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플레이션, 왜 이렇게 악화됐고 언제까지 지속될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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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글로벌 경제 사회에는 ‘인플레이션’ 현상을 우려하는 뉴스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의 물가상승률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최근 발표된 미국 6월 CPI 상승률이 전년동월 대비 9%를 상회했다. 미 연준 파월(J. Powell) 의장을 비롯한 주요국 금융 정책 책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제 저(低)인플레이션 시대는 끝났다” 고 지적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쳐서 인플레이션은 지난 1980년대부터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완만하게 하향 행보를 보여 왔으나,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역사적인 전환점에 이르렀다는 인식이다.
많은 관측자들은, 현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해 공교롭게 각국이 동시에 겪기 시작한 Covid-19 팬데믹 사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취했던 담대한 금융완화 정책 및 이전부터 신(新)냉전 분위기 확산으로 촉발된 세계화(globalization)의 반전 등 배경에 주목한다. 여기에,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중되는 곡물 및 에너지 공급망 혼란 등으로 각국의 식품 등 생활 필수품 가격의 앙등을 초래하고 있어, 광범한 인구의 일상 생활에 커다란 고통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월 대비로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6.8%) 이후 23년만에 최고인 6.0%나 급등하는 등, 이미 고(高)인플레이션 권역에 들어갔다. 주로 공산품 및 서비스 가격 상승률이 견인했고, 최근 지속되는 환율 상승 영향으로 수입 물가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S&P는 최근 Q3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국제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을 감안해 금년 한국 물가 상승률을 5.0%로 예상했고, 향후 물가 상승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격화되고 있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지하는 친 러시아 진영과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및 장래 NATO 참가를 지지하는 서방 진영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극적으로 반전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고 있어 향후 이런 돌발적 요인들이 해소될 전망은 지극히 불투명하다. 아래에 이런 엄중한 상황 속에서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향방에 대한 보도들을 요약한다.
■ 글로벌 인플레이션 급등 반전의 배경이 되는 4 가지 구조 변화
그 동안 글로벌 사회는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금융긴축 및 글로벌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저하로 완만한 인플레이션 상황을 구가해 왔다. 이런 글로벌 사회 분위기에 최근 급격히 돌출하는 전반적인 물가상승 현상은 상당한 급반전을 이루는 것이다. 장기간에 걸친 인플레이션 우려 없는 성장 흐름을 반전시키는 것은 Covid-19 위기 대응을 계기로 나타난 세계적인 구조 변화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통화공급(Money supply) 확대로; 1980년대 중반으로부터 2000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글로벌 기축통화 미 달러화의 경우, 연준(FRB)의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으로 장기적 통화공급 수축기로 이어왔다. 미국의 유통되는 통화량을 측정하는 광의의 유동성 규모/GDP 비율은 1986년 77%를 정점으로 계속해서 감소 경향에 있었고, 리먼 쇼크가 발생했던 2008년까지는 동 비율이 80%를 넘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각국이 기록적 통화 팽창을 경험하게 된 것은 Covid-19 확산으로 대규모 재정 출동 및 담대한 금융 완화 조치가 계기가 된 것이다. 미국의 경우, 광의의 유동성/GDP 비율은 급격히 확대되어 2020년에는 무려 112%에 달했다. 이것이 40년만의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불러오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 됐던 것이다.
둘째; 원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1980년~90년대의 세계적인 저물가의 최대 요인은 에너지 절감 정책 및 증산 노력 등으로 원자재 가격의 하락을 불러온 것이었다. 동 기간에 상품(원자재) 가격은 70년대 정점 대비 30%나 하락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소비자물가지수(CPI) 하락 요인의 80%가 원유 가격 하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자재 가격이 급등, 현재의 상품 가격 지수는 2년 전에 비해 2.5배로 상승했다. 여기에 국제 사회의 탈(脫)탄소 움직임도 더해져서 에너지 가격은 고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셋째; 세계화의 반전(dis-globalization)으로; 종전의 분위기 하에서는 세계화의 영향으로 전세계 평균 관세율이 1990년에는 15%에서 2017년에는 5.2%로 하락했다. 그러나, 미국의 前 트럼프 정권이 이러한 세계화의 흐름을 되돌려 놓은 것이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018년 3.3%에서 2019년에는 동 8.7%로 급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해, 세계 각국은 식량 위기를 의식해서 식량 보호주의로 돌아서게 됐다. 한 조사에 따르면 18개 식량 수출국들이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 확산되던 반도체 전쟁에 더해 무역 장벽 강화가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 요인이 되고 있다.
