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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 Watch-“대통령님 지금 몇 시인가요?”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4월23일 17시55분
  • 최종수정 2019년04월25일 09시28분

작성자

  • 유연채
  • 前 KBS정치부장,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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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시간은 지금 어디쯤에 와 있을까? 2017년 5월10일 취임해 다음달이면 2년을 꽉 채워 집권3년차에 들어가고 그로부터 3년뒤 2022년 5월 9일에 문재인 대통령은 5년 임기를 마치게 된다. 물리적으로는 3년이 남은 대통령의 시간, 그러나 지난2년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가 앞으로 남은 시간을 길다고 볼지, 짧다고 여길지 그 심리적 시간을 좌우할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시간의 개념을 두 개로 나눴다.절대적이고 유한한 시간크로노스(Cronos)와 기회가 무한해질수 있는 상대적시간 카이로스(Kairos)가 있다고 봤다. 대통령은 누구보다 이 두 개의 시간과 치열하게 싸우는 사람이다. 하루를 24시간으로 정한 청와대의 시계(時計)에만 매달리는 생활이 아니라 1초1초에 운명을 걸고 일각(一刻)일순(一瞬)이 역사의 궤적을 만드는 시간의 주제자로 산다. 국민의 시간,국가의 시간을 관리하는 지도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도 두 개의  시간과 싸우고 있다. 그리고 카이로스의 시간이 승부를 결정한다.

 

역대의 대통령이 모두 그랬다. 다만 승리자와 패배자로 갈릴 뿐이다. 박근혜는 <세월호 7시간>과 <최순실의 시간>에 무릎을 끓고 탄핵됐으며 이명박은 <대통령의 시간>이란 회고록을 쓴뒤 “다스는 누구의 것이냐”는 되돌려진 시간의 심판을 받고 감옥생활을 했다. ‘운명이다’로 시작된 문재인 대통령의 시간은 지금 어떤 숙명과 마주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청와대를 찾았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대한민국청와대’라는 BH(Blue House)홈페이지를 방문했다. 최근 대통령의 순방외교 성과를 알리고 수석비서관 회의,국무회의 발언록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은 하노이 북미회담이후 제기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동맹간 긴밀한 전략대화의 자리가 됐습니다” / “우리경제의 근본은 튼튼하고 한반도 리스크는 완화되고 있습니다” / “소득주도 성장은 성장의 성과가 서민과 중산층에 골고루 돌아가게 하기위한 정책입니다”  

 

국민들이 알아달라는 얘기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공직에서 일할 국가인재들을 국민들이 직접 추천해달라는 창구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작은인재’들만을 말하는 걸까? 최근의 인사청문회 논란은 뭐지? 생각이 혼란 스러워진다. 국민소통광장에는 세월호 유족을 모욕한 차명진 전 의원을 구속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 토론방도 있다. ‘자한당의 독재권력’이란 제목으로 공수처설치와 패스트트랙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는 익명의 글이 실려있고 뜻밖에도(?) ‘경제말아먹는 종북’이란 주장까지 함께 올려져 있다.

 

언뜻 다양한 대통령의 언어,국민의 소리를 담은듯 하지만 열려있는 창(窓)이라기 보다는 바깥세상과는 유리된 벽(壁)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래서 국민들은 청와대 홈페이지가 아니라 다른 창으로 대통령의 시간을 들여다 보려 한다. 여론과 민심이라는 윈도우다. 대통령은 남겨진 3년을 어떻게 쓸까,기회의 시간을 만들어 낼수 있을까, 적폐청산의 시간은 언제까지 이어지는 걸까, 개혁의 시간은 남아 있는 것일까, 의지가 있다해도 과연 동력은 있는 것일까? 국민들은 대통령의 시간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는 국정의 감시자(watch dog)다.

 

지금 청와대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레임덕의 시간이다. 레임덕,집권말기 지도력공백현상..3년이나 임기가 남아 있는데도 이말이 나오는것은 민심과 유리된 대통령의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반전의 기회를 청와대와 여당은 2020년 총선으로 보고 있는듯하다.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그 이상 이기 때문이다. 우선 친문(親文)으로 방어벽을 쌓고 복지재정과 지역정책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240석이란 큰 목표를 선거 1년 전에 공개적으로 밝히며 야당보다 먼저 진지전(陣地戰)에 돌입한 모양새다.  

 

지금 한반도엔 트럼프/문재인/김정은의 시간이 충돌하고 있다. 특히나 찰떡같았던 문재인-김정은의 시차까지 벌어지고 있다. 문대통령은 제재완화를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김정은 위원장은 중재자라는 오지랖을 그만두라고 말하고 있다. 일각에선 히틀러의 평화공세에 속아 2차대전의 준비시간을 벌어준 영국총리에 빗대 <챔벌린의 시간>이란 덫에 걸리지 말라고 경고한다. 평화일까 ,전쟁일까? 김정은의 미소가 아니라 평양의 시간을 읽어야 알수 있는 일이다.  

 총선도,남북관계도 경제를 살리지 않고는 반전(反轉)의 기회가 되지 못할것이다. 경기침체가 최장의 시간을 기록하는 중이다. 나라 밖으로 부터는 퍼팩트 스톰이 몰려오고 있다는데 과연 대한민국의 시계(視界)는 치명적인 태풍의 접근을 볼 능력(visibility)은 가지고 있는것일까? 시간과의 싸움에서 실패한 대통령이 된다면 대한민국은 불행해질 것이다. 역사의 교훈이다.‘역사는 늘 교훈을 주지만 그것을 모른다는게 역사가 가르쳐 주는 유일한 교훈이다’라고 헉슬리는 간파했지만 국민들이 끊임없이 경고(watch  out!)를 주면 우리는 역사의 주인이 될수 있다. 대통령의 시간 ,기회의 시간 카이로스는 황금과 같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시간을 바꾼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에겐 더욱 그러하다. 대통령님,지금 청와대는 몇 시 인가요?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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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9년04월25일 09시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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