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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5년차 청와대, 그리고 지금은....(12) 대한민국, 문제는 ‘국정운영시스템 실패’다 이번에 확 뜯어 고쳐야한다(중)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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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1월30일 17시50분

작성자

  • 최양부
  • 전 대통령 농림해양수석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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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촛불은 지금 항쟁을 넘어 혁명을 향하고 있다’ 

 세계를 놀라게 한 지난 11월 26일 밤 광화문과 전국을 밝힌 190만 명의 촛불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저토록 열망하며 뜨겁게 타오른 촛불이 진정으로 보고 듣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인가? 

 박근혜대통령(‘박통’)이 당장 하야하고 물러나 2개월 안에 새 대통령을 뽑자는 것인가? 그것이 안 되면 탄핵을 해서 당장 물러나게 하라는 것인가? ‘그렇다’는 국민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모르긴 해도 대다수 국민은 국정혼란을 막기 위해 박통이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고, 자신의 퇴진일정과 거국내각을 이끌 새 총리의 국회 추천과 권력이양 등에 대해 분명하고 구체적인 정국구상을 밝히고, 특검 등에 성실하게 응하고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다하는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이라는 것이 아닐까? 박통의 국정농단을 보고 듣고 알면서도 이를 바로 잡지 않고 방조하거나 오히려 공모에 가담해온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들도 국민 앞에 사죄하고 책임을 지라는 것이 아닐까? 권력 앞에 무릎을 꿇고 부당하고 은밀한 내부거래를 해온 기업과 대학 등 관계기관이나 관련자들의 진솔한 사과와 근본적인 재발방지책 마련이 아닐까? 정치인들도 대권욕에 눈이 어두워 국정혼란을 부추기기 보다는 박통의 국정농단 앞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고 무너진 국정운영시스템을 뜯어고치기 위한 헌법 개정 등을 포함한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향후 정치일정과 수습방안을 제시하여 국민을 안심시키고 국정을 안정시키라는 것이 아닐까? 결국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들과 정치인들에게 ‘국민 무서운 줄 알고 그동안의 잘못된 국정운영을 반성하고 혁신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들으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촛불항쟁의 시대정신은 박통의 퇴진과 실패한 기존의 국정운영방식을 모두 바꾸라는 것이다. 촛불은 지금 항쟁을 넘어 체제혁명을 향하고 있다. 아니 향해야 한다. 

 

‘한국적 혼합형 대통령중심제“의 탄생

 그렇다면 국가적 정치위기를 몰고 온 현재의 국정시스템은 무엇이 문제인가? 박통의 국정농단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실패한 국정운영시스템을 어떻게 확 뜯어 고쳐야 하는가? 

 전대미문의 국정농단사태로 새로운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된 ‘국정운영시스템’은 한마디로 헌법이 정한 바에 따라 국민을 대표하여 국정을 운영하는 권력을 부여받은 국가기구들(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 등 행정부와 입법, 사법부 등)과 국민에 의해 선출되었거나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공직자들이 국가기구를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책임 있게 민주적으로 운영하면서 국가정책을 투명하게 결정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통제하고 견제하는 체계를 말한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헌법이 정하고 있는 대통령(대통령비서실 포함)과 대통령을 보좌하는 국무총리, 행정각부의 장관들과 국회의 상호관계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1948년 7월 17일 처음으로 대한민국헌법을 제정하고 대한민국을 수립한 이후 지난 70여 년 동안 모두 9차례 헌법을 개정했고 그 때마다 국정운영시스템을 뜯어 고쳤다. 특히 시대적 정치상황, 특히 정치 권력자들의 관심과 맞물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지위, 그리고 국회와 국회의원 등의 관계에 대한 국정운영시스템이 개혁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헌법을 처음 만들 때부터 국정운영방식을 ‘대통령중심제’로 할 것인가 ‘의원내각제’인가를 놓고 논쟁을 하다가 결국 대통령제(대통령과 부통령)와 내각제(국무총리)를 절충한 ‘혼합형 대통령제’(이승만 정부)를 채택했다. 처음으로 ‘한국형 대통령제’의 원형이 만들어졌다. 그 이후에는 정치상황에 따라 강력한 ‘제왕적 대통령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독재정부)와 ‘순수내각제’(4.19혁명이후 민주당의 장면정부)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가 6.10 민주항쟁이후 ‘1987년 헌법’을 만들면서 지금의 ‘5년 단임의 혼합형 대통령제’를 다시 만들었고 지난 30년간 사용해왔다. 그동안 우리는 ‘1987년 헌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매 5년마다 대통령을 새로 뽑았고 6번의 정부(정권)를 교체를 경험했다 

