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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대담] 경직성 해소가 핵심이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3월03일 00시24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3시32분

작성자

  • 김광두
  •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GFIN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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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두 교수.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였다. 대선 때는 박근혜 캠프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을 만들어 후보를 도왔다. 말하자면 현 정권 창출의 특1등 공신이다.

 

 대선이 끝난 뒤 어느 기자가 그에게 물었다. “공직을 맡아야 하지 않는가?” 그가 대답했다. “능력이 없어 못한다. 또 국가를 돕는 게 꼭 공직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그런지 그는 여전히 ‘밖’에 있다.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으로 이 연구원을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처럼 만드는 꿈을 꾸고 있다. 그러면서 때로 현 정부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잘못되면 그 자신 또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고향은 전남 나주. 서강대와 미국 하와이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국책연구기관들에서 일하다 1981년 서강대 교수가 된 이래 정년퇴임을 하고 석좌교수가 된 지금까지 그곳에서 강의하고 있다.

 

 연구원 구경도 할 겸 그곳에서 보자는 그의 청을 따라 마포대교 북단에 있는 그의 연구원을 찾았다. 아담하지만 녹화를 위한 작은 스튜디오까지 갖추고 있었다. 행여 오해가 있을까 싶어서였을까. 그가 먼저 설명을 했다. 소액후원과 회원의 회비로만 운영된다고.

 

 

▷어려운 서민경제, 희망은 있나?

 

-김병준: 경제가 어렵다. 특히 서민들 사는 게 그렇다. 왜 이런가? 정부가 잘못해서 그런가, 아니면 풀기 힘든 구조적인 요인 때문인가?

 

▶김광두: 기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이다. 크게 두 가지를 말할 수 있는데, 먼저 그 하나는 고용 문제이다. 고용률 자체는 65% 정도다. 하지만 그 질이 좋지 않다. 전체 고용인구의 20%가 비정규직이나 임시직이다. 또 반 가까이가 월 임금 200만원 이하이다.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하루아침에 확 바꾸어 놓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김병준: 또 하나는?

 

▶김광두: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문제다. 우선 영세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 게다가 내수가 좋지 않다. 내수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니 얼마나 어렵겠나. 중소기업도 그렇다. 상당수가 수출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상황인데 이제 이들 대기업들이 보다 싸게 납품받을 수 있는 해외업체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수출을 해 봐야 그 효과가 중소기업 쪽으로 잘 흐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통계적으로도 수출의 국내 부가가치 관련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김병준: 자영업자 문제만 해도 참 딱하다. 참여정부 때도 전체 고용인구의 30%가 되었다. 다른 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높았다. 결국 치킨집도 커피집도 서로 부대끼며 서로 죽이고 있는 상황이다.

 

▶김광두: 자영업자는 지금도 29% 정도이다. 16.5%인 OECD 국가 평균의 거의 두 배이다.

 

-김병준: 가슴이 답답해진다. 희망이 있기는 하나? 고용, 즉 일자리부터 쉽게 늘어날 것 같지 않다.

 

▶김광두: 기술변화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사물인터넷 기술만 해도 사람 쓰는 것을 크게 줄이게 된다. 또 그 플랫폼을 가진 기업과 이에 가입해야 하는 영세업자들 간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어디 이것뿐이겠나. 대부분의 기술이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어쩌겠나. 희망을 가져야 하고, 또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

 

▷모든 게 굳어버린 나라, 그리고 지도자


-김병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나?

 

▶김광두: 근본적으로 경직성이 문제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유연해야 하는데 우리는 모든 게 경직되어 있다. 정치는 진영논리로 경직되어 있고, 행정은 수직적 관료체제로 경직되어 있다. 또 시장은 지나친 규제로 경직되어 있고, 사회는 각종의 이해관계 대립으로 경직되어 있다. 정부재정도 복지지출 등, 한번 시작하면 줄일 수 없는 지출이 많아지고 있고,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국가부채 또한 금리 등 정책운영상의 경직성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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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준: 실감 나는 이야기이다. 참여정부 당시 영리병원 등 서비스산업 육성을 시도한 적이 있다. 이야기가 나가자 바로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더라. 삼성 로비 받았다는 이야기도 돌더라.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말로는 일자리 운운하지만 막상 움직여보면 바로 앞이 벽이다.

 

▶김광두: 결국 정치지도자들이 이를 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도자들은 첫째, 국가 시스템을 유연하게 만들겠다는 비전과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지도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둘째, 기존의 이해관계를 돌파할 워킹 스테이션, 즉 사람과 논리 그리고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셋째, 강한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김병준: 우리에게 그런 지도자가 있나? 잘 안 보인다.

 

▶김광두: 자기희생 정신이 부족해서 그렇다. 독일의 슈뢰더 총리를 봐라. 사회노동개혁을 위해 비전 2010을 내어 놓는 바람에 총리직에서 쫓겨났다. 그럴 줄 모르고 내어 놓았겠는가? 결과와 관계없이 국가를 위해 내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후 국민들이 그 뜻을 이해하게 되고, 그 기반 위에서 지금의 메르켈 총리가 그 개혁을 계승하고 있다.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

 

-김병준: 늘 하는 말이지만 공장이 좋아야 좋은 제품이 나온다. 우리의 이 형편없는 정치공장에서 그런 지도자가 나오겠나. 회의적이다.

