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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2024년 국민연금개혁안의 의미와 평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9월10일 17시10분

작성자

  • 석재은
  •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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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21대 국회의 연금개혁 불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강력한 연금개혁 의지 표명으로 되살린 연금개혁 동력을 잇는 행보이다. 정부는 연금개혁 목표를 크게 세 가지로 제시했다. 장기 재정안정성 제고를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 미래세대 수용성 제고를 위한 ‘세대간 형평성’ 제고, 저소득, 중간소득 실질소득 강화를 위한 ‘노후소득보장’ 강화 등이다. 

우선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로 국민연금의 급여-부담 불균형을 개선하는 모수개혁방안을 제안하였다.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4%p 인상하고, 급여율은 40%로 하향조정되던 것을 42%로 2%p 상향하는 것이다. 더 부담하되 급여도 더 받는 것으로 제안한 것이다. 이러한 급여-부담 조정 방안은 21대 국회연금특위 및 연금공론화 논의과정을 상당하게 수렴한 방안으로 보인다. 앞서 2023년 제4차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에서는 현재 20세가 연금수급이 종료되는 2093년까지 적립기금을 유지하면서도 보험료율을 낮게 유지할 수 있는 정책조합으로 보험료율 15% 인상과 급여율 40% 유지를 제안한 바 있다. 
그에 비해 이번 정부 개혁안은 21대 국회연금특위 및 공론화 과정에서 수용성이 확인된 보험료율 13% 인상안은 그대로 따르고, 급여율은 2007년 연금개혁법안의 정책일관성을 존중하여 역행하여 인상하지는 않되 하향조정을 일단 멈추어 42%로 하고 연금크레딧 등 가입기간 보완장치 및 다층연금보장체계와의 조율을 고려하여 보장성을 담보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나름 절충점을 고심하여 절묘하게 제안한 해법으로 보인다.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두 번째 개혁방안으로는 현행 가정인 4.5% 수익률보다 1%p 이상 높인 5.5%+로 제고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기금운용수익은 보험료 수입과 함께 연금재정을 담당하는 축으로, 기금운용수익률이 제고되면 보험료 인상부담을 낮출 수 있으므로 모두가 기대하는 바이긴 하다. 그렇지만 그동안 기금운용수익률 성과 개선을 위한 목표와 방법이 명확하지 않아 지속가능성 개혁방안으로 제시되진 않아 왔다. 이번 정부 개혁안에는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는 기금운용 정책 변화와 해외 투자사무소 개설 등을 통해 기금운용수익률을 제고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방안 중 하나인 기금운용수익률 제고를 정책적 개혁노력이 필요한 가시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세 번째 지속가능성 확보 개혁방안으로는 연금수급자의 연금급여 슬라이드 적용시 연금가입자 증감률 및 기대여명 증감율에 연동하는 자동안정화 장치를 도입하겠다고 하였다. 자동안정화 장치는 OECD 회원국 38개 국가들 중 24개국에서 이미 도입하고 있는데, 내용과 수준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자동안정화 장치는 급여-부담 균형을 도모하는 큰 연금개혁을 완수한 다음, 보험료율을 고정시킨 채 연금급여액을 인구 및 재정 변수에 연동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아직 급여-부담 구조과 불균형한 한국의 경우, 급여수준만큼 보험료율 인상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안정화 장치를 도입하면 급여삭감이 된다는 우려가 많았고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많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제안한 자동안정장치는 급여-부담 구조의 불균형상태에서도 급여율 삭감으로 연동되지 않고 급여액의 물가인상 슬라이드율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설계여서, 일반적인 자동안정화 장치 적용시의 우려는 해당되지 않는다. 즉, 초기 연금급여액은 급여율에 정해진대로 적용을 받고, 연금액의 실질가치 보전을 위한 물가인상율 적용에만 가입자 증감율 및 기대수명증감율에 연동하여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되어 미세조정되는 구조이다. 

