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이용의 원칙’에 입각한 ‘제2의 농지개혁’을 추진하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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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의원이 쏘아 올린 화살
2021년 9월 13일 국회 본회의는 지난 8월 25일 윤희숙 의원이 제출한 의원직 사퇴안을 재석 의원 223명 중 찬성 188명, 반대 23명, 기권 12명으로 가결했다. 이날 표결에 앞서 윤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마지막 신상 발언을 통해 “가족의 일로 임기 중반 사퇴를 청하는 데에 지역구민에 대한 무책임이란 지적은 백번 타당하다. 지역구민에 깊이 사죄 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어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에 대해 누구보다 날카로운 비판을 해왔다. 이번 친정 아버님의 농지법 위반 의혹은 최종적으로 법적 유죄인지와 관계없이 공인으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제가 직면한 문제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공인으로서 쏘아 올린 화살이 제 가족에게 행할 때 제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이다. 화살의 의미를 못 본 척하는 건 제 자신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저는 의원직 사퇴라는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도의적 책임을 짐으로써 가장 무거운 방식으로 그 화살의 의미를 살리는 길을 택했다”고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회의원과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전체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 조사에서 농지법 위반 의혹이 있는 여야의원 10여 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윤희숙 의원은 부친이 2016년 5월 9일 세종시 전의면에 농지 3,300평(10,871m2)을 매입, 경작하지 않고 불법으로 보유해왔다는 의혹을 받자 8월 25일 의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하고, 국회의원 사직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 국회는 절차에 따라 지난 9월 13일 윤 의원 의원직 사퇴 허용 여부를 의원들에게 물은 것이다.
그만한 일로, 자신이 하지도 않은, 아버지가 저지른 일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한 윤희숙 의원의 처신과 결단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나는 평소 국회의원은 특정 지역에서 선출되는 국민의 대표로 정부를 감시 감독하고 견제하며 국정을 심의 결정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지방과 지역구 일은 지방의원들이 맡아야 하고 국회의원에게 지역주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라는 것은 잘못된 ‘국회의원관’이라 생각해 왔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번 윤희숙의 ‘바보 같은’ 의원직 사퇴는 한마디로 신선했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5년 세월 우리 사회에 만연해진 양식(良識)과 상식(常識)은 물론 법(法)에 어긋나는 죄를 버젓이 저지르고도 ‘무죄 추정의 원칙’(헌법 제27조 제4항) 을 내세워 ‘대법원 확정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정치인으로서 ‘양심에 비추어 잘못이면 잘못’이라는‘도덕적 정의’를 새삼 일깨워주는 경종이라 생각되어서다.
그래도 윤희숙 같은‘바보 정치인’이 있어 세상은 여전히 살만하고 희망도 갖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아쉬운 마음 가득하다. 윤 의원이 자신이 쏘아 올린 화살이 우리 사회에 만연된 농지 문란을 바로잡을 수 있는 ‘문제 해결방안’이란 과녁을 꿰뚫을 때까지 농지 질서를 새롭게 바로 세우는 일에 앞장섰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그의 ‘바보 같은 행동’이 정말 ‘바보짓’으로 끝나지 않도록 그가 아버지와 같은 일이 앞으로는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국회와 사회의 문란해질 때로 문란해진 농지 질서를 바로잡는데 앞장섰으면 한다.
