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치관을 경영하라!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9월21일 16시58분

작성자

  • 박희준
  •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메타정보

  • 58

본문

 

 오늘도 우리는 매일같이 습관적으로 각자의 삶터에서 틀에 박힌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리고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을 살아간다. 무엇을 해야 할지, 그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를 잊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시작하면서 이 일을 통해서 이루고자 했던 꿈은 잊은 채 말이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그냥 달리고 있다. 어느 정도의 물질적 정신적 풍요로움이 주는 포만감 탓도 있겠지만,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내야 하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절박한 상황 탓일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는 꿈을 잊은 지 오래다. 

 

여기서 꿈은 주어진 기간 동안 달성해야 하는 혹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동안 추구하고 지켜내야 하는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꿈을 떠올리자. 그리고 그 꿈을 되뇌며 가슴에 새기자. 꿈을 꾸는 자는 삶 속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덜 겪으며 덜 피곤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다. 꿈은 삶의 방향을, 다시 말해 삶 속에서 직면하는 크고 작은 문제 해결을 위한 의사결정에 있어 뚜렷한 우선순위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꿈은 삶의 잔가지를 쳐내고 삶의 목표에 집중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우리의 개인적이 삶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도 국가 경영도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환경과 극심해지는 경쟁 속에서 우리가 어떤 가치를 붙들고 지켜내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그저 눈앞에 다가온 매 순간의 고비를 넘기기 위해 달리다 보니 길을 잃고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다가온 초연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눈앞에 놓여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조직도 사회도 구성원들이 함께 붙들고 지켜내고자 하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을 때 문제를 해결을 위한 의사결정에 있어서 뚜렷한 우선순위를 가질 수 있으며, 뚜렷한 우선순위를 공유하고 있을 때 오늘 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이로 인한 사회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미국 노스케롤라이나 주에 던이라는 인구 1만 4천명의 작은 도시가 있다. 인구 대부분이 노동자 계층이며, 아침이면 집 주변 식당에 모여 종업원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푸짐한 아침 식사와 커피를 즐기는 평범한 시골 마을이다. 하지만 이 도시에는 구독률 112%를 자랑하는 지역신문 <데일리 레코드>가 있다. 아침에 식당에 들르는 손님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이 신문이 들려 있다. 구독률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일부 가정에서 2부 이상의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식구가 신문을 다 읽을 때까지 기다리기 힘들 만큼 이 지역 주민들은 이 신문에 열광한다. 1950년에 창간되어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신문 산업이 쇠퇴해가고 대부분의 지역신문이 폐간되는 상황에서 말이다.

 

481d152d966ef26962bedf76cf4e17c4_1474444
 

창업자 후버 애덤스는 ‘이름, 이름, 그리고 또 이름’이라는 구호를 통해서 지역 주민들의 이름과 함께 지역 소식만을 전하는 신문을 발행한다는 창업철학에 담긴 가치를 오늘 날에도 지켜가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신문들이 전국과 세계 각지의 뉴스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정작 지역 소식에는 일부 지면만을 할애하는 것과 달리 <데일리 레코드>는 철저하게 지역 소식만을 다룬다. 애덤 스미스는 한 인터뷰에서 “만약 던 주변 지역에서 원자탄이 터졌다고 해도 우리 도시에 파편이 직접 튀지 않으면 그 소식은 우리 신문에 실릴 수 없다”고 얘기했다. 지역 주민들의 소식을 그들의 실명과 함께 기사화함으로써 <데일리 레코드>는 지역 주민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불어넣으며 신문에 대한 충성심을 불러일으켰다. 신문 지면에 자신의 이름 또는 지인의 이름이 실린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 신문을 구독할 것이다.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우리 사회가 또 다른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이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혁신 활동은 지난 시간을 부정하고 새로운 틀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춘다. 혁신은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 세월을 이겨내는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데일리 레코드>는 1950년에 창간된 이후 끊임없는 혁신 활동을 통해 철저하게 지역 주민들의 소식만을 다루며 지역 공동체 의식을 불어넣고자 했던 핵심 가치를 지켜냈다. 신문사가 고속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앙 일간지로 발 돋음 하고자 하는 유혹도 있었지만, 창업철학에 담긴 핵심 가치를 붙들고 지켜내며 사양길에 접어든 신문 산업에서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니라, 어디를 보고 무엇을 위해 달려야 하는 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ifsPOST>​ 

58
  • 기사입력 2016년09월21일 16시58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