한마디로 초고령화 및 저성장 경제하에서 인구 및 경제 변동에 따른 연금 지속가능성 위험부담을 연금가입자뿐만 아니라 연금수급자도 함께 책임지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 부담 정도가 연금보장성을 훼손할 정도의 수준이 되지 않도록 슬라이드제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현재 및 미래 연금가입자가 인구 및 경제변수에 따른 연금 지속가능성 부담을 지속적으로 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연금수급자도 거대한 사회변화가 초래하는 위험을 일정부분 함께 감당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부담이라고 보여진다. 혹여나 경제의 놀라운 성장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것도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세가지 개혁방안을 통해 연금적립기금 소진연도를 2056년에서 2072~2088년으로 최소 16년에서 최대 32년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금적립기금이 소진된 이후에는 필요보험료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므로 이번 연금개혁은 지속가능성 담보를 위한 충분한 개혁수준이라 하기는 어렵고 향후 추가적인 개혁을 남겨둔 개혁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국민적 수용가능성을 고려한 첫단계 연금개혁안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세대간 형평성 제고를 위한 개혁방안으로는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속도를 차등화한 방안과 국가의 연금지급보장을 법조항에 명문화한 것이다.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속도를 차등화한 방안은 청년들의 불공평성 인식에 공감하고 나름대로 해법을 마련하여 청년들의 연금불신을 낮추고 연금제도 수용성을 높이고자 하는 ‘연금정치’의 일종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연금보험료율을 지속적으로 차등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상속도만 차이를 두는 것이다. 세대 간 사회적 부양으로 시각을 넓혀보면 사회적 부양과 사적 부양의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지만, 연금제도내에서만 보면 오랜 기간동안 낮은 보험료율로 가입할 수 있었던 중장년층에 비해 청년층은 낮은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작다는 것에 대해 불공평하게 인식할만 하다. 이번 세대별 연금보험료율 인상속도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은 부모세대가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할만한 합리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연금지급보장 명문화의 경우에는 현재도 국가는 연금이 지속가능하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긴 하다. 그렇지만 지급보장 명문화를 통해 국가의 연금관리 책임을 더욱 명확화하고 미래세대의 연금불안을 제거하고 연금제도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급보장 명문화는 그 자체로 기여하는 바가 있다고 평가된다.

  노후소득 강화를 위한 개혁방안으로는 국민연금 저연금 해결을 위해서는 연금가입기간 확대가 중요하다고 보고, 연금가입기간 연장을 위하여 연금크레딧 강화(출산 및 군복무 연금크레딧), 저소득 가입자 보험료지원 강화, 연금 의무가입연령 연장 등을 제안하고 있다. 기초연금의 경우에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40만원 수준으로 기초연금 급여수준을 저소득층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기초연금의 수급범위를 점차 줄이면서 취약층에게 더 두터운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개혁방안은 제안되지 않았다. 대신 그동안 줬다 뺐는 기초연금으로 비판하며 기초연금 수급이 체감되지 않았던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 대해서는 기초연금 공제를 제안함으로써 기초생활보장수급자도 기초연금 일부를 급여로 받을 수 있도록 제안하였다. 

퇴직연금 관련해서는 단계적 연금의무화, 중도인출 요건 강화,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 등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퇴직연금의 노후소득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퇴직연금은 노사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만큼 퇴직연금의 노후소득보장 실질적  내실화를 위한 연금개혁 논의의 장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절반 정도인 최소 4%는 퇴직연금으로 의무화하고, 중도인출도 금지하고, 수익률도 국민연금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개혁하여 최소 10% 수준의 급여수준을 퇴직연금으로 확보하는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종합적으로 이번 정부 연금개혁안은 미래가 있는 연금 만들기에 방점을 둔 것으로 평가된다. 연금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 가시적인 세대간 공평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도입하여 청년 등 미래세대의 연금불안을 낮추고 연금수용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또한 보장성 측면에서도 국회 연금논의를 존중하여 연금급여율을 2%p 인상하는 동시에 연금크레딧을 확대하고 기초연금을 강화하는 등 중하층 노령층의 노후소득 보장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정부안은 구조개혁 논의에 필요한 과제를 포함하여 제시하였지만, 구조개혁안을 구체적으로 담지는 못하였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과의 정합적인 구조개혁을 통한 노인빈곤 해소와 지속가능성 강화 방안, 퇴직연금의 제도개혁을 통한 내실화 방안 등은 국회의 논의과제로 넘겼다. 국민연금 모수개혁이 시급을 다투는 상황인 데 비해, 구조개혁 방안은 국회에서 노사 협의 등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정치적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이 늦어질수록 기금운용수익 제고에 차질을 빚게 되고, 이는 차후 더 큰 보험료율 인상부담의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보험료율 인상은 너무 오래 미뤄온 과제이다. 보험료율 인상부터 하고, 논란이 되는 부분은 뒤로 협상을 미루는 것도 개혁의 묘수이다. 누가 연금개혁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있는가? 여야는 연금개혁의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에 올라있다. 역사적 과제인 국민연금 모수개혁부터 2024년 내에 해내는 국회를 보고 싶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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