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죄 평결 선고, 대선 후로 연기; 사법 리스크는 계속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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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주 법원은 지난 6일, 11월 5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평결에 대한 형량 선고를 대선 이후인 11월 28일로 연기했다. 지난 5월 뉴욕 주 법원이 구성한 12명 배심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륜 상대였던 포르노 배우 ‘Stormy Daniels’에게 입막음 돈을 지불하기 위해 기업 회계를 조작한 혐의 34개 항목 모두에 대해 전원 일치로 유죄 평결한 바 있다.
동 재판 담당 Juan Merchan 판사는 당초 지난 7월 중에 형량을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연방최고법원이 같은 무렵 내린 대통령의 ‘직무상 행위에 대한 포괄적 면책 특권 인정’ 판결을 계기로, 선고일을 9월 18일로 연기했다가, 이번에 다시 대선일 이후인 11월 28일로 재차 연기한 것이다.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지난 8월에 트럼프 전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점에서 정치적으로 불리한 영향을 피하기 위해 선고를 연기해 줄 것으로 요구했고, 법원이 이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사건을 기소한 뉴욕 검찰도 선고일을 재차 연기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다.
■ “법원, ‘형량 선고가 선거에 영향을 주는 걸 피하기 위한 것’ 설명”
동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Juan Merchan 판사는 “이번 사건은 미국 역사상 가장 독특한(unique) 사건으로, 피고인이 이미 배심원의 전원 일치 유죄 평결을 받은 것에 대한 선고이고, 법원이 당면할 가장 중대하고, 어려운 시기의 결정” 이라고 전제했다. 그리고,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것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이번 대선에 다시 출마하고 있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형량 선고를 연기했다’ 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럼프 후보 측은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에 불복해 항소할 방침을 시사해 오고 있다. 그렇지만, 일단 구체적 형량 판단이 나오면 유권자들 심중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선고일 연기를 신청해 왔다. 따라서, 이번 선고 연기 결정은 트럼프 후보의 선거전에 순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Merchan 판사는 연방최고법원이 7월 1일에 내린 대통령에 대한 직무상 포괄적 면책 특권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11월 12일에 판결할 것이라고 밝혀, 트럼프 후보는 11월 5일 투표일까지는 여전히 ‘중범죄자’ 라는 신분으로 임하게 된다.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판단으로 주 및 연방 차원의 항소 절차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선거일을 불과 두 달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 게다가, 이미 일부 주에서는 사전 투표가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선고를 내리는 것은 선거 개입이라는 의혹을 받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Merchan 판사의 선고일 연기 결정이 알려지자 자신이 운영하는 SNS 사이트 Truth Social에 “뉴욕 검찰의 마녀사냥은 연기됐다. 왜냐하면, 그런 사건은 당초에 없었던 것이고, 모든 사람들이 이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부터 무죄다” 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The sentencing had been postponed because everyone realises there was NO CASE, I DID NOTHING WRONG!”) 그는 이날 지금 Manhattan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안들은 Kamala Harris 등 극렬 좌파 인사들이 선거 개입을 위해 벌이는 자신에 대한 공격’ 이라고 격렬히 비난했다.
■ “유권자들, 유죄 평결된 후보의 형량을 알지 못한 채 투표하게 돼”
이번 뉴욕 법원의 선고 연기 결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희대의 형사 재판 선고를 ‘대선에서 패배한 낙선 후보라는 입장이거나, 아니면 차기 대통령 당선자의 입장으로 맞게 될’ 그야말로 기가 막힌 운명에 직면하게 됐다. 동시에, Merchan 판사는 최근 연방최고법원이 내린 대통령의 직무상 행위에 대한 면책 특권 인정 판결이 트럼프의 유죄 평결에도 영향을 주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판결하게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적용된 34개 혐의 사항은 모두 ‘1급 기업회계 조작’ 범죄에 해당하는 사안들이어서 ‘최장 금고 4년’ 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범이기도 하고 고령인 점을 배려해서 실형 선고보다는 벌금이나 집행유예, 보호관찰 등의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유권자들이 오는 11월 5일에, 이미 배심원들의 유죄 평결을 받은 트럼프 후보에 대한 형량을 알지 못한 채 투표를 하게 된다는 현실이 부당하다는 불만이 일고 있다. The Washington Post는 “유권자들이 기업 회계를 조작한 중대한 혐의로 34개 항목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은 중범죄자인 트럼프 후보가 감옥에 가야 할 것인지 여부를 알지 못한 채 투표를 하게 됐다” 고 비난했다.
The New York Times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얼마나 감옥에 있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암흑 속에서 투표를 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날 결정은 유죄 평결을 번복하고 백악관에 다시 입성하려고 노력 중인 트럼프 후보에게는 중요한 승리를 거둔 것이라고 전했다. Merchan 판사는 대선 캠페인의 막바지에서 선고에 따른 정파적인 논쟁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심중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 “Carroll 작가 성추행 관련 항소심 재판 등 법적 공방은 이어질 것”
동 NYT는 트럼프 측 변호인들이 이번 법원의 선고일 연기 결정에 대해 ‘미국 전체에 대해 엄청난 중요성을 가지는 결정’ 이라고 칭송하면서, 앞으로 진행될 재판 절차에서 ‘법원이, 이슈들을 완전 제거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경감하는 방향으로 모든 절차를 진행해 일관성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며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뉴욕 검찰 측은 선고일 연기에 반대하지는 않았으나, 재판 일정 문제는 트럼프 자신의 ‘전략적 재판 지연 전술에 따른 것’ 이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검찰은 트럼프 측이 최근 연방최고법원 판결에 근거해 유죄 평결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두고 다퉜다고 전했다. 검찰 측은 트럼프의 입막음 돈 관련 기소 및 Manhattan 사안들은 대통령직과는 무관한 것들이라는 논리를 주장했다.
