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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소득‧자산 불평등과 차단된 사회이동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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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4월22일 22시13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1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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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소득‧자산 불평등과 차단된 사회이동


■ 행복해지고 싶고, 희망을 갖고 살고 싶은 국민 

아리스토텔레스는 만물은 “행복”을 지향한다고 하였으며, 행복의 사전적 의미는 “만족감에서 강렬한 기쁨에 이르는 모든 감정상태를 특징짓는 안녕의 상태”라고 한다. 그만큼 행복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우리의 삶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라 하겠다. 

현대사회에서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소득, 자산,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소득과 자산은 삶의 질과 관련된 것이고, 미래 희망은 지금의 힘듦과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 때문이다. 

모든 한국 부모들이 그래 왔듯이, 지금의 부모들도 매일 매일 열심히 소득활동을 하여 생활비로 충당하고, 푼푼이 아껴 자산을 모아 보다 나은 삶을 꿈꾸며 희망을 갖고 살고 있다. 희망이 있기에 현재의 힘듦과 고통은 참을 수 있고, 견딜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국사회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행복하지도 않고, 희망을 가질 수도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증거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 소득 불평등 보다 더 심각한 자산 불평등

통계청의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 이 조사는 통계청이 금융감독원 및 한국은행과 공동으로 전국의 2만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며, 자산, 부채, 가구구성은 2014년 3. 31일 기준, 소득, 지출, 원리금상환액은 2013. 1. 1.~12. 31일까지 1년간을 조사하였다.

를 통해 우리나라의 소득 및 자산 분포의 특징을 분석한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가계단위의 가처분 소득 지니(Gini)계수는 0.4259, 순자산 지니(Gini)계수는 0.6014이었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상위 1%의 점유율은 가처분 소득이 6.6%인 반면 순자산은 12.4%나 되었고, 상위 10%의 점유율은 가처분 소득이 29.1%인 반면 순자산은 43.7%나 되었다. 이는 한국의 자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보다 심각하며, 상위층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일반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분석할 때 사용해 왔던 ‘소득변수’ 외에도 소비변수와 자산변수도 중요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더군다나 특정 개인이나 가구가 사회적 위험에 직면했을 경우 이를 해결하는 결정적 방안이 ‘자산’임을 감안한다면, ‘자산변수’가 가구단위 의 경제적 불평등의 설명에 소득 및 소비 변수 보다 더 우월적 지위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현재의 한국 상황은 가히 충격적이라 하겠다. 

또한 생애주기별 소득‧자산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소득은 50세 전후에 정점에 달하였다가 감소하고, 자산은 60세 전후에 정점에 달하였다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종합적으로 부동산 자산, 총부채, 순자산은 55~64세에 정점에 이르렀다가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퇴 전‧후기에 순자산 및 소득 불평등이 많이 발생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노인층 외에 본격적으로 은퇴하고 있는 약 710만명 베이비부머의 생활난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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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단된 사회이동, 희망이 없다

한국복지패널 1차 조사(2006년)부터 9차 조사(2014년)까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국사회에서 사회이동은 매우 높은 수준에서 차단되어 있으며, 특히 이러한 경향은 저소득층에서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3개 소득계층 모두 기준연도의 계층을 다음 해에도 계속 유지하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았다. 그렇지만 계층의 상향이동은 매우 어려웠다. 저소득층이 기준 연도의 다음 연도에 중산층으로 상향 이동한 비율은 최고 29.90%(1→2차), 최저 22.33%(8→9차)이었고, 고소득층으로 상향 이동한 비율은 최고 2.46%(1→2차), 최저 0.32%(8→9차)로 거의 불가능하였다. 일관성이 있지는 않지만 대체로 저소득층의 계층 상향 이동은 해를 거듭할수록 어려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산층이 기준 연도의 다음 연도에 고소득층으로 상향 이동한 비율은 최고 13.65%(1→2차), 최저 8.19%(2→3차)이었고, 저소득층으로 하향 이동한 비율은 최고 11.98%(2→3차), 최저 6.14%(6→7차)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계층의 하향 이동 보다는 상향 이동이 다소 많았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고소득층의 계층 하향 이동은 연도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고 27.33%(3→4차), 최저 15.49%(6→7차)이었으나, 저소득층으로의 이동은 거의 없다고 하겠다.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한국사회에서 계층유지는 쉽지만, 계층이동은 용이하지 않으며, 특히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으로의 이동이 거의 불가능하고, 다소 가능성이 있던 중산층으로의 계층 이동 조차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의 전락도 매년 약 10% 존재하고 있음은 ‘중산층 위기’가 근거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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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과 희망을 국민에게 줘야 한다 

최근에 다소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소득 불평등은 심각한 상태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자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보다 더 심각하게 나타난 것은 큰 충격이다. 소득이 쌓여 자산을 형성하므로 이러한 결과는 당연한 것이긴 하겠으니 ‘자산’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기에 더욱 우려된다. 특히, ‘빈곤의 세습화’를 초래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저소득층의 자산형성을 위한 방안과 중산층의 형성된 자산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적극 강구되어야 한다. 특히, 55~64세 연령층의 소득유지 정책, 즉 정년연장 및 재취업 정책을 강화하여 형성된 자산의 유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 연령층은 자녀의 대학교육 및 결혼, 본인의 노후준비 등 지출요인이 많으므로 정책적 차원에서 이를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소득과 자산은 사회이동과 직접 관련성을 가지므로 이들의 불평등은 사회이동의 어려움을 초래하게 된다. 특히, 저소득층의 계층 상향 이동은 점점 차단되고 있고, 일부 중산층도 위기에 빠지고 있음은 삶의 희망을 상실케 할 것이다. 안정된 사회에서 사회이동이 활발해 질 수는 없을 것이지만, 사회이동이 차단될 경우 ‘자포자기’와 ‘갈등’으로 표출될 것이고, 이의 역기능(dysfunction)은 대단히 위력적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불대에 장기간 머물고 있음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경제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사회정책적 측면에서 한국사회를 바라보아야 한다. 기회의 확대, 삶의 희망, 계층 갈등의 완화 및 승화를 지원하는 사회정책을 우선 추진할 필요가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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