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수명 다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1월29일 19시5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20시02분

작성자

  • 유경준
  •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인력개발학과 교수

메타정보

  • 37

본문

수명 다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한국경제는 약 20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경제와 놀랍도록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장률 저하의 추이는 물론 소득분배의 변화에서도 일본과 상당히 닮은 모습이다. 따라서 1990년 초반부터 장기침체의 늪에 빠졌던 일본처럼 한국경제도 장기침체의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도 20년전 일본과 매우 유사하다. 1980년대 이전, 일본의 빠른 경제성장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3종의 신기(神器)이다. 성장의 원동력이 종신고용과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기업별 노동조합체계라는 일본만의 세 가지 특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3종의 신기를 그대로 답습해 왔다. 뿐만 아니라 당시 오일 쇼크(oil shock)이후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을 경험하고 있던 유럽 국가들은 물론 순탄하게 성장 중이던 미국까지도 일본의 이러한 경쟁력의 원천을 배워야 한다는 연구들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현재 일본 경제와 노동시장은 닮지 말아야 할 전형적인 모델로 간주되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우리나라는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최근 4% 내외의 추세적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일본도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1990년대 초반에 4% 내외 성장률을 보이다가 1990년대 중반이후 2%전후 성장률을, 2000년대 이후에는 급기야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바 있다.

 

2015129195259dpybmpr236.jpg
 

일본경제를 지탱하였던 노동시장제도인 3종의 신기는 1990년대 이후의 새로운 경제에는 더 이상 맞지 않게 되었다. 종신고용과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는 평생고용을 바탕으로 근로자가 처음에는 생산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다가 근속이 길어질수록 점차 임금이 상승하여 결국에는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을 받게 되는 구조다. 따라서 고도 성장기에는 기업의 성장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도 동반 상승하여 생애 임금이 개인 근로자의 생애 생산성에  맞춰질 수도 있다. 일종의 이연보상(deferred payment)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둔화되어 기업의 성장도 지속되지 못한다면 기업은 임금상승의 부담을 견뎌내기가 힘들게 된다. 더구나 근로자들의 입사 때의 임금이 생산성보다 낮지 않다면 연공서열형 임금구조는 처음부터 작동이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8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종신고용의 관행은 거의 사라졌지만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는 대기업 중심으로 대부분 지속되고 있다.
한편, 기업별 노동조합체계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지속되기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별 노동조합의 경우 노동조합 운동은 주로 기업 내부의 문제에 집중하므로 정치적인 색채가 약하다. 따라서 기업의 성장에 노동조합이 협조하게 하고 거기서 발생한 이익을 기업 내 노사가 공유한다. 따라서 기업별 노동조합체계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와 더불어 성장하는 경제에는 부합되는 면이 있다. 그러나 기업별 노동조합체계는 기술진보나 세계화 등 변화하는 외부적인 환경에 대한 적응이나 조합원외 다른 근로자의 문제에 대한 관심은 없고 내부 조합원의 고용안정과 임금상승에만 집착하게 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일본이 그러했고 대기업과 그 노동조합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소위 기업별 노동조합운동이 기업 내부의 조합원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그 외의 실업자나 청년층 신규취업자, 대기업 주변의 하청근로자는 나 몰라라 하는 내부자/외부자 문제(insiders/outsiders problem)를 야기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2016년 정년 60세의 정년연장법은 시행을 앞두고 있으나, 임금피크제의 실시 등 임금체계의 유연성 제고를 위한 사항은 단지 권고사항이기에 실현되기 쉽지 않음을 짐작하게 한다

 

20151291959114933890psy.png
 

3종의 신기에 집착하던 일본은 대기업 중심의 보수적인 인력 운용과 과거 성공에 대한 안주로 1990년대 정보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새롭고 창의적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채 장기침체의 국면에 빠지게 되었다. 
 
일본 내에서도 노동시장의 개혁과 함께 생산성에 기반한 임금체계의 개선을 일찌감치 설파한 그룹도 있었다. 하지만 장기침체의 조짐을 다수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탓에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였다. 결국 일본의 노동시장 개혁은 ‘파견직종의 확대’만을 통해 시도되었다. 그 결과는 약간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증가되었지만 주로 비정규직의 확대와 소득분배의 악화라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의 개혁은 최근에서야 일부 대기업에서 실행에 되는 사례가 보도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년 전의 일본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위기가 찾아오고 있음을 인식하고 국민 모두, 특히 기득권을 가진 집단에서는 구조개혁을 위한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현재 성장률 저하와 고령화에 따라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에서 세대 간 일자리 상생은 시급한 화두가 되었다. 정년연장과 함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의 개편은 반드시, 최대한 빨리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어야 상생의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37
  • 기사입력 2015년01월29일 19시5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20시02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