 

▶김광두: 그래서 지식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식인들부터 먼저 진보 보수의 진영논리를 넘어 새로운 사회를 위한 합의를 만들어 내어야 한다. 원래 이데올로기라는 것은 지식인들이 만드는 것 아니냐. 지식인들이 먼저,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김병준: 정말 정치인들 하는 대로 그대로 두다가는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최근의 복지논쟁만 해도 그렇다. 세금은 안 올리고 복지는 늘리고, 그야말로 경직성만 더 강화하고 있다. 이러다 부러지지 않겠나.

 

▶김광두: 국회 예산처 자료를 보면 이대로 가면 2034년에 국가부도가 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 계산에는 국제금융시장 사정이 들어가 있지 않다. 이것까지 고려하면 부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공무원들은 낙관적 예측을 하곤 하는데 이 말을 다 믿으면 안 된다. 지난해만 해도 세수결손이 3조~4조 원 정도 될 것이라 했는데, 실제로는 10조5천억원이 되었다.

 

-김병준: 일부에서는 성장을 하면 세수가 늘어나고, 그래서 재정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김광두: 말이 안 된다. 1970, 80년대만 해도 국세탄성치, 즉 경제성장률이 올라가는 것에 대한 국세수입의 증가율이 1 이상이었다. 성장하는 것만큼 세금이 더 들어왔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0.7~0.8 정도다. 성장을 해도 돈은 그만큼 들어오지 않는다. 여야 할 것 없이 표만 의식한 채 돈 계산은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와 재정의 경직성만 높일 것이다.

 

▷타협을 위한 시스템과 강력한 워킹 스테이션

 

-김병준: 정치권은 원래 그렇다 치고, 이해 당사자들 간의 타협이 활성화될 가능성은 없나? 즉 자율적인 대화와 타협, 그리고 조정으로 경직성을 완화해 나갈 수는 없나?

 

▶김광두: 쉽지 않다. 대화와 타협을 촉진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원격진료를 예로 들면, 피해를 볼 수 있는 지방 소재 병원의 의사들과 효과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이들의 불안을 덜어줄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김병준: 산업구조조정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구조조정이 되더라도 당분간 실업 상태에 머물 수 있는 안전망이 있고, 여기에 새 직장을 얻기 위한 새 기술을 배울 수 있다면 노동자들의 불안이 덜할 것이다. 이런 것 없이 구조조정을 하겠다니 작은 공장 하나 닫는 데도 큰 소동이 일어난다. 이런 경직성으로 언제 산업구조를 선진화하겠나.

 

▶김광두: 일본이 한참 어려울 때의 일이다. 어떤 공장에 가 보니 잉여인력이 20%쯤 되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을 바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고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있는 전직훈련을 시키더라. 1990년대에 미국 디트로이트에서도 유사한 경우를 보았다. 회사와 노조가 같이 돈을 내어 노동자들에게 전직을 위한 재교육을 하더라.

 

-김병준: 정부는 어떤가?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한 이러한 노력들을 제대로 하고 있나?

 

▶김광두: 문제를 모르는 건 아니다. 가령 경제혁신 3개년계획을 보면 이런저런 문제를 다 커버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그걸 추진하기 위한 워킹 스테이션, 즉 추진 시스템과 추진할 수 있는 사람 등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문제만 생기면 우왕좌왕한다. 연말정산 문제로 혼이 나니까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무슨 개혁이든 소리만 나면 흔들려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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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결국 사령탑이 제대로 없다는 이야기 아니겠나. 그런 면에서 청와대는 제 역할을 못하는 것 같고, 장관들은 근본적인 질문 없이 개별적이고 단기적인 문제에 매달리는 것 같다. 경제부총리도 금리와 환율 그리고 부동산 등 단기적인 문제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좀 바뀌어야 하지 않나?

 

▶김광두: 바뀌어야 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우왕좌왕해서는 안 된다. 심지어 국회도 큰 힘이 있으니 국회까지 같이 할 수 있는 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국회와 대통령이 하나 되는 그런 워킹 시스템을 만들어 일을 해 나가야 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 봐라. 야당 당사를 찾아가 야당 지도자들과 17시간 토론을 하지 않았나. 우리라고 못할 이유 없다.

 

-김병준: 그렇게 해서 추진할 개혁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뭐를 이야기하겠나?

 

▶김광두: 단연코 교육이다. 한마디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이 나라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모순들을 크게 해소할 수 있다.

 

-김병준: 가장 좋은 사회정책이 가장 좋은 경제정책이라 했다. 경제적 효과도 클 것 같다.

 

▶김광두: 당장에 사회 전체의 혁신역량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교육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는 가운데, 또 지역에 따른 교육 불균형을 시정하는 가운데 다양한 경제활동이 일어날 수 있다.

 

-김병준: 정부 일을 할 때 이 부분 역시 경직성이 높다는 것을 실감한 적이 있다. 학원재벌, 참고서재벌, 사학재벌, 교수와 교사집단의 이기주의 등 강력한 이해관계가 내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강력한 리더십 아래 강력한 워킹 스테이션이 마련되어야 가능할 일인 것 같다.

 

▶김광두: 그렇다. 강한 워킹 스테이션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이것 하나에 집중해도 좋다고 할 정도로 교육 문제는 중요하다.

 

-김병준: 우리 사회의 경직성을 푸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올바른 비전과 효과적이고 강한 워킹 스테이션과 도전정신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또 이와 관련하여 지식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정리하겠다. 좋은 말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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