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 동향과 정책적 시사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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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최근의 원화 약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음에 따라 과거 외환위기 이후 원화가 큰 폭의 약세를 보였던 시기와 현재의 대내외 경제여건, 원화절하 속도 및 폭, 여타 주요국 통화의 움직임 등을 비교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하였음. ▶ 첫째, 외환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원달러 환율의 상승폭이나 속도는 당시 국내 경제 여건이나 취약성 정도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남. -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은 57% 상승하여 주요국 통화의 대미환율 상승폭을 크게 상회하였는데 이는 2008년 3분기 1,900억 달러의 단기외채 중 은행 단기차입이 1,600억 달러에 달한데다 경상수지도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한국 경제의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대되었기 때문임. ▶ 둘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시건전성규제 도입, 금융회사 건전성 제고, 외환보유액 확대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의 변화율과 변동성이 크게 줄어들었음. - 2020년 코로나19 경제위기, 2024년 지정학적 불확실성 및 미국의 고금리 정책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나타냈으나 유로화, 엔화 등 주요국 통화의 대미달러 환율 움직임과 큰 차이가 없었으며 변동성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음. ▶ 셋째,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시적으로 환율급등을 초래하거나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으나 기조적인 환율상승 요인으로는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남. - 정치적 불확실성이 환율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대응을 통해 경제심리 위축을 방지하고 금융시장 안정과 내수회복 등 경제기반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함 |
지난해 우리 경제는 내수회복이 지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호조세를 보인데 힘입어 잠재성장률 수준인 2%대 초반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상반기 중 소폭의 상승세를 보이던 종합주가지수가 하반기 들어 경기부진,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원달러 환율은 내수위축, 경제 불확실성 확대, 글로벌 달러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연중 전반적인 상승세를 나타내었다. 특히 12월초 비상계엄사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주가 하락폭이 확대되고 원화의 절하속도가 가팔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2024년 원달러 환율은 전년말 대비 14.3% 상승한 1,473원으로 마감하였는데 이는 외환위기로 환율이 급등했던 1997년 말의 1,69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분기평균 기준으로 살펴보더라도 지난해 4분기 평균 1,399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의 1,418원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과거 외환위기의 트라우마를 지닌 우리 경제에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일반적으로 수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내제품의 달러화 가격이 낮아져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수출기업은 수출대금의 원화환산금액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전략이 가격경쟁보다 기술경쟁으로 변화하면서 환율상승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가 과거보다 줄어드는 등 환율상승의 긍정적 효과가 점차 제약되고 있다.1)
반도체, 자동차 등 해외생산기지 확대, 대규모 해외투자 등으로 외화부채규모가 큰 기업의 부담이 크게 증가하며 원자재 수입가격이 상승하여 기업의 비용을 증대시키고 물가에도 상승압력으로 작용하는 부작용도 초래한다. 특히 원화의 지속적 약세가 예상되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자금이 이탈하고 환율, 주가, 금리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며 경제의 전반적인 불확실성으로 확산될 수 있다.
본 고는 최근의 원화 약세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음에 따라 과거 외환위기 이후원화가 큰 폭의 약세를 보였던 시기의 대내외 경제 여건, 원화절하 속도 및 폭, 여타 주요국 통화의 움직임 등을 살펴보고 현재의 상황과 비교해 봄으로써 유용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과거 원달러 환율 급등 사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시기는 세 차례 있었는데 2000년 IT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모두 대내외 경제여건의 급속한 악화에 따른 경기침체 과정에서 나타났다.
(IT거품 붕괴)
먼저 2000년 하반기부터 2001년 상반기까지 지속된 원달러 환율 상승은 2000년 IT산업 거품 붕괴로 인한 주식시장의 큰 폭 하락에서 비롯되었다. 주식시장은 2000년 들어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을 둘러싼 불확실성, 일부 대기업의 유동성사정 악화 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3월 이후 정보통신 및 인터넷 관련주의 거품론이 대두되고 미국 나스닥시장이 약세로 반전하는 등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종합주가지수는 2000년말 504.6으로 1999년말 1,028.1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으며 IT거품 붕괴의 직격탄을 맞은 코스닥지수는 3월 283.4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연말에는 전년말보다 79.5% 하락한 52.6을 기록하였다. 우리 경제는 IT거품 붕괴, 주가하락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소비 및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2000년 4분기 들어 급속히 둔화되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2001년에도 미국 등 주요국 성장세 둔화, 설비투자 위축 등으로경기부진이 지속되었다.