거산(巨山)의 경제정의 실천을 위한 3대 개혁조치
문득 돌아가신 거산(巨山) 김영삼 대통령이 생각난다. 모르긴 해도 아마 거산 같았으면 그렇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거산은 1993년 2월 25일 제14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27일 가진 첫 국무회의 석상에서 “오늘 나의 재산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무위원 여러분께서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소정의 절차를 끝내고 국민에게 양심에 따라 재산을 공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자신 재산부터 먼저 공개하고 ‘공직자재산등록제’를 도입하여 공직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어 5개월여 후인 8월 12일 오후 7시 45분 거산은 ‘금융실명제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하고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드디어 우리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합니다. 이 시간 이후 모든 금융거래는 실명으로만 이루어집니다.” 라고 선언하여 또 한 번 나라를 뒤집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1995년 7월 1일에는 마침내 금융실명제와 함께 경제정의 실현을 위한 조치로 거론되어온 부동산실명제 실시를 선언했다. “그동안 부동산 투기와 조세포탈ㆍ재산은닉 등의 수단으로 악용되어온 명의신탁에 의한 타인 명의의 부동산 등기를 전면 금지하고 실소유자가 본인 명의로만 등기를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 외에도 김영삼 정부는 1994년 1950년에 제정된 ‘농지개혁법’을 대체하는 철 늦은 농지법을 제정 공포하고 1996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거산은 이로써 그가 ‘한국병’이라 일컬어온 우리 사회에 만연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 부조리를 해결하고 경제정의를 실천하는 공직자재산등록제와 금융실명제, 그리고 부동산실명제의 3대 개혁조치를 완수했다. 이는 1948년 건국 이후 73년의 대한민국 역사를 김영삼 정부를 기준으로 전(前)과 후(後)로 나누는 분수령이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영삼 정부 이후 대한민국은 그 이전보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정치권과 공직사회에 만연된 사회적, 정치적 부조리를 감시하고 막을 수 있는 투명한 나라가 되었다. 거산의 실명제 개혁조치와 농지법 덕분에 우리 사회는 언제라도 누구든 조사만 하면 농지를 언제, 얼마나, 어떻게 취득하여 보유하고 있는지, 농지매입 자금은 어떻게 조달했는지, 손바닥 보듯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지난 3월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LH 임직원 농지 투기전모’를 발표할 수 있었던 것도 김영삼 정부의 농지법과 실명제 개혁조치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무너진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
그러나 2021년의 문재인 정부와 정치권은 3월 이후 지난 6개월여 간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된 농지 문란과 농지 투기행위를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를 놓고 떠들었지만 대통령과 농식품부 장관, 국회의원들의 양식과 의지, 용기 부족으로 결국은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로 끝나는 것 같다. 지난 8월 17일 정부가 농지법 일부 조항을 개정했으나 이는 면피용일 뿐 근본적인 문제의식도 없고 해결방안도 못 된다는 것이 일반적 중론이다.
그런 와중에 국민권익위원회가 국회의원들의 농지 보유실태를 조사하게 되었고 농지법 위반이 의심되는 정치적 희생양으로 몇몇 의원들을 찾아내 제물로 삼았다. 윤희숙 의원도 그런 경우의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준석 대표도 농지법 위반사례가 드러났음에도 윤 의원이 쏜 화살이 자신들은 비켜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숨죽이고 바짝 엎드려 있는 것만 같다.
우리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 당시 일제가 남긴 식민지유산인 ‘지주-소작제’ 청산과 소련의 지도를 받은 북한의 사회주의적 농지개혁에 맞서 자본주의적 자유시장경제 질서의 물적 기초가 되는 사유재산권의 확립을 통해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제헌헌법에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한다”라고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선언했다.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은 곧바로 사회주의자로 제헌국회 의원에 선출된 조봉암을 초대 농림부 장관에 임명하여 ‘농지개혁법’을 만들었고, 1950년 5월 농지개혁을 단행했다. 이후 지난 73년간 ‘경자유전의 원칙 (농민=농지소유자=농지이용자)’은 대한민국의 농민과 농지 소유와 이용 관계를 규정하는 기본 질서가 되었다.
그러나 지난 8월 1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강당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익법률센터 농본 등의 공동주최로 열린 ‘국회의원 농지소유 실태로 본 농지법의 문제점과 개정방향’에 관한 토론회에서 농본은 국회공보에 발표된 국회의원과 수석전문위원, 그리고 이들의 배우자 등이 소유하고 있는 총 466건의 농지(논, 밭, 과수원)를 조사, 이 가운데 140건(30%)은 김영삼 정부가 제정한 새로운 농지법이 시행된 1996년 이전부터 소유해온 합법적인 소유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나머지 313건(67%)은 2020년 기준으로 농지취득 관련 서류의 보존 연한이 지난 2011년 이전에 취득한 것으로 서류 부실로 취득과정이 불분명하다고 했다. 다만 법원등기를 기준으로 조사한 445건 가운데는 매매 249건(53.4%), 상속 138건(29.6%), 증여 58건(12.4%)이라고 발표했다.
기대와 달리 많이 부족한 조사 결과이긴 했으나 이 조사가 확인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경자유전 원칙에도 비농민인 국회의원 모두(?)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농지를 버젓이 소유하고 있는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46%가 상속과 증여를 통해 합법적으로 농지를 소유하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우리 사회에는 ‘상속·증여라는 비농민의 합법적인 농지 소유가 재생산되는 시스템이 구조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구조화된 상속ㆍ증여 등을 통한 농지의 비농민 소유화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다. 2020년 말 현재 우리나라 총 1,036천호의 농가의 경영주 평균나이가 66세이며 60세 이상 농가가 761천호 (73.4%)이고, 그중 70세 이상 농가도 413천호 (39.8%)가 된다. 1인 가구 농가는 207천호 (20%), 2인 가구는 558천호 (53.9%)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농가 경영주는 초고령으로 15년 후면 전체 경영주의 평균나이가 81세(기대수명 81.4세)에 도달하게 된다.