 

 1987년 당시는 독재정부의 출현과 장기집권을 막고 평화적 정부(정권)교체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5년 단임 직선제’를 채택했고, 독재정부시대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축소하면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견제기능을 강화했다. 특히 대통령에 대한 견제장치로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하여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장관제청권’과 ‘행정각부통할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국무총리는 국민에 의한 선출직이 아니면서도 대통령유고시에는 국정의 제2인자로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게 했다. 대통령제이면서 국무총리에게 대통령을 견제하는 의원내각제적 행정수반으로서 기능을 부여했다. 그리고 국정운영이 민주적으로 잘 되어 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제왕적 대통령제’를 말하고 있다. 우리가 기대한대로 국정운영이 민주적으로 되지 않은 것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현재의 ‘한국적 혼합형 대통령제’는 무엇이 문제이며, ‘1987년 헌법’은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총리와 장관과 수석은 국정운영의 ‘정치적 소모품?’ 

 1993년 12월 대통령 ‘농수산수석비서관’(1996년 해양수산부 출범이후 ‘농림해양수석비서관’으로 개칭)으로 청와대 생활을 시작한지 1년이 가고 4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국정운영시스템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YS와 국무총리와 장관들과 수석비서관들이 5년 단임의 짧은 기간 동안 문민정부의 국정철학과 정책비전 등을 공유하면서 ‘국정운영의 한 팀’으로 서로가 협력하며 책임지고 각 분야의 정책과제들을 추진해도 힘이 모자란데 그러한 ‘팀 스피릿’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그 주범은 국무총리와 장관, 그리고 수석비서관들이 일 년이 멀다하고 수시로 바뀌는 현실이었다. 대통령자신마저도 총리나 장관과 수석들이 자신의 국정철학을 실천해줄 국정수행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는 것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였다. 국정운영상 필요하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국정분위기 쇄신이나 국면전환용’으로 수시로 해임하고 임명하는 ‘정치적 소모품’ 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행정부는 대통령 한사람만 5년의 임기가 보장되어 있고 나머지 총리, 장관, 수석비서관 모두가 대통령을 중심으로 생겼다 사라지는 불안정한 ‘떠돌이 별’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모두들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정점으로 대통령만 바라보며 움직이고 있었다. 대통령의 ‘말씀’ 한마디는 ‘지시사항’으로 정리 되어 모든 부처가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할 법이고 정책이 되었다. 대통령은 제왕이었다.  

 

 YS정부에서는 5년 동안 모두 6명의 국무총리(황인성, 이회창, 이영덕, 이홍구, 이수성, 고건)와 100여명이 넘는 장관이 거쳐 갔다. 대략 1년에 한명 꼴로 총리가 바뀌고 장관들도 한 해에 20여 명씩 바뀌었다. 장관들은 1년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비서실장은 4명, 수석비서관은 모두 33명으로 매년 비서실장이 바뀌고 수석도 평균 6명이 바뀌었다. 그런데 이러한 대통령의 인사 관행은 YS정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역대정부를 통해 계속되었다. 국무총리의 경우 1988년 노태우정부 출범이후 현재까지 총 32명 (노태우 5명, YS 6명, DJ 직대 서리포함 7명, 노무현 직대 포함 7명, MB 직대 포함 4명, 박통 직대 포함 3명)으로 대략 1년에 한명 꼴로 임명되고 해임되기를 반복해 왔다. 이러한 대통령의 인사권 오남용이 바로 대통령을 제왕으로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정운영을 일관성 없이 무책임하게 만드는 주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많은 정치인들이나 학자들은 지금도 ‘1987년 헌법’은 대통령에 대한 견제로 국무총리의 ‘장관제청권’을 부여하고 있다(헌법 제87조 1항)는 점을 들어 대통령이 헌법이 정하는 데로 총리에게 장관제청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하지 않은 대통령을 헌법을 무시하는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총리의 개인적 성품에 따라 “역대 총리를 대통령의 명에 잘 따르는 순응관리형이거나 아니면 대통령과 갈등했던 소신형 등”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DJP연합같이 공동정부를 구성한 경우도 있었지만 결국 오래가지 못했다. 

