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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공감론과 통일대박론이 같이 가야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5월20일 19시2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06분

작성자

  • 김병연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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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통일공감론과 통일대박론이 같이 가야

 

 작년부터의 통일 관련 논의에서 가장 대박을 터뜨린 것은 “통일대박론”이었다. 작년 초 한 일간지의 “통일이 미래다”라는 기획기사가 큰 호응을 받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1월 6일의 신년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하였고 이후 정부에서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통일준비위원회 구성 계획을 발표했으며 통일 관련 행사와 기사가 봇물을 이루었다. 

 

 필자는 해당 일간지의 의뢰를 받아 통일의 경제적 효과를 추정하였고 이 결과는 2014년 1월 2일 동 신문에 보도되었다. 이 추정결과가 통일대박론의 하나의 이론적 기초가 되었다는 점에서 필자도 통일대박론에 대해 책임 의식을 갖고 있다. 필자는 기존 경제성장의 추정 결과를 이용하여 남북 경제통합은 남한에게는 연평균 0.7-0.8% 포인트의 추가성장 효과가 있으며 북한에게는 13.1% 포인트의 성장 촉발 효과가 있다고 분석하였다. 

 

 통일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필자의 추정은 다음과 같은 가정 하에서 이루어졌다. 첫째, 평화 통일의 가정이다. 통일 이전이나 이후, 군사적 충돌이나 극심한 사회적, 정치적 혼란이 발생하면 통일은 대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점진적인 경제 통합을 거쳐서 정치적 통일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 경우 통일비용은 최소화되는 반면 통일 편익은 극대화될 수 있다. 필자는 경제통합을 시작한 후 대략 15-20년이 지나면 정치적 통일에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추정하였다. 셋째, 북한은 시장경제로 체제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없으면 남북경제통합은 큰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경제통합 자체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가정은 남북은 분리된 상태에서 정치적 통일에 앞서 먼저 시장경제체제에 기초한 경제통합을 시작함을 의미한다. 이른바 “1(시장경제)체제, 2지역”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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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추정에 따르면 통일이 반드시 대박이 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특히 통일이 급진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통일비용은 급증한다. 이를 무시한 채 북한을 붕괴시켜 흡수통합하자는 주장이 있다면 어떻게 통일대박이 가능한지 그들이 설명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통일비용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북한과 남한 지역을 분리시켜야 할 것인데 어떤 정책으로 이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만약 군사적 방법으로 남북을 분리한다면 국제사회의 여론이 통일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폭정과 굶주림으로 고통을 받았던 북한 주민이 남한에 이주하는 것을 강제로 막는다면 국제사회는 진정 남한이 통일을 할 자격과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것이다. 

 

 통일이 급진적으로 이루어질수록 통일대박론만으로는 통일을 이루기 어렵다. 통일은 장기적으로는 편익을 가져다주지만 단기적으로는 큰 비용이 들 수 있기 때문에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세대는 통일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국채를 발행하여 미래 세대와 비용을 나눌 수는 있지만 이자율 상승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독일의 경우도 통일 이전에 비해 통일 이후 이자율이 최고 세 배 가량 상승하였다. 또한 유럽환율메커니즘(European Exchange Rate Mechanism, ERM)의 주 통화였던 서독 마르크의 절상이라는 파급효과를 견디다 못해 영국의 파운드와 이태리의 리라가 ERM에서 떨어져 나가는 충격을 겪었다. 만약 통일이 급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한국도 이자율 급상승과 환율 폭등(원화 가치하락)의 충격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통일대박론만 믿고 있다면 통일 당시의 국민은 당연히 통일을 하지 않는 쪽을 택할 것이다. 

 

 점진적 방식의 통일이라고 하더라도 통일비용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북한 주민의 생계유지와 교육, 의료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북한이 충분히 감당하지 못할 경우 통일을 지향하는 남한이 이를 부담해야 할 수 있다. 만약 이 부담을 두고 남한 여론이 분열된다면 경제에도 부정적인 충격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남한 북한, 그리고 남한 내 사회 통합도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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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대박론보다 통일에 더욱 필요한 것은 통일공감론이다. 통일은 북한 주민의 고통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길이라는 마음에서 비롯되고 우리가 그동안 누려왔던 자유와 풍요를 북한 주민과 나누려는 공감에서 완성된다. 북한 주민에 대한 공감 없이 통일대박론으로만 무장된 여론은 정작 통일이 닥치면 통일을 거부하는 쪽을 택할 수도 있다. 우리의 동포이자 이웃인 북한 주민에 대해 우리 국민이 마음을 열어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우리의 가진 것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 없이는 통일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기에 통일대박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통일공감론이 많은 국민에 의해 받아들여질 그때야 진정한 통일 준비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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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5월20일 19시2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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