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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xit : 국민투표이후의 영국을 바라본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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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6월15일 20시06분
  • 최종수정 2016년06월15일 20시58분

작성자

  • 신용대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前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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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로 예정된 영국의 국민투표일이 가까이 닥아 오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영국으로 쏠리고 있다. 영국정부와 IMF, OECD 등 국제기관들은 영국의 EU탈퇴(Brexit)가 엄청난 경제적 비용을 수반하는 동시에 장래에 불확실성을 높일 것으로 우려를 나타내었다. 이에 더해서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 정상들도 영국의 EU잔류를 지지하는 입장을 나타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여론조사의 결과는 EU잔류지지와 탈퇴지지가 팽팽히 맞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 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영국은 국민투표 실시이후 그 결과가 EU잔류 또는 탈퇴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국민투표 이전과는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 영국이 잔류를 선택하는 경우, 영국은 캐머런 총리가 2015년 11월 EU정상회의에 제안하고 2016년 2월 EU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새로운 조건아래에서 EU에 잔류하게 된다. 반대로 영국이 탈퇴를 선택하는 경우, 영국은 EU기본조약 제50조 규정에 따라 탈퇴절차를 진행하는 동시에 EU 27개국을 포함하여 세계 모든 지역·국가들과 새로운 관계설정을 위한 협정을 추진하여야 한다. 

 

EU잔류를 선택하는 경우, EU와 기본적 관계 큰 변화 없고 역외국과 관계도 지속 

국민투표에서 잔류를 선택하는 경우, 영국은 지난 2월 EU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새로운 조건 아래에서 EU에 잔류한다. 첫째, 경제 거버넌스의 개선이다. 영국은 1999년 단일통화 유로의 도입에 대해서는 "도입하지 않을 권리(opt-out)"를 확보하여 왔는데 새로운 조건은 이를 재확인하며, 경제통화동맹을 강화하는 새로운 조치에 대해 영국이 EU에 추가협의를 요구하는 긴급조치를 인정한다, 둘째, EU의 경쟁력 강화이다. 영국의 요구에 따라 규제완화와 경쟁​​력 강화를 약속한다, 셋째, 국가주권의 보호이다. 영국은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의 설립 시 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기본조약의 전문에 밝힌 "끊임없이 긴밀화하는 연합(ever close union)"에서 제외하는 권리를 획득, EU의 통합과정에 대한 특별한 지위를 인정한다. 또한 새로운 EU법령에 EU회원국의 55% 이상의 반대가 있으면 부결(red card)할 수 있도록 조치를 추가하였다. 넷째, EU역내에서 이민자에 대한 사회보장의 균등원칙의 재검토이다. 영국의 사회보장제도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EU역내 이민자의 유입억제와 복지혜택을 제한할 수 있는 긴급조치를 최장 7년간 적용한다. 복지혜택의 제한은 이민자 입국 후 최장 4년이며, 이후 점진적으로 완화하도록 하였다. 이 개혁안은 유럽의회의 합의가 필요하며, EU조약의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추후 조약개정시 일괄 처리하게 된다. 

영국이 EU에 잔류를 위한 새로운 조건은 영국이 국민투표의 결과 잔류의사를 고지한 다음에 적용된다. 새로운 조건의 발효는 EU법의 입법과정과 속도, EU역내 사람의 이동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그래도 영국이 EU에 잔류하는 한 영국과 EU의 기본적인 관계는 크게 변하지 않고 EU 역외국가에도 특별한 영향은 없다.

 

EU탈퇴를 선택하는 경우, 탈퇴의사 고지, 새로운 협정체결 절차 착수 

국민투표에서 EU탈퇴를 선택하는 경우, 첫째, 영국은 국민투표 결과를 확인한 후, 신속하게 EU정상회의에 탈퇴의사를 고지하고, EU탈퇴에 관한 EU기본조약 제50조의 절차를 시작하게 된다. 탈퇴협정의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실제로 탈퇴까지는 탈퇴협정의 발효 시 또는 탈퇴의사를 고지하고 2년 후이며, 그동안 영국은 EU회원국으로 계속 남아 있게 된다. 탈퇴협정의 발효는 EU정상회의에 의한 지침의 합의이후, 유럽의회의 과반수 찬성, EU각료이사회의 특정(가중)다수결(영국 이외의 27개국 중 20개국에서 인구 65% 이상)에 의한 찬성이 필요하게 된다. 