 

 국무총리의 대통령에 대한 견제는 솔직히 장기집권을 하는 독재정부에서는 의미가 있었지만 5년 마다 정부(정권)교체가 일어나는 민주적 상황에서는 전혀 불필요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짧은 기간 동안 한 팀으로 일하기도 바쁜 데 국무총리를 대통령을 견제하는 자리로 생각하고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도전하라는 헌법의 발상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국정운영에 총체적 책임을 지는 대통령이 자신과 같이 일할 국무총리나 장관들을 자유롭게 선정하고 임명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바람직한데,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임명직 총리에게 장관제청권을 행사하게 한 것은 시대착오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현재와 같이 대통령에게 위기가 발생하고 유고상황이 생겨날 경우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국정운영의 책임자가 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우리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정부의 유산인 ‘권위적 국가통치시스템’을 자유민주시대에 맞는 ‘책임 있는 민주적 국정운영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으며 이는 본질적으로 ‘1987년 헌법’이 자초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국정운영을 책임 있게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과 수석들이 소통하며 협력하며 대통령임기동안 국정운영의 한 팀으로 책임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민주적 국정운영시스템으로 바꾸어야한다. 한국적 혼합형 대통령제 전반에 대한 일대 혁신과 그에 따를 헌법 개정은 민주적 국정운영시스템 구축을 위한 시급한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책임 있는 민주적 국정운영시스템 구축을 위한 몇 가지 과제’ 

 그 첫 번째 과제는 정부형태와 국정운영방식의 명료화다. 정부형태를 순수 대통령중심제로 할 경우 국무총리제를 폐지하고 부통령제를 도입하여 대통령과 같이 공동으로 분담하여 책임 있게 국정운영을 하도록 하거나, 아니면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할 경우에는 대통령을 국가의 상징적 존재로 하거나 외교안보 등 제한된 권한만 행사하도록 하고 국무총리가 명실상부하게 국정운영을 책임지게 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국무총리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 명분을 중시하는 우리 정치인들은 모르긴 해도 국가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대통령이란 칭호를 국무총리보다 선호하기 때문에 대통령제를 바라면서도 대통령이 제왕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대통령제에 국무총리제를 접목시켰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애매모호한 국무총리제는 1948년 헌법제정이후 지난 70여 년간 오히려 국정운영의 갈등과 혼란의 불씨가 되어왔다. 이제는 국무총리제를 양단간에 뜯어 고칠 때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이 겪어온 정치적 경험과 남북 간의 대치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대통령제가 우리에게는 가장 친숙한 제도라는 점과 내각제 등에 비하여 일정한 임기동안 정부가 안정적으로 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순수 대통령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내각제의 경우 조금 과장하면 1년에도 몇 번의 정부교체로 일어날 수도 있고, 국정이 지나치게 당파적으로 분열되고 당리당략적 정쟁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질 수 있다. 그리고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장’중심의 사회문화적 전통과 관습이 나라운영뿐 만아니라 기관이나 기업, 심지어 단체나 동창회, 가정까지도 관통하고 있는 현실에서 내각제는 여전히 이상이고 관념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대통령제를 보다 민주적으로 책임 있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무총리제를 폐지하고 ‘부통령제’들 도입해야 한다. 대통령과 부통령이 임기동안 책임과 역할을 분담하고 상호 협력하고 견제하며 국정을 공동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국가적 위기에도 안정적으로 위기관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대통령(과 부통령)의 임기도 5년 단임보다는 ‘4년 중임’으로 바꾸어 현재 5년제가 가진 국정의 비효율성 (취임첫해의 대통령수업과 임기 말의 레임덕기간)을 최소화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장관이나 수석비서관들이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여 탄핵소추에 해당되지 않는 한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는 새로운 인사 관행을 반드시 확립하여 대통령의 과도한 인사권행사를 막아야 한다.  

