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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책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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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7월17일 17시10분

작성자

  • 이덕환
  •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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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꺼져가는 듯 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의 불꽃이 되살아나고 있다. 5월 27일 3423명으로 줄어들었던 확진자 수가 1주일 단위로 2배로 늘어나는 ‘더블링’이 계속되고 있다. 7월 15일에는 4만1310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확진자가 30만 명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있다. 결국 방역 당국이 코로나19의 ‘여름철’ 재유행을 공식화했다. 지난 5월의 스텔스 오미크론(BA.2) 대유행(5차)에 이어 6차 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아직은 우리 의료 체계가 감염 상황을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다. 

 

  ‘과학 방역’을 외쳤던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실제로 정부의 방역 정책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무작정 전문가만 믿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열과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상대적으로 안심해도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생물의 세포 속에 서식하는 바이러스는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엉터리 과학’이 힘을 발휘하는 현실에서 과학 방역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변이

 

  이번에는 오미크론(BA.1)의 하위 변이라는 BA.5가 말썽이다. 오미크론이 기승을 부리던 5월 중순에 우리나라에 처음 유입된 BA.5는 전파력이 스텔스 오미크론(BA.2)보다 2배나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독성이 약화된 것은 아니다. 포르투갈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BA.5가 유행하면서 입원환자의 비율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한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비슷하다. 주간 사망자의 더블링도 BA.5의 강한 독성 때문일 수도 있다. 새로운 변이의 일반적인 경향에도 예외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엎친 데 덮친다고 반인반수(半人半獸)의 기괴한 모습을 가진 ‘켄타우로스’에 비유되는 BA.2.75의 확진자도 확인되었다. 7월 11일에 확인된 첫 확진자가 해외여행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걱정스럽게 만들고 있다. 방역 당국이 켄타우로스의 유입 경로를 놓쳐버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켄타우로스는 BA.5보다 전파력이 3.24배나 크고, 면역 회피 특성이 더 강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심지어 전파력이 무려 9배나 더 크다는 주장도 있다. 아직은 감염자가 많지 않아서 독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켄타우로스를 ‘우려변이 세부 계통’으로 지정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BA.5와 켄타우로스의 동시 확산은 단순한 재유행을 넘어 심각한 대유행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자칫 주간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6월 첫째 주에 0.74까지 떨어졌던 감염재생산지수가 1.40까지 치솟고 있는 것도 걱정이다. 2020년 8월 2.10%까지 치솟았던 누적 치명률은 0.13%까지 떨어졌고, 지난 5월의 단기 치명률은 계절 독감 수준인 0.07%까지 떨어진 것이 다행이다.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은 자연 생태계에서 나타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변이가 낯선 일은 절대 아니라는 뜻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변이’(variant)를 통해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 찰스 다윈이 주창한 ‘진화론’의 핵심이다. 바이러스도 예외일 수가 없다. 전파력을 극대화시키면서 독성을 최소화시키는 것도 바이러스 진화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방향이다. 그래야만 변이 바이러스가 더 많은 사람들의 몸속에서 생존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토착화를 가능하게 만들어줄 새로운 변이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진정한 과학 방역의 정체

 

  정부가 여름철 재유행에 대처하기 위한 ‘과학 방역 대책’을 내놓았다. 방역 정책의 기본 철학을 일방적인 희생‧강요가 아니라 국민의 자율‧책임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유발시키는 영업시간 제한이나 모임 제한 같은 획일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는 확실하게 포기한다. 상황이 악화되면 요양 병원‧시설 등을 대상으로 선별적‧부분적 거리두기를 검토할 예정이다. 

 

  그 대신 백신 접종을 50대 이상으로 확대하고, 확진자의 7일 격리 의무는 유행이 안정될 때까지 계속 유지한다. 해외 유입의 차단을 위해 입국 후 하루 이내에  PCR 검사를 받아야 하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택에서 대기해야 한다. 국민이 스스로 참여하는 자발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개인의 방역 수칙 준수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를 강화한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회의도 다시 활성화시키고,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학교‧직장을 쉴 수 있는 분위기도 조성한다. 

 

  정부가 강조하는 ‘과학 방역’의 정체가 묘하다. 은밀하게 활동하던 청와대 방역기획관의 역할을 제거하고, 겉으로는 화려했지만 전문성‧정체성도 의심스러웠던 ‘일상회복지원위원회’가 폐지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문가들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과정과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과학 방역의 전부일 수는 없다. 더욱이 정부가 새로 조직했다는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을 확실하게 공개해야 한다.

 

  방역 정책의 결정 과정이 투명하고 전문적이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자문위원회’가 과학 방역을 보장해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확진자를 신속‧정확하게 선별해내고, 확진자를 실질적이고 효율적으로 격리‧치료해주는 방역 현장을 과학적‧합리적으로 운영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PCR이나 신속항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진료소‧병의원을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생활치료시설도 다시 설치해야 한다. 

 

  요란하게 ‘과학’을 강조하는 정치적 구호만으로 방역 정책이 과학적‧합리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방역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장 전문가들의 경험과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대통령‧국무총리의 어설픈 ‘발언’이 방역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지침’이 되고 있는 현실은 확실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솔선수범해서 백신 4차 접종을 받은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어달라는 주장도 과학 방역과는 거리가 먼 구시대의 낡은 설득 방식이다. 4차 접종의 감염‧중증화‧사망 예방 효과에 대한 장황한 통계 자료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강조하는 통계는 백신의 예방 효과와 이상 증상의 가능성을 걱정하는 개인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 ‘과학적 인과성’을 핑계로 백신 접종 후에 발생하는 이상 증상에 대한 책임을 외면해왔던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확실하게 폐기해야 한다. 이상 증상을 폭넓게 인정해주고, 충분히 보상해주는 것이 백신 접종에 따른 사회적 편익을 극대화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다. 정부가 어설픈 ‘과학’과 ‘지침’을 앞세워 피해자를 절망시켜서는 안 된다.

 

  백신 접종 후에 발생하는 이상 증상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뜻이다. 서둘러 ‘예방접종 피해보상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적극적인 피해보상에 나서야 한다. 이상 증상을 경험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임상‧부검 자료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의 어설픈 ‘지침’에만 의존하는 형식적인 ‘인과성’ 판정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전문성도 의심스럽고, 사회적 공감 능력도 떨어지는 선무당 수준의 전문가는 확실하게 배제시켜야만 한다. 보건소 실무 담당자들의 적극적인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질병관리청과 보건소의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 경직된 관료주의와 전문가들의 집단 이기주의는 확실하게 경계해야 한다. 확진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신속 항원검사 키트와 신속 PCR 키트의 활용을 끝까지 거부했던 질병청 전문가들의 옹졸했던 이기주의는 몹시 부끄러운 것이었다. 팬데믹의 상황에서는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진단 키트가 모두 필요한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상식이다. 더욱이 세계 최초로 진단 키트를 개발한 우리 바이오 산업계의 역량을 충분하 활용하지 못했던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어설픈 전문가들의 뼈를 깎는 반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진정한 ‘과학 방역’을 자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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