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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의 사이버보안 이야기 <38> 대한민국 정보보호 산업 현황과 AI 보안산업 육성 전략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5년04월21일 17시11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21일 11시41분

작성자

  • 이준호
  • 시그넷파트너스(주) 부사장

메타정보

  • 1

본문

1. 국내 정보보호 산업의 현주소

대한민국의 정보보호 산업은 사이버보안(정보보안)과 물리보안 분야를 아우르며 꾸준한 성장을 이어왔다. 2023년 기준 국내 정보보호 산업의 전체 시장 규모는 약 16조 8,3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0% 성장했으며, 이 중 사이버보안 분야 매출은 약 6조 1,454억 원으로 9.4%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물리보안 분야는 약 10조 6,856억 원 규모로 다소 정체된 1.2% 성장률을 기록하였지만 여전히 전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보안 수요 증가와 정부의 투자 확대 등이 있으나, 한편으로는 성장률 둔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어 업계의 체질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정보보호 기업의 구성을 보면 압도적 다수가 중소기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2022년 기준 정보보호 관련 기업 총 1,594개 중 대기업은 113개로 7.1%에 불과하며, 나머지 약 93%는 중견·중소기업이다. 특히 중소기업(매출 50억 원 이하)이 52.9%, 중견기업(50억~800억 원)이 40.0%를 차지해, 산업 생태계가 소수의 대기업보다는 수많은 중소 플레이어들로 구성된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이는 혁신적인 스타트업과 전문기업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토양인 반면, 대형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규모의 경제 부족이라는 약점도 동시에 내포한다.

 

인력 현황을 살펴보면, 2022년 말 기준 정보보호 산업 종사자는 총 64,831명으로 집계되었다. 이 중 사이버보안 분야 인력이 22,997명(35.5%), 물리보안 분야 인력이 41,834명(64.5%)로 나타나 물리보안 쪽에 인력이 더 많다. 이는 물리보안 산업(예: 경비, 시스템 설치 등)의 오랜 역사와 인건비 중심 사업 구조를 반영하는 수치이다. 한편 2022년 한 해 신규 채용된 정보보호 인력은 6,545명으로, 산업 성장에 따라 전문 인력 수요도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여전히 숙련된 정보보안 전문가 부족을 호소하고 있어 인력 미스매치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수출입 현황을 보면 국내 정보보호 산업은 내수 비중이 매우 높고, 수출 규모가 제한적인 특징을 가진다. 2022년 기준 정보보호 산업의 총 수출액은 약 2조 6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 감소하였으며, 전체 매출 대비 수출 비중도 낮은 편이다. 특히 사이버보안 제품·서비스 수출은 1,552억 원 수준에 그쳐 정보보안 분야 매출 대비 3% 수준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수출 실적은 물리보안 기기(예: CCTV, 출입통제 시스템 등)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국내 사이버보안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아직 미미하며, 국내 시장에 머무르는 경향이 강함을 의미한다. 반면 수입 측면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시장 진출로 인해 방화벽, 네트워크 보안 등 주요 솔루션 영역에서 외산 제품의 영향력이 크다. 실제로 한국 사이버보안 시장은 품질과 신뢰성 면에서 미국 등 해외 기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국산 기술이 열위에 놓이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외산 의존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요약하면, 국내 정보보호 산업은 양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나 산업 구조의 한계와 글로벌 경쟁력 부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2. 산업 구조상의 문제점과 제약 요인

