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기자가 메모한 여의도의 모든 것<31> 계파가 아닌 사람들의 계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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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 친박이 계파인 건 알겠는데 비박이 왜 계파인가요?”
“응? 그런 말은 처음 들었는데?”
계파(系派)=조직 내의 작은 조직.
여의도에서 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계파 싸움이다. 이 사람들이 얼마나 뼛속 깊이 계파 싸움에 물들어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계파가 아닌 사람들의 계파’란 희한한 계파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비박’이라 불렸던 사람들을 말하는 건데 사실 언론도 그렇고 거의 모두가 ‘비박’을 계파처럼 인식하고 있어 이런 지적이 좀 의아하기는 할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치열했던 친이계와 친박계의 계파 싸움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친이계의 소멸로 이어졌다. 주류가 된 친박계는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거나, 눈엣가시 같은 인사들을 쳐내기 위해 2016년 20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온갖 후안무치한 짓을 서슴지 않았다. 유승민 찍어내기, 김무성 당 대표의 ‘옥새 들고 나르샤’, ‘진박 감별사’ 등 자고 일어나면 해괴한 일들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 대립을 여의도와 세간에서는 친박 대 비박의 계파 싸움이라고 불렀다.
계파는 보스를 중심으로 모인 집단이니 친박, 친이는 계파가 맞다. 그런데 비박은 친박이 아닌 사람들을 부르는 말 아닌가. 친박이 아닌 사람 중에도 중진 의원이나 정치 원로들이 당연히 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비박의 수장은 아니다. 당시 비박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김무성 당 대표를 꼽았지만, 그가 비박인 것은 맞아도(친박이 아니니까) 비박의 수장이나 비박이란 집단의 보스도 아니다. 세상에 보스가 없는 계파도 있나? 도대체 얼마나 계파 싸움에 물들어져 있었으면 이제는 ‘특정 계파에 끼지 못 한 사람들의 모임’도 계파로 치는 걸까. 동인, 서인, 남인, 북인, 노론, 소론이라는 붕당은 들어봤지만, 비동인, 비남인, 비노론이란 붕당은 듣도 보도 못했다. ‘당신이 망치면, 튀어나온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얼마나 계파 싸움에 물들어있었기에 ‘우리 파가 아닌 사람들의 계파’란 개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걸까.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ifsPOST>
※ 이 글은 필자가 지난 2023년 8월 펴낸 책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도서출판 북트리 刊>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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