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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기자가 메모한 여의도의 모든 것 <23> 나랏돈 훔쳐 가며 후원금이라 우기는 사람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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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11월23일 16시39분
  • 최종수정 2023년09월10일 11시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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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 기부하고 11만원 돌려받으면 그게 재테크지 기부입니까?”

“우리 정치 발전을 위해선 기부문화 확산이 필요하니까. 그렇게라도 안 하면 누가 정치인을 후원하겠어.”

“알긴 아네.”


  현행 정치자금법은 후원금, 기탁금, 당비 등 정치자금은 10만원까지 전액 세액 공제를 해주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10만원을 후원하면 10만원을 국가가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정확하게는 9만9999원을 돌려준다.) 원래 2004년 만들어졌을 때는 주민세 1만원을 더해 11만원을 돌려줬는데, 세법 미비에 따른 국고 누수 문제가 지적되자 2007년부터 10만 원을 환급해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과거에 ‘10만원 후원하면 11만원을 돌려드립니다’라고 쓰인 후원 독려 플래카드를 기억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 이게 나랏돈을 우회해서 훔쳐 가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들은 기부·후원 문화 활성을 위해 환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부와 후원은 조건 없이 하는 것이다. 전부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기부가 기부인가? 어이없는 것은 사회복지·자선·문화·예술 등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하는 지정기부금은 개인의 경우(1천만 원 미만 기부) 15%만 세액공제를 해준다는 점이다. (2021년분에 한 해 20%로 일시 상향됐다.) 10만원 기부하면 1만5000원만 돌려주는 것이다. 자신들에게 기부하면 100% 돌려주고, 봉사활동 단체에는 15%만 돌려주다니. 더욱이 과거에 1만원을 더해서 줄 때는 이건 기부가 아니라 재테크였다. 중간에 국민이 끼어있을 뿐, 그냥 나랏돈을 가져가는 것 아닌가. 그러고 후원금이라 부른다. 정신병자가 아니고서야…. 이럴 바에는 행정비용이나 들지 않게 국고에서 직접 꺼내 가는 게 낫지 않을까.


  돈을 내도 손해가 없으니 이 방식은 ‘쪼개기 후원금’이라는 부작용도 낳았다. 대표적인 게 2010년 청목회(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사건이다. 청원경찰 처우 개선을 위한 입법을 목적으로 여야 국회의원 30여명에게 수억여 원의 후원금을  낸 사건인데, 법률상 단체 명의의 후원금은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회원들과 그 가족 개인 명의로 10만~20만원씩 쪼개 기부하는 방법을 동원했다. (청원경찰법 개정안은 2009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런 방식은 조합원 수가 많은 거대 노조에서 많이 벌어졌는데, 어차피 연말정산으로 돌려받으니 손해 볼 것 없다는 생각이 이런 편법 로비를 부추긴다. 청목회 사건에서도 보듯 이쯤 되면 범죄를 양산하는 통로가 되는 셈이다.


  정치후원금은 소수 재력 있는 사람들의 금권 정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국민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면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순수한 마음으로 행해져야 한다. 10만 원 후원자 중에 단 만원이라도 제하고 돌려준다고 하면 과연 몇 명이나 정치후원금을 낼까? ‘다시 나라에서 돌려주니까 나에게 기부해줘’라고 하는 사람들이나, ‘어차피 돌려받을 수 있으니까 내지’하는 사람이나…. 나랏돈 훔쳐 가며 후원금이라 우기는 게 제정신인가?

 

<ifsPOST> 

 ※ 이 글은 필자가 지난 2023년 8월 펴낸 책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도서출판 북트리 刊>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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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11월23일 16시39분
  • 최종수정 2023년09월10일 11시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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