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잘못된 상관의 명령을 따라야 할까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01월19일 15시18분

작성자

  • 김낙회
  • 서강대 초빙교수, 前제일기획 대표이사 사장

메타정보

  • 43

본문

 

얼마 전에 케이블 방송에서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 1995)“라는 영화를 봤다. 비록 오래 되긴 했지만 영상미와 음악이 워낙 좋은데다 스토리 자체가 철학적으로 음미할 만한 내용이라 기억에 남아있는 영화 중 하나였다. 특히 이번에 다시 보면서 위기관리와 리더십 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흥미 있게 감상했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핵 잠수함에서 미사일 발사를 두고 함장과 부함장 사이에 벌어지는  선상 반란 사건을 그렸다. 도망갈 곳이 없는 잠수함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의 1인자와 2인자의 갈등, 그리고 그 갈등의 결과는 핵전쟁 즉 3차 대전으로 이어진다는 일촉즉발의 상황설정이 재미를 더 했다. 본국으로 부터의 핵 공격 명령이 하달되기 시작하면서 긴박하게 발사 준비를 하던 중에 러시아 함대의 어뢰 공격을 받아 통신 장비 고장이 나면서 함장과 부함장 사이의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발사를 명령하는 함장에 맞서 미 국방부의 최종 명령이 있어야 하고 함장과 부함장이 동시에 동의해야만 발사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부 함장은 함장의 명령을 거부하고 함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반란을 일으킨다. 핵 잠수함의 지휘권과 핵 미사일 발사 명령권을 둘러싸고 두 사람이 격렬하게 엎치락뒤치락 싸우다가 결국 갈등은 해결되고 ”둘 다 옳았고 둘 다 틀렸다“는  판정으로 끝나는 영화다

 

요즘 최순실 국정 논단 사건을 지켜보면서 이 영화에서 느끼는 인사이트 두 가지는 리더의 책임감과 똑똑한 부하의 역할이다. 권위, 책임, 명령과 복종의 한계 등 이 영화를 보며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 많았지만 가장 큰 울림은 똑똑하고 소신 있는 부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었다. 램지 함장처럼 고지식하고 상명하복에 철저하며 규정을 지키려는 전형적인 지휘관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헌터 부함장처럼 명령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소신있게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유능한 부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밑에 있는 부하라도 위기의 순간에 자신의 본분과 역할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상황을 보고 최선의 선택이 무엇이며 최선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판단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잘못된 명령이라면 왜 반대하는지에 대해 상사를 설득할 수 있는 소신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 

아무리 탁월한 인격과 능력을 가진 리더라도 실수 할 수 있고 잘못 판단 할 수도 있다. 이때 이를 바로 잡도록 브레이크를 걸거나 실수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부하, 즉 헌터 부함장 같은 참모가 얼마나 필요한 지를 깨우쳐 주는 영화다. 상사와 부하 사이에는 건전한 긴장 관계가 필요하다. 윗사람의 지시는 금과옥조로 여겨 따져 보지도 않고 무조건 따르는 신하도 문제고 그런 생각 없는 부하를 밑에 두고 독선적 권력을 휘두르는 리더도 문제다.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참모들을 보자.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다는 영혼 없는 예스 맨 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모의 자격이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c79db877d8a6a213e73aaa9e0859cab1_1484806
 

두 번째는 책임감이다. 영화 “크림슨 타이드”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램지 함장은 핵 전쟁의 위기 상황 속에 규정된 역할에 충실하고 책임자로서의 통솔력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영화 끝 부분에서 법정을 나서며 램지 함장은 조기 은퇴를 선언하고 자신의 후임으로 헌터 부함장을 추천한다. 이에 감사를 표하는 부함장에게 ”내가 틀렸고 자네가 옳았네“ 하며  어깨를 두드린다. 결과에 책임지는 함장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책임과 권위는 동전의 양 면과 같다. 권위 없는 책임이란 있을 수 없으며 책임이 따르지 않는 권위도 있을 수 없다“ 막스 베버가 한 말이다.그런데 작금의 현실을 어떤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내 책임이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호가호위하며 온갖 권력과 영화를 누렸던 장차관, 청와대 참모, 여당 국회위원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그 정책은 이런 이유 이런 배경으로 내가 직접 입안했고 그게 문제가 된다면 내가 책임 지겠소“ 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 모르쇠로 일관 하거나 윗사람한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뿐 이다. 의리도 없고 소신과 배짱도 없고 비겁하기 짝이 없다.

또 리더라는 사람은 어떤가? 자신의 부주의로 생겨난 잘못이 있다면 즉시 책임지는 게 리더의 도리다. 뿐만 아니라 자기 부하나 식솔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리더의 책임이다. 그래서 리더는 책임지는 자리라고 얘기하고 리더가 되려거든 ”내 책임이다“라는 말부터 익히라고 배웠다.”내 책임“ 이라는 말은 그래서 리더의 언어라고도 하지 않는가? 그런데 요즘은 리더답지 못한 리더들이 너무 많다. 

왜 이렇게 리더나 참모들이 면피로 일관하고 책임지는 것에 인색할까? 모든 사람들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항상 나는 옳고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 된다. 내가 비록 잘못했어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스스로 자기 체면을 건다. 사회 지도층이 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얼마 전 퇴임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에피소드 한토막이 생각난다. 선거를 앞두고 오바마가 어느 대학 캠퍼스를 방문 했을 때 “대마초를 피워 봤는지?”한 학생이 질문했다. 오바마는 망설임 없이 “I did(해 봤다)”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어서 고백했다. “청년시절 나는 문제아였다. 지금도 가끔 담배의 유혹이 있다. 나 자신과의 싸움은 계속 된다” 낙선을 불사한 솔직한 고백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만들었고 연임까지 성공했다. 신이 아닌 이상 실수 하는 게 인간이다. 실수를 만회하고 치유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솔직한 고백이다.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고 책임지는 리더의 쿨 한 모습이 부럽다.

 

마침 금년 다보스 포럼의 주제가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탄핵  결정을 앞에 두고 동시에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타임 워치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을 고대 하면서 링컨 대통령의 멋진 편지하나를 소개 한다

 

남북  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케티즈버그 전투 당시 링컨 대통령이 부하 장군에게 보낸 편지

 

“ To  존경하는 마이드 장군

이 작전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모두 당신의 공로입니다. 

그러나 만약 실패 한다면 그 책임은 모두 내게 있습니다. 

만약 작전이 실패한다면 링컨 대통령의 명령이었다고 말하십시오.

그리고 이 편지를 모두에게 공개 하십시오

From  에이브러함 링컨“

 

43
  • 기사입력 2017년01월19일 15시18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