국내 정보보호 산업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시장 구조적인 한계와 구조적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주요 제약 요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공공 주도 및 단기 용역 위주의 시장 구조: 국내 보안 시장은 오랜 기간 공공부문 주도로 성장해왔으며, 사업도 장기적 제품 개발보다는 단발성 용역 위주로 진행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정부·공공기관이 국내 보안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공공 사업의 발주 관행은 여전히 기술력보다 낮은 가격을 우선시하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공 사업 입찰 시 응답자의 86%가 ‘낮은 가격’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을 정도로, 가격 경쟁이 심화되어 있다. 이처럼 최저가 입찰 중심의 환경에서는 기업들이 무리한 가격 인하로 수주를 따내야 하므로 R&D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기술혁신 동력 상실로 이어진다. 또한 공공 사업은 대개 단기간의 용역 형태로 이루어져, 사업이 끝나면 후속 투자나 지속적 제품 업그레이드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유지보수 계약의 경우 선진국에서는 소프트웨어에 15~20% 수준의 연간 유지보수료를 책정하지만, 국내 공공 분야 보안 소프트웨어의 평균 유지보수율은 5~9%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런 비현실적으로 낮은 유지보수 대가는 기업들의 지속 서비스 제공과 업그레이드를 어렵게 만들어, 수익구조 왜곡 및 품질 저하를 초래한다. 결국 공공 위주의 단기 계약 풍토는 기업들이 단기 실적에 급급하도록 만들고, 장기적 혁신 투자나 제품화 전략을 펼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를 낳고 있다.

 

