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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안, 과연 "개혁”이라 말할 수 있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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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5월06일 20시25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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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안, 과연 “개혁”이라 말할 수 있나?

 

  2014년 2월 25일부터 시작된 공무원 연금 개혁이 지난 2일 여야 간 합의안 도출로 사실상 마무리되었다. 물론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던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국민연금 소득보전률 문제로 미뤄지긴 했지만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 및 국민연금 강화를 위한 양당 대표 합의문’에 서명한 만큼 가까운 시일 내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합의로 발표된 ’공무원연금법 개혁안‘의 주요 내용을 간추려보면 다음의 5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지급률을 현행 1.9%에서 2021년까지 1.79%, 2026년까지 1.74%, 2036년까지 1.7%로 단계적으로 낮추고, 기여율은 5년에 걸쳐 현행 7.0%에서 9.0%로 높였다. 

둘째, 연금지급 시기 연령을 현행 60세에서 단계적으로 연장해 2033년부터 국민연금 지급개시연령과 같은 65세로 연장했고 기여금 납부기간도 33년에서 36년으로 연장했다.  

셋째, 소비자물가 상승만큼 조정되던 연금액을 2020년까지 동결했다.

넷째, 유족연금 지급률을 퇴직연금의 70%에서 60%로 낮추었다.

다섯째, 고액 연금 수령자를 줄이기 위해 상한 기준을 1.8배에서 1.6배로 낮추었다.   

 

 이번 합의안에 대해 여야는 하루 100억씩 투입될 연금 재정 보전금이 60억원 수준으로 줄어 내년부터 2085년까지 493조원 재정 절감 효과도 있을 뿐만 아니라 소득재분배 기능도 강화되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느끼기에는 이것을 1년 이상 논의한 개혁안이라 할 수 있을까 싶다. 이번 공무원 연금 개혁의 본질은 재정 건정성을 높여 공무원 연금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데 있었으나 이번 합의안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근본적인 개혁이 아니라 새정치연합이 주장해온 ‘더 내고 덜 받자’는 보수적 개혁이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안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멀어 아마도 5년쯤 후 다시 공무원 연금 개혁 얘기가 나올 것 같다. 

 

 그렇다면 이번 합의안의 문제는 과연 무엇일까?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점에 대한 인식 또한 다를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문제는 지급률을 고작 0.2% 줄이고 그것도 20년에 거쳐 서서히 낮아지도록 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이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생각한다, 

첫째, 재정 건전성 악화이다. 이번 합의안으로 여야는 하루 재정 보전금이 100억 원에서 60억 원으로 줄어들어 재정 건전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2020년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만큼 보정되던 연금지급액을 동결했기 때문에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2021년부터는 재정보전금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2025년에는 6조원에 달해 하루 재정보전금이 164억 원으로 지금보다 더 늘어나게 되어 있다. 이는 연금의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지급률을 대폭 하향 조정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조정은 미봉책에 그치고 이를 보완한다는 명분으로 5년간 소비자물가 조정분을 동결하는 꼼수를 썼기 때문이다. 

 둘째, 형평성 악화이다. 지급률이 20년 후 1.7%로 낮아지다 보니 정작 손실을 보는 쪽은 신규 및 앞으로 채용될 공무원들인 반면 현직 공무원들은 거의 손실이 없다. 

 셋째, 이번 발표된 여야 합의안이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 시기는 빨라야 지금부터 15-20년 후이다. 15-20년 후에 효과가 발생하는 안을 과연 ‘개혁안’이라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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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작 이번 합의 안을 보면서 더 큰 문제라고 생각했던 부문은 합의안 내용보다는 정치인들의 태도였다. 이번 합의안 도출 과정을 보면서 정치인들의 무책임함 까지 느꼈기 때문이다. 여야가 정해진 시일을 지켜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쯤은  “또 생색내기를   하는 구나!” 하고 웃어넘길 수 있겠다. 그러나 향후 70년간 줄어든 재정 적자 절감분 333조 중 20%를 국민연금의 공적 기능 강화를 위해 사용하고, 국민연금 대체율도 50%로 상향 조정하는데 합의를 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 하는 대목에서는 정말 이들이 국가를 생각하고 일을 하는 사람들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공무원연금 가입자는 약 100만 명인 반면 국민연금 가입자는 약 2,000만 명이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기여율 인상 없이 무슨 수로 공무원연금 재정 절감분을 이용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일 수 있나? 

 

 국민연금 대체율을 50%로 인상한다는 합의안이 발표된 후 이에 대한 지속 가능성이 의문시 되자 이에 대한 정치인들의 대답은 정말 가관이었다. 이번 합의안은 연금은 공적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공적 기능 강화에 초점을 두었으며 이를 위한 재원 조달 방안은 지금부터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과연 정치권이 2007년 국민연금을 왜 개혁했고 공무원 연금을 왜 개혁하려고 하는지 생각은 해보고 이번 합의안을 마련했나 싶다. 

 

 이번 공무원 개혁안은 1995년, 2000년, 2009년에 이어 4번째이다. 매번 그랬듯이 이번에도 개혁이라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은 그저 예년과 다름없는 개정안이다. 항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개혁이 쉽지 않을 것이라 짐작은 이미 했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있는 당사자들의 이해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실 이번에는 ‘혹시나’ 했다. 그 절박함이 예년보다는 훨씬 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시 오산이었다. 나 혼자만의 절박함이었나 싶다. 

 

 노동시장, 교육부문 등 앞으로 개혁해야할 부문이 아직 산적해 있다. 추구하는 목적은 다르지만 한결같이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부문이다. 이들 부문을 둘러싸고 있는 당사자들의 이해 구조 역시 공무원 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있는 이해 당사자들의 구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노조만이 승리한 공무원연금 개혁처럼 이들 부문의 개혁이 그렇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이해당사자들을 끊임없이 설득하는 큰 정치인이 홀연히 나타나는 기적을 한번 꿈꾸어 보고 싶지만 이보다는 느닷없이 나타나 판을 호도해 버리는 정치인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현실적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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