넷째;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값싼 노동력의 소멸로; 중국 제조업 부문 노동자 한 사람 당 연 임금은 83,700위안으로 이미 중국의 노동 비용이 싸다는 말은 사라진 것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 제조 기업들은 보다 임금 수준이 낮은 개도국들로 제조 거점을 옮겨가고 있으나, 세계적인 임금 상승 흐름은 여전하고 이 역시 글로벌 ‘반(反)인플레이션(dis-inflation)’ 흐름을 멈추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Nikkei)
사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나, 이에 대한 처방을 내리는 일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경제 이론에 따라서 혹자는 인플레이션은 단지 화폐 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쪽은 수요 압박이 원인이라는 인식을 보인다. 그러나, 현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보는 시각은 대체로 통화 공급의 급팽창과 재화 및 서비스의 공급망 혼란 등 수요 측면의 요인들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에 크게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각국은 경제 성장 둔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적극적인 통화 긴축에 나서는 한편, Covid-19 대유행 및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야기된 공급망 제약 해소라는 두 갈래 대응 수단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주요국 경기 침체 우려와 겹쳐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부상
한편, 최근 횡행하는 각국의 인플레이션 현상은 경기침체 우려와 겹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5월 CPI가 전년동월 대비 8.6% 상승했다. 식료 및 에너지 항목을 제외한 핵심(core) 인플레이션율도 6.0%나 상승했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생각보다 상당히 광범하게 나타나고 있고, 정책 당국자들이 목표로 삼는 2% 내외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들어 선진국 물가상승률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율은 경제 전반 및 금융 시장에도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당연히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정책 금리를 인상하는 등 강력한 대응 수단을 실행하고 있으나, 이에 따른 경제 활동의 급격한 위축 등 경기 둔화 전망 등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소비자 신뢰지수가 하락하는 등 예상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결국, 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경기도 둔화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극단적인 경기 침체를 예상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마저 나온다.
한편, 노동시장 상황도 긴박해서 임금도 과거 20년 래 최고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물가상승율이 훨씬 앞질러 가다 보니 실질 소비 여력이 감소하는 어려운 상황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 소비자 ‘인플레이션 기대(inflation expectation)’의 상승이다. 높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가진 근로자들은 보다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기업들은 향후 CPI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장래 소비를 감소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가격을 인상하는 등, 임금 인상 vs 물가 상승의 악순환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은행(The World Bank)은 최근 발표한 글로벌 경제전망(GEP)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제는 Covid-19 팬데믹 지속에 따른 타격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등으로 성장 둔화가 증폭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급등하고 금융 시장이 냉각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물가가 오르고 성장이 지체되는 소위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가 늘고 있고, 중 • 저 소득 국가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World Bank 맬패스(David Malpass)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지역 봉쇄, 글로벌 공급망 혼란,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 등이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많은 나라들이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시에 각국 정부는 생산을 촉진하고 무역 장벽을 완화할 것을 강조했다. 코스(Ayhan Kose) 경제 전망 그룹장은 “개도국 경제는 중첩적 위기 상황에서 충격을 완화시킬 필요성과 재정의 지속가능성 유지 필요성 간의 균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물가고(苦)로 각국 정국 불안, 우크라이나 지원 태세 균열 우려”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 급등 현상은 각국 국민들 생활 수준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있고, 급기야 정치 사회 불안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그만큼 각국 정치 지도자들에게는 역풍을 안겨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식 인플레이션율이 연 73%에 이르는 튀르키예에서는 국민 저항으로 에르도앙(Recep Erdogan) 정권의 입지마저 위태롭게 되고 있다. 이렇게 물가가 치솟는 각국에서 국민들은 충격, 경악, 분노로 반응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로 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하니 도저히 일상 생활이 어렵게 되어 불만이 폭발하고 극렬하게 항거하는 상황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지는 1997년 이후의 식품 및 연료 가격 상승과 사회 불안과의 상관관계를 측정하는 자체 통계 모델을 적용해서 분석한 결과, 식품 및 연료 가격 상승과 정치적 불안 간에 높은 잠재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수 개월 간 각별하게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빈곤 국가들은 식품 및 에너지 수입에 더 많은 지출이 필요해서 부채도 증가하게 마련이라고 경고한다. 