    ② 스타트업과 신생기업의 성장 제약: 앞서 언급한 공공 위주의 경직된 시장 환경은 혁신적인 보안 스타트업의 성장도 가로막는 요인이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이 공공시장에 진입하려 해도, 경쟁 입찰 위주의 도입 관행 탓에 적기 진출이 어렵다. 예를 들어 한 보안 신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솔루션을 제안해도, 공공기관은 경쟁 입찰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유사 기술을 가진 경쟁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 빈번하다. 그 사이에 해당 기술 도입 시기는 놓쳐버리고, 스타트업은 시장 검증과 레퍼런스 확보 지연으로 투자 유치나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공공사업 참여를 위해 요구되는 각종 인증 절차(예: 보안적합성, CC인증, ISMS 등)와 제한요건도 신생기업에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금융권이나 대기업 등 민간 시장에서도 신생 보안업체에 대한 신뢰 부족과 안정성 우려로 인해 검증된 기존 업체 위주로 거래하는 경향이 있어, 혁신 스타트업은 시장 기회 부족과 스케일업의 한계에 직면한다. 요약하면 공공 시장의 보수적 관행과 민간의 보수적 수요 모두 신생 보안기업의 성장 사다리 형성을 어렵게 만들어 다윗과 골리앗의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③ 보안 수요-공급 미스매치: 국내 보안 산업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부조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업과 기관의 보안 요구는 날로 고도화되고 다양해지지만, 정작 보안 예산은 이러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이나 전통산업 분야 기업들은 보안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필요한 투자를 하지 않거나, 보안 인력을 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편 공급 측면에서는 전문 인력 부족과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고도화된 보안 솔루션 개발에 적극 나서지 못하거나 인력 양성에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이로 인해 보안 인력 및 기술 부족 → 보안 투자 기피 → 다시 인력·기술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금융권처럼 보안 수요가 높은 분야에서도 클라우드, OT보안, AI보안 등 신기술 분야 인재가 부족하여 도입이 지연되는 사례가 있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보안 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하고, 공급자 입장에서는 시장의 니즈에 부응하지 못해 사업 기회를 놓치는 미스매치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사이버 위협에 대한 인식 차이도 커서, 경영진은 비용을 줄이려 하고 보안 담당자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간극이 존재한다. 이러한 수요-공급의 불일치는 국내 보안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④ 수익구조의 왜곡과 낮은 수익성: 국내 보안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들여다보면, 안정적 지속 매출원 확보가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드러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공시장에서는 유지보수 등 장기 서비스 수입이 지나치게 낮고, 민간기업들도 보안에 지속적으로 지불하려는 경향이 약하다. 이 때문에 많은 보안 기업들이 신규 구축 사업이나 단발성 프로젝트에 의존해 매출을 올리고, 이후 추가 과금은 거의 못 하는 실정이다. 예컨대 보안 솔루션 업체의 경우 선진국에서는 제품 판매 후 연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나 기술지원 비용으로 상당 부분 매출이 발생하지만, 국내에서는 초기 도입비 외에 추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과도한 맞춤형 개발(customizing) 요구로 인해 개발 인력 투입은 많이 필요하지만 정작 대가는 낮아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규모를 키워 투자하기 어렵고, 인재들도 낮은 처우로 산업을 떠나는 악영향이 생긴다. 제품 판매→업그레이드→유지보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보다는, 프로젝트성 매출→다시 신규 프로젝트 발굴로 이어지는 단발적 구조가 자리잡고 있어 산업의 체력 강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⑤ 민간시장 성장의 한계: 국내 정보보호 산업의 또 다른 고민은 민간 부문의 보안 투자 부족에서 비롯된다. 대기업이나 금융권 등 일부를 제외하면, 많은 민간 기업들은 보안을 필요경비 수준으로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컴플라이언스(예: 개인정보보호법, ISMS 인증 등)가 아니면 적극적인 투자에 인색하며, 이는 민간 보안시장 위축으로 이어진다. 2021년 도입된 정보보호 공시제도로 상장기업들의 보안 투자 현황 공개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보안 예산을 IT예산의 5% 미만으로 책정하는 기업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라우드, IoT, 스마트공장 등 신기술을 도입하면서도 보안 예산은 그에 비례해 증액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보안격차(Security Gap)가 벌어지고 있다. 민간 수요가 활발해야 시장 전체 파이가 커지고 스타트업도 성장할 수 있는데, 현실은 정부 주도 수요 외에 자발적 민간 수요가 크게 늘지 않아 내수 시장 한계를 드러낸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다시 공공사업 쪽으로 쏠리게 되고, 시장 다변화가 어렵게 되는 악순환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들은 국내 정보보호 산업이 질적 도약을 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요약하면 “내수 편중·공공 주도 – 가격 경쟁 – 혁신 투자 부족”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산업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와 사이버 안전 확보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3. AI 보안산업의 중요성과 미래 필연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미래 환경에서 AI 보안산업은 필수불가결한 전략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AI(인공지능) 기술의 확산과 사이버 위협의 지형 변화가 맞물려 보안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첫째, AI 기술은 이제 개별 산업을 넘어 전 산업에 걸쳐 연결되는 핵심 기술이 되었다. 제조, 의료, 금융, 국방, 교통 등 분야를 막론하고 AI가 도입되면서 업무 효율과 자동화 수준이 높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보안 취약점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나 스마트공장에 적용된 AI 알고리즘이 해킹당하거나 교란된다면 물리적 피해로 직결될 수 있고, 의료 AI가 오작동하여 잘못된 처방을 내릴 경우 생명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AI 자체가 각종 의사결정과 시스템 제어의 두뇌 역할을 하는 만큼, 이를 노리는 공격이 현실화될 경우 그 파급력은 기존의 보안위협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2020년대 들어 AI 시스템을 표적으로 한 공격(예: 적대적 공격으로 AI 모델에 오류 유발, 딥페이크를 통한 인증 우회)이 보고되고 있으며,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피싱 이메일 자동 생성, 딥페이크 음성 사기 등 공격자들의 무기가 한층 정교해졌다. 2023년 국내에서도 가족의 목소리를 딥페이크로 합성해 금전을 요구하는 신종 보이스피싱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사례들은 “공격에 AI가 활용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음을 보여주며, 방어 측면에서도 AI의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둘째, 사이버 공격 자체가 고도화·지능화되면서 전통적인 보안 대응으로는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범죄 집단과 국가 차원의 해킹조직들이 AI를 활용해 자동으로 취약점을 찾고, 실시간으로 공격 패턴을 바꾸는 등 지능형 위협(Advanced Threat)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랜섬웨어, APT(지능형 지속위협) 공격은 AI를 이용한 변종 생성, 탐지 회피 기법을 채택하면서 방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목격되었듯, 사이버 공간에서의 AI 활용 공격은 전시에 사이버전을 확대하는 수단으로도 쓰이고 있으며,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수준으로 위협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를 활용한 보안은 더 이상 부가적인 선택이 아니라, 위협 대응의 전제 조건으로 부각된다. AI 보안기술은 팽대한 보안 이벤트 데이터를 인간보다 빠르게 분석하고 이상징후를 탐지해내며, 새로운 위협에 대해 학습 기반의 예측 대응을 가능케 한다. 즉, AI 없이는 감당하기 힘든 사이버 공격의 양과 속도를 AI 보안이 비로소 대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퀀텀컴퓨팅 시대나 초연결 6G 시대가 열리면 공격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므로, 그에 대응할 AI보안 기술력 확보는 국가와 기업의 생존 문제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셋째, 글로벌 시장의 수요 증가가 AI 보안산업 육성을 필연적인 과제로 만든다. 전 세계 사이버보안 시장은 2023년 약 3,000억 달러(약 394조 원) 규모로 성장하였고 2026년까지 연 8.5%의 견조한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이 가운데 AI 기반 보안 솔루션 분야는 전체 평균을 뛰어넘는 20% 이상의 고성장이 기대되는 영역이다. 실제 시장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AI 보안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224억 달러에서 2028년 606억 달러로 확대되어 연평균 21.9%에 달하는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전통 보안 분야보다 AI 융합 보안 분야에 투자와 수요가 집중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 세계 기업들은 클라우드 보안, 엔드포인트 보안, 위협 탐지 및 대응 등에 AI를 접목한 차세대 제품들을 속속 도입하고 있고, 각국 정부와 기관들도 AI보안 기술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교역 대상국들을 살펴봐도, 미국은 민관 협력을 통해 AI 사이버 방어 플랫폼을 개발 중이고, EU는 AI Act 등을 통해 AI 기술의 신뢰성과 보안을 강화하는 규제를 마련하며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중국 역시 AI 알고리즘 보안검열 등 국가 차원의 AI 보안 통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관련 산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결국 글로벌 수요의 폭발적 증가와 각국의 선점 경쟁 속에서 AI 보안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지 않으면, 국내 산업은 거대한 수요를 눈앞에 두고도 공급자로 참여하지 못한 채 기술 종속국이 될 위험이 있다. AI 보안산업이 향후 세계 보안시장 판도를 좌우할 핵심 분야로 부상했기에, 이를 국가적으로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AI 보안산업은 사이버 위협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나, 새로운 시장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나 모두 피할 수 없는 선택지다. 다시 말해 “AI 없이 사이버보안을 논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으며, AI 보안 기술과 산업을 선점하는 나라가 사이버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거머쥘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며, AI 보안산업을 미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당위성이 대두되고 있다.

