탈퇴)"하는 방안이 가장 가결 가능성에 접근하고 있음에 따른 것이다. 이는 또한 메이 총리가 4월 12일의 EU탈퇴 기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탈퇴협정안에 반대하는 DUP와 강경 이탈파의 설득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한편 메이 총리는 4월 5일 2차 서한을 통해 6월 30일까지 EU측에 탈퇴 재연장을 요청하였고, 4월 10일 열린 EU긴급정상회의에서 EU는 메이 총리의 탈퇴 재연장 요청에 대해서 5시간에 걸친 협의 끝에 필요한 만큼의 기간연장(flextention)에 합의하였다. 재연장은 10월 31일까지로, 이전에 이탈 협정이 비준되었을 경우는 익월 1일에 탈퇴하도록 조치하였다. EU정상회의는 메이 총리가 향후 계획을 제시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재연장을 승인하였다. EU측은 메이 총리가 교착상태 타개를 위해 노동당과의 협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향후 영국 의회에서 의미 없는 의향투표(indicative vote)가 실시될 개연성이 높은 상황을 고려한 측면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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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영국의 Brexit 재연장 조건으로, <표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10월 31일의 탈퇴 기한준수, 5월 22일까지  탈퇴협정안을 비준하지 않으면, 유럽의회선거(5월 23∽26일)에 참여하여야 하여야 하며, 선거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에는 6월 1일 탈퇴, 연장기간 동안 EU회원국으로서의 권리와 의무사항 준수 등을 제시하였다. 이외에도 영국은 탈퇴협정과 그에 따른 서한의 재협상은 할 수 없으며, 재연장 기간을 EU와의 무역협정 체결 등 미래관계의 협상에 활용할 수 없음을 확실히 하였다. 그러나 EU는 관세동맹 등의 soft Brexit 방침으로 전환하는 등 영국의 입장이 변화한 경우에는 정치선언을 재검토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6월 20~21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영국의 탈퇴협의 상황의 중간평가를 통해 연장조건 등을 재검토한다.

 

영국은 왜 Brexit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나? 

 

영국은 왜 Brexit에 대해서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할까? 영국이 국민투표를 선택할 당시 EU탈퇴나 잔류가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국민과 정치인 모두가 가볍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 Brexit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면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과 동시에 너무 큰 과제가 가로막고 있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은 아닐까? 영국의회 안에서 여러 차례의 승인투표(meaningful vote)와 의향투표(indicative vote)가 부결되어 앞으로의 일정이 불투명하며 합의 없는 탈퇴의 위험성이 여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앞에서 설명한 남·북아일랜드 문제이다. 역사적으로 북아일랜드는 영국 잔류를 희망하는 개신교계 주민과 영국으로부터의 독립과 아일랜드와의 통일을 목표로 하는 가톨릭 주민들 사이에서 유혈 사태가 있었다. 영국도 아일랜드도 EU 회원국으로 남·북아일랜드 사이에 국경통제가 철폐되고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이동하게 되면서 북아일랜드를 둘러싼 분쟁은 사라지고, 남·북아일랜드 사이에 1998년 벨파스트평화협정이 성립되었다. 과거 북아일랜드 분쟁을 감안할 때 국경관리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메이 총리는 EU와의 합의안에서 북아일랜드 문제의 재발 방지를 우선시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결정은 영국이 EU를 완전히 떠나는 것도, 그렇다고 EU에 확실히 잔류하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Brexit 합의가 되어 보수당의 강경 탈퇴파와 북아일랜드 지역정당인 민주통일당(DUP)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다음으로 Brexit이후 통상정책 또는 국가모델에 대한 강경파와 온건파간의 견해 차이가 너무 크다. 단일시장 접근을 희생해서라도 이민 제한과 국경관리실시, EU 역외와 무역관계 강화, EU규제와 부담금을 거부하는 동시에 조기 EU탈퇴 통보와 2년 이내 협상 종료 등 적극적으로 'hard Brexit'를 주장하는 강경파는 영국 특유의 앵글로색슨형 국가모델을 전제로 한다. 반면, 일정한 이민 제한과 기존의 틀과 다른 "영국 고유의 모델"을 추구하되, 단일시장(금융서비스 포함) 접근을 최우선시하며, 철저한 Brexit 준비 기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EU규제와 부담금 수용 등 EU탈퇴에 신중한 접근과 가능하다면 EU에 잔류하는 "soft Brexit"을 주장하는 온건파는 EU접근성을 강조하는 유럽형 국가모델을 가정한다. 양자 사이에 근본적인 견해 차이가 결국 Brexit에 대해서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향후 영국의 선택은?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계기로 합의 없는 탈퇴와 EU잔류 의견 높아져