원달러 환율은 주식시장의 IT거품 붕괴, 성장세 둔화, 금리하락 등의 여파로 2000년 9월 4일 1,104.3원에서 2001년 4월 4일 1,364.4원까지 23.6% 상승하였다. 동 기간중 글로벌시장에서의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2)가 3.13% 상승한 가운데 엔화는 일본의 경기회복 부진, 정국 불안 등으로 약세를 지속하여 18.4% 절하되었으며 대만달러화는 6.2% 절하된 반면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 0.4% 절상되었다.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대상국과의 교역비중을 감안한 주요교역국 대미달러환율3)은 동 기간중 4.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 원화의 약세폭이 컸던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기간중 환율의 변동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나타내는 변동성을 구해보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은 0.66%p로 나타났는데 엔화(0.60%p), 대만 달러화(0.24%p)의 달러대비 환율보다는 높았지만 유로화(0.86%p)의 달러대비 환율보다는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4) 한편 원화가 약세기조를 이어간 기간 동안 코스피지수는 27.6% 하락하였는데 같은 기간중 일본 니케이지수는 20.7%, 대만 가권지수는 30.7% 하락하여 IT거품 붕괴 여파가 글로벌 주식시장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원화의 급속한 약세를 초래한 사건이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거래상대방 위험에 대한 경계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안전자산 선호 및 유동성 확보 경향이 크게 강화되었다. 선진국 주가가 폭락하고 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투자자금을 대규모로 회수하면서 미 달러화 부족사태가 발생하며 신흥국 통화가급격한 약세로 전환되고 일부 국가들은 금융위기 상황에 직면하였다.5) 선진국 경제는 2009년 상반기중 극심한 경기부진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으나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하반기부터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며 회복세를 나타내었다.
우리 경제는 2008년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데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수출의 급격한 위축으로 4분기 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인 전분기대비 3.4% 감소하였으며 2009년 1분기 성장률도 0.3%에 그쳤다. 그러나 2분기 이후에는 선진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출이 늘어나고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 등 정책효과에 힘입어 내수가 뚜렷이 개선되면서 회복기조를 이어갔다. 한편 종합주가지수는 2008년 5월 중순 연중 최고치인 1,888.9를 기록하였으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발과 함께 급락하여 10월에는 938.8까지 하락하였으며 이후 등락을 보이다가 2009년 3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2009년말에는 1,682.8까지 회복하였다.
원달러 환율은 2008년초부터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출, 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인한 상승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9월 중순 이후 글로벌 신용경색에 따른 선진국 투자자금 이탈,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수준을 이어갔다. 2009년에도 동유럽국가의 대외지급 불이행 가능성 등 금융불안으로 3월까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2008년 7월부터 2009년 3월 초까지 원달러 환율은 1,002.4원에서 1570.7원으로 56.7% 상승하였다. 같은 기간 중 달러화지수가 23.4% 상승하여 강세를 보인 가운데 유로화는 21.1% 절하되고 우리와 비슷한 경제여건을 지닌 대만의 달러화는 15.7% 절하되었다. 반면 달러 캐리트레이드 증대와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움직임 등으로 엔화는 동 기간중 8.3% 절상되었다. 우리나라의 주요교역국 대미달러환율은 6.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 원화가치의 하락폭이 매우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화대비 환율변동성도 동 기간중 원화 2.21%p, 엔화 1.19%p, 유로화 1.07%p, 대만달러화 0.35%p로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코로나19 사태)
2000년 이후 세 번째 원달러 환율 급등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경제의 급격한 위축과 불확실성 확산에서 비롯되었다. 연초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WHO가 3월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데 이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겨울철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확진자수가 급증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 국경 봉쇄 등 강력한 방역조치와 이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 물적·인적자원의 이동 제약 등으로 세계 경제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낮은 –3.1% 성장률을 나타내었으며 신흥국의 EMBI+(Emerging Markets Bond Index Plus) 가산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수준을 기록하였다. 2021년에도 감염병 확산과 이에 대응한 방역조치가 실물경제의 움직임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나 백신접종 확대, 주요국의 확장적 경제정책 등의 영향으로 소비와 고용이 개선되고 교역이 크게 늘어나면서 세계경제는 양호한 회복흐름으로 돌아설 수 있었다.
국내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인한 소비와 수출의 부진으로 2020년에는 1998년 외환위기(-4.9%)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0.7%)을 기록하여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시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그러나 2021년 들어 글로벌 경기회복, 경제활동 재개 등에 힘입어 수출과 소비가 회복되면서 연간 성장률도 4.6%로 올라섰다.
