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데이비드에서 얻은 경제적 득과 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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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시간으로 8월 18일,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캠프 데이비드에서 역사적인 한미일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필자가 이번 정상회의를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이벤트라고 언급한 것은 다음의 세 가지 이유에서이다.
우선 이번 한미일 정상이 모인 장소가 미국 대통령 별장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간 노르망디 상륙작전 구상 논의나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평화협정 체결 등과 같은 굵직굵직한 이벤트가 이뤄졌던 캠프 데이비드였기 때문이다.
또한 3국 정상이 그간 NATO 정상회의나 G20 정상회의 등과 같은 다자회의 석상에서 몇 차례 모임을 가졌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에 소다자 형태로 단독으로 모인 것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더 역사적 의의를 꼽는다면 3국 간 안보 및 경제 협력을 제도화하기로 함으로써 한미일 각국에서 리더십의 교체가 일어나더라도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합의한 내용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일 것이다.
이번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는 어떤 것을 얻었고, 또 어떤 것을 잃었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성과는 한미일 정상이 1년에 최소 한 번씩은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또한 기존에는 외교 및 국방장관 간에만 가져왔던 연례 회의를 국가안보보좌관, 산업장관, 재무장관 간에도 확대하여 정례화하기로 하였다. 이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IPEF를 통해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있는 한미일 간에 국가원수급부터 관계부처 장관에 이르기까지 정기적으로 접촉면을 확대해 나간다는 것은 향후 각국 간에 입장 차가 존재할 수 있는 이슈들에 대해 3국 간 협의 및 조정을 한층 수월하게 만들어 줄 기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성과는 한미일 3국이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조기경보시스템(EWS)을 상호 연계시킴으로써 핵심광물 또는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필수물자에 대해 분기별로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식별된 우선순위 품목에 대한 공급망 중단 정보를 3국 간에 신속하게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구축하기로 합의한 부분이다. 최근 미국 상원 의회를 통과한 2024년도 미국 국방수권법(NDAA)에 따르면 미국은 특히 글로벌 광물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는 중국을 자국 주요 산업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일이 각자 확보 중인 글로벌 광산 및 광물 가공시설 분포 현황이나 핵심광물별 수급 리스크, 공공 비축 정보가 3국 간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을 통해 유기적으로 공유될 경우, 향후 중국에 의한 광물자원 무기화 가능성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올해 10월로 예정된 우리 반도체 기업에 대한 대(對)중국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통제 유예 조치를 미국이 연장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한 부분도 기대할 만하다. 이미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차관이 지난 6월에 반도체 업계와 가진 회동에서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유예 조치 연장을 시사한 바 있었으나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이 이를 공식화하기로 했다는 현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유예 조치가 한시적 또는 무기한 연장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존에 가동 중인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를 계속 투입할 수 있게 됨으로써 중국 내 사업 운영 측면에서 다시 한번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3국 간의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회의 개최 전부터 강조되었던 만큼,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유예 중단을 비롯한 다양한 협력의 장애요인이 제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첨단컴퓨팅, AI, 양자기술, 기후대응 기술, 신소재 등 핵심신흥기술에 대해 3국 간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출범하기로 한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의 에너지부 산하 국립연구소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의 국립연구소 등을 공동 기술개발 주체로 지정하고, 기술개발에 필요한 R&D 예산 규모도 600만 달러로 책정하여 공동 기금으로 조성키로 하였다. 핵심신흥기술이란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해당 기술의 면면을 보면 기술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동시에 아직 상용화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기술이 대부분이나, 해당 기술이 가진 시장의 파급력을 감안하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각 기술이 상용화되어가는 과정에서 기술 표준 역시도 미국을 중심으로 논의 및 수립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해당 핵심신흥기술의 개발 초기 단계부터 미국은 물론 일본과 협력체계를 제도화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과의 긴장 수위가 올라간 점은 다소 우려스럽다. 실제로 중국은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이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시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하였다. 가뜩이나 대중(對中) 무역수지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는 동시에 중국이 기존에 우리로부터 수입하던 반도체 및 석유화학 분야 중간재에 대한 자체 조달 비중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이러한 무역적자 추세를 더욱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에 한미일 공급망 및 핵심신흥기술 협력 방향이 나왔다는 점에서 그와 같은 3국 간 협력의 취지를 중국에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한편, 중국과 기후변화 대응이나 보건 등과 같은 보편적인 이슈를 중심으로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협의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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