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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있다 - 독일의 부활 10년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교훈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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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10월01일 00시1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3시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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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있다 - 독일의 부활 10년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교훈

 최경환 부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한국 경제가 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만큼 길 없는 길을 가야 한다”고 했고, 전임 기재부 장관들을 초청한 간담회에서 한 선배 부총리는 “네비게이션 없이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 경제를 구하는데 필요하다면 “길 없는 길”이라도 가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밝혔던 최 부총리는 과감한 확대재정정책이라는 우리가 익숙한 진로를 보여 주고 있다. “길 없는 길”을 가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답이 보이는 길을 가고 있으니 실망이라고 해야 할지...

 

 과연 한국 경제를 구하기 위해 “길이 없는 길”을 가야 하는가? “길이 없는 길”을 가는 위험한 선택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의 경험과 독일 경제의 “부활 10년”은 한국 경제에 좋은 네비게이션으로 분명한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을 가져 온 이유에 대하여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지적되고 있다. 첫째 잦은 정권 교체로 인한 정부의 리더쉽 상실과 이로 인한 정책 추진력 약화, 둘째 재정금융정책의 실패로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생산성이 낮은 공공부문에 재정을 투입하고, 확대금융정책으로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을 조장했으며, 셋째 구조개혁 노력을 하지 않음으로써 총요소생산성이 낮아졌다.

 

 반면에 독일 경제의 “부활 10년”은 일본의 실패 이유를 반증해 준다. 2002년 당시 독일 

경제상황에 대하여 The Economist지(2002년 12월 7일자)는 “An uncertain giant”, BusinessWeek(2003년 2월 17일자)는 “The Decline of Germany”를 싣고 독일이 당면한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경고를 했다. 당시 독일은 통일 후유증으로 인하여 노동비용의 인상을 감당하지 못한 독일 기업들은 독일을 탈출하여 일자리 감소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으며, 급증하는 복지지출로 인하여 재정 건전성 위축이 크게 우려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Schrőder 총리는 “Agenda 2010"을 발표하고 기업 투자촉진 등 총수요촉진정책과 더불어 연금 등 복지제도·노동시장 등 구조개혁안을 제시하고 의회를 설득하고자 했다. Schrőder 총리는 의회를 설득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2004년 10월 총선에 패배하고 퇴진하였다. 독일 국민들도 복지지출를 삭감하자는 정당에게 표를 주지는 않았다. 총선에서 어느 당도 과반을 넘지 못하게 되자 모든 정당이 다 참여하는 기민연합 중심의 대연정을 실시하면서 총리가 된 Merkel은 전임 Schrőder 총리의 “Agenda 2010" 정책을 승계하였다. 구조개혁을 통한 독일 경제의 경쟁력 회복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하에서 다른 유럽 국가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은 반면에 독일 경제를 지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으며, 2011년 유럽 위기가 발생하자 독일은 유럽의 패자(霸者)로서 위상을 드러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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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나라의 경험은 한국 경제를 회생 하는데 가야 할 길이 어느 방향인지 분명하게 보여 준다. 일본은 정치의 난맥으로 정부 정책의 민간경제에 대한 리더쉽과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확대재정금융정책으로 국력을 낭비했으며, 구조개혁을 외면함으로써 총요소생산성이 저하되는 문제를 안게 되었다. 반면에 독일은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정책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함으로써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여 세계 경제 위기의 와중에서도 독일 경제의 경쟁력을 과시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세계 경제의 흐름이 괘도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IMF가 2012년 전망했던 바와 같이 세계경제가 2015년부터 새로운 성장괘도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은 간 것이 없고 계속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는 한편, “downside risk"에 대응하여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을 통한 경제의 기초체력의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OECD의 권고도 거의 같다.

 

 한편 세계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하방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비단 IMF와 OECD 만은 아니다. 미국 재무차관을 지낸 Summers 교수는 장기불황론("secular stagnation")을 주장하면서 “과감한 개혁”이 유일한 대안임을 주장한 바 있다(Financial Times. September 7, "Bold reform is only answer to secular stagnation"). 이와 같이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저성장과 고령화 경제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구조개혁은 시급하고도 결정적인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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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무엇을 구조개혁해야 하는가? 독일 Schrőder 총리의 “Agenda 2010"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경제 회생의 길은 명확하다. 즉 정치적 합의에 기초한 지속성 있는 정책, 복지 개혁, 재정 건전성 확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기업 투자 촉진이 그 해답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정부는 이 길을 가고 있는가? 공무원 연금 개혁 등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나 복지 확대로 인한 재정지출 부담은 날로 급증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경기진작을 위한 확대재정으로 국가 채무는 급증할 것이며, 노동시장 개혁은 공염불이 된지 오래다. 국회가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 하지 못하는 것은 거론할 것도 없다. 최경환 부총리 경제팀은 국민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고 고통을 수반하더라도 우리 경제가 가야할 길을 제시하려는 모습보다는 아직은 달콤한 확대재정정책의 기대효과로 국민들을 달래고 있다.

 

 과연 확대재정정책이 내수를 획기적으로 진작하여 세수가 증대하여 경제 회복과 재정건전성 확보에 함께 성공하는 쌍끌이 경제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까? 필자도 가능하면 그렇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경제가 그렇게 전개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가장 큰 문제는 저성장·고령화 경제를 눈 앞에 둔 한국 경제가 역동성을 회복할 수 있는 가히 마지막 “Golden Time"을 역사 속으로 흘러 보내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저성장·고령화라는 역사적 쓰나미가 한 시각 한 시각 다가오고 있음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여당은 야당 때문에, 야당은 여당 때문에, 정부는 국회 때문에, 국민은 정부의 무능을 탓하고 있을 뿐 한 치를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길을 몰라 못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길은 알지만 그 길을 가는데 수반되는 고통을 기피하기 위해 길을 나서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할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들에게 경제회생을 위해 불가피한 불편한 진실들을 이야기하기를 외면하고 인기주의에 빠진 정치와 그런 정치에 상응하는 “달콤한 정책”들로 세계 경제의 먹구름을 뚫고 한국 경제가 “쨍하고 해 뜰 날”을 볼 수 있을까? 한국 경제가 역동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방치된 채로 저성장·고령화시대의 암울한 짐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게 된다면, 그것은 기성세대가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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