 

4. 글로벌 동향: 앞서 뛰는 미국·이스라엘·유럽

AI 보안을 전략 산업으로 인식한 국가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과 규제가 뒷받침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국토안보부는 올해 초 ‘Generative AI 퍼블릭섹터 플레이북’을 발표하여 공공 영역에 생성형 AI를 책임감 있게 활용하기 위한 지침을 마련했다. 이는 정부 기관들이 AI를 도입할 때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보하도록 단계별 사례를 제시한 것이다. 유럽연합 역시 AI법(AI Act)을 제정해 AI 시스템의 위험도에 따른 안전 규정을 마련했고, 위반 시에는 전 세계 매출의 7%에 달하는 벌금까지 부과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기술 스타트업 강국답게 AI 보안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텔아비브의 한 스타트업은 AI가 접목된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보호하는 플랫폼을 출시하며, 기존 보안 도구로는 감지되지 않는 취약점을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이 기업은 시드 단계에서 약 9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여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군 고문 출신 인사가 투자사로 참여할 만큼, AI로 인한 보안 격차를 해소하는 기술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AI 보안 분야의 글로벌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24년 이스라엘의 사이버 보안 기업들은 전년의 두 배가 넘는 4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특히 클라우드 보안과 AI 보안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견인했다. 사이버 보안은 이스라엘 전체 하이테크 부문의 20% 경제 비중과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국가 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신생 기업들이 AI를 활용한 보안 솔루션을 내놓고 있고, 대형 보안 기업들 역시 AI 기반 서비스로 전환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영국 등 유럽에서도 AI 사이버 방어 기업(예: 다크트레이스 등)이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며 유럽발 보안 기술의 입지를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AI 보안은 이미 국제 무대에서 수출 상품이자 국가 전략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5. AI 보안산업의 차세대 성장동력화: 당위성과 정책 방향

