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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환율 전쟁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2월22일 20시12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3시48분

작성자

  • 김영익
  •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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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글로벌 환율 전쟁

2008년 미 연준(Fed)이 시작한 환율 전쟁은 일본중앙은행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까지 왔다. 이 전쟁에 중국마저 가담한다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디플레이션 압력은 더 높아질 것이다. 

 

미 연준이 환율 전쟁 시작

2008년 하반기에 미국은 주택가격 거품이 붕괴되면서 금융위기를 겪었다. 그 이후 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되자 미 정책당국은 적극적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대응했다. 특히 미 연준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통화정책을 과감하게 운영했다. 연방기금금리를 5.25%에서 0~0.25%로 인하했고, 이도 모자라 3차례에 걸친 양적 완화로 3조 달러 이상의 통화를 공급했다. 2008년 한 해에 본원통화가 무려 99%나 늘었고, 그 이후 2014년까지 연평균 16% 증가했다. 이에 따라 미국 달러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 연준은 주요국 통화에 대해서 달러지수를 작성해서 발표하는데, 이 지수가 2009년 3월 84(월 평균)에서 2011년 8월에는 69로 22%나 하락했다. 미국이 환율 전쟁을 하는 동안에 특히 엔화 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이 2007년 말 112엔에서 2011년 8월에는 77엔으로 엔화 가치가 무려 31%나 올라갔다. (2011년 9월 이후는 달러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것이 시차를 두고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달러가치 하락은 미국 경제 회복에 크게 기여했다. 2014년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8년 2분기보다 9.0% 증가했으나, 수출은 2배 정도인 18.3%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GDP의 68%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도 10.3% 늘어 경제성장에 기여했지만, 2009년 하반기 이후 수출이 경제성장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12%에서 13%로 약간 증가했다.

 

일본 환율전쟁 가세

2012년부터는 일본이 환율전쟁에 본격적으로 가담하고 있다. 일본은 1990년 거품 경제가 붕괴되면서 20년 이상 디플레이션에 빠졌다. 디플레이션을 탈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본 정부는 돈을 풀어 엔화 가치 하락을 유도했다. 일본중앙은행은 2013년 본원통화를 46% 증가시킨 데 이어 2014년에도 37% 늘렸다.

 

엔/달러 환율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일본과 미국의 상대적 본원통화 공급이다. 이들 두 변수 사이에는 같은 기간에 상관계수가 0.83으로 매우 높았다. 2008년에서 2011년까지는 미국이 양적 완화를 통해 일본보다 돈을 더 많이 공급했다. 그래서 엔/달러 환율이 112엔에서 77엔까지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2012년 이후로는 미국 연준보다 일본중앙은행이 돈을 훨씬 더 많이 풀고 있다. 이로 인해 엔/달러 환율이 최근 120엔 안팎까지 오른 것이다. 미국은 경기 회복에 따라 금리 인상 시점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일본 경제는 아직도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돈을 더 풀 전망이다. 엔화 가치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엔화 가치 하락이 최근 일본 수출 증가에 서서히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14년 3분기 GDP가 2011년 4분기에 비해서 1.4% 증가했으나, 수출은 무려 9.0%나 늘었다. 지난해 12월 일본 수출이 전년 동월에 비해서 13% 증가한 것을 보면, 엔화가치 하락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도 대규모 양적 완화

2015년 들어서서는 ECB가 환율전쟁에 가담했다. 최근 ECB는 시장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양적 완화를 단행했다. 2016년 9월까지 매월 600억 유로(총 1조 1400억 유로)를 국채 등 채권 매입에 사용하기로 했다. 이는 앞서 양적 완화를 단행했던 미국과 일본보다 규모가 더 크다. 예를 들면 미국의 양적 완화 규모가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 잔액의 6.3%였고, 일본의 경우는 7.0%이다. 유럽중앙은행이 양적 완화를 계획대로 실행한다면 국채 잔액의 8.0%가 된다.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에 이어 유럽중앙은행이 본격적으로 돈을 찍어낼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유럽중앙은행의 양적 완화로 유로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2009년 유로당 1.5134달러까지 상승했던 달러/유로 환율이 최근(2015.1.23)에는 1.1204 달러까지 하락했다. 여기다가 그리스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가 압승하면서 유로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시리자는 이른바 ‘트로이카’(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ECB)와 협약한 긴축 정책을 반대하고, 채무탕감을 요구하고 있다. 시리자가 주도하는 그리스 정부와 트로이카 사이에 구제금융 협상이 장기간 소요되고, 그 사이에 그리스 디폴트 더 나아가서는 그렉시트(Grexit) 가능성까지 제시되면서 유로화 가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만간 유로와 달러 가치가 같아질 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도 환율 전쟁에 가담할 가능성 높아

환율 전쟁이 유럽중앙은행에서 끝날 것인가? 최근에는 호주 중앙은행이 2013년 8월 이후 19개월 만에 정책금리를 2.5%에서 2.25%로 인하하면서 환율 전쟁에 가담하고 있다. 그 이전에 덴마크가 자국 통화인 크로네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더욱 낮추(-0.50%)고 국채 발행을 무기한 중단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국채 발행이 줄어들면 금리가 낮아져 외국 자본 유입이 줄어들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다.

