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고(3高)의 끝은 경기침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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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경제가 ‘고물가·고금리·고달러’로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3고(三高)는 세계 경제 특히 미국 경제의 침체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고물가·고금리·고달러에 직면한 세계경제
삼고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고물가이다. 지난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에 비해서 9.1% 상승하는 등 전 세계 물가가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 소비자물가상승률도 6월에 6.1%로 1998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가 이처럼 오르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2020년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국 정부는 재정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렸다. 여기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선두로 각국 중앙은행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통화를 대규모로 공급했다. 이에 따라 소비와 투자 등 수요가 회복되면서 물가 상승을 초래했다.
수요 증가에 따라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세계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원자재 가격은 더 올랐다. 여기다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원유와 곡물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을 가속화했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도 같이 오를 수밖에 없다. 금리란 소비를 미루는 데에 대한 대가이다. 물가 상승률보다 금리가 더 높아야 저축 유인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금리가 먼저 올랐다. 뒤따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는 물가 안정이다. 그 목표를 소비자물가상승률 기준으로 대부분 2%로 설정하고 있는데, 실제 물가상승률이 이를 훨씬 넘어섰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미국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 가치가 오르고 원화 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20원을 넘어서면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 점차 낮아질 전망
삼고의 핵심은 고물가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물가상승률이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2020년 2분기 미국의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의회 예산국이 추정한 잠재 GDP보다 10.8%나 낮았다. 그러나 그 이후 과감한 재정 및 통화 정책 영향이 나타나면서 2021년 4분기에는 마이너스(-) 0.5%로 크게 개선되었다. 200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GDP 갭률(실제와 잠재 GDP의 % 차이)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사이에는 상관계수가 0.52로 비교적 높았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올해 1분기 마이너스 1.6% 성장하면서 GDP갭률이 –1.4%로 다시 마이너스 폭이 확대되고 있다. 2분기에도 미국 경제가 역성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요 감소에 따라 물가 상승률도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둘째, GDP나 물가에 비해서 통화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 적정 통화증가율을 추정하는 하나의 방식이 피셔의 화폐수량설이다. 적정 통화증가율은 실질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합에다 유통속도변화율을 뺀 것과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해보면 2020년 2분기에는 실제 광의통화(M2) 증가율이 적정 수준보다 무려 29.2% 포인트나 높았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는 실제 M2 증가율이 적정 증가율보다 0.7% 포인트 낮았다. 이 비율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4분기 정도 시차를 두고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적정 통화증가율보다 낮은 통화 공급이 시차를 두고 물가상승률 둔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셋째, 원자재 가격 하락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등했던 주요 원자재 가격이 구리 등 산업금속 중심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미국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크게 주는 국제유가도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6월 초에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던 서부텍사스산 유가(WTI)가 최근에는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200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WTI 변동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1개월 선행했고, 상관계수도 0.78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경기침체를 동반할 물가상승률 하락
하반기 후반으로 갈수록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서 금리도 장기금리 중심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통화 긴축 정도가 완화하면서 달러 가치도 떨어질 전망이다. 삼고(고물가·고금리·고달러)가 점차 해소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소비의 감소 등으로 총수요 곡선의 좌측 이동에 따른 물가상승률 둔화이다. 이 경우 경제성장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발생했던 자산가격 거품이 채권시장에서 먼저 꺼졌고, 그 다음 주식시장에서도 붕괴되기 시작했다. 주택시장에도 상당한 거품이 발생했고, 앞으로 꺼질 가능성이 높다.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로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또한 금리 인상은 시차를 두고 소비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다가 주택시장에서까지 거품이 붕괴되면 소비심리가 더 위축되고 실제 소비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여 최근 미국의 10년 국채수익률이 2년 국채수익률보다 더 낮아지는 장단기 금리차이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과거 통계를 보면 장단기 금리 역전 다음에는 시차의 문제일 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미국 경제의 현황을 실질금리 차이(=10년 국채수익률-소비자물가상승률)로 확인할 수 있다. 실질금리는 장기적으로 플러스 상태가 정상이다. 그런데 올해 3월 실질금리가 -6.4%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6월에도 –5.9%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질금리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명목금리인 10년 국채수익률이 상승하거나 물가상승률이 낮아져야 하다.
그래서 2020년 상반기에 0.5%까지 떨어졌던 국채수익률이 올해 6월에는 3.5%까지 상승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10년 국채수익률은 명목 GDP 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의 잠재 명목 GDP 성장률은 4% 정도로 추정된다. 명목금리가 약간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물가상승률이 3% 이하로 낮아져야 한다. 내년에는 심각한 경기침체와 더불어 그런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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