앞서 살펴본 배경을 종합하면, AI 보안산업을 대한민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해야 할 당위성이 몇 가지 측면에서 도출된다. 

 

첫째, AI 보안산업은 높은 부가가치와 수출 잠재력을 지닌 미래 산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 보안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AI 보안 제품·서비스를 확보한다면 거대한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여 새로운 성장 활로를 열 수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사례를 보면, 사이버보안을 국가 전략 산업화하여 2021년 기준 110억 달러(약 13조 원) 규모의 사이버 보안 수출액을 달성하며 세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작은 국가인 이스라엘이 이러한 성과를 낸 것은 정부의 체계적 지원과 글로벌 지향 산업전략 덕분이며,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IT 인프라와 인재 수준이 세계적이면서도 보안산업의 글로벌 비중은 아직 2%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AI 보안이라는 새로운 파도를 잘 탄다면 “K-시큐리티” 브랜드를 세계에 수출하는 시대를 열 수 있다.

 

둘째, AI 보안산업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미래 세대 먹거리로 이어질 수 있다. 사이버보안 분야는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지만 그만큼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분야다. AI와 결합된 보안 영역은 데이터 과학자, AI 엔지니어, 보안 분석가 등 융합형 인재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 이러한 산업이 활성화되면 대학과 교육기관에서도 관련 학과와 과정이 확대되고, 청년들에게 유망한 신규 취업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보안 인력 부족이 수백만 명 수준으로 심각한데,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인재를 양성해 산업을 키운다면 글로벌 인재 허브로서의 위상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스타트업 창업과 벤처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일자리 선순환 효과도 기대된다. 한마디로 AI 보안산업은 사람에 투자하고 사람을 키우는 산업이기에 장기적으로 국민 소득과 고용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셋째, AI 보안산업의 발전은 다른 핵심 산업들과의 연계·파급효과를 통해 대한민국 전체 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것이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 산업의 경쟁력은 클라우드 보안에 크게 좌우되는데, 우리나라가 AI 기반 클라우드 보안기술을 선도하면 K-클라우드 서비스의 신뢰도 향상과 해외 진출에 날개를 달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에도 차세대 보안칩, AI 가속 보안프로세서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므로 국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새로운 시장을 제공할 수 있다. 나아가 국방 산업에서는 사이버전 대응 기술이 필수인데, AI 사이버 방어체계 등은 향후 방산 수출 품목으로도 각광받을 수 있다. 실제 정부는 AI 기술이 적용된 CCTV 보안용 반도체 칩을 국산화하여 국내 물리보안 기업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 중인데, 이는 보안 기술 개발이 반도체 양산과 수출로도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금융, 전력, 교통 등 기간산업에 AI 보안을 접목하면 해당 산업들의 안정성 확보와 부가 서비스 창출로 이어진다. 이처럼 AI 보안산업은 개별 산업이 아닌 전후방 산업 전체에 파급효과를 미치는 플랫폼 산업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산업을 선점하는 것은 국가 경제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는 밑거름이 된다.