이들 농가 중 농지를 물려받아 농사를 지을 농업후계자를 확보한 농가는 전체의 5%도 안 된다고 하니 95% 농가가 보유한 농경지는 모두 비농민자녀들에게 상속 혹은 증여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비농민에 의한 농지소유는 더욱더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과 같은 전망 속에서 과연 ‘농민의 농지 소유’를 외치는 ‘경자유전 원칙’의 실천을 위해 만들어진 농지법을 어겼다고 비농민의 농지 소유를 처벌하라고 하는 것이 과연 어떠한 실효가 있는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현행 농지법 제6조는 “①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개인과 단체, 공공기관에 의한 ‘9+6가지 특례 소유의 길’을 열어 놓고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국가법령정보센터 | 법령 > 본문 - 농지법 (law.go.kr) 참조)
이처럼 경자유전을 외치면서 비농민이 합법적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비농민의 비합법적인 농지 소유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며 설득력이 없고 불합리하다. 비농민의 합법과 비합법적 농지 소유의 경계를 판단하는 감시기능이 현재와 같이 마비된 현실에서는 경계 자체가 모호해지며 이는 곧 국가적인 농지 소유 문란과 농지투기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경자유전 원칙의 비농민 농지 소유 금지’는 농지법에 의해 사실상 사문화되고 오히려 소유 특례규정을 이용한 불법, 탈법, 편법에 의한 비농민의 농지 소유는 더욱 지능적으로 양산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와 윤희숙 의원을 비롯한 10여 명의 여야 국회의원들 모두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인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들린다.
그런데 누구도 혼탁한 윗물을 바로 잡을 생각도 의지도 없다면 나라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오죽하면 ‘농지 질서는 개판이 되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2021년의 정치지도자들과 고위 공직자들이 28년 전인 1993년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정신으로 내편 네편을 가리지 않고 솔선수범을 통해 실명제 개혁 등을 추진했던 거산의 솔직, 양심, 상식과 용기와 결단의 리더십을 본받았으면 하는 마음 참으로 간절하다.
경자유전, ‘농지 소유의 원칙’에서 ‘농지 이용의 원칙’으로
‘경자유전의 원칙(농민=농지소유자=농지이용자)’은 두 가지 서로 상충하는 원칙을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농지는 농민이 소유해야 한다 (농민=농지소유자)”는 ‘농지 소유의 제1 원칙’이고, 다른 하나는 “농지는 (국민 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농업적으로만 이용되어야 한다 (농지소유자=농지이용자)”는 ‘농지 이용의 제2 원칙’이다. 70여 년 전 부(富)의 원천이 농지였던 농경시대에는 경자유전의 ‘농민=농지소유자=농지이용자’의 3위 일체는 시대를 관통하는 원칙이었다.
그러나 7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세상이 변하고 시대정신이 바뀌면서 ‘경자유전의 농지 소유의 제1 원칙’은 말뿐인 죽은 원칙이 되었다. 이 원칙은 현대와 같이 다양한 직업분화가 이루어지고 부의 원천이 다원화된 고도산업사회를 관통하는 일반 원칙이 되기는 어렵다. ‘농민≠농지소유자’의 부등식이 이미 우리 사회에 일반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그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 되어 갈 전망이며 이는 돌이키기 어려운 불가역적인 사회현상의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자유전의 제2의 농지 이용 원칙’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현재와 미래 농업을 위해서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살아있다. 농지는 여전히 국민 식량안보 (주식인 쌀 등)를 위해서 필수적이다. 더욱이 지금과 같이 지구 온난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저탄소 유지를 위한 탄소 포집과 저장, 생태환경의 지속적인 보전유지 및 관리가 중요한 상황에서는 농지의 농업적 보전과 이용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필수 불가결한 생존의 조건이다.
