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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에 쌓인 돈을 끌어내자 - -경기활성화와 서민복지의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 법-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4월29일 20시23분
  • 최종수정 2016년05월03일 12시31분

작성자

  • 강건욱
  • 서울대학교병원 핵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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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에 쌓인 돈을 끌어내자

  경기가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유가하락이라는 호재가 나왔는데도 말이다. 최근 일간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장롱에 쌓인 돈이 경제 좀 먹는다.”(동아일보), “최경환, 디플레이션 우려 첫 인정”(경향신문). 한국은행이 돈을 풀어도 기업유보금은 늘어나고, 개인금고에는 5만원권이 쌓여간다는 소식도 계속 들린다. 그런데도 서민들은 청년실업과 사오정으로 돈 구경을 하기가 어렵다. 공장 자동화로 인력의 수요가 줄어 일자리는 늘지 않고, 수출해서 벌어들인 달러는 내수 증가로 연결되지 않고 원화 가치만 올리는 데다 이웃나라 일본의 돈 풀기로 인한 엔저로 수출마저 위협받기 때문이다. 

 내수 살리기, 양극화 해소, 원화가치 유지, 이런 것들을 모두 한방에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경제 전문지식이 부족한 필자가 서민의 입장에서 순진무구한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내수를 살리려면 저축을 하지 않고 돈을 써야한다. 그런데 수적으로 많지 않는 부자들이 쓰는 돈은 아무리 비싼 음식을 먹고, 값 비싼 옷을 사더라도 그 규모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다수인 서민들이 돈을 써야 한다. 그런데 서민들은 돈 구경하기가 어려우니 딱한 노릇 아닌가.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추어도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어 내수 살리기에는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면 서민들에게 국가가 직접 쓸 돈을 나누어 주면 어떨까? 정부는 서민을 위한 복지에 쓸 돈이 없어도 경기가 더 나빠질까봐 세금 올리는 것을 꺼리고 있다. 정부가 복지정책을 통해 지금 돈을 나눠주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면 다른 방도는 없는가? 돈을 찍어내서 나눠주면 어떨까? 디플레이션 걱정도 어느 정도 덜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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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 인하로 돈을 푸는 것은 통화증가를 예측할 수가 없다. 기업유보금으로 쌓이고 개인금고에 고액권으로 사장(死藏)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축이 어려운 빈곤층을 직접 지원하면 바로 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기도 살리고 인플레이션 정도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가 가능하다. 예컨대 3%의 인플레이션을 강제로 유발시키려면 현재 현금흐름의 3%만큼 돈을 더 발행하여 저소득층한테 나누어 주면 그만큼 물가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 나눠주는 방법도 잘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면 소득하위 25% 국민들한테 소득단계별로 차이를 두어 생활비, 교육문화비, 의료비로 쓸 수 있는 바우처, 기명식 선불카드, 핀테크 형태의 돈을 나눠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금이나 무기명 선불카드로 지급할 경우에는 도박, 음주, 카드깡 등 잘못된 소비를 조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선불카드나 핀테크 형태의 지원은 기명식으로 본인만이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히 핀테크를 이용하면 거래액수 통계가 명확히 잡혀 현금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통화조절을 정확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지하경제 양성화로 10% 부가가치세가 투명하게 걷힌다.

 

 일단 연 2~3%의 인플레이션이 유발되면 기업과 장롱에 쌓인 돈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지고 실물가치가 올라가 자발적 소비나 투자를 유도하게 된다. 금이나 달러로 옮겨 타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의 하락으로 엔저에 대응한 수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꿩 먹고 알 먹고’ 아닌가.

물론 이러한 방법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오래 갈 수도 없다. 그러니 근본대책도 함께 써야 옳다. 경기침체의 해소 대안으로 미봉책인 통화정책보다는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그런 연유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방법은 사람들이 돈을 쓸 이유를 만들어야 주는 것도 중요하다. 곡면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스마트폰, 화질 4배 개선된 곡면 UHD TV, 작년보다 페이스리프팅한 자동차같이 빤한 변화로는 다수의 지갑을 열기에는 부족하다. UHD급 고해상도의 가상현실 디스플레이와 결합된 1인칭 시점의 드라마, 내연엔진 자동차보다 저렴한 무인 전기자동차, 신체를 늙지 않게 하는 항노화약 등 획기적인 생활변화를 이끌어 내는 혁신제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은 때를 기다려야 한다. 지금보다 30배 이상 파워가 강하고 가격은 훨씬 저렴한 나노기술을 이용한 나트륨공기 배터리 같은 것이 세상에 나와야 한다.   

 

 돈을 찍어서 나눠주려면 한국은행에 대한 정부 빚이 늘어난다. 그런데 이 정부 빚이라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빚이지 외국에 대한 빚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심각하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 돈이 당장은 국내에 머물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민들에게서 얻어 쓰는 빚은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채권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의 수입원인 것이다. 2013년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부문부채는 GDP 대비 40%인데 일본 271%, 캐나다 126%, 영국 95% 비해 훨씬 적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얼마나 복지에 인색하였는지 보여주는 통계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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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부채가 늘어나면 빚을 후대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경제 활성화가 더 다급하기 때문에 약간은 빚을 좀 떠 넘겨 경제성장과 소득증가의 선순환을 이뤄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순리 아닌가 싶다. 세금 더 걷지 않고 복지확대하고, 양극화 해소되고 장롱과 기업에 쌓인 돈을 소비와 투자로 유도하는 방법이 서민들한테 핀테크로 생활비를 충전시키는 일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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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4월29일 20시23분
  • 최종수정 2016년05월03일 12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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