 

 둘째는 현재의 애매모호한 대통령 비서실체제를 ‘대통령부’로 개편하고 그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대통령비서실은 대통령에 대한 비서적 기능과 정책보좌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수석비서관과 장관의 책임과 역할분담이 명확하지 않아 갈등이 많고,  특히 정부 각 부처장관들이 ‘부처이기주의’를 대변하는 로비스트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책과제의 일관성 있는 추진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미국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대통령부가 명실상부하게 국정운영의 중심이 되어 책임지고 국정을 통할할 수 있도록 정책개발과 기획 및 조정, 평가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비서실장의 지위를 낮추고, ‘대통령부’ 내에 외교안보, 경제, 과학기술, 사회교육, 환경과 농림수산, 무역 등 정책분야별로 다양한 정책개발 및 심의기구를 두고 대통령과 부통령, 수석과 관계 장관 등이 협의 결정하고 집행은 각 부처 장관들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특이 각 부처의 새로운 정책 도입이나 법률 제정과 같은 사항은 반드시 대통령부의 통제를 받도록 해야 한다. 군림하는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장관, 수석과 같이 정책을 협의하고 결정하는 민주적 대통령이 되도록 장관들이 대통령에게 사전품의를 받거나 독대보고와 같은 낡은 권위주의적 관행은 폐지하고 협의체를 통한 투명한 정책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부내에 미국과 같이 부통령을 위원장으로 ‘국민조언위원회’ 같은 기구를 상설하여 국민과 각종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국정전반에 대한 의견을 직접 듣고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도 바람직하다. 대통령부가 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예산편성과 인사기능, 정책평가심의 기능을 대통령부에 두고, 그 대신 현재 정부기구로 되어있는 감사원의 회계감사 등의 기능은 국회로 이관하여 국회의 정부에 대한 국정운영감시기능을 대폭강화하고, 현재와 같이 형식화된 국회의 국정감사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셋째는 장관제도의 혁신이며 그 핵심은 장관직의 안정이다. 장관의 임기를 대통령과 같이한다는 원칙부터 확립하고 장관이 부처를 빠른 시일 내에 장악할 수 있도록 부처의 모든 인사권은 장관이 책임지고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 각 부처의 기능은 기본적으로 대통령부와 협의하여 결정된 정책의 추진이며 부처나 장관의 임의적인 새로운 정책제안이나 새로운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제정 등은 반드시 사전에 대통령부와 협의 조정하도록 해야 한다. 장관을 내각제에서 같이 국회에 대해까지 책임을 지도록 하는 관행을 지향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대통령에 대해서만 책임지는 새로운 관행을 확립해야 한다. 따라서 장관의 국회 상임위출석 등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 장관들이 시류에 따라 국회의 눈치를 보거나 표를 의식하여 포퓰리스트적으로 정책결정을 하는 것을 막고 대통령의 정책노선과 다른 정책을 추진하는 등과 같은 일관성 없고 무책임한 정책추진이 없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원의 장관겸직은 반드시 금지되어야 한다. 장관들이 국회와 행정부를 넘나드는 것은 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흐리게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여야 간 두 차례의 정권교체를 경험하면서 무너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 헌법 제7조)을 다시 바로 세워야 한다. 그동안 대통령 임기 5년차 마다 발생하는 공직자들의 정치권 줄서기와 정책자료 등 정보 흘리기 등 공직사회에 만연한 ‘5년차 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공직자들이 은밀하게 여야 대선캠프 등을 넘나드는 행동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또한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각종로비도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로비스트들을 국회에 등록하고 로비활동에 사용하는 경비 등의 모금과 사용내역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는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주기를 일치시켜 잦은 선거로 인한 정쟁과 국력소모를 막아야 한다. 5년 단임 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수행을 어렵게 하는 것은 대통령 임기 중에 치러지는 2차례의 총선과 지방선거이다. 선거는 정치인들로 하여금 국정운영과 정책결정을 지나치게 표를 의식한 대중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로 흐르게 한다. 선거 때만 되면 정책이 정치화되고 표만 쫓는 정치인들의 요구로 해야 할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거나 시기를 일실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주기를 4년에 한 번씩으로 일치시키는 것은 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위해 반드시 바로잡아야할 시급한 정책과제다.   

 

 마지막으로 이상의 모든 것과 함께 시급히 혁신해야 할 것이 청와대의 대통령집무실이다. 현재는 대통령집무실(본관)과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 사무실(별관)이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사무실구조가 권위적이며 대통령과 보좌진간의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차단시키고 있다.  대통령집무실을 중심으로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들의 사무실을 한 곳에 배치하고 다양한 중소회의실을 만들어 대통령과 수석과 장관들이 수시로 만나 소통하고 협의 할 수 있도록 사무실의 물리적 구조부터 혁신하는 것이 민주적 국정운영을 위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다. 이 일은 헌법 개정 없이 당장에라도 실천이 가능하다. 대통령 집무실구조만 고쳐놓아도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은 크게 향상될 수 있다. (계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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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1월30일 17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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