원달러 환율은 2020년중 등락을 보이다가 2020년 12월 1,082원에서 2022년 1월 1,206원까지11.4% 상승하였는데 여타 상승기에 비해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같은 기간중 달러화지수가 7.2% 상승하여 강세를 보인 가운데 엔화는 10.6%, 유로화는 8.0%, 대만달러화는 1.4% 절하되었다. 또한 주요교역국 대미달러환율은 0.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화 대비 환율 변동성은 원화 0.39%p, 엔화 0.34%p, 유로화 0.36%p, 대만달러화 0.20%p로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분석되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의 원달러 환율의 변화율과 변동성이 주요국 통화와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은 전염병 확산이라는 비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사회적 격리, 글로벌 공급망 붕괴, 물류 및 인력 이동 제한 등이 전 세계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 움직임
2023년 이후 세계경제는 미국이 견조한 고용에 힘입어 소비와 투자 등 내수를 중심으로 양호한 성장흐름을 지속한 반면 고금리·고물가의 영향으로 유로지역과 일본, 아시아 신흥국 등 제조업 중심국가들은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거나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종식 이후 글로벌 경제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이 점차 완만한 둔화흐름을 이어가는 것을 계기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그간의 인플레이션 대응에서 경기활성화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 결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물가 및 고용지표 발표와 이에 따른 연준 금리인하 속도 기대,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 등에 따라 금리, 환율 등 주요 가격변수가 변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는 2023년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글로벌 제조업 부진으로 수출 증가세도 둔화되면서 1.4%의 성장률을 보였다. 2024년에는 민간소비 등 내수가 부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하반기 이후 이어진 IT경기 반등에 따른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잠재성장률 수준인 2%대 초반의 성장률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하반기 들어 미 연준이 디스인플레이션의 진전과 노동시장 완화를 근거로 9월 이후 연준금리를 5.50%에서 4.50%까지 인하하였으며 한국은행도 내수진작을 위해 기준금리를 3.50%에서 3.00%로 인하하였다. 이에 따라 미국과의 금리역전폭은 소폭 축소되었다.
원달러 환율은 2023년 이후 미국 경제의 호조세와 고금리 정책에 따른 글로벌 달러화 강세, 내수회복 지연 등 우리 경제 성장세 둔화, 중동 및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 지속 등으로 기조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2023년 말 원달러 환율은 1,288.5원으로 전년말(1,264.5원)에 비해 1.8% 상승하였다. 2024년 들어서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확대되었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실물경기가 1분기 전기대비 1.3%의 성장률을 보인 후 기저효과 등으로 내수가 크게 조정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오는 가운데 글로벌 달러화 강세, 지정학적 불확실성, 미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함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연말 환율은 1,472.5원으로 전년말 대비 14.3% 상승하였다. 한편 2024년중 달러화지수는 5.8% 상승하여 달러화 강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엔화는 11.5%, 유로화는 6.2%, 대만달러화는 7.2% 절하되었으며 주요교역국 대미달러환율은 6.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연중 변동성은 원화 0.50%p, 엔화 0.64%p, 유로화 0.37%p, 대만달러화 0.27%p로 원화의 변동성이 유로화나 대만달러화에 비해서는 높았으나 엔화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었다.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12월 4일 이후 연말까지 원화는 달러화대비 5.0%절하되었는데 동 기간중 유로화의 1.0%, 대만달러화의 1.1%보다는 절하폭이 컸지만 엔화의 5.1% 보다는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 기간중 환율 변동성도 원화 0.38%p로 엔화 0.59%p, 유로화 0.42%p, 대만달러화 0.20%p 등에 비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되었다. 과거 유사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시기였던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의 원달러 환율 움직임을 살펴보면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통과한 2016년 12월의 평균환율은 1,183.3원으로 10월과 11월 대비 각각 4.9%, 1.7% 상승하였으나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된 2017년 3월에는 1,134.0원, 대선이 실시된 5월에는 1,124.7원으로 하락세를 지속했다. 분기 평균을 보더라도 2016년 4분기의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58.1원으로 직전 분기 평균 1,120.0원보다 3.4% 상승했으나 2016년 2분기 평균 1,163.2원에 비해서는 오히려 하락하였다. 또한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된 2017년 1분기의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53.2원으로 탄핵소추시보다 하락했으며 대선 기간인 2분기 환율도 1,130.0원으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2025년 들어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전년말 대비 1월 20일 현재 원화는 달러화 대비 1.41% 절상되었다. 같은 기간 엔화와 유로화도 달러화 대비 각각 1.01%, 0.93% 절상되었으며 주요교역국 통화는 0.49% 절상된 것으로 나타나 원화의 절상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동 기간중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은 6.32%p로 엔화와 유로화의 0.93%p, 0.01%p를 크게 상회하였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부과 보류 움직임,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완화 등으로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약화되면서 그동안 빠르게 올랐던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의 전개상황이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책적 시사점)
지금까지 살펴본 과거와 최근의 원달러 상승기를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외환시장의 불안을 초래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원달러 환율의 상승폭이나 속도는 당시 국내경제여건이나 취약성 정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이 가장 빠르게 상승하고 변동성도 높았던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이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57% 상승하여 달러화지수 상승폭인 23%에 비해 34%p나 높았고 여타 주요국 통화의 달러대비 환율 상승폭을 크게 상회하였다. 서브프라임 대출 부실과 연관된 투자금액이 크지 않아 직접적인 타격이 미미했음에도 외환시장의 불안이 확대된 것은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경제를 취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6)
단기외채가 2006년부터 급등하기 시작하여 2008년 3분기에 1,900억달러에 달하였으며 이 중 은행의 단기차입이 1,600억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은행의 차입구조는 2008년중 예대율이 한때 130%에 육박할 정도로 취약했다. 경상수지도 2008년 5월에 적자로 돌아서 8월에는 적자규모가 37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무역수지 적자도 25억달러를 넘어 수출에 크게 의존해온 우리 경제의 경쟁력에도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후 미 연준과의 통화스왑,7) 외환건전성규제 도입 등 정책대응 노력으로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기까지는 9개월 정도가 소요되었다.