이는 우리만이 아닌 세계의 모든 국가가 당면한 전 지구적 문제이다. 지속 가능한 생태적 농업을 통한 흙의 탄소저장 능력을 되살리기 위한 ‘재생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이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정상 국가의 유지발전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적정 규모의 농지, 즉 ‘최소적정농지(National Minimum Farmland, NMF)’를 설정하고 이를 확보, 유지,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속적인 농업생산과 저탄소 생태환경 보전을 위해 농지는 농업적으로 이용되어야 하며 농지를 소유한 자는 누구든 농지를 농업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경자유전의 제2 원칙인 농지 이용의 원칙’은 앞으로도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농지를 가진 사람은 역으로 농사를 지어야 하고 농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앞으로는 농사를 짓겠다는 사람, 단체, 농업법인, 농기업 등에게는 농지 소유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경자유전의 제1 원칙이 사라져가는 현재의 농민을 붙잡고 있다면, 제2 원칙은 미래의 생태적, 지속 가능한, 그리고 고도의 첨단 기술 농업을 이끌 새로운 농업인과 농업법인, 농기업의 창출을 함축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농지소유자=농지이용자’의 농지 이용의 원칙은 현재 농지를 소유한, 더 나아가 장래 소유하려는, 사람, 단체, 법인 등으로 하여금 농지를 성실하게 농업을 위해 이용하게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경자유전의 원칙을 보다 더 확실하게 지킬 수 있게 하는 원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농민 아니면 농지 소유를 금지하고 특례로 농지 소유를 허용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역으로 농지 소유는 누구에게나 허용하되 농지를 소유한 사람이나 단체, 법인 등은 누구든 농지를 농업적으로만 이용하도록 강제하고 농사를 짓다가 그만 두게 될 경우 즉시 농지 처분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농지법을 새롭게 전면 개편하는 것이 농지보전을 위해서도, 경자유전의 원칙을 관철하는 점에서도, 효율적이고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농지 이용의 원칙은 현재 혹은 미래에 있어서 농지를 소유한 자가 누구든 그가 농사를 짓지 않거나 지을 의사가 없거나, 짓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된다면 그는 더는 농지를 소유할 수 없고 농사를 지으려는 자에게 반드시 자신이 소유한 농지를 처분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지 이용의 원칙’ 제도화를 위한 몇 가지 개혁조치
일반적으로 경자유전의 제2 원칙의 경우 농지는 농업적으로 이용되어야 하므로 그러한 자격이나 의사를 가진 사람만이 농지를 자유롭게 매입하게 되고 소유하는 것을 허용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농지법 제6조는 “농지는 농업적으로 이용되어야 한다. 농지를 농업적으로 이용하거나, 하려는 자(개인, 단체, 법인 포함)는 누구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농지를 소유한 자가 불가피하게 농사를 지속적으로 지을 수 없게 된 경우에는 소유농지를 즉각 농지은행을 통해 처분해야 한다. 다만 임대는 농사를 일시적(1~2년)으로 지을 수 없는 경우로 한정한다.”로 전면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임대는 농사를 짓는 사람이 일시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경우에 한하고,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경우는 몇 년을 농사를 지었든지 관계없이 농지를 즉시 처분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8년간 농사를 짓다가 그만 둘 경우 계속해서 임대를 통해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금지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항이야말로 비농민의 농지 소유를 합법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현행 농지 소유의 원칙에 따른 농지법의 큰 구명(loophole)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예외는 여전히 상속과 증여를 통한 비농민의 농지 소유다. 그러나 이 경우도 농지를 상속·증여받은 사람이 농사를 지을 계획도 의사도 없다는 것이 분명한 경우 자신이 상속ㆍ증여받은 농지를 즉시 ‘농지은행’등에 판매하도록 하고 그 경우 상속, 증여세 등의 세금을 감면하도록 하며, 농지판매수익은 적정수준에서 허용하고 나머지는 환수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현재 한국농어촌공사에 부속되어있는 농지은행을 분리 독립시키고 농지 매매와 임대차, 농지등록 및 농지 관련 세금 등의 종합적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농지가 다 같은 농지가 아니다. 농지는 기본적으로 ‘농업진흥지역’ 안과 밖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그동안 진흥지역 안의 농지는 상대적으로 밖의 농지에 비해 지가상승 등에서 불이익을 받아왔다. 진흥지역 안의 농지는 국민 식량안보를 위해 경지정리와 수리시설을 갖추고 기계화가 가능하도록 용수공급과 경작도로 등 농업생산기반을 갖추기 위해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자된 자본화된 농지이며 이를 잘 유지 관리하기 위해 매년 조 단위의 국가 예산이 사용되고 있다.
진흥지역 안의 농지는 사적 소유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 이중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진흥지역 농지에 대해서는 특별 보상 (진흥지역 밖의 농지가, 혹은 지역 평균지가와 자신의 농지가의 차이)과 농지거래 시 차등 세율 적용 등과 같은 차별화 조치가 강구되어야 한다.