트럼프 측은 지난 5월 뉴욕 법원 배심원단이 입막음 돈 지불 관련 기업회계 조작 관련 사건에서 유죄 평결을 내린 뒤부터 재판 지연 전략에 집중해 오고 있다. 이런 노력 끝에, Manhattan 재판을 연기하는 데 성공했고, 그 외에도 2020 대선 선거 결과 번복 시도와 관련한 Washington D.C., Georgia주 재판을 연기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와 별도로, Florida 법원은 기밀문서 불법 취급 사건을 기각했다.
그러나, 다른 몇 가지 재판에 대해서는 실패하고 있다. 최근 Manhattan 법원에서 진행 중인 재판을 연방 법원으로 이송해 달라는 그의 두 번째 요청이 기각됐다. 트럼프 변호인들은 지난 7월 연방최고법원이 내린 대통령의 직무상 행위에 대한 포괄적 면책 특권 인정 판결을 인용해서 이를 주장했으나, 이런 트럼프 측 주장이 연방 법원에 의해 다시 기각된 것이다. Alvin Hellerstein 판사는 “연방최고법원 의견은 입막음 돈 지불은 사적 행위이고 공식적인 게 아니라는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고 판시했다. 트럼프 측은 항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된 또 다른 노력으로, 트럼프 변호인들은 지난 5월 Manhattan 배심원단이 전원 일치로 유죄 평결한 것을 아예 뒤집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대단히 시기심이 있는 뉴욕 검찰이 부당하게 증인들을 끌어들여 만들어낸 흠결이 있는 평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선고 연기 결정을 내린 Merchan 판사는 이에 대해 배심단의 평결을 존중한다는 취지를 명확히 밝혔다. 통상적으로 배심단의 평결 결과를 번복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번 선고 연기 결정은 마침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다른 민사 소송 사건인 F. Jean Carroll 작가에 대한 성추행 및 명예 훼손 사건의 항소심에 출석하는 날에 나왔다. Manhattan 배심단은 2023년에 트럼프에게 유죄 평결했고 이날 재판은 이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다. 항소심 패널은 트럼프 변호인 측 주장의 일부는 법적 건전성에 대해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자신은 Carroll 작가를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트럼프 후보는 이외에도 다른 여성들이 트럼프가 자신들을 성추행 했다는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 “민사 소송에서 패소해 개인적 재정난에 봉착할 수도 있는 처지”
미국 47대 대선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입막음 돈 지불 관련 기업 회계 조작 범죄 관련 형사 재판에서 이미 유죄 평결을 받은 데 대한 선고일을 당초 9월 18일에서 투표일 이후인 11월 26일로 미루는 데에는 일단 성공했다. 한창 기세를 올리고 있는 민주당의 해리스 후보와 격렬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커다란 정치적 악재를 하나 제거한 셈이다. 그리고, 이는 일련의 다른 형사 재판들도 11월 5일 투표일 전에 진행되는 것을 줄줄이 막아낸 뒤를 이어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몇 가지 중요한 민사 재판에서 연이어 패소함으로써 개인적으로는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하게 된 상황인 것으로 알려진다. 우선, 뉴욕 검찰이 트럼프가 소유한 뉴욕 소재 부동산 회사가 회계 기록을 조작했다는 혐의로 제기한 민사 재판에서 이미 4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거액 배상 판결을 받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앞에 소개한 Carroll 작가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제기한 성추행 및 명예 훼손 관련 민사 소송에서 9,000만달러의 거액 배상 판결을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주 금요일에 뉴욕 법원에서 열린 Carroll 작가 성추행 사건 항소심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해 Caroll 작가와 대면하면서 재판에 임석했다.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침묵으로 일관했고, Carroll 작가 측 변호인이 발언하는 동안 간간이 고개를 젓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이 끝나고 Trump Tower에 돌아와서 기자들과 장시간 만나면서는 Carroll 작가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자기에게 제기된 모든 재판은 선거 개입의 일환이라고 몰아가면서, 바이든 정권이 막후에서 여론을 자신에게 불리하게 조성하기 위해 공동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Carroll 작가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도 못한다고 주장하면서, “나는 대통령에 출마하고 있는 중이다 . . . 이것은 당신들이 좋아하지 않는 홍보 전술” 이라고 주장했다. 모든 사안을 일체 부정하는 전략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미 법원의 공식 재판을 통해 34개 항목의 형사 범죄로 배심단의 유죄 평결을 받은 중범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쟁 상대인 해리스 후보와 호각을 이루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최근 판세로는 오히려 해리스 후보를 근소하게 다시 앞서는 결과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공화당 내부의 반발도 불거지고 있다. Dick Cheney 전 부통령 및 Liz Cheney 부녀를 비롯한 정통 공화당 고위 지도급 인사들의 ‘반(反) 트럼프, 해리스 지지’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이제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투표 결과로 최종 판명이 날 것이긴 하나, 현대 민주주의의 전형이라고 불리던 미국이라는 나라의 국가 최고 지도자의 도덕성 기준이 과연 이런 수준인지 그저 아연(啞然)해질 따름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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