 

이제 중국이 환율 전쟁에 언제 참여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009년 세계경제가 선진국(-3.5% 성장)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성장(-0.4%)했다. 그러나 그 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9.2%였다. 그래서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제한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성장 내용을 보면, 투자 중심의 불균형 성장이었다. 중국의 GDP에서 고정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41.6%에서 2009년에는 47.2%(세계 평균 22%)까지 크게 올라갔다. 2009년 고정투자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87.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해의 고정투자의 GDP 기여도 역시 8.1% 포인트로 9.2% 경제성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국 정부가 기업에 투자를 유도해 세계 경제가 위기를 겪고 있는데도 10%에 근접하는 놀라운 성장을 한 것이다.

 

중국의 과잉투자와 구조조정

그러나 중국의 과잉투자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해 생산 시설은 늘려놓았는데, 수요 부족으로 대부분의 산업 가동률이 70% 안팎으로 떨어졌다. 중국 기업이 부실해지고 나아가서는 은행도 부실해지는 과정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소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중국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현재 36% 정도로 매우 낮다. 미국과 한국의 경우 각각 68%, 49%이다.) 2014년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7000달러(2013년 6959달러)가 넘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앞으로 소비 중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에 투자를 늘리라고 유도해서 기업 투자가 증가한 만큼 소비는 그렇게 빨리 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가 가계에 소비를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앞으로도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14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7.4%로 1990년(3.8%) 이후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갈수록 경제성장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최근 IMF는 2015년과 2016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6.8%와 6.3%로 낮춰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과잉 투자한 기업이 부실해지고, 여기에 돈을 빌려준 은행도 구조조정을 겪어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제성장률은 한 단계 더 떨어진다. 한국 경제가 1997년 경제위기(이른바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하고, 경제성장률이 8%에서 5%대로 떨어진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미국, 일본, 유럽 중앙은행의 환율 전쟁을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기업과 은행의 부실 처리 과정에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환율제도를 자유변동환율제로 바꾸면서 환율 전쟁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2005년부터 복수통화바스켓제도를 채택하면서 정책 당국이 환율을 결정하고 변동폭만 점차 확대해오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2012년 4월부터 일일 환율 변동폭을 상하 1%로 유지하다가 2014년 3월부터는 2%로 확대했다.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을 자유화하는 하나의 과정이다. 

 

중국은 그 동안 ‘무역 강국’ 혹은 ‘제조 강국’을 목표로 내세웠다. 2013년부터 중국의 무역 규모가 미국을 앞서면서 이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 이제 중국이 추구하는 것은 위안화 국제화를 포함한 ‘금융강국’이다. 중국은 자본시장을 점진적으로 개방할 것이고, 이와 더불어 자유변동환율제도를 2~3년 내에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2005~13년 연평균 2400억 달러 정도였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위안화 가치가 그 동안 상승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국외 직접투자나 금융상품 투자를 통해 경상수지 흑자 이상으로 돈을 내보내 금융수지를 적자로 만들 전망이다. 자유변동환율제로 전환과 더불어 금융수지 적자로 머지않아 중국이 환율 전쟁에 가담할 수 있는 것이다.

 

주요 통화에 비해 원화가치 상승, 수출에 부정적 영향

한국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아졌다.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2년에 31%(경상가격 기준)였으나, 2012년에는 56%까지 올라갔다. 2013년에는 54%로 약간 낮아졌지만, 수출 비중 높은 만큼 한국경제는 세계 경제성장이나 환율 변동에 더 취약해진 것이다. 또한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11%에서 2013년에는 26%(2014년 25%)로 크게 늘었다. 이는 중국의 경제성장이나 위안화 변동에 한국경제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국 원화가치는 GDP의 6%가 넘은 경상수지 흑자로 이미 주요 통화에 비해서 상당 폭 올랐다. 특히 한국 원화는 일본 엔화에 비해서 2015년 1월 현재 2011년 10월보다 39%(월 평균 기준)나 상승했고, 이것이 이미 한국 수출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2015년 1월 수출이 전년 동월에 비해서 0.4% 감소했다. 또한 1월 일 평균 수출금액도 19.3억 달러로 지난 해 7월 이후 처음으로 20억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국제 유가 급락에 따른 석유화학제품의 수출 금액 감소에도 기인하지만,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엔화 가치 하락이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과거 통계로 분석해보면 엔/원 환율은 한국 수출에 2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여기다가 한국의 수출 중 2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마저 환율 전쟁에 가담한다면 그 영향을 훨씬 더 클 것이다. 한국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환율은 위안이기 때문이다. 주요 통화대비 원화 환율과 수출과의 관계를 회귀분석해보면 원/위안 환율이 1% 하락하면 한국 수출은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원/엔이나 원/유로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보다 훨씬 더 큰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국 경제는 내부적으로 인구의 고령화와 가계의 높은 부채로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다가 선진국에 이어 중국마저 환율전쟁에 가담한다면 수출수요 감소를 통해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 등 정책당국이 글로벌 환율 전쟁을 지켜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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