둘째, 영국은 탈퇴 후 EU단일시장에 특권적인 접근을 위해서는 EU와 새롭게 협정을 맺어야 한다. 새로운 협정은 탈퇴와 동시에 발효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EU탈퇴와 새로운 협정절차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협정은 입법과정이 탈퇴협정과 거의 같지만,  만장일치의 찬성에 의한 EU각료이사회의 결의가 있어야 한다. 또한 EU내 각 회원국의 권한에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는 경우, 각 회원국의 비준절차도 필요하다. 탈퇴협정과 새로운 협정의 발효에 EU조약이 규정하는 기간이 2년이어서, 기간 내에 협의를 이루는 것이 관건이다. 기한 내에 협상이 끝나지 않으면 영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EU 27개국의 만장일치의 동의가 필요한 협상기한의 연장이다. 다음은 탈퇴 전에 새로운 협정체결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 경우 영국은 WTO협정의 최혜국대우원칙(MFN)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영국의 EU에 대한 관세는 현재의 무관세에서 MFN관세율(EU평균 5.2%)로 인상된다. 또한 영국은 모든 WTO 회원국을 동등하게 대우해야할 의무가 생긴다. 

셋째, 영국은 EU역외국과의 무역도 탈퇴의 영향을 받는다. 영국은 EU회원국으로서 EU역외국과 관세동맹, 유럽공동시장(EEA) 자유무역협정(FTA)과 경제동반자협정(EPA) 등을 통한 특혜적 접근을 얻어 왔다. 영국은 EU가 체결한 60개국과의 협정에서, EU탈퇴 후 다시 협상과정을 거쳐 체결하던가 아니면 부분적으로 포기해야 한다. EU가 미국과 협의 중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등 67개국과 진행 중인 협상에서도 제외된다. 영국이 이들 국가들과의 협상은 기본적으로 EU와의 새로운 협정이 결정된 이후에나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탈퇴, 세계 속에서 EU의 정치적, 경제적 위상저하로 나타나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경우 영국을 제외하고는 EU가 경제적 측면과 정치적 측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첫째, EU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충격적이며, 세계경제에서의 EU의 위상은 하락할 것이다. OECD가 시산한 2020년까지의 단기에서 EU의 GDP는 0.9% 하락한다. 파운드화의 약세와 영국경제의 하락이 무역을 통해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또한 영국의 탈퇴는 직접적으로 세계경제에서 EU경제의 점유율 하락을 초래한다. 세계경제 속에서 EU경제의 점유율은 명목GDP기준으로 20% 이상으로 2014년 미국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영국이 빠지면 EU의 점유율은 20%를 밑돌아 미국과의 격차가 생기게 된다. 오히려 영국탈퇴이후 중국에 추월당하게 된다. 특히 영국은 G7, G20의 일원인 동시에, EU회원국 가운데 프랑스와 함께 유엔의 상임이사국이어서 영국이 빠진 EU는 세계 속에서 영향력마저 낮아지게 된다.