 

넷째, 국제 경쟁력 확보와 안보 주권 측면에서 AI 보안산업 육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사이버보안은 이미 국가 안보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였고, 사이버 주권은 곧 국가 주권과 다름없는 시대가 됐다. 만약 우리나라가 자국의 AI 보안 기술과 산업 기반을 확립하지 못한다면, 중요한 정보시스템과 인프라를 해외 제품과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위험을 피할 수 없다. 이는 유사시 백도어나 해킹을 통해 국가 핵심 기능이 마비될 수 있는 안보 리스크로 직결된다. 반대로 국내 보안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워 자립도를 높이면, 사이버 공간에서 자율적 대응 능력을 갖출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동맹국에 보안 기술을 제공하는 등 안보 협력의 주도국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글로벌 사이버보안 지수(GCI) 순위 상위권에 올라있지만, 정작 산업 경쟁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정부도 2023년 ‘정보보호산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보안산업 30조 원 규모 달성과 보안 유니콘 기업 육성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정부가 사이버보안 펀드 1,300억 원 조성과 제로트러스트 확산 로드맵 등의 지원책을 통해 산업 성장을 견인하려는 것도, 결국에는 국제적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사이버 강국 도약을 이루기 위한 발걸음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AI 보안산업을 키우는 일은 경제적 명제인 동시에 국가 안보전략적 명제이며, 향후 국제 질서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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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당위성을 실현하기 위해, 산업정책적 지원과 전략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 다음은 대한민국 AI 보안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주요 정책·산업 전략 제언이다:

 

    • 공공시장 혁신과 수요 창출: 공공 부문의 사업 발주 관행을 개선하여 “최저가→최적가” 문화로 전환하고, 혁신 기술에 대해서는 선제적 도입이 가능한 예외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공공 SW사업 대가를 현실화하고 유지보수 요율을 합리적으로 상향조정하여 기업들이 지속 서비스와 업그레이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가 선도적 수요자가 되어 AI 보안 솔루션을 행정·공공서비스에 적극 도입함으로써 초기 시장을 만들어주고, 이를 민간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컨대 교통, 의료 등 스마트시티 분야 시범사업에 AI 보안을 내재화하고, 우수 기술은 국가 차원의 레퍼런스로 활용하여 해외 진출까지 연계시키는 방식이다.

 

    • 민간 보안투자 활성화와 제도 개선: 정보보호 공시제도를 내실화하여 더 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보안 투자와 대비 수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유도하고, 보안 우수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ISMS 인증의 혜택을 확대하고 절차를 개선하여 기업들이 인증을 통한 보안 수준 향상을 기업 가치로 인식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지정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CISO가 경영진과 직접 소통하며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정부는 세액공제, 금융지원 등을 통해 민간의 자발적 보안 투자를 촉진하고, 중요 산업별로 보안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최소한의 보안투자 기준선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상시적인 보안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민간 수요 기반을 튼튼하게 다져야 한다.

 

    • 보안 스타트업 및 혁신기업 육성: 유망한 AI 보안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기술 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전주기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신기술이 현장에 빨리 적용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AI 위협탐지 솔루션을 개발한 기업이 있다면 금융권, 에너지시설 등에서 실증할 수 있도록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고 테스트베드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또한 민관 공동 펀드를 조성해 성장 단계별 투자를 공급하고, 대기업·공공기관과 스타트업 간 매칭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판로 개척을 돕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혁신기업→레퍼런스 확보→성장자금 유치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고, 궁극적으로 보안 유니콘 기업이 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춰야 한다.