최근 들어 이러한 국민 항거 현상은 경제 상황이 유사한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으로 확대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스리랑카에서는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하기에 이르렀고, 다음 차례는 어느 나라가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물가 폭등으로 정정 불안이 가중되는 것은 선진국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 달 국민의회 결선 투표가 실시된 프랑스에서는 마크롱(F. Macron)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연합이 의석을 크게 잃어 과반이 깨졌다. 한 조사 결과로는 프랑스 국민들의 67%가 물가고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5월 CPI가 전년동월 대비 5.2% 상승, 4월의 동 4.8%에 이어 상승했다. 오는 11월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도 5월 CPI가 전년동월 대비 8.6%나 상승, 40년만에 역사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에너지 가격은 일반 시민들의 생활고를 가중시키고 있고,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미 정치 사이트 Real Clear Politics 조사 결과로는 바이든 대통령의 평균 지지율은 40%를 하회하고 있고, 불지지율은 50%를 넘는다. 만일 11월 중간 선거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하는 경우에는 국정 실행력 감퇴는 물론, 2024년 대선 전략도 재구축해야 할 형편이다.
한편, 서방 주요국들의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국내 정치 상황이 곤경에 처하면, 인플레이션 타개가 최우선 과제로 등장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서방국들의 대 러시아 경제 제재 등 우크라이나 지원 태세에 결속이 흐트러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실시한 미 여론 조사(Morning Consult)에서는 미국인들이 “물가가 올라도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계속해야 할 것” 이라는 응답자가 46%에 그쳐, 지난 4월 전반에 실시한 같은 조사 결과 56%에서 무려 10%나 하락, 많은 미국인들이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부 국가에서 국내 여론 향배를 의식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정전(停戰)을 추구할 가능성도 있어, 자칫 글로벌 정세에 큰 혼란이 생길 가능성도 우려된다. 최근 이탈리아 드라기(Mario Draghi) 총리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평화(平和)냐, 에어컨이냐 문제” 라며, 우크라이나와의 연대 및 지원 유지를 위해 에너지 가격 상승 등에 따른 경제적 고통을 감내할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 “세계 경제, 심각한 둔화가 예상되나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
이제 글로벌 경제 리스크를 지적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거의 일상적인 것이 됐다.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들은 앞다투어 긴축에 나서고 있으나, 물가는 계속 오르고 공급망 혼란은 계속되고 있는가 하면, 코로나 충격도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위험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리스크 요인들은 모두 어느 하나만으로도 글로벌 경제를 끌어내릴 수 있는 위중한 것들이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 명백하나, 그런 가운데 가장 중시해야 할 현실적인 리스크 요인으로는 유럽 각국이 러시아産 원유 수입을 중단하는 것과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지역 봉쇄를 지속하는 것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현재로서는 이들 두 가지의 불행한 리스크 요인들이 동시에 현재화(現在化)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판단도 나오고 있다.
Morgan Stanley 경제전망팀은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는 전망 시나리오에서 2022년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 2.9%로 하향 수정했다. 이는 각국이 Covid-19 팬데믹 사태 하에서 대규모 재정 출동 및 대폭적인 금융 완화로 대응했던 2021년 성장률 6.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전망치다. Morgan Stanley 글로벌 경제팀 카펜터(Seth Carpenter)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공표한 금년도 중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지금 세계 경제는 수십년 만에 최악의 혼란에 빠져 있는 것은 틀림이 없으나, 2022년 중에 진정한 의미의 침체는 회피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 MS 경제전망팀은 몇 개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인플레이션이 급등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는 현재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혼란, 핍박한 고용시장 사정 및 계속적인 상품(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품 가격은, 비록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 불확실성 등이 남아 있기는 하나, 계속되는 공급망 정상화 노력 등을 감안하면 금년 후반 혹은 2023년에 걸쳐서 다소 진정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Morgan Stanley Asia Ltd.는 다른 보고서에서 아시아 지역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정점을 통과했다(‘have peaked’)는 다소 안심을 주는 견해를 피력했다. 동 보고서는 글로벌 상품(재화) 수요가 감퇴하고 있어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그 간 가장 중대한 애로(隘路) 요인으로 꼽혀 온 글로벌 공급망 개선도 진전되는 등, 아시아 지역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시장이 반영할 만큼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한다.