2004년 92만 2,000㏊에 달했던 농업진흥지역 농지면적은 2019년 현재 77만 6,000㏊로 크게 줄었으며 전체 농지 면적(158만 1,000㏊)의 49.1%에 불과하다. 진흥지역 내 농지가 계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농지에 대한 주택, 공장부지, 도로, 산업시설 등의 조성을 위한 농지에 대한 비농업적 수요는 진흥지역 밖의 농지나 임지로 충족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농지법이 허용하고 있는 농업생산이나 농지개량을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 기타의 진흥지역 안 농지전용은 엄격하게 규제 또는 금지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의 진흥지역 농지면적이 전체농지면적의 절반 수준임을 감안 농지의 농업적 이용 등으로 현저하게 저탄소 유지를 위한 탄소저장 기능 등 농지가 가진 다원적 기능의 지속적인 유지에 바람직한 진흥지역 주변 농지는 진흥지역 편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래서 적어도 국가적으로 최소적정규모의 농지, 예를 들면, 최소한 ‘100만 ha(?)’등과 같이 목표 수준을 설정하고 진흥지역 농지를 확보 유지해 나가야 한다. 특히 토지수용이나 공공토지비축을 명분으로 한 정부나 공공기관, 공기업 등에 의한 방만하고 무질서, 무원칙한 농지전용이 농지투기의 원천이 되고 있는 현실은 엄격히 규제되어야 한다. 공권력에 의해 허용되고 있는 농지수용행위는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한다.
‘농지 이용의 원칙’에 입각한 ‘제2의 농지개혁’을 추진하자!
나는 지난 3월 29일 국가미래연구원의 News Insight에 게제한 ‘LH 사태의 본질은 농지 문란, 경자유전 원칙 바로 세우고 국가 기강 바로잡아야’ https://ifs.or.kr/bbs/board.php?bo_table=News&wr_id=3461)라는 제목의 글에서 ‘경자유전은 죽은 원칙이 아니라 살아있는 원칙’이라고 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현실을 모르는 말이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경자유전 원칙 속에 함축된 ‘농지는 농민에게’라는 농지 소유의 제1 원칙은 이미 시대적으로 그 역할이 끝난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제는‘농지 이용의 제2 원칙’에 따라 누구나 자유롭게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하되 농지가 가진 공공적 목적과 다원적 기능에 맞게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농지 이용을 의무화하고 강제하는 것이 경자유전의 원칙을 살리고 농지를 농업적으로 온전히 지킬 수 있는 방안이며 이러한 방향으로 ‘제2의 농지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국가는 개인이나 단체, 농업법인은 물론 정부와 공공기관, 공기업 등이 소유한 농지 일체를 농지은행에 소정 양식과 절차에 따라 신고 등록하도록 하고, 이를 토대로 농업적으로 이용되지 않고 임대 또는 유휴 상태에 있는 농지는 처분명령을 내림과 함께 누구든지 농사짓기 위해 농지를 매입하거나 임차하는 것은 허용하는 방향으로 농지정책을 소유중심에서 이용중심으로 전환 혁신해야 한다.
지난 8월 17일 개정되어 10월 14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농지법 제6조 2항에 이번에 새로 “소유농지는 농업경영에 이용하여야 한다”는 구절이 포함되었으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이상 농업경영을 하던 사람이 이농(離農)한 후에도 이농 당시 소유하고 있던 농지를 계속 소유하는 경우나 상속으로 농지를 취득하여 소유하는 경우”에 소유농지를 농업경영에 이용하여야 한다는 것은 결국 임대차를 통한 비농민의 농지 소유를 합법적으로 더욱 조장할 뿐이다. 이번 농지법 개정은 헌법 제121조 제1항인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필자는 지금이라도 문재인 대통령, 농식품부 장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그리고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이 헌법 121조의 경자유전 원칙의 제2의 농지 이용의 원칙에 따른 제2의 농지개혁 추진에 대한 정치적 결단을 내리고 새로운 ‘농지개혁법’제정 추진을 포함한 제2 농지개혁의 대강을 정하기 위한 ‘제2 농지개혁추진위원회’를 대통령실 혹은 국회에 설치할 것을 촉구한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앞으로 문 정부 임기 말인 내년 4월까지 7개월이면 충분히 가능한 시간이다. 문재인 대통령, 이준석 대표, 그리고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10여 명의 여야 국회의원들부터 자신들이 연루된 농지법 위반에 대해 구차스러운 변명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솔선수범으로 제2의 농지개혁 추진에 앞장서기를 빌어 마지않는다. 지금 윤희숙 의원이 쏘아 올린 화살은 제2의 농지개혁이란 과녁을 향하고 있음을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인들과 온 국민들이 새삼 유념해주기를 바란다.
※ 주 졸고의 초고를 읽고 좋은 고견을 주신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원고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필자에게 있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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