 

    • R&D 및 핵심 기술 확보: AI 보안 분야의 원천기술 R&D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민간이 하기 어려운 장기·고위험 연구를 정부출연 연구소와 대학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산학연 공동 연구개발을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차세대 암호기술, AI 기반 위협탐지 알고리즘, 보안 AI칩, 양자내성 보안 등 전략 분야를 선정하여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다. R&D 성과가 산업으로 이어지도록 기술이전 및 사업화 지원까지 연계하고, 우수 연구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과 인센티브를 통해 두뇌 유출 방지와 인재 확보에 힘써야 한다. 또한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글로벌 보안기술 표준화에 기여하고, 우리의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되어 시장 경쟁력으로 연결되도록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 전문인력 양성과 교육: AI 보안산업 성장은 결국 사람의 문제이므로, 인재 양성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대학에 정보보안+AI 융합전공을 신설하거나 확대 개편하여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고, 최신 실무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해야 한다. 산업계 수요에 맞춘 혁신인재 양성 프로그램(부트캠프,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등)을 운영하여 재교육이나 전직을 희망하는 인력도 흡수할 필요가 있다. 또한 화이트해커 양성, AI 보안 경진대회 등을 통해 우수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병역특례 확대나 장학금 지원 등으로 인재들이 보안 분야에 몰입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전문연구요원 등 인력 지원제도를 활용해 우수 인재가 국내 기업과 연구소에 남아 있도록 하고, 해외 인재 영입도 열어두어 글로벌 인재들이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사람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향후 산업 경쟁력으로 배가되어 돌아올 것이다.

 

    •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AI 보안 분야의 스타트업은 혁신의 핵심이다. 앞서 언급한 이스라엘 사례처럼, 뛰어난 기술을 가진 신생 기업들이 과감히 도전하고 투자를 받도록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에서도 이미 뛰어난 보안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의 낮은 인식과 수요 부족으로 성장에 한계를 겪고 있다. 대기업조차 자체 솔루션 개발보다는 스타트업 기술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이를 기회로 대기업-스타트업 간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고 초기 시장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정부는 연구개발(R&D) 지원금이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AI 보안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공공부문부터 이들의 솔루션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민간 투자도 촉진하여 이스라엘처럼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보안 스타트업”*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 글로벌 수출 산업화: AI 보안 기술을 수출 품목으로 육성해야 한다. 사이버 보안은 국경이 없는 전쟁터이며, 전 세계 기업과 정부가 AI로 인한 보안 위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에 따르면 많은 기업의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들이 생성형 AI의 보안 위험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77% 응답) 이미 40%에 달하는 조직이 AI와 관련된 보안 사고를 겪었다고 한다. 이는 곧 전 세계가 솔루션을 찾고 있다는 의미다. 대한민국이 만약 신뢰성 있는 AI 보안 제품을 개발한다면, 이는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의 거대한 수요를 겨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한 AI 보안 스타트업은 이미 미국 등 해외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며 글로벌 수출 가능성을 입증했다. 우리도 수출형 보안 패키지 개발을 지원하고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제품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정부 차원의 수출 촉진책(해외 전시회 지원, 인증 획득 지원 등)을 통해 AI 보안 기업의 국제 진출을 도울 필요가 있다. AI 강국을 꿈꾸는 한국이라면, AI 보안 솔루션 분야에서도 세계 시장의 공급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 사이버 안보와 국가안보 연계: AI 시대의 사이버 안보는 단순한 기업 차원의 이슈를 넘어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AI가 국방, 에너지, 교통 등 국가 중요 인프라에 광범위하게 활용될수록, 이를 지키는 보안 기술은 주권을 지키는 무기가 된다. 미국, 이스라엘 등이 AI 보안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배경에는 자국을 향한 사이버 공격에 대비하고 공격 기술을 억제하려는 국가안보적 고려가 깔려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사이버 보안 경쟁력은 군 정보부대 출신 인재들이 주도한 스타트업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평가되는데, 이러한 군-산학 연계 생태계가 국가 안보와 산업 발전을 동시에 달성한 사례다. 한국도 지정학적 특성상 사이버 공격의 위험이 높다. 북한을 비롯한 공격 주체들은 AI를 활용한 해킹 기법을 발전시킬 것이며, 미래 전쟁에서는 AI가 방패이자 창으로 쓰일 것이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AI 사이버 안보 전략을 수립하고, 여기서 국내 산업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방위 산업과 연계한 AI 보안 기술 개발, 정부 주도의 화이트햇(모의해킹) 대회를 통한 인재 양성, 주요 기간망에 국내 AI 보안 솔루션 우선 적용 등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보안기술의 자주성”이다. 위기가 닥쳤을 때 해외 기술에 의존하면 제때 대응이 어렵거나, 외교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디지털 주권을 지키는 차원에서도 AI 보안의 기술 자립은 필수적이다.