 

과연 영국의 선택은 무엇이 될까? 탈퇴협정안이 재연장 기간동안 영국의회를 통과하여 순조로운 탈퇴(smooth Brexit)가 이루어질까? 아니면 계속해서 부결되어 결국 합의 없는 탈퇴(no-deal Brexit)로 무질서한 탈퇴가 될까? 또는 투스크 EU상임의장의 언급대로 노 브렉시트(no Brexit)로 갈까? 영국의 EU탈퇴 철회는 여당 안에서의 강경 이탈파의 반란이 예상되어 메이 총리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국민투표의 재실시에 대해서는 EU탈퇴의 시비를 묻는 국민투표가 아니라, 합의내용 수락 여부에 관한 국민투표로 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메이 총리는 2차 국민투표 실시는 완전히 부정하면서도 국민투표의 취지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 10월 31일까지의 Brexit 재연장은 오히려 지금까지의 논의를 뒤로 한 채 Brexit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은 아닐까?.

 

10월 31일까지 영국의 Brexit를 둘러싼 정치 시계는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일차적으로 메이 총리는 코빈 노동당 당수와 합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지난 4월 11일에 열린 국회 답변에서 메이 총리는 노동당에 양보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노동당 코빈 당수도 메이 총리의 태도 변화를 환영하고 "주요 분야에서 정부의 양보가 제안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메이 총리는 다음 선거까지 한시적으로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방안으로 노동당과 협상을 하고 있으나 5월 7일 여야협의가 교착상태이다. 메이 총리의 안은 노동당이 거부한 가운데, 보수당 안에서도 반대가 만만찮다. 관세동맹에 참여를 정부가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보수당 강경 탈퇴파 의원들의 우려는 더해 가고 있다. 그러나 노동당 간부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수정만으로는 노동당과의 합의가 휴지쪼각이 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특히 차기 정권은 메이 총리보다 강경한 탈퇴파의 인사(차기 보수당 당수)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노동당은 메이 총리와의 합의 내용을 법제화하는 등 법적 약속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가장 유력한 차기 보수당 당수 후보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에 의한 정책 전환을 방지하기 위한 법제화로 Boris Lock으로 불리고 있다). 한편, 바루니에 EU수석협상관은 만일 영국의 선택이 관세동맹 참여뿐이라면, 정치선언의 수정으로 이를 반영하기 위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만일 메이 총리가 노동당 코빈 당수와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메이 총리가 사임하고 새로운 당수선출을 위한 움직임이 빠르게 추진될 수 있다. 9월 29일부터 10월 2일에 개최되는 보수당 전당 대회까지 새로운 당수가 취임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당수 선거에는 약 12주가 걸릴 것이다(메이 총리 탄생시는 6월 24일 캐머런 총리의 사임부터 7월 11일까지 3주 미만이 걸렸다). 보수당 전당 대회까지 메이 총리를 대신할 새로운 당수가 취임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7월 초에 당수 선거가 시작되어야 한다. 지난 5월 2일 지방선거에서의 참패와 5월 7일 유럽의회 참여 결정으로 메이 총리에 대한 사임 압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메이 총리는 최근 사임압박이 커진 가운데 이번 주(5월 셋째 주) 보수당내 평의원모임인 ‘1992 위원회’에 참석해서 사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후임 당수 임명을 위한 첫 순서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예상된다. 메이 총리는 유럽의회선거를 앞두고 이번 주와 다음 주 탈퇴협정(WA)안의 의회 비준을 위한 막판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러나 탈퇴협정안이 의회의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어 6월 20~21일 EU 정상회의에서 영국 의회의 탈퇴합의를 향한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연기 조건을 재검토하는 중간평가도 메이 총리에게는 압박요인이 될 것이다. 

 

종합적으로 보아,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영국 국민이 Brexit을 결정하고 나서 영국 사회의 분열은 심각한 상황에 있고, 영국이 자랑하는 합의정치가 작동하지 않고 점점 혼미해지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과연 10월 31일까지의 Brexit 재연장으로 이제라도 질서 있는 탈퇴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국민 생활과 경제활동에 큰 혼란을 일으킬 합의 없는 탈퇴가 될 것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유럽의회선거에 참여를 계기로 영국은 합의 없는 탈퇴의 목소리도 커졌지만, 반대로 EU에 머물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Brexit가 영국 경제에 미치는 후유증은 크고 길 것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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