둘째, 정치적인 측면에서 EU는 체제위기를 맞을 수 있다. EU입장에서 영국의 탈퇴는 그동안 심화와 확대를 통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계속되어 온 유럽통합 과정에서 처음 직​​면하는 진정한 위기일 것이다. 영국의 탈퇴 후, EU는 의사결정을 위한 회원국별 투표권의 신속한 조정 등 EU기구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EU개혁의 동력이 떨어져 성장과 통합이 손상될 수도 있다. EU가 2016년 2월 EU정상회의에서 영국정부가 요구하는 새로운 조건에 합의한 것도, 영국의 탈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EU수뇌들의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최근 EU 역내에서 확산되는 反EU, 反이민 및 反긴축 기류가 영국의 탈퇴를 계기로 뒤따르는 국가가 나타나는 도미노 현상의 위험성이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EU의 테두리 안에서와 단일시장에서 얻고 있는 혜택도 크기 때문에, 영국의 탈퇴가 바로 EU회원국들의 연속된 탈퇴를 일으킨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EU의 정책의 근간인 공동농업정책(CAP)의 최대 수혜자이며, 네덜란드는 EU의 물류 집산지로서의 역할을 통하여 역내단일시장에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 외 헝가리와 체코, 폴란드 등 중동부 유럽 국가들은 EU재정운용의 순수혜자이기 때문에, 바로 탈퇴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다. 최초로 영국의 EU탈퇴가 실현된다면, 이는 처음으로 현실에서 탈퇴비용과 혜택이 명확해 져서, 탈퇴도미노를 일으킬지, 반대로 EU탈퇴의 움직임을 억제하게 될지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영국의 EU탈퇴이후, 협상과정 장기화 등 세계경제 불확실성 증가 위험

IMF는 지난 4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영국의 EU탈퇴가 기존의 무역 및 금융흐름을 방해하며, 탈퇴이후 협상과정의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가 지역차원과 세계적 수준에서 심각한 손상을 가져올 위험성을 지적하였다. 영국이 EU탈퇴를 선택하더라도 영국은 EU와의 2년간의 협의기간동안 EU회원국으로 계속 머물기 때문에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변화가 크다고 볼 수 없다. 영국의 세계적인 영향력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 변화와 중국의 수요동향 등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그러나 영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로 과거 최고수준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EU탈퇴의 경우 급격한 자본유출 등 세계금융시장이 동요할 위험성이 크다. 영국의 EU탈퇴가 자칫 글로벌 리스크를 재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영국의 EU탈퇴는 유로존에도 악재로 받아들여져서 유로화 환율의 불안정과 유로화 자산가격의 하락압력이 강해지면 세계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국의 EU잔류이후에도 균열의 불씨 남아, EU통합의 강한 리더십 있어야

영국이 EU잔류를 선택하는 경우 불확실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경제적인 영향은 작아 시장의 혼란을 피하게 된다. 그동안 EU탈퇴 위험으로 약세였던 파운드화가 반등되고, 은행이나 자동차 등 EU탈퇴의 부정적인 영향에 취약하였던 산업부문의 주가도 반등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영국경제가 상당기간 동안 경기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EU잔류의 경우에도 영국과 EU 모두에 불씨는 남는다. 첫째, 영국 안에서 EU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 계속될 것이다. 영국은 그동안 유로화와 국경통행의 제한을 없앤 셍겐협정(Schengen Agreement) 및 기타 사법·내무에 관한 합의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조건을 추가하여 EU에 잔류함으로써 EU의 핵심정책분야에서 벗어나 있지만, EU에 의해서 영국의 국가주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또한 EU와 합의한 새로운 조건의 불투명한 부분이 이민억제나 EU의 경쟁력 강화에 충분히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우려를 나타낼 수 있다. 결국 불만이 누적되어 언젠가는 국민투표의 재실시를 주장할 수도 있다. 

둘째, EU에 있어서도 새로운 조건에 잔류하는 영국의 존재가 걸림돌이 되어, EU차원의 정책추진과정에서 발목을 잡고 또한 회원국 간의 논쟁을 부추길 수 있다. EU회원국 안에서 영국과 같이 EU잔류 또는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 실시를 빌미로 EU로부터 양보를 끌어내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EU내에서 유로존과 비유로존의 간격이 더욱 깊어질 우려도 있다. 영국의 국민투표이후의 EU통합을 견인할 회원국들의 단합된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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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어 태그 #영국의 EU탈퇴(Brexit) #국민투표(referendum)#유럽연합(European Union: EU) #셍겐 협정(Schengen Agreement) #EU 역내시장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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