 

    • 중소기업의 보안 독립성과 기술 자립: AI 보안 산업 전략에서 놓쳐서는 안 될 축이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은 그나마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새로운 보안 체계를 마련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AI 활용에 비해 보안 대응 능력이 취약하다. 많은 중소기업이 챗봇이나 AI 서비스를 도입하면서도 정작 그로 인한 보안 위험에는 무방비 상태인데, 이는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 개발에는 적극적이지만 이를 보호할 보안시스템 구축 역량과 예산은 부족”하다는 현장의 지적으로도 드러난다. 중소기업이 보안 독립성을 갖추지 못하면, 하나의 사고가 연쇄적으로 산업 전반의 신뢰 훼손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대기업이나 외국 솔루션에만 의존하면 기술 종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정부와 대기업이 협력하여 중소기업 대상 AI 보안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중소기업들이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AI보안 서비스를 개발·보급하거나, 중소기업 맞춤형 보안 컨설팅 및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술 자립성을 키워줘야 장기적으로 국내 전체의 사이버 면역력이 높아진다. 다행히도 정부도 이러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일부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더욱 체계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AI 보안 인력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업계의 토로 를 감안하면, 대학과 연계한 보안 전문인력 양성, 재직자 대상 AI 보안 재교육 등의 정책도 병행하여 인적 기반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 글로벌 진출 지원 및 국제협력: 국내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체계적으로 돕는 전략도 중요하다. 정부 차원의 K-시큐리티 해외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유망 기업들을 모아 해외 전시회 공동 참가, 현지 로드쇼 개최, 해외 바이어 매칭 등을 추진해야 한다. 2023년 발표된 시큐리티 팀 코리아 구상처럼, 정부와 기업이 함께 중동,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거점 구축과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사이버보안 협력 MOU를 맺고 있는 미국, EU, 아세안 등의 국가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발굴하여 우리 기업 제품이 국제 사업에 채택될 기회를 늘려야 한다. 국제 표준 및 인증 획득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제품의 신뢰도 제고와 시장진입 장벽 완화를 도와야 한다. 더불어 유엔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개발도상국 사이버보안 역량 강화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국제적 기여도 하고, 우리 기업의 솔루션을 소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K-보안”을 만들기 위해 정부의 외교력과 민간의 기술력을 결집해야 할 것이다.

 

AI 보안을 둘러싼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한쪽 면만 본다면 위험에 압도되거나, 혹은 기회를 인식하지 못하고 놓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AI 보안은 새로운 산업 영토이며 세계 각국이 앞다투어 그 영토를 선점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며 AI 혁신을 추구하는 것은 고무적이나, 그 혁신의 토대가 되는 보안이 약하다면 모래성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 AI 보안 기술을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면, 국내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함과 동시에 전 세계의 안전에 이바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제는 정부와 산업계 모두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AI보안 강국 대한민국’이라는 분명한 비전을 세우고, 장기적 안목에서 전략적 투자를 시작해야 할 때다. 구체적인 로드맵 하에 스타트업 육성, 글로벌 시장 진출, 국가안보 연계,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네 축을 동시에 추진한다면, 대한민국도 머지않아 이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AI가 가져올 미래는 불확실성이 크지만, “위험을 관리하는 능력” 자체가 미래의 경쟁력이다. AI 보안을 산업화하는 도전은 우리에게 큰 기회이며,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국가만이 AI 시대의 안보와 번영을 모두 거머쥘 것이다. 우리의 선택과 노력에 대한민국의 디지털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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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4월21일 17시11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21일 11시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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