둘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시건전성규제 도입, 금융회사 건전성 제고, 외환보유액 확대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의 변화율과 변동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 상승률은 달러화지수나 엔화, 유로화 등과 비교하여 큰 차이가 없었으며 변동성도 여타 통화와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들어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 미국의 고금리 정책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했으나 상승률은 유로화, 대만달러화보다 소폭 높았고 엔화와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편 2021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엔화의 약세가 일본의 경기부진과 초저금리정책에 기인한다는 점은 자국의 경제여건이 통화가치의 가장 중요한 결정요인임을 확인해 준다.
셋째,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시적으로 환율급등을 초래하거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지만 기조적인 환율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2017년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정국 불안 과정에서 환율 상승폭은 크지 않았으며 국회의 탄핵소추 이후 환율은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당시 우리 경제가 민간소비의 개선흐름이 이어지고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2017년 3.1%, 2018년 2.7%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호조세를 지속한 데 기인한다. 최근에도 지난해 12월초 비상계엄 이후 1월 20일 현재까지 원달러 환율이 3.5% 상승하였으나 2024년 들어 비상계엄 이전까지 10% 가까이 상승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의 기저에는 내수부진, 내외금리차 등 경제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초저금리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일본 엔화의 12월 이후 상승률이 원화보다 더 높았다는 사실도 이를 확인해준다.
그러나 2017년과 달리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 · 지속될 경우에는 해외신인도 저하, 경제심리의 위축,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을 통해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확대되고 우리 경제의 취약성 노출, 경제기반의 훼손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기부진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변동성도 높아질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적극적인 정책대응을 통해 경제심리 위축을 방지하고 금융시장 안정과 내수회복 등 경제기반을 강화함으로써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 불확실성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K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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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태훈·한정민 (2024.3), “환율변동이 국내 제조업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 산업경제이슈 제161호, 산업연구원
2) 달러화지수는 1973년 미 연준이 글로벌 통화대비 미 달러화의 대외무역가중평균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미 달러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강세를 보일 때 상승하게 된다. 지수에 포함되는 통화는 현재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캐나다 달러화, 스웨덴 크로나화, 스위스 프랑화 등 6개 통화이다.
3) 우리나라 10대 교역국의 교역비중을 이용하여 교역가중치의 합이 1이 되도록 설정하고 가중치와 해당국 통화의 대미달러화 환율 변화율을곱하여 이를 합산하였다. 지수산정에 포함된 국가는 2024년 교역비중 순으로 중국, 미국, 베트남, 일본, 대만,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홍콩, 싱가 포르, 독일 10개국이다.
4) 이는 유로지역과 미국간 성장률 및 금리격차 지속으로 유로화가 큰 폭의 절하세를 이어가다가 2000년 4분기 이후 유로지역 성장률이 미국을 앞지르며 강세로 빠르게 돌아선 데 기인한다.
5) 한국은행 (2008), '연차보고서' 참조
6)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백서 편찬위원회(2012), '글로벌 금융위기와 한국의 정책대응'
7) 2008년 10월 29일 미 연준은 달러화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국가 중 중요하다고 판단한 한국,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4개국과 통화스왑을 체결하였는데 이는 1982년 멕시코 외환위기 당시 멕시코와 체결한 이후 미 연준이 신흥시장국과 체결한 최초의 통화스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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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한 [금융브리프 34권 02호](2025.1.31.) ‘논단’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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