한편, Goldman Sachs는 최근 발표한 아시아 경제 보고서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과 상품 가격 상승이 한국 가계(家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GS는 최근 Rhee(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른 바 ‘big step(50bp)’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리스크 뿐만 아니라 경제 활동, 환율 상황 및 가계 부채 상환 부담 등 요인들을 복합적으로 감안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강조했다. 2021년 말 현재 한국의 가계 부채가 GDP의 107%(순가처분 소득 기준은 215%)로 급증한 상황을 지적했다. 여기에 주거 비용 증가 및 식품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예산 사정에 추가 부담을 안겨줄 것을 우려했다. 이런 요인들을 감안해서 한국 경제가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에는 지역 내에서 가장 취약한 경제라고 지목했다.
■ The Economist “인플레이션 기대 축소가 관건, 담대한 조치 필요”
세계 경제가 지금 광범한 물가상승으로 엄청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통화의 실질 구매력이 날로 감소하니 연금 등 고정 수입에 의존하는 경제 주체들의 고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각국 중앙은행들이 가공할 인플레이션을 저지하기 위해 앞다투어 금리를 인상하자 차입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급격히 늘고 있다. 바야흐로,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3저(低)’ 현상에 길들여져 온 세계 경제가 40년 만에 찾아온 高인플레이션 반전을 맞아 엄청난 파란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소비자들의 장래 ‘인플레이션 기대(inflation expectations)’도 덩달아 상승하는 형국이다. 미국의 경우, 전문기관들(클리블랜드 연은 및 Morning Consult 등) 조사 결과, 2021년 5월 조사에서는 미국인들의 향후 1년 동안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2.3%로 연준의 목표치와 거의 일치했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4.2%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이러한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낮추는데 진력하고 있으나, 이런 노력은 금리 인상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정부 당국의 인플레이션 억제를 향한 적극적인 의지가 국민들 사이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야 이러한 심리적 기대 수준의 안정을 도모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영국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지는 금리 변경(인상) 등 수단 외에 몇 가지 추가적인 옵션을 제시한다. 첫째; 통화 당국이 담대한(drastic) 혹은 예상치 않은(unexpected) 금리 인상 등을 통해 단호하고 적극적인 인플레이션 저지 자세를 인식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예정치 않은 정책회의를 소집하거나 시장 금리 형성에 영향력이 큰 국채 수익률 유지 목표 수준을 천명하는 것 등이다.
둘째; 정치인들이 나서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종종 가격 통제를 선호하는 바람에 역효과를 내기도 하나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안이다. 미국인들 가운데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비율이 37%에 달해서, 연준에 대한 기대 비율 34%보다도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정부 예산 통제를 통해서도 일정한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바이든 대통령은 나서서 ‘인플레이션과의 투쟁’을 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재정 긴축에는 그다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 “6월 CPI도 급등세 이어가, 연준 100bp 금리 인상 전망도 대두”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 미 정부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월 대비 9.1%로 나타나 “CPI 쇼크” 로 불렸던 5월의 동 8.6%를 또 다시 상회했다. 이는 사전 예상(Dow Jones 기준 8.8%)을 크게 뛰어넘는 상승율이다. 전월 대비로도 1.1%나 상승해서 지난 달의 0.86%를 훨씬 상회했다. 단,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핵심(core) CPI는 전년동월 대비 5.9%, 전월 대비 0.7%로 나타나, 3개월 연속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6월 물가지수 가운데 특히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가격 상승률도 다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통계국은 이는 ‘광범한 품목에 걸쳐 상승한 결과(the increase was broad-based) 라고 밝혔다. 미 경제 채널 CNBC도 ‘전반적인 상승(up across the board)’ 이라고 전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이 지난 12개월 간 41.6% 상승한 것을 지적하며 최근 CPI 상승의 대부분이 가솔린 가격이 60% 상승한 것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CNBC는 “이번 발표된 CPI 수치가 지난 달에 이어 또 다시 충격을 주었다. 한 소비자 단체 경제 전문가(NFCU 선임 이코노미스트 Robert Frick)는 ‘지금 글로벌 문제가 되고 있는 식품 및 에너지 가격 상승이 주도한 것이고, 더욱 심각한 것은 인플레이션 원천이 확대되고 있는 점’ 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전하고 있다.
게다가, 아직 핵심 CPI의 2/5를 차지하는 주거 비용 등은 상승이 둔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핵심 CPI 측면에서도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통과했다(peak out)고 확신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를 감안해서 금융 시장 관측자들은 이달 말 열릴 연준(FRB)의 FOMC 정책결정회의의 판단과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물가상승율이 사전 예상을 뛰어넘는 점에서 0.75% 혹은 1.0% 대폭 인상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6월 FOMC가 5월 CPI에 대한 시장 전망을 뒤따라가는 형태로 0.75% 인상했던 점에서 연준의 금융정책이 시장 기대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오는 26, 27일 FOMC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연준은 지난 3월을 시작으로 0.25%, 0.50%, 0.75% 등 인상폭을 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지난 5월의 ‘CPI 쇼크’ 직후 열린 FOMC에서 기록적인 0.75% 금리 인상에 대해 파월(Jerome Powell) 의장은 다음 FOMC에서 0.50 혹은 0.75% 인상 의향을 시사했으나, 시장은 이번 발표된 6월 CPI도 예상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0.75% 인상 가능성을 완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더해, 시장 관측자들 절반은 1.0% 대폭 인상도 점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연 이은 대폭 인상으로 자칫 경기가 악화될 우려도 있고, 내년에는 미국 경제가 ‘침체(recession)’로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이번 발표 직후 시장 금리는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NRI)
■ “현 글로벌 인플레이션 급등세는 최소한 금년 말까지 지속될 것”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현 인플레이션 상승 추세가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이보다 희망적인 경우로, 지역 및 나라에 따라 편차는 있을 것이나, 지금이 바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정점이고 금년 하반기 혹은 내년 초부터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추세가 완화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선, IMF는 최근 세계경제전망보고서(WEO, April. 2022)에서 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품 및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재화 가격 상승, ② Covid-19 사태가 촉발한 재화 수요 급증에 이어 제한 완화에 다른 서비스 수요 증가 및 ③ 고용시장 긴장 증가로 인한 임금 상승 및 광범한 수요 확대에 다른 가격 상승 압력 등으로 전회 전망치보다 오랜 동안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IMF는 현 인플레이션은 결국 완화될 것이나, 향후 몇 시즌 동안은 높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들은 물가상승 압력을 통제하는 것과 경제 성장을 유지하는 노력 간에 균형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Morgan Stanley 등 일부 글로벌 시장 관측자들을 중심으로 이미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정점을 지났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기 시작한다. 우선, Morgan Stanley Research는 ① 글로벌 재화 수요가 위축되기 시작해 시장 수요/공급에 균형을 되찾기 시작했고, ② 그간 Covid-19 이후 구조적 애로 요인으로 인식되어 온 글로벌 공급망이 최근 들어 점차 호전되기 시작했고, ③ 주요 생산재를 포함한 글로벌 상품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④ 고용 시장에 임금 상승 압력이 제한적이라는 등, 최근 일어나고 있는 제반 상황을 감안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이미 정점을 지났거나 혹은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상 살펴본 다양한 분석 및 전망들을 종합하면, 지금 글로벌 사회에 극심한 공포와 우려를 주고 있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극히 최근까지 급등세를 보이고 있으나, 일부 견해처럼 일단 상방 리스크에 일종의 캡(cap)을 씌운 것으로 판단하는, 어느 면에서는 다소 낙관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일부 서비스 부분에서 수요 이전으로 인한 압력 증가 및 고용시장의 긴장을 배경으로 한 임금 상승 요인 등으로 당분간은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6일 시작되는 미 연준의 FOMC를 앞두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향후 금융 정책 선택을 통해 어떤 정책적 모멘텀을 보여줄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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